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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글로벌(Global)/NEXT 글로벌 트렌드'에 해당되는 글 34

  1. 2011.12.14 프라할라드가 말하는 기업의 성장 방정식
  2. 2011.12.14 Biz·Life 뒤바꿀 ‘빅10 기술트렌드’
  3. 2011.12.14 “트렌드 교차 지점에 주목하라”
  4. 2011.11.29 "유로존 재정위기는 거대한 변화의 서곡"
  5. 2011.09.23 [초점] 세계경제의 화약고 유럽연합(EU), 붕괴냐 존속이냐
  6. 2011.08.28 “뉴 Biz는 MBM<멀티비즈니스 모델> 에서 온다”
  7. 2011.08.28 “트렌드 교차 지점에 주목하라”
  8. 2011.08.14 분야별 전문가들이 예측한 경인년 풍경화
  9. 2011.08.08 팍스 시니카 시대 ‘부자되는 노하우’
  10. 2011.08.03 구글, 페이스북의 핵카톤, 그 비밀의 문을 열다
  11. 2011.03.31 대재앙 후 日경제 어디로 가나-英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분석
  12. 2010.08.23 도요타 원가절감 노하우 '근로자 미소' 속에 있어
  13. 2010.08.19 구글(Google) 창업자는 뇌과학 분야의 고수
  14. 2010.07.27 우리는 지금 모바일 비즈니스로 간다
  15. 2010.07.07 스치는 아이디어가 기업 운명을 바꾼다
  16. 2010.06.16 차세대 블루오션은 바로 '도시'
  17. 2010.06.11 日 NTT도코모·오다큐백화점- ‘데이터경영’현장을 가다
  18. 2010.06.06 선진국 10년이 중국 1년...학습속도 대단
  19. 2010.06.05 기술의 韓·日-자원의 중국 삼각공조 고민할때
  20. 2010.06.03 해외시장 공략, 원교근공의 원칙을 존중하라
  21. 2010.06.02 삼성전자 신성장동력 '프린터' 집중 해부
  22. 2010.06.02 신흥시장 공략, 적과 동침하라
  23. 2010.05.27 (2006년)美 네오콘 3인방이 보는 북 미사일 사태
  24. 2010.05.19 2008년 3월, 뉴욕 위기의 현장을 가다
  25. 2008.09.12 미 대선 카운트다운, 미국판 한명외는 누가될까
  26. 2008.09.09 <반지의 제왕>의 나라 뉴질랜드 영화전문가 5人 난상토론
  27. 2008.01.16 글로벌 매거진이 분석한 2008 세계경제
  28. 2007.04.24 창의력의 첫걸음은 넓은 인맥
  29. 2007.04.14 UCC Management Success Manual
  30. 2007.04.12 인도 경영학자들은 왜 강할까?
 
미국 경영학계에서 예언자로 불릴 정도로 예측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던 고 프라할라드. 그가 제시한 성장의 방정식은 바로 제품이 아닌 경험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성장 방정식 1. 제품이 아닌 ‘경험’에 주목하라

프라할라드는 신발업체인 핀란드의 ‘포마핀(Pomarfin)’에 주목한다. 이 회사는 직영 매장에서 스캐너로 읽어들인 고객들의 신체 정보를 바로 공장으로 보내 맞춤형 신발을 제작한다. 마케팅, 디자인, 제조, 판매 등으로 이어지는 기업 가치사슬의 상당 부분을 모두 아웃소싱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고 객의 발 모양을 읽어들일 때 사용하는 ‘스캐너 기술’은 핀란드의 한 소프트웨어사에 외주를 주었다. 신발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디자인그룹인 ‘마즈카토(Mazzucato)’에 맡겼으며, 제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구소련의 공화국인 에스토니아(Estonia)에서 신발을 제작한다.

이석채 사장 내정자가 강조한 ‘타이어회사’들도 프라할라드 교수의 저서에 등장한다. 굿이어, 브리지스톤을 비롯한 유수의 타이어사들은 단품 판매와 더불어 운전 습관, 타이어 압력·교체 시기 등 주요 정보를 운전자들에게 제공해 성장의 정체를 정면돌파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미 서부 골드러시에서 막대한 돈을 번 리바이스도 맞춤형 청바지인 ‘퍼스널 페어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퍼스널 페어진 매장에서 고객의 치수를 재 공장에 보내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맞춤형 진을 주문자에게 배달하는 방식이다. 자신만의 청바지를 입고 싶은 고객들을 겨냥한 제품이다.


성장 방정식 2. 아웃소싱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무역+정보통신(코오롱아이넷)’, ‘무역+건설(삼성물산)’. 계열사간 결합으로 시너지를 꾀한 재벌 계열사들의 성장 방정식이다.

SK그룹은 이 공식을 약간 비틀었다.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을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에 전보 발령한 것. 미 ‘가상사설망(MVNO)’시장을 공략하다 실패한 ‘힐리오’의 전철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SK글로벌 시절부터 닦아놓은 SK네트웍스의 해외 거점을 주요 발판으로 해외시장 공략의 효율성과 더불어 수위를 높여나가기 위한 ‘양수겸장’의 카드다. ‘무역과 정보통신’의 또 다른 결합인 셈이다.

이 석채 사장 내정자가 ‘아웃소싱 네트워크’에 주목하는 배경은 명확하다. 통신 분야는 정부의 ‘3강’ 육성정책에 따라 해외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이 불가능했으며, 국내 통신업체들도 굳이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시장환경이 급변하면서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해외 거점 확보에 나서야하는 상황을 맞게 되자 아웃소싱 네트워크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라할라드 교수는 핵심역량을 제외한 나머지 공정은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에 아웃소싱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아이팟으로 MP3시장을 석권한 애플의 사례를 들었다.

이 회사는 도시바의 하드드라이브, 삼성의 에스디램(SDRAM), 미 브로드컴(Broadcom)의 비디오 프로세서, 마쓰시다의 디스플레이 모듈을 각각 들여와 대만의 인벤텍사에 아이팟 조립을 맡긴다. 캘리포니아에서 디자인만 담당하고 있다.

음악 콘텐츠는 음악산업에 활동하는 프로덕션이나 독립 뮤지션들로부터 사들인다. 디자인을 제외한 모든 생산활동을 ‘아웃소싱’하면서도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것이 애플의 현주소이다.

SK텔레콤 등 이른바 ‘따로 또 같이 경영’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를 꾀하는 경쟁사에 비해 불리한 여건의 이석채 KT 사장 내정자가 전략적인 합종연횡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성장방정식 3.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다시 써라

프 라할라드 교수가 강조하는 세 번째 성장의 공식은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재구축’이다. 그는 세계 최대의 할인점인 월마트의 사례를 제시한다. 월마트는 전 세계 공급망을 타고 흐르는 정보를 정밀하게 관리해 경쟁사들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데 성공한 사례이다.

위성으로 재고물량과 공급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이 회사는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주요 사업 부문의 최고경영자(CEO)로 대부분 발탁한다.

월마트에서 최고정보책임자를 지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로 옮기기 전 샘스클럽 회장으로 영전한 경영자 ‘케빈 터너(Kevin Turner)’가 대표적 실례이다.

페덱스는 고객들이 실시간으로 화물의 위치를 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금이야 중소업체들도 이러한 위치추적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지만, 초창기만 해도 이러한 시스템은 파격적이었다.

이 회사는 고객들의 문의전화를 대거 줄여 콜센터 비용을 감축할 수 있었다.

미 ‘유피에스(UPS)’도 각 지역의 소규모 컴퓨터 수리업자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상이 발생한 도시바 컴퓨터 제품을 신속히 수리할 수 있도록 자사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재구축했다.

월마트나 페덱스의 핵심 경쟁력은 물동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있다.

USP 는 미 전역에서 활동하는 컴퓨터 수리 군소사업자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역량이 탁월하다. 월마트에서 UPS, 그리고 페덱스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기업 전략과 실행을 하나로 묶는 주춧돌이라는 것이 프라할라드 교수의 진단이다.

성장방정식 4. 실시간 통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라

‘소비자 조사에서 공급망 관리, 그리고 마케팅 활동까지, 전방위적인 정보 수집을 통해 기업의 가치사슬을 부단히 닦고 조여야 지속적인 비교우위를 창출할 수 있다.’

프라할라드 교수는 사내외 정보 흐름을 부드럽게 만드는 실시간 정보통신 시스템 구축이 또 다른 성장의 주춧돌이라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의 기호나 니즈(needs) 변화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대응하는 것은 기업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아마존과 애플, 그리고 이베이가 홈페이지 디자인을 석 달 단위로 바꾸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고객과의 소통을 좀 더 편하게 만들어 더 많은 불평이나 불만, 혹은 칭찬 등을 홈페이지에 남기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라는 것. 이러한 소비자 반응은 기업전략 재편의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그가 임직원들의 정보 접근 역량 강화를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담당자들은 사내의 데이터베이스는 물론 도서관을 비롯한 공공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프라할라드 교수는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조직 형태와 이를 떠받칠 정보통신망의 형태에도 주목한다.
 
그는 20개의 국가가 세계경제 활동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에 거점을 두고 시장을 파고드는 편이 현지 시장 확대에도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나 유럽기업의 전략가들을 상대로 신흥시장 맞춤형 조직을 구축하라고 조언한다. 글로벌기업의 정보통신망도 지역 거점 별로 운용의 융통성을 꾀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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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도 ‘서비스제품’ 전락… 맥킨지 보고서, 저소득층 주도 ‘혁신’ 예고

Biz·Life 뒤바꿀 ‘빅10 기술트렌드’

2010년 08월 10일 10시 29분

지난 1980년대 말, 미국의 실리콘그래픽스(Silicon Graphics)는 컴퓨터 그래픽 분야의 최강자였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 등장한 공룡들의 유려한 움직임을 재현한 것도 바로 이 회사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개가였다.

거대한 초원에서 초식 공룡들이 티라노사우르스에 쫓겨 어지럽게 이동하는 장면은 이 회사 최첨단 기술의 ‘백미’였다.

영 화 <쥬라기 공원>의 공룡들은 미국 컴퓨터 산업의 자부심이었다. 그런 이 최첨단 기업이 불과 20여 년 만에 몰락하며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세계 그래픽 산업을 쥐락펴락하던 실리콘 그래픽스의 파산을 부른 장본인이 바로 기술의 범용화였다.

이 글로벌 기업이 애써 구축한 기술들은 한때는 진입 장벽을 떠받치는 주춧돌이었다. 컴퓨터 그래픽 업계의 이 골리앗도 미국 벤처 생태계의 무수한 소기업들이 주도한 기술 변화의 파고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2006년 거대한 빙산에 부딪친 타이타닉호처럼 침몰했다.

기술은 글로벌 기업들의 강력한 패권을 위협하는 카트리나급 허리케인에 비유할 수 있다.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McKinsey)는 글로벌 기업들이 애써 구축한 ‘앙시앙 레짐’을 뒤흔들 개연성이 있는 10가지 기술 트렌드 변화를 최근 밝혔다.

‘주목할 만한 10 가지 기술 흐름(Ten tech-enabled business trends to watch) ’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그 출처다.

맥킨지는 이 보고서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지형을 뒤바꿀 10가지 기술을 ‘3가지 분류’로 정리해 발표했다. ‘클라우드(Clouds)’ ‘거대한 데이터(big data)’ ‘똑똑한 자산(Smart Asset)’ 등이 그것이다.

맥킨지가 이번 기술 변화 보고서에서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이 세 가지 분류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협업(collaboration)’이다.


‘3가지 분류’ 기술 변화 정리 발표

협업이 10가지 트렌드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니지만, 주요 기술 트렌드들이 이러한 ‘협업’의 기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맥킨지가 사례로 든 첫 번째 회사가 글로벌 화학 회사인 ‘다우케미컬(Dow Chemical).’

다 우케미컬은 사내 소셜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해 매니저들의 사내 인재 발굴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이 그룹의 우산 아래 있는 계열사들의 인재풀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백미다. 맥킨지는 이 화학 회사가 전직 임직원으로 인재 풀의 범위를 넓힌 점이 특징이라고 덧붙인다.

외부 인재를 발탁하는 데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대표적 기업이 바로 아마존이다는 것. 제프 베조스가 창업한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은 ‘미케니컬 터크(Mechanical Turk)’라는 이름의 온라인 노동시장에서 외부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자사가 직면한 골칫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경진대회’를 열어 외부 인력의 참여를 유도하는 기업들도 꼬리를 문다.

미 국의 온라인 비디오 대여 업체인 넷플릭스(Netflix)가 이러한 부류에 포함된다. 방문 고객을 상대로 비디오를 추천하는 이 회사는 검색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100만 달러가 걸린 경진대회를 개최했으며, 지난해 이 경진대회의 수상자를 낙점했다.

고객 서비스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낮추는 데 개방형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도 눈에 띈다.

맥킨지는 미국의 인튜이트(Intuit)를 이러한 사례로 제시했다. 이 기업이 고객 지원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고객들이 서로 도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 이 컨설팅 기업의 분석이다.

고객이 답변한 질문 건수, 이들이 받은 감사 표시횟수가 평가의 기반이다. 맥킨지는 이러한 고객 커뮤니티를 운용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전통적인 콜센터 운영비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진단한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고객 품앗이의 창구로 바라본 발상의 전환이 비용 절감을 부른 일등공신이다.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협업’

주요 트렌드를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가 바로 ‘서비스의 확산(imaging anything as a service)’이다.

이러한 변화의 주춧돌은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을 비롯한 신기술이다. 굴뚝 산업의 대표주자인 자동차도 심지어는 서비스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미국의 시티 카쉐어(Car Share), 집카(Zip Car) 등이 이러한 부문의 선두주자다. 자동차 임대 회사들도 매년 25% 이상 성장하는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속속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 맥킨지의 설명이다.

자동차 회사가 후발 주자들에게 도면은 물론, 생산 라인의 설계 노하우를 일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이러한 기술 흐름을 비용 절감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증가 추세다. 바이오기술 회사인 제네테크(Genentech)는 구글 애플리케이션을 사내 이메일, 문서 작성 서비스로 활용하고 있다.

맥킨지는 이 회사가 서버 컴퓨터나 소프트웨어 구매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주요 기술 흐름을 특징짓는 또 다른 추세는 저소득층 주도의 혁신( Innovating from the bottom of the pyramid)이다.

최근 타계한 프라할라드 미시간 경영대학원 교수가 일찌감치 예고한 트렌드가 바로 중국, 인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신흥시장들이 몰고 올 거대한 트렌드의 변화다.

통신회사인 사파리콤(Safaricom)은 아프리카인 800만 명에게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의 창구는 지점이 아니라, ‘엠페사 휴대폰 서비스(M-PESA mobile-phone service)’다.

페사는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돈을 뜻한다. 사파리콤은 주유소를 휴대폰 충전 장소로 활용한다.

중 국의 알리바바 닷컴도 자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제조사 정보를 고객사에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특징이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신흥시장의 열악한 인프라나, 소비자들의 형편없는 구매력 등이 성장의 정체에 빠져있는 글로벌 기업 혁신의 토양이다.

데이터 활용의 증대도 또 다른 추세다. 포드자동차, 펩시콜라, 사우스웨스트 항공 등 주요 기업들은 고객들이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리는 글들을 수집한다.

맥킨지는 마케팅 캠페인의 효과를 측정하고, 캠페인을 전후한 브랜드 로열티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이 컨설팅 회사는 센서 장비를 부착한 똑똑한 자산(smart asset)의 등장,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인프라, 지속 가능한 세계의 구현을 위한 기술의 확산 등을 변화를 주도할 주요 트렌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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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식 시장 전망 노하우

“트렌드 교차 지점에 주목하라”

2010년 08월 03일 11시 33분

아프리카는 노키아를 비롯한 유럽 휴대폰 업체들의 안마당이다. 나이지리아에서만 4000만 대가 넘는 휴대폰이 팔려 나갔다.

나이지리아 국민 한 사람당 한 대꼴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아프리카인들에게 휴대폰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창구이자, 금융거래의 장이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 아프리카 휴대폰 시장의 오늘을 근사치라도 예측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아프리카 전체를 통틀어도 수백만 대 정도의 휴대폰이 판매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었다. 나이지리아의 휴대폰 시장 규모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

맥킨지는 아프리카 휴대폰 시장 예측이 어긋난 것은 두 가지 트렌드를 감안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바로 소득 수준의 변화, 저가 단말기의 등장.

이 거대 시장의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변화의 발단이었다. 이들을 타깃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기업들만 이러한 트렌드 변화의 과실을 챙길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 맥킨지는 자동차 업체들이 늘 주요 트렌드에 주목하고, 그 파장을 헤아릴 것을 조언한다.

이 트렌드들이 교차하는 영역에 고속 성장의 열쇠가 있다는 것이 이 전략컨설팅 업체의 분석. 맥킨지는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정교한 시나리오를 구축한 뒤,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성장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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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재정위기는 거대한 변화의 서곡"
    기사등록 일시 [2011-11-27 14:14:08]    최종수정 일시 [2011-11-27 20: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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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그리스에서 발화한 유로존 재정위기의 파고가 스페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로 확산하며 유로존 존속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 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의 세력약화나 붕괴는 ‘필연적’이며, 유라시아 대륙에 부는 거대한 지각변동의 전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전략싱크탱크 그룹 스트랫포(stratfor)는 27일 ‘유로존 위기와 중동유럽의 미래(The Eurozone Crisis and the Future of Central and Eastern Europe)’라는 제목의 글에서 "유로존 재정위기로 촉발된 유럽대륙의 변화를 폴란드나, 불가리아,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중동유럽 국가들의 시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독일, 러시아 등 유럽 대륙을 호령해온 전통 강자들의 세력권에 편입되며 자국 통화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쓰라린 역사적 경험을 공유해온 이들 국가들은 유럽연합 또한 결코 영원하지는 않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이 싱크탱크의 분석이다.

독일이 2차 세계대 전 당시 폴란드를 병합하고 소련으로 내달리며 쏘아올린 대제국 건설의 꿈도 불과 수 년만에 스러지고 말았으며, 중동유럽 국가들을 상당수 세력권에 병합했던 오스만 제국도 덧없는 세월 속에 한 줌 흙으로 사라졌다고 이 싱크탱크는 지적했다. 흩어지면 뭉치고, 뭉치면 흩어지는 '분구필합(分久必合 ), 합구필분(合久必分)'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의 역사를 읽는 '키워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스트랫포는 따라서 폴란드, 우쿠라이나, 불가리아 등 중동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도 결코 이러한 역사의 보편적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유로존을 비롯한 유럽의 경제 공동체나 정치 공동체 등장이 결코 역사의 종말을 뜻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오랜 역사적 경험으로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대륙의 또다른 변화를 알리는 '나비의 날갯짓'이 바로 유로존의 재정위기. 스트랫포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몰고 온 유럽연합의 세력약화는 대륙의 역학구도에도 큰 변화를 부를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연합이 두 개로 쪼개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위기를 가까스로 봉합한다고 해도 발등의 불을 끄기에 급급한 유럽이 중부유럽,동유럽에서 확산될 힘의 공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동진(東進)정책을 펴오던 유럽의 약화는 러시아에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변화의 싹은 움트고 있다. 러시아가 계획중인 유라시안유니온(Eurasian Union), 노르딕-발틱 그룹, 체코와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이 주도하는 ‘비제그라드 4국 동맹’ 등이 혼란 속에서 더욱 결속력을 강화하며 유럽대륙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유럽 국가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유로존 가입 초청장을 기다리던 폴란드를 비롯한 중동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무풍지대로 남을 수 없으며, 앞으로 유럽과 러시아, 혹은 또 다른 지역동맹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등 맹주 등극을 꿈꾸는 강자 주도의 지역 동맹에 올인할 경우 감내해야할 위험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부담거리라고 스태랫포는 진단했다.

미국 언론들 사이에서 '그림자 CIA'로 불리는 스트랫포는 각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초래하는 정치, 사회 변화 분석에 정통한 전략 싱크탱크 기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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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유럽연합 붕괴냐 존속이냐"…예측 엇갈리는 미·유럽 경제학자들
    기사등록 일시 [2011-09-18 15:45:00]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유럽연합의 앞날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학자들의 진단과 전망이 엇갈려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유럽연합은 소속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 학자들이 대체로 유럽경제통화동맹의 암울한 미래에 방점을 두며 '파경(破鏡)' 가능성을 제기하는 반면, 유럽쪽 학자들은 '유러피언 드림(European Dream)'은 여전히 유효하며 포기할 수 없는 이상이라는 입장이다. 

유럽경제통화동맹(EMU) 국가들의 '결별(訣別)'에 무게 중심을 두는 미국 경제학자 그룹의 선봉장은 마틴 펠트스타인 미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 겸 하버드대교수.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자콥 프렌켈(68) JP모건체이스인터내셔널 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EMU의 시스템 리스크에 주목한다. 

그리스가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이면에는 이 나라의 방만한 재정 운용과 더불어, '드라쿠마화'를 포기하면서 통화정책을 스스로 펼칠 수 없게 된 원죄(原罪) 또한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게 미국 학자들의 주장이다. 

벤츠 등 세계적인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업 강국 독일과, 관광 자원을 주요 수입원으로 살아가는 그리스 등 피그스(PIGGS)국가들과의 역내 교역은 후자에 불리한 구도일 수 밖에 없지만, 유로화 도입으로 이러한 불균형을 되돌릴 '환율 메커니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 피그스 국가 위기의 뿌리라는 것이다. 

자국 통화인 '즐로티'를 사용하는 폴란드가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빗장이 활짝 열린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에도 비교적 건실한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던 것이 귀감이다. 

유로 단일화 통합에는 성공했지만, 이질적인 국가들이 한울타리에 모인 복잡다기한 유럽의 상황도 걸림돌이다. 유럽의 '손톱밑의 가시'격인 그리스가 반면교사이다.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 정책'에 극렬 반발하면서도, 정작 2년 전 독일의 지원 움직임에 '2차 대전 전범국가의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이 대표적 실례이다.

미국계 학자들은 유로존 붕괴가 결코 탁상공론만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그리스가 유로지역 동맹을 탈퇴한 뒤 '드라쿠마'를 다시 도입하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이 같은 선택을 하면서 유럽연합이 해체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펠트스타인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유럽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유럽 학자들의 견해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유럽경제통화동맹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온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맹주국들이 '거대 단일시장'의 붕괴를 결코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수석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Martin Wolf), 앤드류 글린(Anrew Glyn)등이 유럽동맹 유지론의 선두주자이다. UC버클리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금융통화 전문가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도 미국인이지만 이러한 견해에 동조하는 학자이다. 이들은 유럽동맹의 중심국가인 독일이 결코 동맹의 붕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유럽동맹이 붕괴할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독일의 몫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독일의 정치적 위상이 추락하고, 마르크화가 초강세를 띠며, 유로 시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독일을 비롯한 채권국들은 통화가치 상승으로 수출부진, 수입증가 등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고, 자금유입으로 자산가격 거품에 시달릴 개연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스를 비롯한 채무국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드라쿠마를 비롯한 자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이 만연하는 암울한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의 중심국가나, 주변국가 어느 쪽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유럽인들이 수용할리 없다는 것이 유럽학자들의 견해다. 

무엇보다 유러피안 드림의 깃발을 힘없이 내린 유럽이 뿔뿔이 흩어진 채로는 거대 중국이나, 미국과 맞상대를 하기 역부족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중국보다 작은 유럽 대륙이 작은 나라들로 다시 갈려 서로 국경선을 높이 세우고, 관세와 환율을 각각 정한다면 미국, 중국과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유로화가 무너지면 유럽통합의 꿈도 무너진다" 메르켈 독일 총리의 최근 발언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유럽공동체가 붕괴될 경우 그 후폭풍이 고스란히 미국 경제에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유럽공동체 낙관론을 펼치는 또 다른 배경이다. 

유럽 학자들은 유럽경제통화동맹 회원국들의 부침으로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는 있겠지만, 유로본드 도입, 유럽통화기금 (EMF) 설립 등으로 시스템 리스크를 보완하며 유럽 공동체의 이상을 향해 한걸음씩 전진해 나갈 것으로 본다. 

유럽과 미국의 경제 학자들이 '유럽공동체'의 붕괴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유럽공동체의 유지 쪽에 무게 중심을 싣는 목소리가 우세한 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로지역 체제가 장기적으로 재정동맹(fiscal union) 이행을 비롯한 EMU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1/10/07 - [분류 전체보기] - 알파 헌터의 유로존 위기 시나리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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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가 꼽은 新메가트렌드 ‘Big5’

“뉴 Biz는 MBM<멀티비즈니스 모델> 에서 온다”

2010년 08월 31일 14시 58분
한국기업 ‘프리매스’전략으로 ‘변화 파고’ 돌파해야…
밸류 체인·비즈 모델도 바꿔야



“주요한 변화 다섯가지가 가까운 미래에 세계 경제의 기본 질서를 뒤흔들게 될 것이다. 이 변화를 이해하는 기업들만이 주도적으로 미래를 가꿔 나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세계적인 전략컨설팅 업체인 미국의 맥킨지가 최근 다섯 가지 주요 트렌드(five crucibles of change)를 발표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을 강조해 화제다. 이 변화들이 바로 ‘그레이트 리밸런싱(Great Rebalancing), 프라이싱 더 플래닛(Pricing the Planet), 글로벌 그리드(Global Grid), 프로덕티브 임페러티브(productive imperative), 마켓 스테이트(Market State)’다. 이 다섯 가지 트렌드를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주>



'잔잔한 바다에서는 뛰어난 뱃사공이 나지 않는다.’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를 경험한 뱃사공만이 항해의 요체를 터득할 수 있다는 금언이다. 신흥시장은 노련한 뱃사공이 세월을 낚는 무대다. 소득 수준이 낮은 소비자들, 도로·유통망 등 열악한 인프라는 수련의 장이다.

아프리카의 빈국인 짐바브웨의 빵집 프랜차이즈인 ‘베이커스 인(Bakers Inn)’. 이 나라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이 브랜드의 직영점들은 아침마다 몰려드는 흑인들로 몸살을 앓는다. 직영점에서 매일 판매되는 빵이 무려 5만여 덩이.

이 브랜드 소유의 공장이 자동차 생산라인의 컨베이어 시스템을 적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흰색 가운을 입은 흑인 근로자들은 컨베이어 벨트 생산 라인의 좌우로 도열해 밀가루를 반죽하고, 효소를 넣는다. 대량생산을 하지만, 이 브랜드 제품은 맛이 있는데다, 가격도 저렴해 인기다.


이 브랜드의 모기업이 바로 짐바브웨의 삼성인 ‘인스코(Innscor)’. 이 회사는 지난 1980년대 미국의 글로벌 패스트 푸드 업체인 KFC와 대결을 펼쳐 짐을 싸게 만든 토종기업이다. 아프리카의 최빈국 짐바브웨가 반짝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 기업들을 배출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치솟는 물가, 정부 규제, 가난한 국민들, 열악한 인프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의 숙주다. 인스코가 공장에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한 것도 가난한 자국민에게 염가로 빵을 제공하면서도 수익을 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신흥시장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경연장이다.

인도의 힌두스탄레버(Hindustan Lever) 직원들은 늘 구불구불한 좁은 산길이나, 시골길을 자전거나 ‘오토리샤’로 이동한다. 인도 대도시가 아닌 변두리 지대를 이 회사 직원들보다 더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경쟁자들도 별도 없다는 것이 맥킨지의 분석.

인도의 ‘가드리찌(Godrej)’사는 저가 냉장고로 저소득층을 사로잡은 사례이다. 이 회사가 공들여 개발한 회심의 역작이 바로 시골 거주민을 겨냥한 69달러짜리 냉장고. 이 회사는 주민들을 제품(ChotuKool) 개발 과정에 참여시켜 그들의 바람을 기능, 디자인에 반영했다.

고 프라할라드 미시간 경영대학원 교수는 인도에서 일찌감치 저소득층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피라미드 이론을 발표했다. 자국의 저소득층에서 고속 성장의 기회를 포착한 인도의 가드리찌, 힌두스탄레버, 바티 등은 프라할라드 이론의 수혜기업들인 셈이다.


Megatrend 1
그레이트 리밸런싱(Great Rebalancing) : 인도기업 ‘바티’ 보다폰에 도전장


시스코, 에릭슨 등 글로벌 기업을 턱밑까지 추격한 첨단 분야의 후발주자들도 등장했다. 미국 ‘휠 로더(wheel loader)’ 시장을 10%이상 점유하고 있는 아시아 기업들이 바로 중국 국적의 중공업체들이다.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인도의 통신 회사인 바티(Bharti)를 비롯한 주요 신흥시장의 토종기업들은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빠른 속도로 이동중이다.


영국의 보다폰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에 도전장을 던진 바티가 그 선두주자. 밸류체인의 대부분을 아웃소싱하는 등 혁신의 대명사로로 널리 이 회사는 쿠웨이트에 위치한 통신사인 ‘자인(Zain)’ 인수에 나서며 관심을 끌고 있다. 바티가 이 기업 인수에 성공할 경우 아시아, 아프리카 20여 개국을 사정권으로 한 통신 공룡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 맥킨지의 분석.

맥킨지가 세계무대를 호령해온 서구의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이른바 멀티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에디슨이 창업한 100년 전통의 복합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이러한 전략의 본보기다.

이 회사가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집중육성중인 ‘헬쓰케어’ 제품(심전계)의 절반 가량이 인도 공장에서 제작된다. 이 제품은 이 회사가 유럽과 미국 등에서 판매하는 ECG 모니터 가격의 25% 수준. 맥킨지는 이 제품이 신흥시장 은 물론 구미시장 공략의 첨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치솟는 물가, 정부 규제, 가난한 국민들, 열악한 인프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의 토양이다. 빵 공장에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한 것도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었다. 신흥시장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경연장이다. 인도의 힌두스탄레버(Hindustan Lever)는 도심 외곽이나, 시골의 유통 경로를 꿰고 있다.


맥킨지는 글로벌 기업들이 신흥시장의 후발주자업들과 치르는 고단한 비용 절감 전쟁이 프리미엄 시장을 정조준해온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 제품·서비스가 금융위기로허리띠를 졸라매는 유럽이나 미국 시장 공략의 일등공신이 될 수 있다는 것.


Megatrend 2
글로벌 그리드(Global Grid) : 페이스북에서 쇼핑 정보 구하는 소비자들


2011년 9월, 김기선(28·여)씨는 퇴근 후면 스마트 텔레비전을 무의식적으로 켠다. 이 똑똑한 텔레비전은 쇼핑, 신문 열람,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만능상자다. 그녀가 시청하는 프로그램은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케이블 텔레비전 채널. 요즘 20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여주인공이 들고 나온 핸드백이 그녀를 사로잡는다.

태블릿 피시는 쇼핑 도우미이다. 김씨는 이 인기 드라마를 화면에 불러낸 뒤 여주인공이 든 핸드백 상품을 손으로 쿡쿡 누른다. 고급스러워 보이면서도 대중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 제품의 브랜드 이름, 가격대가 관심사다. 페이스북에 접속해 지인들이 남긴 상품평을 검색한다.

그는 ‘된장녀’로 유명한 고등학교 절친이 남긴 상품평에 눈길이 간다. “가을 정장과 환상적으로 잘 어울리고, 가격대도 비교적 저렴한 편임”. 이 상품평은 그녀에게는 한 줄의 복음이다. 핸드백 제품 사진을 태블릿 피시에 내려받은 그는 스마트 텔레비전 화면으로 눈길을 돌린다.

김씨가 손바닥으로 사진을 밀어내는 동작을 취하자 제품 사진이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무선공유망’을 타고 스마트 텔레비전으로 이동한다. 이 ‘만능 비서’는 김씨가 최근 내려받아 옮긴 핸드백 상품의 사진과 상품 평 폴더를 바로 불러내 화면에 뿌려준다.

소공동에 있는 모 백화점에서 이 제품을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김씨는 다음 날 바로 이 매장을 찾는다. 명품 매장에 들러 제품 사진을 찍은 김씨는 3D LED 텔레비전이 전시된 전자 매장을 둘러 본 뒤 휴게실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 카드 앱으로 제품 사진을 불러낸다.

글로벌 기업들이 워크 스마트에 주목하는 이면에는 인구의 ‘노령화’라는 해묵은 골칫거리가 있다. 인구는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 공백을 매울 수 있는 대안의 하나로 개인의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는 것. 업무 프로세스를 잘게 쪼개 부문별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매장에서 본 다른 명품 브랜드와 가격, 재질 등을 일일이 비교한 그녀는 결제를 마친 뒤 콧노래를 부르며 백화점 문을 나선다. 김씨의 쇼핑 패턴은 온라인 혁명(global grid)이 쇼핑에 몰고 올 변화를 가늠하게 한다. 맥킨지는 ‘글로벌 그리드(global grid)’가 산업 지도를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 이 컨설팅 기업의 분석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10년 전에 비해 온라인 텍스트 읽기(reading)에 30%가량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를 비롯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등장의 여파다. 미국 근로자들의 10% (1500만 명) 정도가 매주 제품 리뷰를 온라인에 올린다.

이들이 올린 리뷰는 소비자들의 상품. 서비스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이러한 메시지가 전통 광고에 비해 두 배 가까운 광고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이 컨설팅 회사의 분석. 아이폰 사용자들도 피처폰 보유자들에 비해 인터넷 서핑 시간이 평균 75% 이상 더 높다.

두 명 중 한 명꼴로 스마트폰으로 비디오를 시청한다는 것이 맥킨지의 분석이다.
중국인들도 이러한 신조류에 합류했다. 지난해 3G 네트워크에 접속한 중국인들이 무려 1억 명. 지난해 글로벌 데이터 사용량이 2.5배가량 급등한 배경이다. 모든 것들이 네트워크를 매개로 연결되면서 비즈니스 지형을 뒤흔드는 신세계가 활짝 열리고 있다는 것이 맥킨지의 분석.

‘글로벌 그리드’ 추세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페이스북이다. 하버드 중퇴생인 마크 주커버그가 창업한 이 기업의 회원 수만 무려 5억여 명(박스 기사 참조). 모든 장비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글로벌 그리드는 소비자 ‘쇼핑 습관’을 바꾸는 촉매다. 글로벌 기업들은 또 이 추세에서 생산성 혁명의 가능성을 읽는다.


Megatrend 3
생산성 향상(productivity imperative) : 똑똑하게 일해야 생존한다


조봉한 하나INS 사장은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마니아다. 출근길 승용차는 그의 ‘모바일 집무실’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회사까지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 그는 언론사별 ‘신문’도 챙겨보고, 하루 일정을 재확인하며,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안부를 묻는다.

‘디지털 마케터(Digital Marketer)’라는 팟 캐스트(Podcast)에서 최신 마케팅 기법들을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봉한 사장은 출근 후 기업용 트위터인 ‘야머(Yammer)’로 직원들이 올린 ‘아이디어’ ‘건의사항’ 등을 확인한다. 임원 회의에 들어간 그는 홍보 담당자에게 보충자료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조 사장은 ‘똑똑하게 일하는(워크 스마트)’ 직장인의 전범(典範)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워크 스마트에 주목하는 이면에는 인구의 ‘노령화’라는 해묵은 골칫거리가 있다. 근로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는 점은 재앙에 가깝다. 이 공백을 매울 수 있는 대안의 하나로 모바일 기술의 세례를 받은 근로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고 있는 것.

스마트폰은 이러한 트렌드에 날개를 달아준 일등공신. 또 다른 생산성 혁명의 수단이 바로 통신과 의료 서비스의 결합. 프랑스의 오렌지(Orange)사는 헬쓰케어 업체와 손을 잡고 심장병과 당뇨병 환자의 건강 상태를 원거리에서 돌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통신업체인 티시스템(T-Systems)도 보험업체인 바머(Barmer)와 공동으로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들이 휴대폰을 활용해 자신의 운동 패턴을 살펴보고, 또 의사나 트레이너의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의료 서비스와 통신의 결합이 양날개이다.


Megatrend 4
마켓 스테이트(Market State) : ‘도시’가 기업 성장의 ‘블루오션’


알제리 수도 알제는 급격한 인구 증가, 가뭄, 비위생적 환경 등 삼중고에 시달리던 도시이다. 물 부족 사태가 늘 골칫거리였다.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담수화 플랜트’는 이 도시 관료들의 고민을 일거에 씻어주었다. 지금은 200만 시민들이 대부분 깨끗한 물을 공급 받고 있다.

도시는 사람들이 섞여드는 용광로다.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신흥시장에서는 매주 50만여 명이 도시로 이주하고 있다는 것이 맥킨지의 분석이다.

메가시티는 빈민촌의 확산, 범죄의 빈발, 교통 체증의 심화를 비롯해 도시 문제를 부르는 온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이들이 비단 신흥시장의 행정가들만은 아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 시는 매년 2만 명씩 늘어나는 인구 탓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 도시는 지난 2006년 혼잡통행료 자동 부과 시스템을 도입했다. 징수원과 교통 차단기가 없는 톨게이트는 차량 번호판을 자동으로 인식해 통행 요금을 부과한다. 스톡홀름 시는 도심 교통량을 무려 22% 줄였다. 이 글로벌 기업은 범죄 없는 도시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치안 유지는 여전히 정부의 주요 역할이지만, 메가시티의 등장은 이러한 방정식도 시대에 따라 변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 글로벌 기업이 거대 도시에 주목한 이면에는 세계 각국에서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들이 있다.

지난 2008년, 전 세계 인구 중 도시 거주자들의 수는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이런 추세는 최근 들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오는 2050년경에는 인류의 70%가 도시에서 살 것이라는 게 IBM의 추산이다. 맥킨지는 정부가 직면한 고충에 눈을 돌리라고 조언한다. 정부가 공공부문의 생산성을 높이도록 돕는 것이 성장의 지름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Megatrend 5
프라이싱 더 플래닛(pricing planet) : 고유가는 대세… 효율 높여야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절반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산유국은 4개 정도. 이란, 이라크, 사우디, 베네수엘라가 그 주인공이다. 문제는 이들 국가들이 모두 정정(政情)이 불안하다는 점. 이란이 이미 핵개발을 둘러싸고 미국과 밀고 당기기가 한창이며, 이라크는 두 차례에 걸쳐 이 세계 최강국과 전쟁을 치르며 유가 인상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여전히 반체제 인사들의 공격 목표가 되고 있는 왕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는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좌파 정부가 집권 중이다. 검은 황금은 역사적으로도 재앙을 부르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국제 원유 가격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출렁거린다.

선물시장도 국제 유가 상승에 기름을 붓는 또 다른 변수다. 가상원유( virtual) 거래량은 원유 실물의 30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구리, 동을 비롯한 주요 광물도 대부분 일부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부담거리.

맥킨지는 ‘글로벌 그리드(global grid)’가 산업 지도를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10년 전에 비해 온라인 텍스트 읽기(reading)에 30%가량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를 비롯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등장의 여파다.


신흥시장의 급성장은 이러한 유가 상승세에 기름을 붓는 요인이기도 하다. 중국의 전기 수요는 매년 15% 이상 급등하고 있다. 맥킨지는 “고유가는 되돌리기 힘든 추세”라고 진단한다.

대처 방안은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오염 물질 배출이 적고 가격도 저렴한 대체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 미국의 특송업체인 UPS는 제품 배달 경로를 재설계해 에너지 비용을 2% 정도 절감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에너지가 더 소요되는 좌회전 경로를 줄인 결과라는 것이 맥킨지의 분석. 미국의 보잉사도 신기종인 ‘드림라이너(Dreamliner)’를 도입하며 연료 효율을 20% 이상 향상시켰다. 고유가의 위기에서 블루오션 개척의 기회를 엿보는 신흥 강자들도 적지 않다. 효율성을 꾀하기보다 블루오션 개척에 나선 대체 에너지 기업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 중에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기업도 적지 않다. ‘풍리부득박야(風理不得薄夜)’. 바람이 좋아서 부득이 멈출 수가 없다는 뜻으로, 중국 삼국시대의 장수 왕준이 남긴 발언이다. 한 번 찾아온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집요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바람이 좋아서 결코 멈출 수 없는 중국 업체들이 바로 바로 풍력, 태양열 등 대체에너지 분야의 강자들이다. 태양광 에너지 업체인 선택 파워(SUNTECH POWER)는 미국 시장을 10% 이상 점유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설비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 트렌드가 섞여들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는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비즈니스 지형을 뒤흔들 태세다. 맥킨지는 기업들이 파괴적인 (disruptive) 변화가 꿈틀거리는 주변부(peripheral)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변방에서 싹트는 작은 변화를 무시하기 쉬운 전통 강자들도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고,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어떤 식으로 바꿔나갈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프리매스

고급품을 뜻하는 프리미엄(premiun)과 대중시장을 겨냥한 중저가 상품·서비스를 뜻하는 매스(mass)의 합성어.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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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식 시장 전망 노하우

“트렌드 교차 지점에 주목하라”

2010년 08월 03일 11시 33분
아프리카는 노키아를 비롯한 유럽 휴대폰 업체들의 안마당이다. 나이지리아에서만 4000만 대가 넘는 휴대폰이 팔려 나갔다.

나이지리아 국민 한 사람당 한 대꼴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아프리카인들에게 휴대폰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창구이자, 금융거래의 장이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 아프리카 휴대폰 시장의 오늘을 근사치라도 예측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아프리카 전체를 통틀어도 수백만 대 정도의 휴대폰이 판매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었다. 나이지리아의 휴대폰 시장 규모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

맥킨지는 아프리카 휴대폰 시장 예측이 어긋난 것은 두 가지 트렌드를 감안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바로 소득 수준의 변화, 저가 단말기의 등장.

이 거대 시장의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변화의 발단이었다. 이들을 타깃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기업들만 이러한 트렌드 변화의 과실을 챙길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 맥킨지는 자동차 업체들이 늘 주요 트렌드에 주목하고, 그 파장을 헤아릴 것을 조언한다.

이 트렌드들이 교차하는 영역에 고속 성장의 열쇠가 있다는 것이 이 전략컨설팅 업체의 분석. 맥킨지는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정교한 시나리오를 구축한 뒤,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성장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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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술·리더십 부문 집중 점검

“경인년 뒤흔들 ‘빅이슈’7 ”

2009년 12월 30일 11시 52분 

불과 일 년전(2008) 풍경이다. 대공황의 공포는 바람처럼 퍼져나갔다. 원·달러 환율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리고 주가는 바닥을 모른 채 고꾸라졌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외환위기 당시를 떠올렸다. 반토막 난 급여에 한숨을 내쉬던 궁색한 시기였다.

발단은 한줌에 불과한 월가의 천재들이었다. 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채권 상품팀은 자신들의 수학 실력을 과신했다. 

수백여종의 모기지 채권을 조합해 만든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가 부도날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갈 확률’에 불과했다. 

적어도 그들의 셈법은 그랬다. 채무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던 사태가 속출했다. 시장이 무너져 내리자 모기지 대출을 받은 미 갑납을녀(甲男乙女)들은 그만 막막해졌다. 

열쇠를 편지함에 두고 야반도주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그리고 그들의 일탈행위는 태평양을 건너 대한민국 한 시중은행의 ‘재무제표’에 융단 폭격을 가하며 스타 경영자의 낙마를 불러왔다. 

미 보험회사 AIG의 노 경영자도 파생상품 투자로 패가망신했다.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고하는 ‘비상벨’이 귀청을 찢었다. 

그로부터 1년 후, 시장은 평온한 모습이다. 작년말 대한민국 금융의 메카 여의도는 밤이면 술에 취해 흔들렸다. 금리인상을 골자로 한 ‘출구전략’ 시기를 둘러싼 논의도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위기의 바이러스를 전 세계로 실어 나르던 투자은행들의 보너스 잔치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상전벽해의 세월이다.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김항주 ‘알파리서치 캐피탈’ 매니저도 “불과 1년 만에 그럴 수 있는 것이냐”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대공황을 방불케 하던 위기는 과연 종언을 고한 것인가.

또 위기 이후 펼쳐질 대한민국의 풍경화는 어떤 모습일까. 단서는 여러갈래다. 경인년은 고래로 한반도에서 병화가 터지는 격변의 시기였다. 

올해는 지방자치선거를 비롯한 주요 정치 일정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정부 여당의 친서민 행보, 그리고 친기업 어젠다는 ‘천변만화’의 만화경이다. 

테크노 풍(風)도 거세다. 아이폰의 공습은 통신은 물론 국내 주요 산업의 지형을 바꿀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 불어올 변화의 바람도 요주의 대상이다. 작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유럽·미국 등 각국 민족주의의 불쏘시개이다. 

<이코노믹리뷰>는 정치, 경제, 사회, 기술, 조직, 리더십, 글로벌 부문의 주요 전문가 7명을 연쇄 인터뷰했다. 

그들을 상대로 2010 경인년을 뒤흔들 주요 이슈들을 집중 점검하며,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인년 풍경화의 퍼즐을 맞춰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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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시니카 시대 ‘부자되는 노하우’…유명 블로그에 투자정보 가득

위안화 예금 붓고, 中 유망기업 찾고

2010년 04월 06일 10시 21분

중국은 ‘욱일승천(旭日昇天)’하는 용의 기세다. 지난해 중국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사들인 해외기업은 500여 개.

올 들어서도 중국 기업들의 ‘인수합병(M&A)’ 행렬은 꼬리를 문다. 중국 저장성에 있는 ‘지리자동차’는 미국의 포드자동차에서 볼보를 사들였다.

미국 경제에 봄기운이 서서히 퍼지고 있는 점도 중국 경제의 호재다. ‘팍스 시니카’ 경제(중국이 주도하는 경제)의 부상은 통화를 비롯한 자산가치의 상승을 수반한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안화를 둘러싼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외환은행이 지난 2008년 4월부터 판매 중인 ‘中위안화 보통예금’은 지난 3월19일 현재 잔액 기준으로 1216만 9886위안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말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상을 예상하고 이 상품에 가입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위안화 예금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위안화 예금에는 따로 금리가 붙지 않는 반면 거래 수수료가 발생한다. 위안화 절상 폭이 금리와 수수료를 상쇄하고도 남아야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예금자들은 은행 창구에서 원화를 위안화로 바꾸어 입금하거나, 출금한 위안화를 원화로 바꾸어 인출할 수 있다는 것이 외환은행 측의 설명이다.

위안화 투자 증가는 자산 포트폴리오 변화를 엿보는 ‘창(窓)’이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 포지션을 줄이고, 위안화 자산 소유를 늘리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금값이 올 상반기 중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포지션 변경에 한몫 했다. 헤지펀드들이 재작년 리먼브러더스발 금융 위기 이후 달러화, 스위스 프랑화를 비롯한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며 리스크를 줄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자 국내 증권사들도 위안화 투자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산은자산운용도 중국 위안화의 절상 가능성에 베팅하는 ‘산은 위안화 오퍼튜니티 채권형’펀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펀드는 대부분의 자산을 ‘AAA’급 국내 우량 채권 등에 투자하고 일부를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의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장외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산은자산운용도 중국 위안화의 절상 가능성에 베팅하는 ‘산은 위안화 오퍼튜니티 채권형’펀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국내 증권사, 위안화 투자 DLS 선보여
삼성증권도 4월 초 위안화 강세에 투자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출시했다. 위안화 투자자의 증가는 중국 경제의 오늘을 상징한다.

중국은 여전히 값싼 공산품이 주력 상품이다. 하지만 싸구려 상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가죽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명품 상품의 생산 지역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중·미 양국의 경제 협력도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중국은 대미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사들이고, 미국은 국채를 발행한 돈으로 자국의 소비를 지탱하며 경제 시스템을 뜯어고친다.

두 나라의 경제가 거대한 ‘밸류 체인(value chain. 가치사슬)’을 형성하는 이른바 ‘퓨전 경제’의 시대로 돌입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양대 초강대국의 ‘오월동주(吳越同舟)’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 정부를 상대로 위안화 절상 압력을 전방위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절상 가능성을 흘리는 중국 관료들의 발언과 현지 언론의 보도도 꼬리를 문다.


미래의 구글, IBM은 중국에서
위안화 절상은 수출 주도의 중국 경제에 단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긴축 기조로 돌아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올 들어 중국 펀드를 중심으로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에 돈을 묻어두라고 조언한다. 올해 국내 운용사들의 중국 펀드 출시가 줄을 잇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펀드평가사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서 중국 펀드가 가장 많이 출시됐으며, 특히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가 주류를 이뤘다.

투자 후보군(pool)은 방대하다. IBM연구소는 10년간 중국 기업 60개 가량이 유명 다국적 기업의 반열에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미래의 구글이나, 빅블루 IBM 혹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에서 등장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중국의 화웨이는 휴대용 무선 공유기 시장에서 한국 제품들을 압도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다. ‘옥석’ 구분이 관건이다.

중국 현지에서 리서치 센터를 운영하는 제임스 트리폰(James M. Trippon)의 블로그(www.chinastockdigestblog.com), 머니앤마켓(Money and Market) 같은 권위 있는 사이트를 자주 방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의 블로그(www.jimrogers.com)에서 투자 동향을 주시해보는 것도 대안이다.

김혜준 대우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중국 증시가 러시아나 다른 해외 이머징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측면이 있어 다시 오를 여지가 남아 있다”며 반등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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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고수들도 얼굴 맞대며 토론…쌤앤파커스·NHN, 한국형 핵카톤 시도 주목

[‘핵카톤’의 비밀]활짝 열어제낀 아날로그 소통 ‘혁신 보물창고’

2011년 03월 29일 13시 00분

지난 3월 첫 째주 토요일 오후, 알록달록한 버스 다섯 대가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미국의 ‘벨 헤이븐(Belle Haven)’에 잇달아 도착했다. 시골 마을에 입장한 버스가 울컥울컥 토해낸 사람들은 복색이 각양각색이었다. 하얀 수염이 멋진 노(老) 건축가도 있었고, ‘차도남’ 스타일의 디자이너들도 눈에 띄었다.

구소련의 붕괴를 예상한 미래학자 피터슈워츠가 가장 유망한 직종으로 꼽은 도시 설계가들도 이들 중에 섞여 있었다. 건축, 디자인, 도시전문가를 비롯한 분야별 전문가 수백여 명이 토요일 휴일을 기꺼이 포기한 채 소도시로 몰려 온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들을 블루칼라들의 거주지역인 미국의 ‘벨 헤이븐’으로 불러들인 주인공은 하버드대학 출신의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였다. 주커버그는 소셜 네트워크 업계의 ‘빌 게이츠’다.

전 세계에서 페이스북의 시민권을 획득한 회원들만 무려 5억여 명. 그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아프리카, 유라시아, 북미 대륙을 단숨에 제패한 현대판 칭기즈칸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제국을 창업한 이 앳된 얼굴의 소셜 네트워크 전문가가 건설, 디자인을 비롯해 이종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한 이면에는 깊은 고민이 있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 글로벌 본사를 ‘팔로 알토’에서 ‘벨 헤이븐’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 작은 마을로 이사를 가려고 하니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임직원들의 편의도 챙겨야 했지만, 히스패닉, 흑인, 아일랜드계가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사회에 녹아 들어가는 것이 고충이었다. 이 회사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캠퍼스는 마치 전쟁터의 ‘벙커(bunker)’를 떠올리게 했다. 가입자들의 소통을 돕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본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꼬리를 문 배경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본사가 새로 옮겨갈 장소는 ‘섬’을 방불케 했다.


페이스북 직원들의 핵카톤 토론과는 반대로, 구글 직원들은 ‘지메일(G-mail) 답글’을 즐긴다.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는 방식이다.페이스북 직원들의 핵카톤 토론과는 반대로, 구글 직원들은 ‘지메일(G-mail) 답글’을 즐긴다.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지역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는 점이 한계였다. 꾸준한 소통을 꾀하기가 간단치 않았던 것. 이뿐만이 아니었다. 직원들을 위해서도 생활편의시설을 구축해야 했다. 국경으로 통하는 도로는 늘 꽉 막혀 있었고, 물건을 살 매장도 부족했다. 자녀들의 교육을 담당할 학교도 신통치 않았다.

임도 보고 뽕도 딸 묘책이 절실했다. 소셜 네트워크 전문가들인 이 회사의 임직원들만으로 풀어낼 수 없는 난제들이 꼬리를 물었다. 주커버그가 주말을 맞아 초청한 전문가들에게 준 과제는 지역사회와의 소통이었다.

페이스북 글로벌 본사 임직원들이 이 블루칼라 지역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 그의 주문이었다. 디자이너, 건축가, 도시계획가 등 미국 각지의 전문가들은 기꺼이 그의 초청에 응하며 주말 휴식을 반납했다. 사람들의 소통을 돕는 것이 주특기인 페이스북도 건물 배치를 바꾸거나, 도로의 용도를 바꿔 지역민들과 교류를 뒷받침할 노하우는 부족했던 것.

전문가들은 4개 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팀별로 동네를 둘러보며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스케치를 하는 등 해결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커버그를 흡족하게 한 톡톡 튀는 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페이스북 본사 바로 옆을 레스토랑, 할인점, 교통 환승 타운이 어우러진 허브(HUB)로 조성하는 방안도 등장했다. 도로를 사이에 끼고 있는 인접 지역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구름다리를 만들자는 안도 나왔다.

운행을 중단한 철도를 다시 이어 직원들의 교통편의를 돕고, 지역사회와 교감의 폭을 넓히자는 방안도 등장했다. 페이스북 캠퍼스로 통하는 문을 대폭 늘리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페이스 북 주변의 늪지에 모듈방식의 창업지원센터(incubating center)를 설립하자는 제안도 관심을 끌었다.

마크 주커버그는 사내 임직원들은 물론, 외부 전문가들이 웃고 떠들며 아이디어를 교환할 멍석을 펼쳐주었다.


페이스북 성공 불러온 소통방식

핵카톤이 이노베이션 방법론이자, 아이디어 수혈의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회원 5억여 명을 확보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페이스북 성공 비결의 하나가 핵카톤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폭넓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

핵카톤은 해커(hacker)에 마라톤(marathon)을 합성한 용어. ‘여러분 우리 핵카톤 합시다’ 페이스북 직원들은 이 말과 더불어 함께 회의실로 모여들어 끝짱 토론을 한다.
시간이나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는 아이디어 회의는 늘 왁자지껄하다.

피자와 콜라, 스낵 등을 자유롭게 먹고 마시며, 계급장도 뗀 채 전개하는 핵카톤 회의는 흔히 아이디어 파티에 비유된다. 피자와 콜라, 스낵 등은 이 회사의 핵카톤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을 정도다. 회의에 따르는 구속이나 속박을 없앤 것이 특징.

제품 개발자들도 프로젝트의 종류와 진행 일정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각자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한 핵카톤 회의는 페이스북 초고속 성장의 지렛대다. 파티를 하며 샴페인을 즐기듯 아이디어 토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이 이 회사 전사적 제안 프로그램의 특징.

핵카톤은 진행 중이다. 페이스북 출범 초기에는 문호가 주로 사내의 임직원들에게 제한돼 있었지만, 최근 아이디어 수혈의 창구가 사외 전문가들로 확대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건축가, 예술가, 디자이너를 비롯한 이종 분야 전문가들이 집중적인 구애의 대상이다.

페이스북 본사를 옮기는 벨 헤이븐 프로젝트가 대표적 실례다. 물론 이러한 크라우드 소싱 전략이 페이스북의 전유물은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중세의 메디치 가문은 음악가, 미술가, 철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르네상스 시대의 도래를 앞당긴 주역이다.

세계적인 마케팅 사관학교 프록터앤갬블의 C&D(Connect & Develop)전략도 또 다른 형태의 핵카톤이다. 자사가 보유한 인재풀에서 벗어나 외부에 연결하고(connect), 이런 식으로 확보한 아이디어를 밑천으로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develop) 이 전략은 이 회사의 라플리 회장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지난 2004년 북미시장을 사로잡은 이 회사의 프링글스가 바로 이러한 전략의 산물이었다. 이 회사는 감자 칩 위에 동물의 문양을 찍는 ‘노하우’를 이탈리아 볼로냐에 있는 한 작은 빵집에서 터득했다. 자사의 연구원들을 동원해 식용 잉크와 분사기를 직접 개발했다면, 시간과 비용을 감안할 때 프링글스의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었다.

페이스북은 이러한 두뇌 아웃소싱 전략에 다시 아날로그적 감성을 더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벗어나, 이종 부문의 전문가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자유롭게 놀고 떠들 수 있는 ‘멍석’을 펼쳐주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시너지이다.

핵카톤이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면에는 ‘시대 변화’가 있다.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컴퓨터, MP3 플레이어 등 전통적인 텃밭에서 벗어나 인접 영역으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핵카톤이 이노베이션 방법론이자, 아이디어 수혈의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회원 5억 명을 확보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페이스북의 성공 비결이 핵카톤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폭넓은 관심을 끌고 있다.




기업 ‘오픈이노베이션’의 화룡점정

삼성전자, LG전자가 애플과 맞붙는 등 전후방이 따로 없는 이종격투기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 글로벌 비즈니스 전장의 현주소다.

제품, 서비스의 라이프사이클도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 테일러 시대의 유물인 ‘식스 시그마’만으로는 서비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결합의 시대를 헤쳐갈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닭 잡는 칼로 소를 잡는 격이다.

식스시그마를 도입한 기업들이 잇달아 사면초가에 처하게 된 이유는 시장 변화와 맞물려 있다. 초시계를 들고 공장 근로자들의 작업 패턴을 분석하던 테일러는 ‘관리와 규율’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근로자들은 감시와 통제의 대상에 불과했다. 테일러리즘의 적자인 도요타 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의 부침(浮沈)은 이러한 변화를 엿보는 창이다. 지난 80~90년대는 식스시그마로 대변되는 품질관리 기법의 전성시대였다.

2차대전 당시 항공모함에 제로 비행기를 가득 싣고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를 맹폭한 일본은 이번에는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뛰어난 제품으로 미국 시장을 뒤흔들었다. 미국 캐터필러(caterpillar) 등 거인들이 일본 기업의 공세에 흔들렸다. ‘욱일승천(旭日昇天)’하는 일본 기업들은 품질관리에 시큰둥하던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본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이 홀대하던 품질관리 전문가 데밍 박사의 제자들이었다. 미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에 혼쭐이 나며 주목한 것이 품질관리 기법이었다. 모토롤라가 식스시그마를 개발했고, 이 품질관리 기법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꽃을 피웠다.

품질관리의 주도권을 다시 미국 기업들이 가져가면서, 미일 양국 기업들의 품질관리 대전에도 불이 붙었다. 제너럴일렉트릭은 식스시그마로 불량률 제로에 도전했다. 식스시그마는 바람처럼 아시아 기업들로 퍼져 나갔다.


인간관계 도외시 식스시그마 퇴장

엄격한 품질관리로 불량품 비중을 줄여 나가듯, 직원들도 정기적으로 평가해 상벌을 명확히 해온 이 글로벌 기업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하며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이 품질관리 기법을 현장에 적용했다.

일부 기업은 사주의 후계자들이 식스시그마를 직접 챙길 정도였다. 하지만 세상을 뒤흔들던 이 품질관리 기법의 위세도 시들고 있다. 식스시그마의 대표주자들이 위기를 겪으며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에디슨이 창업한 초우량 기업의 대명사인 제너럴일렉트릭은 지난 2008년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 위기의 거센 후폭풍을 비껴가지 못했다.

매년 두 자릿수의 놀라운 성장세를 유지하던 이 글로벌 기업은 회사채 등급이 하락하는 등 수모를 면치 못했다. 파이낸스 부문의 금융계열사가 주택담보 대출사업에서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한 여파다.

모토롤라도 삼성전자, LG전자에 시장을 내주며 스타 경영자 에드 잔더가 물러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말한 ‘평평한 세상’의 도래는 식스시그마 시대에 종언을 고한다.

핵카톤은 이러한 시대 변화의 산물이다. 직원들의 자유로운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을 허물고 아이디어를 흐를 수 있도록 하는 집단회의를 뜻하는 이 용어는 시대 변화를 엿보는 창이다.

하버드대학 출신의 마크 주커버그는 핵카톤 시대의 선두주자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핵카톤이 뇌 과학의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력의 원리에서 금의 무게를 잴 수 있는 방법을 포착한 아르키메데스가 이러한 유레카(Eureka)의 순간을 맞은 장소는 목욕탕이었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편안한 장소가 아이디어의 공작소였던 셈이다. 휴식 전도사로 통하는 김정운 명지대 교수는 “정보의 크로스오버(cross-over)가 가능한 편안한 공상과 몽상의 상황을 자주 가질수록 우리는 더욱 창의적이 된다”며 새로운 유형의 회의가 최근 주목받는 배경을 설명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 버그(맨 오른쪽)가 700여명 전 구성원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 제안을 할 수 있는 ‘핵카톤’을 진행하고 있다.(사진=AP연합)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 버그(맨 오른쪽)가 700여명 전 구성원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 제안을 할 수 있는 ‘핵카톤’을 진행하고 있다.(사진=AP연합)



페이스북은 이러한 두뇌 아웃소싱 전략에 다시 아날로그적 감성을 더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벗어나,
이종 부문의 전문가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자유롭게 놀고 떠들 수 있는
‘멍석’을 펼쳐주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시너지를 꾀한 것이다.




‘아이디어 배틀’ 국내 도입도 활발

출판사 쌤앤파커스의 회의실 외벽은 투명유리이다. 회의실 풍경이 한눈에 들여다보인다. 푹신푹신해 보이는 쿠션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이 회의실이 한국식 핵카톤이 진행되는 무대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 출판가의 미다스의 손이다. 삼성 출신의 컨설턴트 전옥표씨의 <이기는 습관>이 이 회사의 작품이다. 요즘 같은 보릿고개에 3000권 정도가 팔려나가면 히트작으로 분류하지만, 이 회사에는 수십만 권 이상 팔려 나간 책들이 수두룩하다.

박시형 대표는 아이디어 파티에 성공의 비결을 돌린다. 이 회사는 매월 두 차례 임직원들이 참가하는 한국형 핵카톤을 연다. 계급장을 모두 뗀 채 펼치는 아이디어 대결의 전면전이다.

매달 중순에 팀장급들이 참가하는 회의를 하고, 월말에는 아예 회사 문을 걸어 잠근 채 임직원들이 설전을 벌인다. 회의실은 마치 수년 전부터 유행한 고급 노래방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다.

다섯 명 이상이 선택한 아이디어가 결선에 올라가는데, 최종 결선을 통과한 아이디어가 콘텐트 상품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수십만 권이 팔려나간 아이돌 그룹 <빅뱅>의 자서전도 그렇게 빛을 보았다.

출간을 앞둔 도서라도 내부 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과감히 출판을 미룬다. 이 회사의 아이디어 토론 방식은 한국식 핵카톤의 가능성을 엿보는 창이다. NHN의 버닝데이(burning day)도 주목받는 한국식 핵카톤 회의다.

LG경제연구원 박은연 전 연구위원은 “누구나 똑똑하고 할 말이 있다는 생각으로 부서 간 장벽을 낮춰,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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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앙 후 日경제 어디로 가나 | 英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분석

“고베 대지진 때 경제복원력 상기하라”

2011년 03월 21일 15시 38분
당시 1년 6개월 만에 98% 회복 전례… 내년 2.5% 경제성장 후한 예측
(사진=연합)(사진=연합)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까, 아니면 거대한 허리케인으로 바뀔까’ 일본 도후쿠(東北) 지방을 강타한 지진은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판도라의 상자다. 줄곧 오르기만 하던 금값이 이번 사태를 전후해 하락한 반면, 미국 재무부 채권의 가격이 상승하는 등 파급 효과는 전방위적이다. 모든 혼란의 중심에는 일본이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일본 경제 전망을 싣는다. 2012년 일본 경제가 2.5%성장할 것이라는 게 이 기관의 분석이다.<편집자 주>

지난 3월 11일, 매뉴얼(manual) 국가 일본은 아비규환에 빠졌다. 시커먼 바닷물이 자동차와 가옥들을 차례로 삼키는 장면은 마치 한 폭의 지옥도를 떠올리게 했다. 일본을 강습한 이번 지진의 피해 규모 추정치는 2000억 달러. 일본 국내 총생산의 4% 수준에 달한다.

도요타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이 지역 생산 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쓰나미에 파괴된 항만이 더 이상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서, 수출입 물동량이 급락했다. 악재는 꼬리를 문다. 일본 은행들의 대출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돈을 빌려간 이 지역 농가와 기업들이 쓰나미의 파고에 휩쓸려 떠내려간 여파다. 자금 회수의 길이 막막해진 은행 경영자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지진 관련 보험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들도 속수무책이다. 이 보험사들을 고객사로 둔 재보험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는 미국의 보험왕국 AIG를 파산 상태로 내몰았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한 50인 결사대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사무라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가 세계 경제에 몰고 온 후폭풍도 거세다. 하루 원유 수요가 430만 배럴에 달하는 국제 원자재시장의 큰손인 일본의 경기가 급랭하면서, 국제 원유 수요 또한 급락하고 있다. 이는 다시 국제 원유 가격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이다.

곳간이 텅빈 일본이 미국채를 비롯한 해외 자산을 처분할수 있다는 관측이 엔화 가치를 밀어 올리는 것도 또 다른 부담거리다. 모든 혼란의 중심에는 일본이 있다. 10년 불황의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일본 경제는 다시 쓰나미에 떠내려갈 것인가.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고베’를 보라고 주문한다.

지난 1995년 1월, 고베시의 도로는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교량은 무너져 내렸다. 지진에 익숙한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일대 사건이었다. 지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일본 국민들의 위기감도 깊어졌다. 고베 대지진이 일본을 강타한 1995년 1월, 일본의 산업 생산은 2.6%급락했다.


쓰나미를 동반한 일본의 이번 지진이 세계 경제에 몰고 온 후폭풍도 거세다. 하루 원유 수요 430만 배럴에 달하는 국제 원자재시장의 큰손인 일본의 경기가 이번 지진의 여파로 급랭하면서, 국제 원유 수요 또한 급락하고 있다. 이는 다시 국제 원유 가격 하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이다.


인프라 재건 정부 지출 선순환

일본의 소매(retail) 판매도 1.4%가 하락했다.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양 날개인 가계와 기업은 죽음의 공포 앞에서 얼어 얼어붙었다. 하지만 일본 경제는 고베 대지진의 후폭풍을 빠른 속도로 추스르며, 불과 1년 6개월 만에 지진 이전 산업 생산 수준의 98%를 회복했다.

일본 경제의 회복세는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니케이225지수(Nikkei225)가 고베 대지진 이후 하락폭의 3분의 2이상을 회복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일주일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 연구기관의 분석이다. 케인즈주의의 개가였다.

일본 경제가 고베 대지진의 피해를 1년여 만에 극복한 것은 일본 정부가 도로나, 항만, 교량을 비롯한 사회 인프라 재건에 막대한 돈을 푼 결과다.

해외에서 운용하는 자산의 일부까지 팔아서 자금을 끌어들인 일본 정부가 투입한 재정 규모는 일본 국내총생산의 0.7%인 3.4조 엔.

정부 지출을 늘려 유효 수요를 창출하는 전형적인 케인즈주의적 처방이 꺼져가는 일본 경제의 불씨를 되살린 셈이다. 지난 1995~1996년 일본 국내총생산 증가분의 3분의 2 정도가 이러한 정부 지출과 소비의 결과였다는 것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이다.

정부 지출은 선순환을 일으키며 민간 투자도 불러 일으켰다. 북일 수교 가능성이 높아질 때마다, 일본 건설업체들이 북한 진출의 단꿈을 꾸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이번 도호쿠 지진이 촉발한 경제 위기에서 여전히 희망을 엿보는 배경이다.


재정적자·原電 후폭풍 최대 변수

“흙먼지를 일으키며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거대한 코끼리 떼의 위용은 대단하다. 먼지와 초원, 굉음으로 눈앞에 있을 때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저만치 사라진 이후에야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경제 위기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영국 <가디언>지 톰 폴라니 기자의 설명이다.

일본 도호쿠 지진은 달리는 코끼리 떼를 방불케 한다. 코끼리의 난폭함, 굉음에 사로잡힌 시장 참가자들은 혼란스럽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예측한 올해 1분기 일본 국내 총생산(GDP) 하락폭은 0.2~0.5%.

쓰나미가 덮친 일본의 3월 산업생산은 5% 정도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조사기관의 분석이다. 일본 경제는 작년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양만 놓고 보면, 2분기 연속 경기가 뒷걸음질 치는 경기 침체(recession)의 재림이다.

하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이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이다. 비극의 온상이자, 휴먼드라마의 무대인 지진은 대부분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면 해피엔딩이다. 미국, 유럽 재건의 기회가 된 2차 세계대전이 그랬다. 일본 경제가 앞으로 3~4분기 동안 평균 0.6~0.8%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 시장조사기관의 관측이다.

이 연구 기관이 제시한 올해 일본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1%. 오는 2012년 성장률은 2.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고베 대지진과, 이번 도호쿠 지역의 지진은 그 파괴력만큼이나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 공포는 일본을 비롯한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이번 지진의 후폭풍을 섣불리 내다보기 어렵게 만드는 변수다.

일본 정부의 지갑이 6년 전에 비해 대폭 얇아진 것도 또 다른 악재다. 돈 쓸 곳은 많은데, 곳간이 텅 비어 있는 형국이다.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일본의 재정 적자는 국내 총생산(GDP)의 20%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본의 재정 적자 규모는 지난 6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국내 총생산의 120% 수준으로 급증했다. 일본 경제가 지난 1990년대 이후 장기 불황에 빠져들면서 세수는 급감한 데 반해, 자금 사용처는 늘고 있는 탓이다.

아동 수당 증대를 약속하면서도 소비세 동결을 약속한 민주당 정부 복지 정책에 뭇매를 가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배경이다.

살림살이가 궁한 일본 민주당 정부가 해외 자산 일부를 매각해 마련한 엔화를 들여와 재건작업에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니케이225지수(Nikkei225)는 지난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한다. 하락폭의 3분의 2 이상을 회복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일주일에 불과했다. 일본 경제가 고베 대지진의 피해를 1년여 만에 극복한 것은 도로나, 항만 등 인프라 재건에 막대한 돈을 푼 결과다.



日 정부 美국채 팔아도 영향 제한적

영국은 컨설팅 부티크들의 천국이다. 해가지지 않는 제국은 유럽의 동향에 늘 민감했다. 나폴레옹을 견제하기 위해 스페인의 반군을 지원하고, 2차대전때 프랑스로 건너가 독일에 대항한 것도 정보의 힘이다. 보다폰을 비롯해 영국의 통신사들은 좁은 자국 영토에서 벗어나 일찌감치 아프리카, 유럽으로 달려갔다.

미지의 땅으로 가는 기업들에게 시장 침투 전략과 현지시장 정보는 생존의 양날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이러한 세계 경영의 도우미이다.

이 시장조사기관은 이번 지진 사태가 단기적으로 일본과 교역국들의 교역 규모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일본 경제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면서 교역 규모 또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 성장에 이번 사태가 미칠 파급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일본 정부가 세계 채권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일본이 경기 부양에 투입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 채권(T-Bond)을 비롯한 해외 채권을 대거 팔 경우 미국채 이자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 일본 지진 사태의 여파로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 자산인 미국 채권 수요가 높아지면서 일본의 채권 매각 물량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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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도요타 원가절감 노하우


2008-11-21  

●“공장 근로자 ‘미소’ 속에 있어”

◇국내기업 근로자들은 부품 조립작업을 힘들어한다는 게 얼굴에서 그대로 읽힙니다. 하지만 도요타 근로자들은 미소를 짓는 여유로움을 잃지 않습니다.

중소기업 경영자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수년 전 아버지가 갑작스레 타계하자 그녀는 플라스틱 사출 부문의 회사를 ‘엉겁결에’ 물려받았다. 치열한 제품 단가 경쟁을 벌이는 이 분야에서 생존하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금융위기는 뼈를 깎는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이혜진 ‘경희(KH)’ 사장은 아찔하던 순간을 떠올린다. LCD 텔레비전을 생산하는 발주처는 최근 외주 물량을 대폭 줄였다. 지난달 2일 오후, 그녀는 원가절감 분야 전문가에 도움을 요청했다.

영화배우 최진실 사망 뉴스가 각 언론의 헤드라인을 우울하게 장식한 날이었다. 요즘 그녀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 이강락 컨설턴트가 부쩍 바빠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원가절감의 전도사인 그는 서울대에서 기계설계학을 전공한 뒤 지난 1992년 능률협회 컨설턴트로 첫발을 내디뎠다. 도요타 연수 프로그램을 수십 차례 이수하며 원가절감의 노하우를 터득한 것이 강점이다.

“원가를 50% 줄일 수 있다고 하면 국내기업 담당자들은 대개 뜨악한 표정을 짓습니다. 노골적인 불쾌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어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식의 비판이 그것입니다. ”

백면서생의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이라고 맞받아치는 담당자들도 적지 않다.

대기업들이 이 정도이니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국제 원부자재 가격이 치솟고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자 비로소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원가절감을 여전히 ‘일회성 캠페인’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고도의 전문 영역으로 보아 지레 겁을 먹는 사례도 있다.

그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사례를 제시했다. 액센트와 아반떼, 그리고 그랜저를 각각 생산하는 1·2·3공장에 비해 승합차인 그레이스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4공장은 생산성이 항상 ‘꼴지’였다. 생산 물량이 다른 공장에 비해 적다 보니 부품 매입 단가도 상대적으로 높아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품업체들도 공급물량이 적다 보니 덜 관심을 기울였다. 부품이 적기에 공급되지 않으면 생산라인에서 손을 놓고 있는 근로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제품 조립이 늦어지고, ‘수율’도 떨어지기 십상이다. 당시 그가 4공장 담당자에게 제시한 처방전은 바로 ‘팩스’였다.

매일 오후 퇴근 직전 부품업체들에 팩스를 보내 다음날 생산 일정과 부품 수요를 알리도록 했다.

생산물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된 부품업체들은 부품을 적기 공급했다. “4공장은 서자에 불과하다”며 하소연을 하던 공장 담당자가 희색이 만면해진 것은 인지상정.

정보를 공유하는 이 간단한 조치만으로 4공장은 다른 공장들을 누르고 평가수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정보 공유는 적기 생산 시스템(JIT)의 기본 요건이다.

물론 원가를 50% 이상 절감하는 데는 생산의 전 영역을 관장하는 과학적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과학적 관리기법의 아버지로 통하는 프레데릭 테일러는 ‘초시계’를 들고 근로자들의 업무 형태를 정밀히 측정하고 하나하나 유형화했다. 도요타자동차가 자랑하는 적기생산 시스템은 테일러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현장에 적용한 또 다른 생산혁명이었다. 테일러 컨베이어 시스템의 창조적 계승이다.

그는 “원가절감은 종합예술”이라고 강조한다. 원부자재를 가장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는 구매 역량, 생산 공정을 손금 보듯 파악하는 현장 근로자들, 그리고 경영진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원가를 50% 이상 줄여 진검승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기업, 원가절감의 고수들

“현대자동차와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방문하면 근로자들 표정부터 확연히 달라요. 현대차 근로자들은 힘든 기색을 얼굴에 가득 띠고 있어요. 부품 조립작업이 고되다는 점을 이심전심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요타 근로자들은 항상 미소를 짓는 여유로움을 잃지 않거든요.”

양사 근로자의 표정이 다른 배경은 무엇일까. 도요타는 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을 근로자들이 가장 편한 자세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마치 그네를 타듯이 도르레가 달려있는 의자에 걸터앉아 조립을 할 수 있으며, 근로자들의 동선도 최대한 줄인 것이 특징이다. 부품이 수북이 쌓여 있거나, 제때 오지 않는 일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대시보드를 차체 안에 집어넣기 위해 근로자 두 명이 달라붙는 현대차와 달리, 도요타는 공작 로봇이 이 부품을 차체에 배치한다. 그리고 근로자 한 명이 볼트작업을 담당할 뿐이다. 도요타의 생산성이 현저히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가이젠(改善)’은 도요타의 전매특허이다.

도요타 자동차를 비롯한 글로벌기업들은 원가절감의 리더이다. 휴대폰 분야 부동의 세계 1위인 노키아도 흔히 원가절감의 달인에 비유된다.

아프리카·유럽의 중저가 휴대폰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 회사의 이윤율이 경쟁사에 비해 높은 것도 이런 노하우의 산물이다. 경쟁우위의 ‘작동방식’은 명확하다.

글로벌기업들은 세계 각국에 구매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해 원부자재를 싸게 사들인다. 그리고 이 원부자재를 공장에 투입해 근로자들의 부가가치를 더해 제품을 출시하게 되는데, 이 일련의 과정이 제품의 질과 가격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

‘가이젠’으로 유명한 일본기업들은 최근 또 한번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도요타 협력사인 닛폰 텐쇼를 실례로 든다.

이 회사 공장에서는 숙련 근로자가 갓 입사한 신입을 옆에 두고 큰 소리로 업무를 지시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지식을 통조림처럼 표준화시켜 신참 근로자들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입 근로자 교육에 드는 교육비를 줄이고, 적응 기간도 단축하는 양수겸장(兩手兼掌)의 포석이다.

근로자들의 암묵지가 중시돼 온 일본기업들이 미국식 시스템을 접목하면서 양자간의 시너지 효과를 꾀하고 있는 것. 협력 업체들과의 동등한 파트너십은 도요타 성장의 자양분이다. 일본 도요타 경쟁력의 주춧돌은 바로 촘촘한 구매 네트워크, 협력 업체와의 화학적 결합을 유도하는 끈끈한 기업 문화이다.

“한국기업들이 지금까지 원가절감에 소홀하고도 정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상황이 어렵지만 여전히 한국기업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가 우리나라 기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 제조업의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제조 원가가 급등하고 있다. 실물 부문으로 전이되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는 원가절감에 심드렁하던 국내 경영자들을 바꾸어놓고 있다. 원가절감은 국내기업 재도약의 강력한 주춧돌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원가절감에서 경쟁 우위를 찾고자 하는 경영자의 확고한 의지이다. 그는 현장감독자의 강력한 독려로 작업 현장에서의 작은 사고, 이른바 ‘아차사고’를 큰 폭으로 줄인 현대중공업의 실례를 들기도 했다. 도요타 방식이 국내에서 잘 정착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두 나라의 국민성이나 문화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국민성이 서로 차이가 나니 도요타의 강점을 이식할 수 없다는 식의 진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국내 기업들의 창조적 접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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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 후 닥칠 기회와 위험, 두뇌로 예측

구글은 왜 뇌과학을 연구할까

2009년 10월 20일

“‘기표’와 ‘기의’는 서로 만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미끄러진다.” 프랑스의 언어학자인 ‘페르디낭드 소쉬르’가 남긴 이 유명한 ‘금언’이 조만간 인터넷 기업 직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때가 오지 않을까.

구글(Google),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인터넷 기업들의 뇌과학 연구가 점입가경이다.

이들 기업들은 하버드나 MIT 출신의 유명 뇌과학(Brain Science) 전문가를 고용해 인터넷의 미래를 탐색하고 있다.

로켓 과학자들을 앞세워 첨단 금융상품을 개발하던 월스트리트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뇌과학은 이들 기업이 당면할 위기(Threat)와 기회(Opportunity)를 밝히는 ‘등불’이 되고 있다. 그리고 ‘언어학’은 인간 두뇌의 특성을 가늠케 하는 풍향계이다. <편집자 주>



구글이 검색 분야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창업자들의 남다른 학문 배경에 주목한다.

구글의 창업주인 ‘래리 페이지’는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이수했다. 인공 지능을 전공한 그의 지도 교수는 ‘테리 위그노어드(Terry Winograd)’ 박사.

인 지과학(Cognitive science) 부문의 세계적 전문가이다. 래리 페이지가 일찌감치 검색시장을 뒤흔들며 시장의 절대강자로 부상한 이면에는 인지과학에 대한 ‘통찰력’이 있다. 인지과학은 말 그대로 인간의 두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학문.

“최적의 뇌신경(Neuron)은 자신을 둘러싼 다른 신경세포와 가장 많은 ‘링크’를 유지한 세포이다.” 진화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통찰은 인터넷 진화의 자양분이다. 구글 전성시대를 불러온 검색기능인 ‘페이지 링크’는 이러한 통찰의 산물이다.

구글은 이러한 통찰력으로 검색시장 제패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한사람의 두뇌에 1000억개나 있는 뉴런은 인터넷의 여러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비유할 수 있다.

이들 뉴런은 방사형으로 연결돼 있는데, 구글이 도입한 ‘페이지 링크 시스템’은 바로 이 방사형 시스템의 판박이다.

뉴 런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검색 엔진은 가장 많은 링크를 보유한 ‘페이지’를 추려내고, 이러한 연결의 ‘적절성(Relavanc)’ 또한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이러한 방식이 먹히는 것은 바로 두뇌의 작동방식과 비슷하기 때문.

“인터넷 기업들 중 뇌의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바로 구글이며, 인터넷의 미래상을 알고 싶으면 이 회사의 변화를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지 과학자인 ‘제프리 스티벨’ 웹닷컴 최고경영자의 조언이다.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사업에 뛰어들 당시 이미 뇌과학의 고수였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미국의 DVD업체인 ‘넷플릭스(Netflix)’도 뇌과학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이다. 이 온라인업체는 100만달러의 거액을 내걸고 더 정교한 ‘알고리즘(Algorithm)’을 수소문했다.

이 사이트에서 DVD를 빌린 고객들을 상대로 다른 영화를 추천하는 프로그램인 ‘시네매치’의 정확도를 10% 이상 높이는 팀이 수상 대상이다.

소비자들의 기호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문제는 DVD 대여기록으로 ‘취향’을 가늠하는 작업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알고리즘의 정확성을 8% 정도 높인 팀은 간혹 등장했지만, 마의 10%벽을 돌파한 이들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참가자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대부분 해당 분야의 고수들이었다. 유명 통신사 연구원이나, 프리랜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이 주종을 이뤘다.

전문가들이 팀을 구성해 합류하기도 했다. 거액의 상금은 결국 막판에 자신들의 알고리즘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예측의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연합팀에 돌아갔다.

하지만 수상자들 외에도 높은 관심을 불러 모은 이는 뇌과학자인 ‘개빈 포터(Gavin Potter)’였다.

그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경쟁의 우위는 바로 ‘뇌’ 이론이었다. 참가팀 대부분이 DVD 고객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알고리즘에 더 많은 관련 정보를 입력한 반면, 개빈 포터는 거꾸로 갔다.

알고리즘의 추천 정보를 대폭 줄여 거꾸로 검색의 정확성을 높였다. 역발상이었다.
“두뇌가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더 정교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제한된 정보로 특정 패턴을 빨리 파악해 ‘유추’를 하는 게 인간의 두뇌입니다.” 인터넷은 인간의 두뇌에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들가들의 진단이다.

개빈 포터는 우승은 놓쳤다. 넷플릭스가 내건 우승 상금은 각자 개발한 알고리즘의 장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프로그램’을 막판에 선보인 연합팀에 돌아갔다.

하지만 개빈 포터는 ‘시네매치’의 정확성을 8.79%까지 끌어올려 막판까지 참가팀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래리 페이지나 개빈 포터가 선전한 이면에는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이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은 거대한 정보 저장창고를 가진 두뇌와 비슷한 모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리고 이러한 통찰력을 인터넷 검색사업에 가장 먼저 반영하고, 꾸준히 뇌과학의 성과를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해 온 것이 바로 검색 기업의 절대 강자인 ‘구글’이라는 것.


아마존·페이스북도 전략의 핵심은 ‘뇌’
뇌 과학에 정통한 인터넷 기업은 비단 구글뿐만은 아니다. 온라인서점인 아마존, 페이스북, 야후,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자랑하는 인터넷 기업 전략의 핵심에는 바로 이러한 ‘뇌과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들 인터넷 기업들은 대부분 스탠퍼드, 하버드, MIT 출신의 두뇌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 인터넷 강자들이 뇌과학에 공을 들이는 이면에는, 5~10년 후 인터넷에 불어닥칠 환경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기회’와 ‘위협’ 요소를 미리 내다볼 수 있어야 비즈니스 모델도 담금질할 수 있다. 뇌과학의 성과들은 인터넷의 미래를 가늠하는 풍향계이다.

일부 기업들이 인간의 ‘두뇌’에 칩을 심어 컴퓨터와 소통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도 이러한 통찰력의 산물이다.

“이 기업들은 인터넷이 가파른 속도로 두뇌를 닮아 나갈 것이라는 암묵적인 신념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뇌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예측’ 능력에 있다는 것이 뇌과학자 제프리 스티벨의 분석이다.

뇌과학을 적용할 수 있는 부문이, 비단 인터넷 기업뿐만이 아니라는 점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정교한 예측시스템은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 행태에서 동일한 ‘패턴’을 읽어내 교차 상품을 권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

특정 소비계층을 겨냥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주춧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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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카드사 ‘스마트 앱’ 대전


“우리는 지금 모바일로 간다”

2010년 07월 13일 11시 30분
스타벅스·구글, 페이스북 ‘강력한 경쟁자 부상’…현대카드·롯데카드 부심 중


2011년 3월,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 버스 정류장. 증권사 애널리스트인 송명훈(34)씨는 기업체 IR 담당자들과 저녁약속을 떠올린다. 송씨는 최근 한 카드사가 배포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검색창에 이날 저녁 약속시간, 참석인원, 장소, 좋아하는 음식 등을 입력한 뒤 전송 버튼을 클릭한다.

잠시 후, 중국집, 레스토랑을 비롯한 충무로에 있는 식당 5곳의 명단이 스마트폰의 넓은 화면 위에 순식간에 펼쳐진다. 이 앱을 개발한 카드사의 가맹점들이다. 애플리케이션에는 이들 식당의 저녁 식단, 가격대, 좌석 위치, 특별메뉴, 서비스 품목 등이 일목요연하게 실려 있다. 카드사 서버 컴퓨터를 거쳐 가맹점에 자동으로 전송된 그의 주문을 확인한 가맹점주들이 컴퓨터로 바로 메뉴, 가격대, 서비스 품목 등을 보낸 것.

송씨는 이중에 맥주 무한 리필을 약속한 중국집을 선택했다. 이 중국집의 전가복, 짬뽕 국물은 한눈에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이 메뉴들 바로 아래에 고객들이 남겨놓은 댓글들이 눈길을 끈다. 국물류를 선호하는 송씨는 삼선짬봉 국물 맛이 진국이라는 내용에 군침이 절로 고인다.

이날 오후 5시, 기업체 IR 담당자들과 약속장소에서 만난 송씨는 세상이 달라졌음을 절감한다. 상전벽해다. 불과 한 해 전만 해도 이동 중에 메뉴를 시시콜콜 따지고 가격 흥정까지 해가면서 식당을 예약하기는 힘들었다. 대부분 친구들의 추천을 받거나, 네이버 검색엔진에서 식단 등을 대조한 뒤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가맹점주들도 카드사가 손님까지 몰아다 준다며 싱글벙글이다. 말 그대로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카드사들이 별로 해주는 것도 없이 수수료만 자꾸 올려 받는다며 ‘애물단지’취급을 하던 점주들도 새로운 카드 서비스가 ‘신통방통’하기만 하다. 집에 돌아온 그의 인터넷 블로그에는 지난 1년간 송씨가 딸아이를 위해 구입한 물건의 목록들이 빼곡히 올라와 있다.

딸아이가 태어난 뒤 구입한 젖병, 분유, 신발 등이 애틋하기만 한 그는 지인들의 댓글을 하나씩 읽으며 감회에 사로잡힌다. 이 에피소드는 국내 주요 카드사가 최근 추진 중인 ‘스마트폰 앱 서비스’ 시나리오를 가상의 인물을 통해 재구성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빅뱅 시대를 맞은 국내 카드사들은 최근 컨설턴트들을 초빙해 밸류 체인(value chain. 가치사슬) 진단을 받고, 비즈니스 모델 재평가에 나서는 등 변화의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잇달아 ‘삼고초려’에 나서고 있는 이면에는 뿌리 깊은 위기감이 있다. 수년 전부터 불어 닥친 모바일 빅뱅의 후폭풍이 그 발단이다. 카드 산업이 통신, 검색, 커피 체인을 비롯한 글로벌 강자들의 이종 격투기 무대로 변모하자, 비즈니스 모델을 쇄신하지 않고서는 자칫하다 공멸의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증폭한 결과다.

이성욱(40) 딜로이트 컨설팅 이사는 “스마트폰발 후폭풍은 국내 대형 카드사들이 오랫동안 공들여 구축한 ‘브랜드’ ‘네트워크’ ‘가맹점’을 비롯한 3대 유무형의 자산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카드 브랜드 ‘더 이상 통하지 않아’
김영민(가명·43)씨는 현대카드의 ‘블랙카드’를 애용한다. 엄격한 심사를 거친 소수 회원에게만 발급되는 이 프리미엄 카드는 그의 사회적 성공을 보증하는 ‘공인 인증서’다.

최 근 유명 흑인 가수 ‘어셔’를 초청해 다시 한 번 동종업계의 부러움을 산 이 회사의 ‘슈퍼 콘서트’는 회원들의 결속을 다지는 현대판 ‘회맹’이었다. 솜씨좋은 장인이 공들여 ‘무두질’을 한 가죽 지갑에서 빼들어 카운터에 내미는 이 ‘카드’는 자동차 업계의 BMW나 벤츠격이다.

이 회사가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스포츠와 예능 분야의 ‘슈퍼 스타’들을 잇달아 초청하는 이면에는 정태영 사장의 ‘전략적 고뇌’가 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 강조했듯이, ‘코모더티(commodity. 상품화)’는 동시대 경영자들의 골칫거리다. 경쟁사들이 매일 쏟아내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대동소이하다. ‘브랜드’는 이런 위기를 정면 돌파할 강자의 무기다.

소비자들은 BMW에서 벤처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젊은 부자들을 떠올린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노(老) 부자들의 ‘애마’다. 시장의 강자들의 포지셔닝 전략의 과실이다. 작년 말 국내에서도 불기 시작한 ‘스마트폰’ 바람은 이러한 구도를 뒤흔든 변화의 신호탄이다.

무형의 자산(브랜드)을 단숨에 무너뜨릴 뇌관이다. 각사의 카드들이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스마트폰 속으로 속속 들어가면서, 카드사들의 브랜드 파워가 사실상 무의미해진 것. 가맹점별로 가장 할인 폭이 큰 카드를 추천하는 ‘앱’도 이러한 기류에 한몫을 하고 있다. 주요 카드사들의 압도적인 가맹점 인프라도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모바일 빅뱅의 흐름을 등에 업고 카드사들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들 중에는 하워드 슐츠가 창업한 스타벅스도 있다. 글로벌 커피 회사가 카드사들과 경쟁하는 세상이다.


美 스타벅스, ‘카드사 경쟁 상대로 등장’
미 국의 스타벅스 매장을 찾는 고객 일부는 커피를 주문한 뒤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스마트폰으로 내려 받은 선불권 애플리케이션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바리스타는 매장 단말기에 가격을 찍은 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새겨진 바코드를 스캐너로 읽는다.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

삼성카드는 모바일 빅뱅이 몰고 올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이다. 주요 카드사 중에서 유일하게 전략팀이 직접 비즈니스 모델 변화, 밸류체인 리노베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인 최도석 부회장은 하반기 통신사 등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
삼성카드는 모바일 빅뱅이 몰고 올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이다. 주요 카드사 중에서 유일하게 전략팀이 직접 비즈니스 모델 변화, 밸류체인 리노베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인 최도석 부회장은 하반기 통신사 등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스타벅스가 고객들의 ‘선불권’ 사용을 독려하는 이면에는 카드사 수수료를 절감하려는 셈법이 있다. 카드사와 가맹점들의 수수료 분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스타벅스가 매장 방문객들을 상대로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해 선불권 사용을 유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자적인 결제 수단,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산물이기도 하다. 카드사의 경쟁상대는 비단 스타벅스뿐만은 아니다. ‘KT’ ‘SK텔레콤’ ‘버라이존(verizon)’을 비롯한 거대 통신사들도 잠재적인 경쟁상대다.

국내외의 주요 통신사들은 ‘모바일 지급 결제시장’을 파고들 강력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소액 결제를 주로 하는 고객층이 경합 대상이다. 모바일 지급 결제시장은 결제 방식도 간단하다.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신용 구매한 뒤 물건 값은 통신요금에 합산해 지불하면 오케이.

통신요금에 합산되는 모바일 지급 결제액 상한선은 10만 원. 모바일 결제시장을 키우기에는 아직은 턱없이 작은 규모다. 하지만 결제 상한선이 상향 조정될 경우 통신사들이 카드사들의 관련 시장을 상당부분 잠식해 들어갈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국내 최대의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신한카드의 이재우 사장은 우대 가맹점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신한카드 타운앱’을 선보였다.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국내 최대의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신한카드의 이재우 사장은 우대 가맹점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신한카드 타운앱’을 선보였다.
비교우위는 명확하다. 카드사들의 개별 서비스에 비해 모바일 결제 지출 내역을 일목요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카드는 대개 4~5개를 보유하고 있어도, 통신은 한 개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결제시장은 아프리카를 비롯한 신흥시장 공략의 무기이기도 하다. 유선 인프라가 제대로 깔리지 않은 아프리카는 ‘엘도라도’이다.

통신사들이 모바일 결제시장에만 관심을 두라는 법도 없다. 세계 최대 통신사인 일본의 ‘NTT도코모’는 카드사를 직접 설립해 이 분야 터줏대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밖에 선불권, 상품권 통합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모카페이(Mocapay)’, 은행에서 현금을 충전해 모바일로 결제하는 ‘페이스캐쉬(FaceCash)’ 등도 이 분야의 강력한 경쟁자들이다.

구글이나 페이스 북도 카드시장의 강자들을 위협할 태세다. 최근 아이폰에서 구동되는 ‘모바일지불시스템(Transaction)’ 특허를 출원한 애플, 대체지불수단 개발의 고삐를 죄고 있는 페이스북도 잠재적인 경쟁 상대들이다.


국내 카드사 CEO, 비즈니스 모델 ‘다 바꿔’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롯데그룹은 금융분야에 요즘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은 그룹의 이러한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로, 증강 현실 기능이 있는 앱을 출시하는 등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빅뱅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이다.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롯데그룹은 금융분야에 요즘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은 그룹의 이러한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로, 증강 현실 기능이 있는 앱을 출시하는 등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빅뱅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이다.
국내 카드업계의 위기감은 매우 높다. 모바일 빅뱅의 후폭풍은 국내 카드 산업을 뒤흔들 태세다. 브랜드, 가맹점, 네트워크를 비롯한 유무형의 자산들이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처한 국내 카드업계는 증강 현실 앱을 잇달아 선보이는 등 스마트폰으로 ‘활동무대’를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앳 카드’를 비롯한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인 삼성카드는 카드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전략팀 주도로 ‘모바일 빅뱅’에 대응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출신의 최도석 부회장이 모바일 빅뱅이 몰고 올 업계의 변화를 카드 산업의 관점이 아닌, 좀 더 폭넓은 시야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한다.

최 부회장은 “스마트폰이 확산되는 등 모바일 융합과 관련된 시장의 여건이 성숙해져 감에 따라 대형 통신사와의 적극적인 업무 제휴를 통해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롯 데그룹 경영관리실 출신인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도 이러한 변화에 비교적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백화점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활발하게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금융시장 공략의 첨병이다. 박 사장은 증강 현실 기능이 있는 ‘스마트 롯데 앱’을 선보였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현대카드 포인트를 사용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현대카드 M 포인트 몰’을 선보였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도 우대 가맹점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신한카드 타운맵’을 선보였다. 장형덕 비씨카드 사장도 ‘증강 현실 앱’을 출시하며 이 대열에 합류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현대카드는 국내에서 브랜드 파워가 가장 강력한 카드사다. 미국의 유명 가수인 어셔나 비욘세를 초청해 카드 고객들에게 선을 보인 슈퍼 콘서트는 강력한 브랜딩 전략의 백미이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빅뱅이 브랜드라는 무형의 자산을 무너뜨릴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현대카드는 카드 포인트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앱을 선보였다.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현대카드는 국내에서 브랜드 파워가 가장 강력한 카드사다. 미국의 유명 가수인 어셔나 비욘세를 초청해 카드 고객들에게 선을 보인 슈퍼 콘서트는 강력한 브랜딩 전략의 백미이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빅뱅이 브랜드라는 무형의 자산을 무너뜨릴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현대카드는 카드 포인트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앱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카드사들이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고 꼬집는다. 경쟁 카드사부터 커피점, 통신회사까지 카드 산업 안팎의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두루 살피며,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성의 변화를 꾀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담금질하는 카드 회사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국내 카드사들이 출시한 앱도 인터넷에서 처리하던 업무들을 스마트폰으로 단순히 옮겨놓은 정도라는 분석이다. 카드사들의 밸류체인을 고객의 물건·서비스 선택은 물론, 가맹점의 마케팅을 돕는 수준으로 확대해야 모바일 빅뱅시대에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컨설팅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프로세스를 스마트폰의 특정 앱에서 모두 구현할 수 있어야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카드사들은 우리 생활 어떻게 바꿀까
2011 년 7월5일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30대 주부 유현영씨는 고등학교 단짝과 모처럼 쇼핑에 나섰다. 루이 뷔통 가방을 눈여겨보던 유씨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는다. 전자 매장으로 발길을 돌린 두 사람은 가격대가 대폭 하락한 3D 텔레비전에 눈길을 주다가 다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한다.

두 사람이 매장을 돌며 촬영한 제품 사진만 20여 장. 백화점 문화센터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남편 얘기부터 자녀들까지, 한참 수다를 떨다가 애플리케이션인 ‘이머니 베스킷(emoney basket)’을 불러낸다.

이 앱에 저장된 사진 속 제품들의 가격, 재질, 할인율 등을 꼼꼼히 대조하던 유씨는 명품 가방을 클릭 한 번으로 주문한다. ‘이머니 베스킷’은 한 카드사가 만든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남 편과 자식들을 앞세우는 주부들의 시각으로 분석한 꼼꼼한 상품평은 물론 3D사진 자료, 가상현실 프로그램 등이 강점이다. 고객의 상품. 서비스 선택을 돕는 도우미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이머니 베스킷이다. 이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상품은 할인율도 경쟁 카드에 비해 더 높아 인기다.


이 애플리케이션의 기본 결제수단은 이 카드사의 여성 전용 카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매장에 진열된 상품들을 주시하며 1층 로비로 향하는 그녀의 스마트폰에서는 3D 텔레비전 할인 쿠폰 도착을 알리는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이 가상 시나리오 또한 국내 카드사들이 추진 중인 카드 서비스의 한 장면이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시일 안에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주부들의 일상이 될지 모를 이 시나리오에 카드사 생존의 열쇠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성욱 딜로이트 컨설팅 이사는 “카드사는 모바일을 통한 실시간 마케팅에 필요한 핵심정보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며 “이 핵심 비교우위를 자산으로 삼아 비즈니스 모델을 꾸준히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접 분야로 활동 무대를 확대하더라도 고객 정보가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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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는 아이디어가 기업 운명을 바꾼다




| 의사결정 |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속도를 중시하는 경영자다. 최근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장하성 교수초청으로 고려대 경영대학의 초빙교수로 나서기로 해 화제를 모은 그의 의사결정 방식의 특징은 빠르다는 점이다. 지난 1980년대 중반 경쟁사인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로 이동할 때조차도 그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오너가 제왕적 권위를 행사하는 국내 기업 풍토를 감안해 볼 때 VCR 판매 부진으로 선대 회장의 눈 밖에 난 그가 이직을 결심한 것은 합리적이었다. 속전속결형인 그는 이처럼 속도 경영의 신봉자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얘기는 적어도 윤 부회장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반 면 필립스 본사에서 근무하던 그를 다시 불러들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전형적인 사색형 경영자다. 그는 현안을 오랫동안 세밀하게 분석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앤디 그로브 전 인텔 회장의 고언은 이 회장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넓게 보지만 개별 사안에 대해서도 정통한 배경이다.

“보고서가 길어지면 허점을 짚어내 불호령을 내리곤 했다”는 삼성 계열사 전직 임원의 회고는 이 회장의 치밀한 성격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 회장의 가장 큰 강점은 직관(直觀)의 힘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1980년대 반도체 산업 진출은 주변의 숱한 ‘합리적인’ 반대를 뚫고 이뤄낸 성과였다.

속 전속결과 장고, 이성과 직관…. 지난해 잇단 악재에도 세계 무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삼성그룹과 삼성전자를 이끄는 두 사람의 의사 결정 스타일은 이처럼 여러 면에서 다르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두 경영자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를 꼭 하나만 꼽는다면 과연 무엇이 있을까?

말콤 글래드웰, 직관의 가치 환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올해 1월호에서 흥미로운 기획칼럼을 선보였다. 의사 결정과 직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내용이었다. 시사주간지 <타임>도 미국에 불고 있는 명상 열풍 등 관련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내세웠다. 아직까지 명쾌히 규명된 바 없는 정신 현상인‘직관’은 올 들어 부쩍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 출신인 말콤 글래드웰은 이러한 연구에 불을 지핀 주역이다. 그는 불과 수 초 사이에 이뤄지는 순간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바둑으로 치면 ‘장고’가 항상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점을 여러 사례를 들어 규명했다.

이들이 의사 결정에서 차지하는 직관의 가치에 주목하는 배경은, 기업 경영 환경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술 발전·트렌드 전환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과거에 비해 대처시간은 줄어든 반면, 잘못된 의사 결정의 대가는 어느 때보다 혹독해 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스티브 케이스 전 아메리칸 온라인(AOL) 회장이 대표적 사례. 그는 한때 미 재계의 영웅 대접을 받았으나, 지금은 세계 인수합병 역사상 최악의 실수를 저지른 인물이라는 악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놀라운 통찰력을 발휘하며 꾸준히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경영자들과, 직관에 기댄 그들의 의사 결정 방식이 화려한 조명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유대계로 알려진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주목받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사실, 그가 우리 돈으로 한 잔에 4000원에 가까운 커피 상품을 앞세워 미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한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천년의 커피 역사를 뒤집은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도 발상의 전환을 불러온 주역이다.

대학 시절 선불교에 심취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특히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과학적 여론 조사 기법인 설문 조사조차 선호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나면, 그들의 기호는 이미 바뀌어 있을 거라는 게 그의 주장.

이 밖에 로버트 루츠 크라이슬러 전 회장도 재임 중 대당 6000만원짜리 ‘머슬카’의 생산 설비에 무려 1000억원에 가까운 설비 투자 결정을 내려 회사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들 경영자의 놀라운 통찰력이 직관에 대한 재평가를 불러온 셈이다.

물 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직관과 이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관을 중시하는 경영자들도 양질의 정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경영자가 지닌 본질적인 한계를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예컨대, 협상 상대방에 대한 강한 편견이나, 정신적 상처 등이 올바른 판단에 장애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자의 직관은 독선으로 흐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 엔터테인먼트 제국 디즈니의 전제 군주로 불리던 마이클 아이즈너 전 회장이 대표적 사례. 그는 캘리포니아 지역 공무원연금인 ‘캘퍼스(Calpers)’를 비롯한 주주 퇴진 운동에 시달리다 물러났는 데, 사업 파트너인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을 비롯해 다른 누구의 의견도 수용하지 않아 끊임없이 알력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견해는 이처럼 엇갈리고 있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미 신비한 정신 현상을 체험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명상 붐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타임>은 지난 2003년 현재, 명상을 하는 미국인들이 지난 10년 사이 두 배 가량 증가했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 검색기업이자 지식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구글이 직원들을 상대로 명상 교실을 운용하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밖에 도이치은행, 휴즈 항공 등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상 수업을 제공하고 나서는 등 명상의 가치에 눈을 뜨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의력은 물론 통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명상 인구 증가에 한몫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창의력 Q&A

“전문가와 교류하며 교양의 폭 꾸준히 넓혀야”

미국의 심리학자 ‘케이스 소여’는 세계적인 창의력 전문가다. 워싱턴 대학에 근무하고 있으며, 이 분야의 세계적 명저로 통하는 《창의력 제대로 알기》의 저자인 그가, 시사 주간지 <타임>과 가진 인터뷰 내용의 일부를 발췌해 실었다.

♣ 창의력을 둘러싼 편견을 꼽는다면.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마치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창의적인 사고를 할 때 이용하는 뇌의 영역도 평소와 다르지 않다. 예컨대, 교통체증을 우회하는 방법을 고민할 때와 같다는 얘기다.

♣ 아이디어가 유독 잘 떠오르는 장소가 있는데.

목욕탕이나 침대·버스가 대표적인 장소다. 골머리를 앓던 문제가 한순간 해결됐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문제 해결에 골몰할 때와 휴식을 취할 때 사용하는 뇌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뇌의 영역의 해결 능력에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들 장소에서 우연히 접한 정보가 잊고 있던 문제의 해결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 보통 사람들이 창의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창의력을 둘러싼 오해들이 적지 않다. 우선, 창의력은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결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정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매개로 형성된다는 얘기다. 다른 분야에 근무하는 사람들과의 브레인스토밍을 떠올려 보라. 서로가 지닌 지식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질적 변화를 거치는 것을 알 수 있다.

♣ 여러 분야를 공부해야 창의적일 수 있다는 말인가.

우선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라. 누구도 모든 분야에서 창의적일 수는 없다. 우선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음악을 예로 들어보자. 가능한 모든 것을 배워라. 여러 개의 뮤직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도 권할만 하다. 예기치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 창의적인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찰스 다윈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정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디어가 훗날 진화론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나쁜 아이디어조차 정교한 이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창의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을 소개해 달라.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열심히 일하고 자주 휴식도 취하라. 무엇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해야 한다. 창의력은 수 년 간의 고된 업무를 거쳐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인력들로 구성된 인맥 네트워크를 만들어 자유롭게 토론을 가져라. 창의력이란 선천전인 재능이 결코 아니다. 비록 지금 하고 있는 작업에 실패해도, 훗날 더 나은 결과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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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도시’가 지속 가능 성장 뒷받침…IBM ‘스마터 시티’ 분석


“바보야! 문제는 ‘도시’라니까”

2010년 06월 14일 17시 21분조회수:308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 것은 지난 2005년을 전후한 시기였다. 쿠바 바하마 제도에서 발원한 카트리나가 변화의 발단이었다. 미국인들이 지구 온난화가 더 이상 텔레비전에나 등장하는 이슈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환경 재앙의 위기감이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글로벌 기업들은 지구촌의 위기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했다. 그 선두주자가 바로 IBM이다. 이 글로벌 기업의 ‘스마터 시티(Smarter City)’ 프로젝트를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주>

빅블루 IBM의 스마트도시(Smart City) 시스템을 관리하는 중앙통제소. 교통·보건·범죄감시 등이 이뤄지는 핵심 
장소이다.빅블루 IBM의 스마트도시(Smart City) 시스템을 관리하는 중앙통제소. 교통·보건·범죄감시 등이 이뤄지는 핵심 장소이다.

알제리 수도 알제는 급격한 인구 증가, 가뭄, 비위생적 환경 등 삼중고에 시달리던 도시이다. 물 부족 사태가 늘 골칫거리였다.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담수화 플랜트’는 이 도시 관료들의 고민을 일거에 씻어주었다. 지금은 200만 시민들이 대부분 깨끗한 물을 공급 받고 있다.

지구촌의 위기는 글로벌 기업 도약의 무대다. 발명왕 에디슨이 창업한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구 온난화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했다.

이코메지 네이션(Ecomagination)으로 명명된 이 글로벌 기업의 친환경 전략은 두 자릿수 성장의 밑거름이다.

‘Green is green(녹색이 돈이다)’은 이 회사가 내건 성장의 캐치프레이즈다. 미국 오하이오의 ‘스털링 에너지’도 태양열 에너지 발전 부문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모하비(Mojave) 사막 프로젝트’는 이 회사의 원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모하비 사막에 대형 트럭 크기의 거대한 거울을 수천여 개 설치해 열을 모아 전기를 생산해 내는 것이 골자다.

이 두 회사는 지구촌의 위기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라는 경영 구루들의 가르침에 충실한 ‘모범생’들이다. 그린 경영의 선두 주자들이다.

빅블루 IBM은 이러한 성장의 방정식에 일대 변화를 꾀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IBM의 스마터 시티 프로젝트(Smarter City)는 자사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컨설팅 역량을 총동원해 공해, 온난화, 범죄, 가난 등 ‘도시의 지속 가능 성장을 가로막는 문제들의 해법’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제너럴일렉트릭, 알코어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과는 여러 모로 큰 차이를 보인다.

IBM, 스톡홀름 교통 체계를 바꾸다
스웨덴의 스톡홀름 시는 매년 2만 명씩 늘어나는 인구 탓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 도시는 지난 2006년 혼잡통행료 자동 부과 시스템을 도입했다.

징수원과 교통 차단기가 없는 톨게이트는 차량 번호판을 자동으로 인식해 통행 요금을 부과한다. 스톡홀름 시는 도심 교통량을 무려 22% 줄였다.

IBM의 그리드 와이즈(Grids Wise) 기술도 다가올 미래도시의 단면을 가늠하게 한다. 전력이 값비싼 시간대에 전원을 차단하고, 싼 시간대에 전자제품을 가동하는 지능형 장치가 핵심이다.

미 교통국과 진행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장비를 설치한 가정은 에너지를 25% 절감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첫째 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이러한 스마터 시티 (Smarter City) 구축 사례가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 회사의 왓슨연구소가 개발한 교통량 예측 시스템(TPT)을 도입한 싱가포르는 실시간 통행량 정보를 활용해 한 시간 후의 통행량을 비교적 정확히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빅블루 IBM의 스마터 시티는 크게 6가지 지능형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으로 도시의 교통 혼잡과 대기 오염을 줄이고, 범죄 감시 시스템의 성능을 끌어올려 공중 안전을 강화한다.

또 환자들의 건강관리 기록을 디지털 정보로 바꾸고, 수자원의 품질과 공급을 개선한다는 내용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시민들의 일상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꾀하겠다는 포석이다.

‘스마터 시티 프로젝트’는 이 글로벌 기업 성장 전략의 일관성을 가늠하게 한다. 지난 1990년대 초 파산 위기를 맞은 이 글로벌 기업의 성장 방정식은 바로 ‘통섭’이었다.

소 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개별 부문을 분리해 매각하라는 투자은행의 조언을 거부한 주인공이 루 거스너 전 회장이다.

맥킨지 출신의 거스너는 서버, 개인용 컴퓨터 등 개별 제품이 아니라 통합 서비스에서 위기 탈출의 해법을 확보했다. 팔미사노 현 회장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탰다.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워터 하우스 쿠퍼스(PWC)’를 사들이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에 ‘컨설팅 서비스’를 결합한 ‘올인원(All-In-One) 시스템’을 구축한 것. 이런 빅블루 IBM이 최근 공략에 나선 ‘블루오션’이 바로 ‘도시’다.

이 글로벌 기업 도시에 주목한 이면에는 세계 각국에서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들이 있다. 지난 2008년, 전 세계 인구 중 도시 거주자들의 수는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이런 추세는 최근 들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오는 2050년경에는 인류의 70%가 도시에 살 것이라는 게 IBM의 추산이다.

문제는 도시의 교통 체증, 범죄, 지구 온난화 등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들 사회현상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해법 마련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스마터 시티 프로젝트가 이번 상하이박람회에서 각국 정상, 최고경영자들의 폭넓은 관심을 끈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최첨단 IT·인공지능 결합으로 낭비 제거
빅블루 IBM이 ‘통 큰’ 사고를 하는 이면에는 폭넓은 인재 풀이 있다는 평가다.
‘스마터 시티’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매리 킬링(Mary Keeling) 박사는 대학에서 경제학과 인류학 분야의 1급 복합 학위를 받았으며, 또 수잔 더크 박사는 IT와 과학기술, 사회연구 분야의 복합 학위가 있다.

이휘성 한국 IBM 사장은 “ 도시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더 똑똑하고 새로운 시스템이 절실하다”며

“ IT 기술과 최첨단 컴퓨터 지능을 결합해 도시 기능의 비효율성과 낭비를 제거하자는 스마터 시티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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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터 시티와 중국의 장안

2010년 06월 14일 17시 22분조회수:16
당나라의 장안은 제국의 수도였다. 세계 각국의 상인들이 왕래한 이 도시는 계획도시였다. 도시민들의 거주 지역은 철저히 권력자의 의중을 반영했다.

장인들은 사방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외곽에 살면서 일상을 통제받았다. 자유분방해 보이는 이 도시의 이면에는 이처럼 철저한 계획과 통제가 있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도심 중앙의 탁 트인 광장이 눈길을 끈다.
이 도시의 하수 처리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꾼 오스망은 집권자인 나폴레옹 3세의 두려움을 간파하고 있었다.

부 르봉 왕조의 통치를 종식시킨 프랑스 시민들은 좁고 구불거리는 도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왕의 군대와 효율적으로 전투를 벌였다. 도시는 게릴라전의 무대였다.

좁은 골목길을 광장으로 바꾼 것이 바로 파리 시장을 지낸 오스망이었다. 그는 도심에 방사형 광장을 설립했으며, 어두컴컴한 길목에는 가스등을 달았다.

도시는 당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창이다. 프랑스 혁명으로 황제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현장을 본 위정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시민들을 표나지 않게 통제하는 일이었다.

지 난 2000년 이후, 글로벌 무대에서 메가 시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관심을 끄는 현안이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이러한 시대적 추세를 포착하고 도시라는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 바로 글로벌 기업 IB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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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0만 회원 분석 60분이면 ‘OK’


日 NTT도코모·오다큐백화점- ‘데이터경영’현장을 가다

2009년 09월 22일 17시 47분조회수:818
일본은 여전히 긴 잠에 빠져 있는 듯했다. 잃어버린 10년은 공식적으로는 종결됐다. 하지만 도심 번화가인 긴자거리나 시부야 등은 여전히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키하바라를 비롯한 전자상가를 찾는 발길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일본의 오다큐백화점, 그리고 NTT도코모는 ‘정중동’이었다.

미국에서도 가장 많은 혁신적인 상품이 태동한 것이 바로 대공황 직후였다. 일본 기업들은 ‘데이터경영’을 앞세워 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다큐백화점의 경영진은 바로 전날까지 집계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NTT도코모는 한나절이 소요되던 고객 데이터 처리속도를 불과 1시간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유통, 통신 부문의 일본 기업들은 데이터에서 다시 도약의 가능성을 엿본다. 지난 9~11일 미국의 다국적기업인 ‘네티자(Natezza) 한국지사’의 초청으로 일본 현지를 둘러보았다.



“전날 백화점을 방문한 고객이 구입한 상품도 다음날이면 경영진 회의에 전달된다. 기후변화가 연령별 고객들의 구매 성향에 미친 파급 효과도 거의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노무 관리의 효율성도 높였다” ● 오다큐백화점


일본 도쿄의 미쓰코시 백화점의 전경. 일제시대  조선의 경성에 진출했던 이 유서깊은 백화점도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일본 도쿄의 미쓰코시 백화점의 전경. 일제시대 조선의 경성에 진출했던 이 유서깊은 백화점도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1일 오전,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 전자상가. 일본산 전자제품의 후광을 업고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을 유혹하던 이 ‘상가’는 마치 빛바랜 ‘흑백사진’을 떠올리게 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한국산 가전제품의 공세는 아키하바라 상가 쇠락의 ‘도화선’ 이었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은 아직도 ‘미스터리’이다. 도요타, 혼다, 고마쓰 등 글로벌 기업을 100여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이 나라는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 기의 한복판에 마법에 걸린 듯 돈을 쓰지 않는 소비자들이 있다. 도쿄의 백화점들은 한산해보였다.

일본 제국의 변경인 ‘경성’의 혼마치(명동)에 우뚝 서서 조선인들의 혼을 쏘옥 빼놓던 미쓰코시 백화점은 마치 ‘골동품’을 떠올리게 했다.

오 다큐백화점의 ‘조 쇼지’ 부장(50)은 후발주자의 어려움을 화제에 올린다. 모기업 오다큐 그룹은 물류의 강자지만 백화점부문에서는 ‘루키’에 불과했다.

지난 1991년 불청객처럼 찾아온 장기 불황은 고객 기반을 뒤흔들었다.
미쓰코시를 비롯한 유서 깊은 백화점에 비해 브랜드파워 또한 ‘열세’였다.

‘사면초가(四面楚歌)’를 뚫고 유통 부문의 최강자로 도약할 묘수를 찾던 조 쇼지 부장은 ‘데이터경영’에 희망을 걸었다.


첫 단추는 고객 관리 프로세스의 ‘전면 개편’이었다. 고객 데이터베이스의 유연성과 더불어 처리 속도를 대폭 높였다.

연령층, 방문 횟수, 일인당 매출액, 날씨, 동반 구매 상품, 거주지, 결혼여부 등 고객분석 범위를 대폭 늘렸다.

정보처리 속도도 획기적으로 높였다. 하루전날 고객 정보까지 분석범위를 넓힌 이면에는 첨단 IT 인프라가 있다.

이 백화점은 고객들을 분석한 뒤 얻은 통찰력을 디스플레이나 상품 배치 등에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경영진은 다시 이러한 변화가 매출에 미친 영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바로 전날 오다큐백화점을 방문한 고객이 구입한 상품목록 통계는 다음날이면 경영진의 책상에 바로 전달된다.

연관성이 높지만 별도 운영되던 고객 데이터베이스도 하나로 통합했다. 고객계와 상품계 ‘데이터 베이스’를 합친것. 그 파급효과는 상당했다. 두 부문을 교차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조 쇼지 부장은 귀띔한다.

“30대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 가장 처음 산 물건, 그리고 바로 그 직후 구입한 물건의 상관관계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거 꾸로 많이 팔린 물건과 구매 연령층, 날씨, 사회적 이슈 등의 연결고리도 빠른 속도로 분석할 수 있게 됐어요.” 그 전 같으면 꼬박 하루가 걸렸을 작업이다.

노무 관리의 효율성도 높였다. 전날 집계된 판매실적을 다음날 회의에서 논의하며 판매사원의 재배치 등 대책을 숙의할 수 있었다.

지난 11일 도쿄의 ANA인터콘티넨탈 호텔서 만난 조 쇼지 부장은 이러한 변화를 ‘혁명적’이라고 표현했다.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업은 비단 오다큐백화점 뿐만이 아니다.

회 원 수 5300만여명을 자랑하는 일본 최대의 통신업체인 ‘NTT도코모’의 나카무라 겐지 부장은 이 회사 변화의 숨가쁜 현장을 목도한 당사자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 주효했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 이 통신회사는 공룡기업의 한계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NTT도코모가 보유한 정보는 매년 두 배 정도 늘어났지만, 가입자 수나 매출은 정보에 비례해 증가하지는 않았다. 가입자들의 속성도 500항목이상이 됐다.” ● NTT도코모


일본 최대의 통신사인 NTT도코모는 5300만명의 고객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일본 최대의 통신사인 NTT도코모는 5300만명의 고객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NTT도코모, 5300만 회원 光速 분석
이 회사는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조직, 업무절차, 시스템 등 덩지를 불려왔다. 마케팅, 영업 등 부서 이기주의가 변화의 걸림돌 이었다. 그는 문제의 해답을 속도에서 찾았다.

이 회사는 고객 데이터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을 ‘24시간’에서 ‘1시간’ 정도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무언가 속임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는 것이 나카무라 겐지 NTT도코모 부장의 솔직한 토로이다.

한 다국적 기업의 ‘DW(데이터웨어 하우스) 어플라이언스’가 구원의 동아줄격이었다.

“경쟁사 제품들과 정보 처리 속도를 견주어 본 결과, 압도적인 비교우위를 보였어요. 이럴 수도 있나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지면서 서비스의 품질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 회사의 알라딘 시스템은 고객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었다.

이 회사 고객들은 편의점을 방문해 연체 요금을 지불하는 순간 바로 통화를 재개할 수 있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이다.

지난 11일 일본 현지에서 돌아본 오다큐백화점 , 그리고 ‘NTT도코모’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은 ‘데이터 경영’에서 생존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 첫걸음은 ‘정보 처리속도’의 획기적인 개선이다.

NTT도코모나 오다큐백화점은 ‘데이터 웨어하우스(DW. Data Warehouse)’도입으로 정보 처리속도를 10배 이상 높였다.

‘DW’는 데이터베이스, 스토리지, 그리고 서버를 통합한 일체형 IT제품군이다. 미 ‘네티자(Netezza)’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오라클 등도 경쟁상품을 출시했다.

일 본은 주로 굴뚝분야 기업들을 필두로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금융권은 가장 마지막으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 이덕수 네티자(Netezza) 코리아 지사장의 설명이다.

(박스 기사 참조) BPM, 시나리오플래닝 등 유행에 민감한 한국 기업들은 과연 어떤 반응일까.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금융사들과 통신사, 할인점들의 전략적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객들을 더 입체적으로 분석해 비교우위를 담금질하는 글로벌 기업들에 주목할 때이다.” ● 일본 현지서 만난 IT전문가


데이터웨어 하우스(DW), 혁신의 원동력
일본 도쿄 현지에서 만난 문재남 KCB(Korea Credit Bureau) 부장은 지난 2005년을 떠올렸다. 은행과 카드사들이 대주주인 이 회사는 고객사들을 상대로 정보를 판매한다.

대주주 들을 상대로 신용정보를 판매하는 것이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문제는 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를 비롯한 쟁쟁한 선발주자들이 일찌감치 시장에 진출해 확고한 거점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것.

승부처는 ‘데이터 처리 속도’였지만, 속도를 개선할 뾰족한 묘수가 없었다. “초기에는 은행이나 카드사들이 고객들의 신용평가 정보 등을 요청하면 정보를 가공한 뒤 대개 하루 뒤 ‘CD’에 담아 고객사에 배달을 했습니다.”

이 회사는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자료 처리속도를 10배 이상 단축할 묘수를 찾았다.

“그 전에는 신용 평가 데이터를 뽑아내려면 10시간 이상이 소요됐어요. 하지만 지금은 불과 8분대로 처리 시간을 단축했어요.

이 덕분에 느긋하게 담배를 피거나, 직원들과 담소를 나눌 시간도 사라져 버렸어요.” 문재남 부장은 데이터베이스 마트(Database Mart)’ 제작에 투입하던 시간도 대폭 줄였다.

금융 소비자들을 더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도 데이터 처리 속도의 개선 덕분이다. 연령, 대출 잔액, 거주지, 성별, 자동차 소유여부, 연봉, 연체 여부, 자녀수, 거주 형태, 소속 회사 등의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금융소비자들을 ‘다면평가’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이 회사는 DW도입을 적극 주창한 전산실 직원들의 직급을 한 등급씩 올려 공로를 인정했다. 위험부담에도 변화를 시도해 성공한 데 따른 보상이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다국적 기업 CEO의 전언이다.

새 로운 시스템 도입에 나선 임직원들은 자칫하다 옷을 벗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NTT도코모, 오다큐백화점, 대한민국의 KCB’ 등은 ‘정보통신 시스템(IT) 인프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시장 대응 시간(Time-to-Market)’단축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NTT도코모등 이 새로운 시스템 구축에 나선 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보도 한몫을 했다.

이 회사가 보유한 정보는 매년 두배 정도 늘어났지만, 가입자 수는 정보에 비례해 증가하지 않았다. 가입자들의 속성도 500항목 이상이 됐다는 것이 이 회사 나카무라 겐지 부장의 전언이다.

문재남 부장은 “KCB도 매월 1테라 바이트 정도의 정보가 늘어나고 있다”고 귀뜸한다. 개별 기업이 관리해야 할 정보가 폭증하다 보니 때로는 서비스 품질 향상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당일 배송이 불문율로 자리잡고 있는 서점가에서 익일배송을 고수하는 온라인 서점에 비유할 수 있다.

KCB나 우리캐피탈 등은, 데이터 처리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IT 인프라를 구축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도 리얼타임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곳들이 태반이다.


구글, 아마존, NTT도코모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정보처리속도를 10배이상 높인 DW 어플라이언스를 채택했다. 
사진은 데이터를 처리중인 DW의 모습구글, 아마존, NTT도코모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정보처리속도를 10배이상 높인 DW 어플라이언스를 채택했다. 사진은 데이터를 처리중인 DW의 모습

한국기업 서비스 속도 높여야
외 환카드사의 고객들은 ‘연체금’을 송금하고도 카드를 사용하려면 다음날까지 기다려야 한다.

연체 고객들의 대금 지급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아직 구축하지 못한 탓이다. 반면 신한카드는 연체금 결제 여부를 ‘리얼 타임’으로 확인해 고객들의 카드정지를 푼다.

속도는 서비스의 품질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다. 두 카드사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은행, 카드,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이 지주사의 우산 하에 묶이면서 계열사의 정보 품질은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다.

“의사결정을 신속하고, 정확히 하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대출잔액이나, 교차상품 판매현황, 경쟁사 동향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시장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면 더 효율적인 시장공략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최대우 한국외대 정보통계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정보는 전사적 전략 수립의 방향타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들어 ‘CMA상품’을 일제히 출시하고 은행권 지급결제 시장공략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증권사와 은행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주사 소속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서로의 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졌다.

‘카니벌라 이제이션(cannibalization)’ 리스크다. 금융전문가들은 “ 같은 시장을 놓고 다투는 계열사들의 이해를 전사적 목표아래 조율하는 지주사들의 ‘교통정리’ 기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 핵심은 ‘정보의 소통’이다.
‘성 공은 혁신에 달려 있고, 혁신은 정보통신 기술에 달려있다’ 세계적인 IT전문가인 ‘아담 콜라와(Adam Kolawa)’ 패러소프트 회장이 남긴 말이다. IT인프라의 재조명이다.

산업 부문의 ‘이종 교배’는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영국의 버진 모바일은 버진 파이낸스를 앞세워 금융시장을 공략 중이다.

테스코는 영국의 ‘로열 뱅크 오프 스코틀랜드(Royal bank of scotland)’와 더불어 ‘개인 파이낸스’ 부문을 운용하고 있다. (박스 기사 참조)


“초기에는 은행이나 카드사들이 고객들의 신용평가 정보 등을 요청하면 정보를 가공한 뒤 대개 하루 뒤 ‘CD’에 담아 고객사에 배달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 회사는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백방으로 수소문을 한 끝에 처리속도를 10배 이상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 KCB


글 로벌 기업,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다.
지난 10일 일본 도쿄에는 뉴욕증권거래소의 전문가가 ANA인터콘티넨탈 호텔을 찾았다.

이 호텔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차 방문한 그가 털어놓은 뉴욕증권거래소의 데이터 운용의 노하우는 주목할 만하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작전’ 세력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과거 7년치 데이터를 비교분석한다.

“증 권거래소는 이상 매매가 발생하면 일시적인 현상인지, 작전 세력의 조직적 개입에 따른 것인지 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상 매매 패턴을 분석한 뒤 과거의 데이터와 비교분석하는 방식으로 작전 여부를 확정하는 겁니다.”

일본 현지에서 만난 김도윤 네티자 기술이사는 뉴욕거래소가 작전세력을 포착하는 방식에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밑천으로 미래 소비성향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현재의 소비성향, 그리고 과거 소비 패턴 등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징검다리다. 전문가들은 보험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유추하는 일도 지금보다 더 수월해질 것으로 관측한다.

구 글, NTT도코모, 아마존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정보통신 인프라’를 비교우위의 밑천삼아 부서나 계열사간의 장벽을 허물고 경쟁우위를 담금질하고 있다.

“국내금융기관들은 지나치게 보수적이어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업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금융사들과 통신사. 할인점들의 전략적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을 더 입체적으로 분석중인 글로벌 기업들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일본 현지에서 만난 국내 IT업계 전문가의 조언이다.

박 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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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키바라·오마에·프레스토위츠

팍스 시니카 예고 석학 3인방 지상대담


“중국의 비상(飛上)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눈부신 속도로 경제 발전을 거듭하며 미국 주도의 전후 세계질서의 기본틀을 뒤흔들고 있는 아시아의 거인을 지켜보며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의문이다. 중국이 치밀한 국가 전략과 풍부한 인적 자원을 양 날개로 숱한 회의론을 불식하고 경쟁자들을 하나씩 추월하면서 논란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는 이에 따라 세계적인 중국 전문가 3명의 미래 전망서를 바탕으로 이들의 가상(假像) 대담을 구성해보았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게이오대 교수, 세계적인 경영구루인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 그리고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미국경제전략연구소장이 주인공이다.

〈중국경제〉의 편집자인 스터드웰(Studwell)은 중국을 ‘종이용’에 비유하며 그 몰락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빗나가고 있는 듯 하다.

프레스토위츠: 중국 경제는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모토로라를 보자. 이 회사는 미국의 하이테크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생산 기지를 미국 내에 유지하려고 노력해 온 대표적 기업이다.

하지만 이미 제조 및 연구 개발 부문을 대거 중국으로 옮겼다. 저비용 생산기지로 이름을 떨치던 중국은, 이제 첨단기술 제조업 기지로, 최적의 연구개발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오마에 : 중국의 눈부신 학습속도를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스위스의 시계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부품이나 장식 달린 손목시계, 제조기술을 비롯해 공장과 기초시설을 구축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렸다. 중국은 불과 1년도 안 걸려서 그들의 비즈니스를 가져가 버렸다.

사카키바라 : BRICs 보고서를 보자. 중국이 오는 2018년에 국내총생산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2045년에는 미국을 앞지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데, 이러한 예측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 팍스 시니카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슈피겔>을 비롯해 세계적인 주간지들도 신년호로 일제히 중국을 조명하고 있다.

오마에 : 중국을 아직도 잠자는 사자쯤으로 알고 우습게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현실을 읽는 능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중국의 변화가 급작스럽게 진행되면서 외부인들은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분명 잘못되었다. 중국은 산업혁명 여명기의 영국이나, 세계적인 경제대국의 조짐을 보이던 19세기 후반의 미국을 방불케 한다.

사카키바라 : 달러 약세의 배경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신규주택 착공건수를 비롯해 미국의 실물경제 지표는 여전히 건실하지만, 달러 가치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지위가 낮아지고 있으며, 이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부상을 의미한다.

프레스토위츠 : 세계 경제와 권력의 중심은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급격한 경제 발전의 급물살을 타면서 이제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수출 대국으로 부상했다. <뉴욕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에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중국 관련 기사들도 이러한 기류를 반영하는 것이다.

- 사회주의 정부가 주도하는 개혁의 한계를 거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중국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눈부신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오마에 : 중국은 더 이상 중앙집권과 공산당 일당지배의 국가가 아니다. 표면상으로야 여전히 베이징에 권력이 집중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지방정부가 자치권을 보유하고 있다. 변화의 물꼬를 튼 건 주룽지 전 총리다. 그는 개혁 정책을 과감히 추진해 지방의 자립화와 더불어 골칫거리이던 부실 채권도 상당 부분 해결했다. 이에 따라 몇 가지 충격과 악재만으로 중국 경제가 일시에 허물어질 염려는 사라졌다고 본다.

사카키바라 : 무엇보다, 2억명에 달하는 중산계급이 중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이들의 수입은 원화로 환산하면 1억∼1억3000만원에 달한다. 후진타오 정부는 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일당 독재인 중국 공산당이라고 이들의 욕구를 억누르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사회적 혼란이 초래되더라도 현 정권의 성장 노선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프레스토위츠 : 마오쩌둥이 주도한 대약진은 철저히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현재 진정한 대약진이 진행 중이다. 시장 상황은 양호하다. 중국의 저축률은 국내총생산의 40%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기업들을 위협하며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레노보·하이얼·화웨이(Huawei)를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 작년 말 상하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버블 붕괴 염려가 일각에서 높아지고 있는 데. 대규모 소요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는가

사카키바라 : 중국 경제는 실은 버블이라는 논리를 끊임없이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만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버블이 꺼져도 중국 경제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국가는 버블을 만들어서 터뜨리고, 또 만드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 나간다. 일본과 미국도 버블을 몇 차례 겪지 않았나.

오마에 : 중국의 붕괴를 논하는 것 자체가 이제는 무의미하다. 베이징의 경제가 붕괴된다고 해도 주장 삼각주의 제조라인은 계속해서 가동될 것이다. (설사 부동산 버블 붕괴로)수도에서 폭동이 일어나 정치적 격변이 일어난다고 해도 각 지역의 자치정부는 끄덕도 않고 여전히 공장 문을 열어둘 것이다.

-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부침과 동전의 양면이기도 하다. 달러 약세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는가

사카키바라 : 거시경제 지표가 좋은 데도 달러약세가 지속되는 것이야말로 500년 만에 한 번 있는 세계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증거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지닌 패권국가 미국의 힘이 EU·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부상으로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달러화 약세의 경제적 배경은 재정수지와 경상수지의 소위 쌍둥이 적자 탓이다.

프레스토위츠 : 염려할 만한 점은 달러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다 해도 미국은 이제 더 이상 무역 수지를 맞출 만큼 충분히 수출을 늘릴 역량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달러 가치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겠는가. 미국은 선진 5개국의 투자액을 모두 합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고, 막강한 군사력도 보유하고 있다.

사카키바라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과시한다고 해도 이러한 흐름을 뒤바꾸어 놓지는 못할 것이다. 단기적인 경제 지표가 호전되어도 세계사의 커다란 흐름은 미국의 지위 저하를 기조로 움직일 것이다. 중동 산유국 가운데는 이미 결제통화를 유로화로 바꾼 곳이 있다. 달러 약세는 이미 글로벌한 현상이다.

프레스토위츠 : 물론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하버드·스탠퍼드·MIT를 비롯한 미국의 유수 대학들은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5% 밖에 안되는 인구가 세계 생산의 30%, 소비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을 보자.

투자사인 버크셔헤서웨이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지난 2002년 자신의 돈의 일부를 비 달러 자산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물론 달러 약세를 감안한 조치다. 이 밖에 러시아도 달러 70%, 유로 30% 비율의 대외지급준비 자산을 반대로 바꾸고 있다.

-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대응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사카키바라 : 아시아 공동의 기축 통화 창설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당장 가능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상황은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 아시아 전역에서 역내 무역, 특히 부품 무역이 급증하면서 총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달하고 있다. 역내 교역 비중이 높아지면서 각국이 서로 다른 통화를 운용하는 데 따른 리스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상 적자폭의 확대도 통화 창설 움직임을 불러올 또 다른 요소다. 미국 정부가 달러화 약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은 역내 교역 비중을 높여나갈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위안화가 중심이 되어, 언젠가는 아시아 공동통화가 실현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프레스토위츠 : 아시아는 공동의 지역 화폐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홍콩통화청 청장인 조지프 얌(Joseph Yam)은 유로화 이전에 나왔던 유럽의 에쿠(Ecu)와 비슷한 아쿠(Acu)를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독일의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수석 경제학자인 노르베르트 월터도 아시아는 아시아 공동 화폐를 창설해 세계 통화시장의 개혁을 이끌 만한 적절한 후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달러의 헤게모니 종식과 더불어 부와 권력의 이동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 아시아가 주도하는 신경제 질서는 상상만 해도 유쾌하다. 끝으로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사카키바라 :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라고 조언하고 싶다. 사회 변화를 떠올리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전문 지식을 익혀야 한다. 한국사회의 교육열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매우 상징적이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의 부모는 자녀를 싱가포르의 초등학교나 중학교로 보내고 있다. 물론 영어를 배우게 하기 위해서다. 사립이든 공립이든 외국으로 자녀를 보내라

프레스토위츠 :지난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30억 세계인이 세계 경제에 합류했다. 염려할 만한 점은 더 나은 근로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국가로 일자리가 급속히 옮겨간다는 것이다. 안정된 일자리를 얻기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오마에 : 전통적인 국경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개별 국가들이 정보·돈·상품·서비스의 자유로운 유통을 독려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를 한다면, 거의 무제한적인 사업기회를 이 영역에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창의적인 사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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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경제 전문가 대담

기술의 韓·日-자원의 중국 한·중·일 삼각 공조체제 고민할때

2010년 03월 09일 15시 52분

‘좌(左)로 가는 일본, 우(右)로 가는 한국.’ 가깝지만 먼 이웃 한·일 양국의 엇갈린 행보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자민당 일당 독재를 허물며 선거혁명에 성공한 하토야마 내각은 집권 후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를 향한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하며 일본 열도 개조 작업에 한창이다.

작은 정부를 주창하며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도 리먼 사태로 불거진 금융 위기의 신속한 진화에 성공하며 지난 10년 진보 정권의 색채를 착실히 지워가고 있다.

집권 3년차와 2년차를 각각 맞은 한·일 양국 정부는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노성태(64) 대한생명경제연구원장, 마사시 미토(水戶中史·49) 일본 참의원 국회의원의 긴급 대담을 마련했다.

이번 대담은 김재홍 <이코노믹리뷰> 편집국 부국장의 사회로 지난 2월 9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회의실 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 총리 사무실의 윤성준(47) 동아시아 고문이 이번 대담의 통역을 담당했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한 헤지펀드 전문가는 다시 ‘더블딥(경기가 잠시 회복세를 보인 뒤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경고했는데요. 잊을만하면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드네요. - 노성태 박사. 이하 노성태여러 가지 위험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피그스(PIGS) ’국가들이 흔들리며 글로벌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두바이 사태가 터지자 위기론이 비등해진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회복기조는 점차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위기론이 기우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군요. 언제 쯤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하는 겁니까.
노성태금년에는 미국 경제도 성장률이 꽤 높아지고, 일본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문제는 주요 국가들의 경기 부양책으로 자산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점 입니다. 중국도 돈을 많이 뿌려서 자산에서 다시 거품이 형성되고, 그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출구전략의 타이밍이 문제일 따름이며 위기 재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올해 일본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노 박사의 진단에는 동의하십니까.
마사시 미토 국회의원. 이하 마사시 미토일본 경제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경기 회복이 자연스레 세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950조 엔대의 정부 부채도 더 늘어나고 있는 형편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공약이 부담스럽지 않습니까.
마사시 미토엄청난 공약을 했어요. 아이들에게 직접 현금을 보조해 준다는 공약입니다. 솔직히 성공할 지는 저로서도 잘 모르겠습니다.
현금을 준다고 해서 그 경제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가 15세가 될 때 까지 정부가 나서 돈을 주겠다는 발상은 파격적입니다. 대단히 큰 실험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 이행에 소요되는 ‘재원’은 어떻게 확보할 계획입니까.
마사시 미토일본 정부는 소비세 5%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5% 정도 올리는 계획도 검토중입니다. 다만, 소비세 인상은 신중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칫 소비시장을 냉각시킬수 잇기 때문이죠.


재정 적자가 생기면 대개 세금을 올릴 생각부터 하는게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노성태세금을 올리면 소비는 줄어드는 것이 순리입니다. 소비가 감소하면 경기가 하강하고 세금수입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꼬리를 뭅니다. 세금인상에는 항상 신중해야 합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 사태가 일본 경제에 몰고 올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1895년 작은 섬유기계 업체(도요타상점)에서 출발한 초우량 기업의 위기 대응 능력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_ 김재홍 부국장


도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가 ‘일파만파’입니다. 일본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마사시 미토미국업체들의 ‘도요타 때리기(Toyota bashing)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을 것도 같고…도요타는 저력이 있는 회사입니다. 이번 리콜 사태의 후폭풍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이 바로 프리우스(Prius)를 비롯한 친환경 자동차입니다. 미래지향의 라인업을 갖춘 것이 바로 도요타입니다.


마사시 미토 의원은 도요타 발 위기 극복에 어떤 식으로 동참할 계획입니까. ‘바이 저팬(Buy Japan)’ 운동을 펼칠 의중은 없습니까.
마사시 미토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승용차인 프리우스를 곧 구입하려 합니다.(웃음) 250만~350만엔대의 이 친환경 자동차를 구입하면, 정부가 50만엔을 보조해주거든요.


하토야마 내각이 운이 없는 건가요. 지금까지는 금융위기의 최대 수혜자였는데요.
마사시 미토일본 국민들이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된 점이 소득입니다. 보수정권들처럼 규제를 허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도요타가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정도 입니다.


고이즈미 개혁의 상징인 ‘우정성 민영화’를 되돌릴 계획인가요. 고이즈미 전 총리가 가슴을 치겠습니다.
마사시 미토(고이즈미 정부 당시에)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했다는 자성을 하고 있어요.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면서 일본의 문화나 전통도 많이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우정성 민영화도 재평가 작업이 한창입니다. 일본 국민들은 솔직히 어느 편이 좋은 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는 금융 위기 국면에 신속히 대응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일본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노성태한국은 이번이 사실상 두 번 째 금융 위기였습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국내 기업들이 대거 문을 닫지 않았습니까. 정부도 그 때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에는 신속히 대책을 세웠어요. 금융당국도 창구 지도 등으로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을 도왔습니다.


노성태 대한생명 경제연구원장은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각각 얻었다. 부산 출생으로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우리금융 사외이사 등을 지낸 경제학자이다.노성태 대한생명 경제연구원장은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각각 얻었다. 부산 출생으로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우리금융 사외이사 등을 지낸 경제학자이다.
신자유주의’의 흐름을 반성하는 움직임은 한국에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그 강도가 썩 강한 편은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진보 정권이 시장 경제에 지나치게 간섭한 면이 있다는 게 보편적 정서입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지난번 대선에서 승리한 거죠. _ 노성태 박사


금융위기는 신속히 진화했지만, ‘작은정부’를 지향한 MB내각의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제기 됩니다.
노성태새정부 출범 이후 (미국발)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저소득 계층이 더 어려워지면서 고소득계층을 겨냥한 비난도 높아졌습니다. 현 정부가 부자들을 위한 이른바 ‘고소영’정부가 아니냐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방향을 선회해서 중립적인,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집권초의 강력한 감세 드라이브도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행정부의 친(親) 서민 행보를 지적하는 건가요.
노성태대형할인점의 동네 마트시장 진출이 대표적입니다. 대외적으로 소상공인에 대한 지나친 보호정책을 펼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습니까. 중소 상인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 지역 상권 진출 억제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는 있습니다. 다만 그것도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SSM파동을 보면 인심이 예전같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노성태요즘은 주거 형태가 아파트가 많다보니, 한 동네 주민들의 정서적 동질감도 느슨한 편입니다. 수퍼수퍼마켓(SSM)이 동네에 들어오니 가격이 인하되고 품질도 좋아진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하토야마 정부는 동아시아 이웃 나라들과의 우애를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미국과는 한판 대결도 불사할 태세입니다.
마사시 미토노성태 박사님에게 거꾸로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웃음). 한국은 일본보다 ‘반미’ 감정이 더 강한 편이 아닙니까. 작전권도 오는 2012년 돌려받을 예정이 아닌가요.
한국정부가 더 반미적이라는 지적인가요.
노성태쪾반미 감정이 표출된 것이 바로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입니다. 하지만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이러한 반미 분위기도 많이 누그러진 것도 현실입니다.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속에서 초고속성장을 하며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습니다. 미국 때리기에 나선 까닭이 무엇인가요.
마사시 미토미국은 항상 자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실리에 밝은 나라입니다. 민주당도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중시합니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해야 합니다. 자민당 시절 미국의 의견에 반하는 일이 어디 가능하기나 했습니까.


아시아의 ‘대형’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넘어 ‘팍스시니카’ 시대의 개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일양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마사시 미토상해 박람회가 올해 개최될 예정입니다. 중국은 바닷가에 인접한 도시들을 먼저 개발해 득실을 따진 뒤 내륙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입니다.
실용적 사고에 익숙한 중국인들의 특성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중국이 내륙 개발의 수위를 높이면 엄청난 오염을 부를 개연성이 높습니다. 한·일 양국이 이 문제에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사시 미토 일본 참의원 국회의원은 민주당 내 오자와 계로 분류되는 실세 정치인이다.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부 출신으로 요코하마 가나가와현이 지역구이다. 32세의 나이에 가나가현의 도의원에 당선된 후 3선에 성공했다. 지난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마사시 미토 일본 참의원 국회의원은 민주당 내 오자와 계로 분류되는 실세 정치인이다.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부 출신으로 요코하마 가나가와현이 지역구이다. 32세의 나이에 가나가현의 도의원에 당선된 후 3선에 성공했다. 지난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일본 경제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경기 회복이 자연스레 세수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일본은 950조 엔대의 정부 부채도 더 늘어나고 있어요. 일시적으로 수출 기업이 좋아진다고 해도 다시 문제가 불거질 겁니다._ 마사시 미토 의원


한·일 양국이 욱일승천(旭日昇天)하는 중국에 맞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노성태저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경제문제, 환경문제는 쉽게 협력체제가 이뤄질 것 같습니다. 기술협력문제도 그렇습니다. 서로 성역이라 할 만한 문제들이 걸림돌입니다. 주로 정치. 행정가들 때문에 국민들이 오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서로 자주 만나야 합니다.
마사시 미토한·일 두 나라는 중국의 자원 없이 지속가능성장을 하기 어렵습니다. 중국도 두 나라의 기술력을 필요로 합니다.


일본 경영자 재조명 바람이 한국에서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성태마쓰시다 고노스케 미쓰비스 회장 등이 한국 경영자들 사이에서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경영자들은 주로 미국의 스타 경영자들의 이론에 주목해 온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동양인의 정서에 가깝고, 동양철학에 기반한 이들 일본 경영자들의 가르침이 요즘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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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교근공(遠交近攻)

익숙한 곳부터 공략

‘선난후이(先難後易).’ ‘중국의 잭 웰치’로 불리는 장루이민 하이얼 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해외 시장 공략의 대원칙이다. 처음부터 강한 상대와 겨루다 보면 비록 고달플지라도 스스로를 강하게 담금질할 수 있어, 시장 공략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통신 분야는 이러한 원칙이 먹혀들기 어려운 영역이다. 각국의 규제가 강하고, 투자비 또한 천문학적이어서 한 번의 실기가 전략 달성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

가까운 곳을, ‘치고’ 먼 곳과 ‘교유’한다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시장공략 원칙이 시공을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한 배경이기도 하다(박스기사 참조). 선난후이를 기치로 내건 하이얼도 실은, 화교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상대적으로 시장 흐름에 밝은 아시아 주변 시장을 우선 공략했다.

자국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다진 4년 후인 지난 1995년이 돼서야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린 것. KTF의 말레이시아 현지 시장 진출도 비슷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지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역에 우선 진출하는 편이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오병기 글로벌 전략팀장은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의 배경을 이 같이 설명한다. 미국이나 중국에 직접 치고 들어가는 대신,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미국이나 중국이 시장 규모만 놓고 볼 때 매력적이긴 하지만, 당장 파고들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는 만큼 ‘전선’을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좁혀 입지를 탄탄히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논리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국내 시장에서 힘겨운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는 사정도 감안했다.

KTF가 동남아 시장 상황을 꿰고 있는 배경은 일찌감치 이 지역에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온 덕분이다. 지난 2003년 인도네시아 국영 기업을 상대로 2000만달러짜리 컨설팅을 수행한 것이 대표적 실례이다. 현지 사정을 손금 보듯이 속속들이 알게 됐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당시 CDMA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자사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서 이 회사에 파견했던 것.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통해 ‘프리콤(Freekom)’사에 지분(19.9%)을 투자한 것도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깊게 했다.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링백톤(Ring Back Tone)서비스와 모바일 콘텐츠(Mobile contents) 제공 사업을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아직까지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 중심의 서비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성장 전망이 밝다는 판단을 했어요. 번호이동성제도가 이미 시행중이었고, 국내외 업체들의 공정 경쟁을 보장하고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오 팀장은 ‘유모바일’에 과감히 베팅을 할 수 있던 배경을 이같이 설명한다. 전략적 제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9개국 8개 통신사업자와 연합해 ‘커넥서스’라는 이름의 ‘이동통신연합체’를 구성했다. 이 연합체에 가입한 고객의 수가 1억 3000만명.

세계 최대 이동통신 단체인 GSMA 이사회 멤버로 신규프로젝트를 검토하는 EMC, 그리고 프로젝트 검토 실무 총괄을 맡는SRG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일본의 통신업체 NTT 도코모와도 상생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마케팅과 네트워크 노하우를 서로 이전받고 양국에서 히트한 부가서비스도 도입해 서비스 특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현대판 원교근공전략의 또 다른 형태이기도 하다.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활동 무대를 단계적으로 넓혀나가 전체 매출의 10%를 해외 시장에서 거둔다는 것이 이 회사의 장기 목표이다.

‘비전 2015’는 이러한 글로벌 시장 전략의 로드맵이다. 동남 아시아를 교두보로 삼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경험을 쌓는 것이 그 첫 단계이다.

아프리카 시장도 일찌감치 파고들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이러한 원칙에 따라 본격적인 진출을 일단 유보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

●비전 2015로

단계적인 시장 공략

흥미로운 점은 ‘비전 2015’가 냉철한 현실 인식을 담고 있다는 것. 글로벌기업들에 비해 아직은 소비자를 파고드는 첨단 마케팅,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비롯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진단이 출발점이다.

영국의 보다폰을 위시한 유럽의 통신 강자들은 유럽, 그리고 뒷마당격인 아프리카를 손금 보듯이 꿰뚫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은 문화 인류학자들을 고용해 소비자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등 앞선 마케팅 기법으로 시장을 파고 든다.

신흥 시장의 변화에 주목하며 포트폴리오를 신속하게 재구축하는 역량 또한 뛰어나다는 평가다. 미국 시장은 더욱 변화무쌍하다.

SK텔레콤이 틈새시장격인 MVNO(이동통신망사업자)시장에 진출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월트디즈니도 이 시장에 진출했다 참담한 실패를 맛보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풍부한 아동용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 글로벌기업조차 소비자들의 변덕스러운 마음을 읽어내는 데 실패한 것.

이밖에 영국 보다폰, 스프린터를 비롯한 간판급 통신 강자들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신흥 강자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것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KTF가 동남아 시장 공략의 시동을 먼저 걸고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글로벌 무대의 강자들과 전략적 공조를 통해 힘을 비축하고 동남아시아 시장을 파고들면서 유럽이나, 미국,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 진출 공략의 시기를 조심스럽게 저울질 해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아프리카 현지에서도)광범위한 유통망 구축 등을 위해 활발한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으며, 진입 비용이 높은 미국 시장도 부담을 줄이면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진출 방안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 팀장의 설명이다.

●지향점은

‘모어 댄 모바일’

조영주 KTF 사장은 부임 후 자신의 직함을 바꾸었다. 명함에 새겨진 직함을 ‘CEO(최고경영자)’에서 ‘CSO(Chief Servant Officer)’로 교체했다. 이른바 고객 감동 경영을 위해 최고경영자부터 솔선수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임직원들과의 허심탄회한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쇼’ 홍보를 위해 ‘윤희정과 프렌즈’ 공연에서 ‘고엽(Autumn Leaves)’ 등의 재즈곡을 불렀으며, 최근 러시아 축구 대표팀의 명장 히딩크 감독의 선전을 언급하며 임직원들의 분발을 독려하는 등 튀는 행보를 적극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KTF는 늘 변화에 선제적인 대처를 해온 선두주자이다. 이동 통신 업계 최초로 핸드폰 디자인 공모 행사를 개최하는 등 디자인에도 고객의 감성을 반영해 왔으며, 소비자 조사와 각종 마케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바일 퓨처리스트’ 제도를 운영하는 등 이른바 ‘집단지성을 밸류체인에 적용해 왔다.

이런 회사의 수장이 변화의 총대를 매고 나선 배경은 물론 글로벌 시장의 급변 탓이다. 미국의 버라이존(Verizon)이 올텔을 최근 275억달러에 인수하며 덩지 불리기에 나선 것도, 영국의 BT(브리티시 텔레콤)가 ‘서비스 기업’을 표방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 프랑스의 오렌지를 비롯한 글로벌 통신업체는 오랜 세월 자국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면서 형성된 사내 문화를 글로벌 경쟁에 적합한 고객지향적형태로 ‘튜닝’하는 환골탈퇴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KTF의 ‘비전 2015’는 이러한 변화의 첫 단추이다.

공세적인 성장 전략인 ‘모어 댄 모바일(More than Mobile. 모바일을 넘어서)’은 그 지향점이다. 영국 BT(브리티시 텔레콤)의 Beyond Telecom, BBC의 Beyond Broadcasting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인데, 기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가능성의 영역을 적극 파고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회사 측은 “글로벌 시장을 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와 더불어 3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글로벌시장 공략 법칙◇

주변 시장 찍고 본무대 도전장

신흥시장 기업들이 빠른 성장을 유지하면서 글로벌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등장하고 있다. 아짐 프렘지가 이끄는 인도의 위프로, 인포시스(Infosys), 중국의 하이얼, 레노보, 브라질의 암베브(Amvev), 멕시코의 세멕스(Cemex) 등은 자국 시장에 대한 탄탄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도 적극 진출하며 세계 경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의 자동차 업체인‘마힌드라&마힌드라(mahindra&mahindra)’, 필리핀의 졸리비 등도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업체. 이들 ‘루키’들의 사례는 신흥 시장에서 터를 닦고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들 기업이 더 이상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약자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글로벌기업에 비해 브랜드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해외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력도 떨어지는 이들이 악조건을 극복하고 선전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들이 구사하고 있는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해외에 진출할 때는 자국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근 시장부터 공략해 들어가는 전략이 그것이다.

가까운 곳을 공격하고 멀리 떨어진 곳과는 사귀며 역량을 비축하는 이른바 ‘원교근공(遠郊勤功)’의 원칙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해외에 진출할 때도 자국 시장과 소비자 취향이 비슷한 인근 국가부터 공략해 이러한 우위를 살려나가며 힘을 비축하고,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은 추후에 공략했다.

백색 가전분야의 하이얼이 대표적인 실례이다. 반면 내노라하는 글로벌기업들도 본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다. 세계 최대의 할인점 월마트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으나, 한국시장에서 사업을 접고 떠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프랑스의 할인점인 까르푸도 비슷한 사례다. 전국 시대 중국 진나라의 진시황은 전략가 범수가 기틀을 놓은 원교근공의 원칙을 앞세워 주변국을 하나씩 점령했다. 그리고 제, 초를 비롯한 원거리 국과는 우호를 다지는 방식으로 대륙의 통일을 달성한 바 있는데, 이러한 외교 정책이 시장 공략의 원칙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통신기업 CEO 튀는 행동 ‘왜’◇

사내 문화와 비전의 통합 작업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들이 톡톡 튀는 행보로 조직원들의 위기감을 고취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스페인의 통신 기업인 ‘텔레포니카(Telefonica)’가 대표적 실례이다. 이 업체는 민영화의 물결 속에서 모바일 텔레폰 업체인 ‘모비스타’를 인수했다. 모비스타는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며 텔레포니카의 최대 캐쉬 카우로 부상했다.

텔레포니카의 ‘훌리오 리나레스’ 사장이 위기의 조짐을 간파한 것이 이때를 전후해서이다.

이윤폭이 늘어나면서 조직원들 사이에서는 소비자를 무시하는 태도가 뚜렷해졌으며, 마케팅, 판매를 비롯한 부서별 갈등의 수위도 점차 높아지기 시작하며 그의 위기감을 끌어 올렸다.

부서별 마찰은 이견의 조율과 목표를 향한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힘들게 만들었다. 남미지역의 전화 회사들을 속속 인수하면서 이러한 갈등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조직이 커지면서 사내 정치도 더욱 치열해져만 갔다. 리나레스는 글로벌 비전과 조직 문화사이의 골에 주목했다.

글로벌기업을 지향하고 있지만, 스페인 통신시장 독점기업 시절 배태된 사내문화가 발목을 잡았던 것. 그가 착수한 첫 작업이 바로 사내문화와 비전의 통합작업(VCI, Culture-Vision Alignmnet)이었다. 이를 위해 일선 대고객 서비스 품질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렸다.

최고경영자가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튀는 행동으로 변화를 몸소 실천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프랑스의 통신업체인 ‘오렌지(Orange)’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이들은 이 때를 전후해 브랜딩 통합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며 자국의 좁은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조영주 KTF 사장은 물론, 전임자인 남중수 현 KT 사장도 KTF 사장 시절 ‘튀는 행보’로 화제를 불러모은바 있다.

KTF 최고경영자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 회사가 글로벌기업 도약의 시동을 본격적으로 걸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공략의 포문을 열면서, 글로벌 전략의 총 사령탑인 최고경영자들도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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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왜 프린터를 신성장동력으로 선택했나



사자성어로 분석한 삼성 신성장동력 프린터 사업

2005년 삼성이 新성장동력으로 발표한 프린터 사업

글로벌 기업 삼성은 왜 하필 프린터를 선택한 것일까

기업마다 21세기 신사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지금

사자성어로 삼성의 프린터 사업 전략을 분석해 봤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병가의 영원한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전략의 요체이다. 아버지의 복수에 눈이 멀었던 오자서를 도와 적국을 평정했던 이 제나라 출신의 전략가는, 전투란 이미 판가름이 난 승부를 확인하는 장에 불과하다고까지 단언했다. 신기묘산의 기책을 배격하고 피아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중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흔히 전장에 비유된다. 손자병법의 정신을 오늘날 가장 충실하게 되살리고 있는 기업은 어딜까. 반도체 분야의 부진으로 부심 중인 삼성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기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까지 흘러나온 내용에 비춰볼 때 사업 부문의 강점을 활용해 인접 분야로 전선을 조금씩 넓혀 가는 접근방식이 특징이다. 신수종 사업의 윤곽은 아직 또렷하지 않지만, 프린터 사업 부문은 그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삼성이 성장사업으로 육성중인 프린터 시장 공략 방식의 몇가지 특징을 분석해 보았다.

◇ 轉禍爲福(전화위복)

루 거스너 IBM 전 회장은 지난 90년대 이 회사의 대대적인 변화를 주도한 당사자이다. 그는 당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솔루션을 판매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그룹의 핵심경쟁력을 재규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지난한 대장정의 신호탄이었다. 후임자인 팔미사노 회장은 무엇보다 최고급 PC의 대명사격이던 자사의 개인용 컴퓨터 부문을 중국의 레노버에 매각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국내에서도 개인용 컴퓨터 산업은 적정 이윤 확보가 어려운 레드오션으로 변모하고 있는 징후가 뚜렷하다. 삼보컴퓨터가 경영난 끝에 법정관리를 신청, 매각 절차를 밟고 있으며 군소업체들도 대부분 파산했다.

불과 1∼2%의 영업 마진을 내기도 딱히 쉽지 않은 구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판 매 후 서비스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이 위기를 부채질 한다. 기껏 물건을 팔고 나도 다른 분야로 빠져나가는 자원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마케팅 비용 등을 빼고 나면 주머니에 남는 돈이 없다.

삼성의 경우도 LG전자에 밀리고 있는 백색가전과 더불어, 브랜드파워가 먹혀들지 않는 몇 안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IBM이 지난 2005년 이 분야를 중국 업체에 매각한 배경을 가늠하게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프린터 부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확보했다. 지난 2006년 기준으로 세계 시장 규모는 1200억달러(IDC).

개인용 컴퓨터 분야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2004년부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영업인력, 판매 후 서비스망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행을 타는 분야보다는 자사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분야를 겨냥한 것이다.

◇ 一針見血(일침견혈)


하고 많은 하드웨어 가운데 왜 프린터일까. 적정한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여지가 비교적 높은 효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컴퓨터 하드웨어와는 달리 프린터는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한 제품이다. 토너와 잉크, 종이를 비롯한 각종 소모품을 주기적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정수기를 공짜로 설치해 주고, 매달 일정한 사용료도 받고 물도 공급하는 정수기 업체들의 마케팅에 비유할 수 있다. 팩스, 복사기, 프린터, 스캐너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이 분야 단일 시장 규모가 커지며 규모의 경제를 꾀할 수 있는 점도 매혹적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더욱 폭발력이 크다.

연간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고 제품 공급부터 판매 후 서비스, 그리고 소모품 공급까지, 사무기기 유지·보수를 외부 업체에 통째로 아웃소싱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Bank of America)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단품 시장이 가고, 솔루션이 부상하는 추세를 간파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보다 더욱 큰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삼보컴퓨터를 비롯해 프린터 시장에 주목한 토종 업체들이 적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개인용 컴퓨터 부문의 유지·보수 인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 지만 대부분 주문자상표생산(OEM) 방식으로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다 본업격인 컴퓨터 사업이 좌초하면서 이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종래에는 사업을 포기하는 단계를 거쳤다. 원천 기술의 부재 탓이다. 삼성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 口蜜腹劍 (구밀복검)


‘마이젯’ 지난 2004년, 삼성이 첫 발표한 잉크젯 프린터이다. 영화배우 전지현이 현란한 춤사위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국내 시장에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발판으로 요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프린터 시장 진출의 전기를 마련했다.

당시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 못했던 삼성전자는 렉스마크의 잉크젯 프린트 제품을 국내에 주문자 상표 방식으로 들여와 공급했던 것. 삼성전자가 기술 확보 차원에서 구사해온 방식이 바로 강자와의 전략적 제휴다. 삼성은 당시 잉크젯 프린터 관련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훗날 독자적인 프린터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적인 기반을 확보한 셈. 이후 휼렛패커드 쪽으로 제휴선을 돌리자 렉스마크 본사의 고위 경영진들은 기술유출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상당한 배신감을 토로했다는 후문.

지 금은 40ppm 이상의 속도를 자랑하는 레이저 프린터를 앞세워 글로벌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평판 레이저 복합기 부문에서 세계 1위 업체로 등극했다. 단기간에 말 그대로 괄목상대(刮目相對)의 발전을 한 셈이다. 앤디 그로브 인텔 전 회장이 한사코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 기술을 삼성 측에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뛰어난 학습 능력을 내심 두려워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 성이 초단기간에 프린터 분야의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위협하는 강자로 부상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 三顧草廬(삼고초려)


“40ppm급 레이저 프린터를 만들겠다는 수년 전 삼성의 발표에 사실 코웃음을 쳤습니다. 기술의 삼성이라고 하지만 레이저 프린터 솔루션 시장을 너무 만만히 보는 게 아닌가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글로벌 프린터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의 말이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해 분당 40장 이상의 종이를 출력할 수 있는 컬러 레이저 프린터 개발에 성공했다. 초소형인 CLP300모델도 선보였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무대를 겨냥한 야심작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평판형 레이저 복합기 분야에서는 이미 지난해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단 기간에 복합기 제조 기술 격차를 큰 폭으로 좁힐 수 있는 데는 인재 영입이 한몫을 했다는 평이다. “최근에 삼성SDS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연봉을 더 많이 준다고 하면 흔들리는 건 인지상정이지요.” 또 다른 글로벌 하드웨어 업체에 근무하는 직원의 전언이다.

그는 요즘 이 분야에서 근무하는 인력들 치고 삼성의 파격적인 스카우트 제안을 받지 않은 이들이 드문 편이라고 귀띔한다. 삼성이 물량 공세를 앞세워 우수인력들을 거의 싹쓸이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글 로벌 기업들이 삼성의 심상치 않은 행보를 주시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최근 기술 인력들을 상대로 러브콜을 보내는 업체가 바로 삼성SDS의 비즈니스 솔루션 분야라는 것. 프린터 사업의 주체인 삼성전자가 아니라 삼성SDS가 스카우트에 나서는 배경은 무엇일까.

◇ 孤掌難鳴(고장난명)


삼성SDS에 근무하는 한 고위 임원이 최근 한국 렉스마크 본사를 방문했다.

그는 이 회사의 프린트 관련 솔루션을 공유하고 싶다는 의사를 담당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의 제안이 삼성전자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누차례에 걸쳐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학습효과 탓이었을까.

글로벌 본사 경영자들이 난색을 표시해 그의 제안은 수용되지 않았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삼성 측 인사가 굳이 껄끄러운 관계인 이 회사를 찾아가 협력을 요청한 배경은 물론 기술력의 열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드웨어에 관한 한 기술격차를 상당히 좁혔지만 여전히 솔루션 기술은 열세다.

잉크를 배합해 최적의 색을 내는 기술, 그리고 프린터의 속도 등이 제품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장비를 정교하게 조율하고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복사를 할지, 이메일로 전송을 할지 등을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에러 발생이 적어야 하고, 작동이 쉽고 간편해야 한다. 또 네트워크에 연결된 프린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고객을 잡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인 셈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 분야에 관한 한 글로벌 무대의 시장강자들에 비해 한수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SDS는 비즈니스 솔루션 부문을 신설해 이 분야 개발의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별로 각자의 강점을 결합한 협업 체제를 구축하며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얘기다.

◇ 深謀遠慮(심모원려)

한국렉스 마크의 정영학 사장. 작년 11월 부임한 그는 네트워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부문의 글로벌 기업을 두루 거친 전문가이다.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든 학자형 인사라기보다 팔방미인형 경영자인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정 사장과 같은 유형의 인사들을 CEO에 선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박스기사)

하드웨어 분야에서만 잔뼈가 굵은 경영자들로서는 컨버전스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복잡한 시장 환경을 헤쳐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 사장의 설명이다. 프린터 업체에서만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는 여러 방면의 도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프린터 솔루션이 장기적으로 기업 내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에 연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활동을 구성하는 가치 사슬이 더욱 넓어지고 복잡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그리고 유지보수까지, 기업 활동의 맥을 한눈에 꿸 수 있어야 유리하다.

컨 설팅 역량도 빼놓을 수 없다. 업무 진단을 거쳐 은행, 보험, 자동차를 비롯해 분야별 특성에 따라 맞춤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컨설팅,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분야의 협업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삼성SDS의 경우 시스템 통합 부문에서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삼성SDS의 자회사인 오픈타이드는 컨설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경계 섞인 시선으로 이 회사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배경이다. 기업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하드웨어는 레드오션의 대명사로 치부됐지만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컨설팅, 소프트웨어 부문 등과의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삼성이 최근 성장 동력으로 발표한 바이오 컴퓨터 또한 새삼 주목을 끄는 배경이기도 하다.

해외 컨설턴트가 본 삼성 성장방식

“삼성은 움츠리면서 성장하는 기업”

베인앤컴퍼니의 크리스 주크 파트너. 그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이를 좌우하는 변수에 천착해온 컨설턴트이다. 그가 바라보기에 삼성의 성장방식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움츠리면서 뛰는 타입(shirinking to grow)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보수적인 기업운영 방식을 지적한 말이다.

구조적인 성장(organic growth)은 요즘 기업들의 화두다. 한눈 팔다 자신의 분야에서마저 뒤통수를 맞는 기업들이 늘다보니 경영자들은 집안 단속과 더불어 이른바 될 성 부른 신성장동력 발굴에 골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본업과는 무관한 분야에 진출한 기업치고 성공한 기업이 드물다는 것이 크리스 주크의 분석이다.

그는 자사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분야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며 외연을 넓혀 나가는 것이 신성장동력 발굴의 노하우라고 단언한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군살을 대거 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성장론에 천착해온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파트너가 분석한 국내 최고 기업의 성장 방식이 흥미롭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신성장동력도 이러한 분석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화려한 맛은 떨어지지만 특유의 신중한 접근방식을 가늠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렉스마크 정영학 사장

“프린터는 정교한 컴퓨터… 반도체와 견줄만 한 블루오션”

정영학 한국렉스마크 사장은 작년 말 부임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두루 거쳤다. 이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휼렛패커드와 프린터 부문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렉스마크의 한국 내 자회사로, 지난 90년대 빅블루 IBM에서 분사돼 떨어져 나왔다.

지난해 매출 5조원을 달성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1만40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 달 27일 삼성동 섬유회관에 위치한 이 회사에서 정 사장을 만나 국내외 프린터 산업의 변화상과 더불어 이 분야가 요즘 신성장동력으로 조명받고 있는 배경 등을 물어보았다.

프 린터 산업의 빅뱅을 입에 올리는 이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반도체를 앞서는 유망분야라고 말한다.


컨 버전스 추세는 이 분야라고 해서 비껴가지는 않는다. 팩스·프린터·복사기, 그리고 스캐너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여러 기능을 장착한 프린터가 기업의 네트워크에 물리고 또 솔루션화되면서 그 잠재력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그는 자사가 프린터가 아닌 프린터 솔루션 회사임을 여러차레 강조했다.).

솔직히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 프린터가 어떤 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인가.

복합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정교한 컴퓨터로 변모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은행의 사례를 들어보자. 은행 창구 직원들은 고객의 통장개설을 위해 몇 가지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고객의 신분증을 복사하고, 신청서류 등을 모아 상사에게 가져가서 결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복합기로 이러한 과정을 미리 프로그래밍해 놓으면 번거로운 절차를 굳이 거치지 않아도 된다. 관련 서류를 복사하면 바로 자신의 하드디스크는 물론 상사의 컴퓨터에도 문서가 전송되기 때문이다. 200기가급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복합기도 요즘은 흔히 볼 수 있다.

프 린터라기보다는 고성능 컴퓨터를 떠올리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바로 이메일도 보낼 수 있다고 들었다.


주 요 문서를 복사해 우편이나 퀵으로 상대방에게 이를 보내는 회사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요즘 복합기들은 문서 복사와 동시에 정보를 읽어 들여 미리 지정한 상대방의 이메일로 이를 전송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업무 효율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지 않은가.

휼렛패커드에서는 IT의 시대가 저물고, BT가 도래함을 예고한 바 있다. 이런 게 바로 BT인가.


대기 중의 산소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호흡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관리자는 회사 전체에 몇 대의 복합기가 운용되고 있으며, 이들 복합기에 토너나 종이는 얼마나 남아 있는지 등을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직원들이 몇 시에 어떤 용도로 기기를 사용했는지도 알 수 있다.

또 복사한 서류는 복합기에 장착돼 있는 하드디스크에 자동저장하고, 관련자들의 컴퓨터로 전송할 수도 있다. 회사 전체의 업무 프로세스와 밀접하게 연동될 경우 업무 효율성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이다.

고객사 가운데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해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낸 기업이 있는가.


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Bank of America)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컨설팅을 거쳐 이러한 첨단 사무화기기 네트워크를 정교하게 구축했다. 현재 700만달러 이상을 연간 절약하고 있는 것으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항공기 제작 업체인 보잉사도 자주 인용되는 성공 사례이다. 모두 고객사이다.

삼성이 프린터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글 로벌 업체들은 모두 삼성의 움직임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개인 고객 시장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우리의 상대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위협적이지만 아직 맞상대는 아니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솔루션 부문에서 아직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역량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기기의 성능도 우수해야 하지만 여러 기능을 조율하고 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컨설팅 역량 등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 괄목상대의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솔루션보다는 일반 소비자들을 겨냥한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솔루션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계열사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은가. 경쟁기업들에 비해 컨설팅과 하드웨어의 접목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다.


한 기업이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한국시장에는 분야별로 경험이 많은 제휴 상대방이 적지 않다. 이들과 협력해 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비트 컴퓨터와 이미 MOU를 맺었다. 제약, 병원 등 의료부문 공략의 고삐를 높여 나가기 위해서이다. 하반기에 공공영역은 물론 은행, 보험 부문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갈 것이다.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있다. (웃음) 시스템 통합 업체들과도 꾸준히 파트너십 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력이 이채롭다. 하드웨어와 네트워트 업체 등을 두루 거쳤다. 휼렛패커드에서는 마케팅도 담당했다. 요즘 글로벌 기업들이 선호하는 경영자의 요건이라고 봐도 되는가.


프린터 분야에만 집중된 경영자는 버티기 힘들다. 여러 분야를 두루 꿰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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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신흥시장 공략, 적과 동침하라”



경영학 계 예언자 프라할라드 교수, 기업-시민단체 오월동주 제언

적과의 동침.’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바클레이, 그리고 네슬레까지, 글로벌 기업들이 평소 견원지간이나 다름없는 시민 단체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화제다. 신흥 시장을 공략하거나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면서 현지사정에 밝은 시민단체들의 도움을 구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업체가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절대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 이 회사는 인도의 시민단체인 ‘프라담(Pratham)’과 공동으로 이 나라의 저소득층을 상대로 개인용 컴퓨터(PC)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인텔도 비슷한 사례다.

인도의 정보통신 기업인 위프로(Wipro)와 저가의 지역공동체(community) 컴퓨터를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하며 오월동주(吳越同舟)의 대열에 전격 합류했다.

인텔의 인도시장 공략에는 한 시민단체가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고 프라할라드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밝히고 있다.

시 민단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비단 이들 업체만은 아니다. 통신업체인 텔레노(Telenor)는 방글라데시의‘그라민 은행(Grameen Bank)’과 제휴를 맺고 휴대폰을 시골지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이 은행은 노벨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의 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소액대출업체.

이밖에 유가공업체인 프랑스의 다농(Danone)이 그라민 은행과 유가공 합작업체를 설립하고, 저소득층을 공략하고 있으며,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식품 업체인 네슬레도 콜럼비아와 페루, 필리핀 등에서 빈민들을 상대로 한 커리큘럼을 지역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글로벌 금융 기업인 암로(ABN AMRO), 바클레이(Barclay),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피큰페이(Pick’n Pay)’등 시민단체와 손을 잡은 글로벌 기업은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지난 1999년 미 시애틀에서 열린 격렬한 반세계화 집회를 떠올리는 이들에게 시민단체와 글로벌 기업의 이러한 밀월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구촌의 빈부격차를 확산시키고, 환경파괴, 자원고갈을 불러오는 주범이라는 달갑지 않던 꼬리표가 따라다니던 글로벌 기업들이 시민단체와 동반자 관계 구축에 나서는 배경은 무엇일까.

시민단체, 신흥시장 소비자 정서에 정통

코카콜라는 지난해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인도의 한 시민단체가 화근이었다. 이 회사는 인도 케랄라 주에 위치한 플라치마다(Plachimada)에서 판매되는 콜라내 농약성분이 기준치 이상으로 발견되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논쟁이 불붙기 시작하며 낭패를 본 것.

코카콜라는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오르며 수백만달러의 매출 감소와 더불어 브랜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이름 한번 들어보지 못한 시민단체라고 해도 그 파괴력은 무시할 수 없다. 프라할라드 교수는 한 사람의 운동가라도 인터넷 공간에서 적절한 이슈제기로 수많은 대중을 움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에 과거에 비해 적극적이지만, 종종 미숙한 대처로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 각국의 시민단체에 ‘러브콜’을 보내는 배경을 가늠하게 한다. 시민단체보다 현지인들의 정서를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는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상종가를 불러온 또 다른 배경은, 신흥시장 저소득층의 부상이다. 글로벌 기업은 신흥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지만 이 지역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 기호, 특히 이들을 파고 들 유통 방식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한계다. 프랑스 가정용품 업체 테팔이 인도시장 공략에 소극적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인도만 하더라도 문화, 계층에 따라 조리습관이나 식습관이 다른 소비자들이 적지 않아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 공략에 상당히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난달 기자와 만난 이 회사 다니엘 제라르 부사장의 설명이다. 반면 신흥시장의 시민단체들은 현지사정에 정통하다.

빈민 구호활동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 계층의 바닥 정서는 물론 구호물자의 공급 방식 등을 비교적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 지역민들과 인간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한 것도 또 다른 강점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사정에 정통한 시민단체들을 적극 공략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경영자들은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하는데, 시민사회운동가들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노하우를 이미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프라할라드 교수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사회공헌의 효율성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전략적 사회공헌이 부상하면서 양자의 동맹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박스기사 참조) 흥미로운 점은 시민단체와 글로벌 기업의 공조가, 신흥시장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글로벌 기업, 디자인·전략도 공조

사 막에 난로를 파는 기업으로 널리 알려진 우리나라의 중견기업 파세코. 중동 진출 초기에만 해도 이 기업은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무엇보다, 사막을 오고가는 유목민들의 소비 습관을 파악하기가 수월하지가 않았다. 시장을 파고들 노하우가 절대 부족했다.

하 지만 파세코가 이 지역 사정에 정통한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았더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국제 석유시장의 큰손인 영국의 비피(BP, British Petroleum)가 인도의 한 시민단체와 조리용 스토브(stove)를 공동으로 개발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석유 업체인 비피는 주머니가 가벼운 시골 지역 소비자들을 겨냥해 에너지 효율적인 조리용 스토브의 개발에 나섰다. 저소득층 소비자들은 호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연료를 두 가지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요구했다. 인도의 복잡한 문화를 가늠하게 하는 까다로운 요구사항도 적지 않았다.

비피는 시장 조사기관에 의뢰해 이러한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시장조사를 마친 회사 측은 방갈로르에 있는 한 연구기관과 협조해 화석연료나 액체 연료를 바꿔 쓸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 오염 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장치도 부착했다. 문제는 유통이었다.

인도에는 구멍가게 수준의 소규모 매장들이 대거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규모 가게를 통해 대량으로 스토브를 보급하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이었다. 이 지역에 유통 채널을 직접 구축하려고 하니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에 합당한 가격 수준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광활한 지역에 흩어져 있으며, 언어도 서로 다르며 문화적 배경도 상이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것은 이 세계적 석유 기업의 입장에서도 현저히 힘이 부치는 일이었다. 당시 이 회사가 도움의 손길을 구한 곳이 바로 스와얌 식산(Swayam Shiksan)을 비롯한 이 지역의 시민단체였다.

이 회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이 지역에서 소규모 대출 사업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 3명과 전격 회동을 가졌다. 이후 시장 조사부터 전략 입안, 제품 디자인까지 공동 작업을 수행해 나가면서 서로간의 신뢰를 구축했다. 또 정보를 공유하고 사업 모델을 정교하게 만들어나갔다.

특히 새로운 시장을 공동 발굴해 나가는 한편 윤리강령이나 근무 지침 등도 머리를 맞대고 만들었다. 이를 통해 시장 개척에 따르는 시행착오를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 프라할라드 교수는 비피의 사례를 민간기업과 시민단체의 대표적 협력 모델로 평가한다.

물론 이 제품이 시장의 냉혹한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시민단체와 민간기업 간의 협조 방식, 또 그 성공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비피는 저소득층을 위한 스토브를 판매해 자사의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또 시민단체의 입장에서도 스토브를 구입할 여유가 없는 가난한 계층에 양질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다. 첨단 마케팅 기업으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 그리고 현지 사정에 밝은 시민단체의 오월동주 덕분이었다. 글로벌 기업과 시민단체, 양측의 이러한 전략적 제휴는 장기간 지속될까 아니면 일시적 유행에 그칠까.

프 라할라드 교수는 시민단체와 민간기업 양자의 이해가 상당부분 일치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민간기업은 경쟁우위 확보차원에서, 시민단체들도 생존을 위해 양자간 협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 각국의 정부가 자유주위 원칙에 입각한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

민간기업과 시민단체의 통합(convergence)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프라할라드 교수는 전망하고 있다.

양자간의 이러한 통합 추세는 글로벌 기업이라도 한때 견원지간이나 다름없던 시민사회단체와 협조하지 않으면 시장 경쟁을 이겨내기 어려운 냉혹한 시장 질서를 맞고 있음을 가늠하게도 한다. (박스기사 참조)

마 이클 포터

“환경 보호나 빈자 구휼 등에 대한 시민사회의 압력을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아라”

프라할라드

“경영자들은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하는데, 시민사회운동가들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노하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포터가 말하는 전략적 사회공헌

“사회공헌을 서비스·제품에 반영시켜라”

“전략은 선택을 뜻한다(Strategy is always about making choices).”

마이클 포터 교수는 사회공헌활동도 이슈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른바 전략적 사회책임론이다. 전략적 사회책임은 무엇일까. 기업이 당대인들이 지향하는 가치 체계를 한 걸음 앞서 파악하고, 이를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 과정에 반영하는 과정이다. 사회공헌활동은 결코‘비용’이 아니다.

포 터 교수는 무엇보다 도요타자동차의 세계적인 히트 차량인 ‘프리우스(Prius)’를 보라고 조언한다. 이 친환경 차량은 가솔린 자동차의 10%에 불과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미국 시장 진출 초기 손실도 적지 않게 났지만, 결국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기업 이익과 사회공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홀 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도 비슷한 사례다. 무공해 유기농 채소를 판매해 온 이 회사는 소비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100가지 성분을 철저히 점검해서 구매 과정에서 모두 제외한다. 건강에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간 밀가루는 쓰지 않고 있다.

제 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환경오염 물질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정을 채택하고 있다. 판매 매장 건설에도 환경 친화적인 건자재를 사용했다. 이 회사의 자동차는 바이오 퓨얼 엔진으로 움직이고 있다. 모든 가게와 생산설비를 풍력 에너지만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환경 보호나 빈자 구휼 등에 대한 시민사회의 압력을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았다. 포터 교수는 “사회적 이슈의 선택은 기업의 장기 경쟁우위를 강화할 연구개발 활동과 같은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책임이라는 용어부터 바꾸라고 강조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아니라, 사회적 통합(Corporate Social Intergration)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것. 사회적 책임은 기업과 소속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전제로 한 표현인데, 이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난 1990년대 엑슨보빌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국민들을 상대로 모기장을 배포한 바 있다. 적어도 그가 보기에는 이러한 활동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은 되겠지만, 최소한 전략적 사회공헌은 아닌 셈이다.


신흥시장 공략 성공 방정식은

시 민단체 외면하면 시장도 없다

지난 1999년 미국의 시애틀에서 열린 반세계화 집회. 당시 회의장 진입을 가로막는 경찰에 격렬히 저항하던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은 전파를 타고 각국에 생생하게 방영되면서 빈부격차 확대를 비롯한 세계화의 폐해에 대한 세계의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톡톡히 한몫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를 비롯한 거부들이 사회공헌활동의 박차를 가하며 소외계층 보듬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당시의 충격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던 글로벌 기업들의 기세를 한풀 꺾어 놓았다.

사회공 헌활동(CSR)이 대세가 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올 2월호에 따르면 비도덕적이거나 투명하지 못한 기업의 제품 구매를 중단할 준비가 돼 있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다. 바로 ‘보이지 않는(stealth)’ 시장영역의 소비자들이다.

기업인들은 이러한 반기업 정서의 확산에 위기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기업의 도덕적 책무를 강조하는 흐름을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프라할라드는 신흥시장 공략에 성공한 기업들의 특징을 두 가지 꼽는다.

시장공략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거나 이미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온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 그 주인공이다. 신흥시장 공략에서 글로벌 기업들에 한 걸음 뒤처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조언이다.


프 라할라드 교수는 누구

글로벌 기업 전략 바꾼 경영대가

세계 경영학계의 스타 경영 학자 중의 하나이다. 톰 피터스나 마이클 포터 등에 비해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영향력은 결코 덜하지 않다. 지난 2005년 타계한 수만트라 고샬과 더불어 인도 출신의 대표적 경영구루이다. 전세계 빈민 시장의 파괴력을 일찌감치 내다봄으로써 예언자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얻었다.

그의 이러한 통찰력이 빛을 발한 대표적인 분야가 휴대폰이다. 노키아와 모토롤라는 신흥시장 저소득계층의 잠재력을 간파하고, 수만원대 벌크제품으로 이시장을 공략해 세계 휴대폰 시장의 강자 자리를 굳힐 수 있었다.

베 트남에서 슬로바키아까지, 여러 신흥시장이 글로벌 경제에 속속 빠른 속도로 통합되고 있어 앞으로도 그의 통찰력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나 인도의 타타자동차가 불과 수백만원대의 자동차 개발에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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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Point| 美 네오콘 3인방이 보는 북 미사일 사태



“외교 적 노력은 그만

봉쇄와 고립만이 해결책”




미 사일 발사를 둘러싸고 북한과 첨예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미국 부시 행정부. 선제공격과 예방전쟁을 국가 안보 전략에 포함시킨 최초의 정권인 부시 행정부의 집권은 물론 공격적인 대외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집단이 바로 신보수주의자를 일컫는 네오콘이다.

미국 기업연구소(AEI)는 이들 신보수주의자의 총 본산이다. 이곳 연구원들의 언론 기고문이나 발표문은 갈수록 위세를 더하고 있는 미 보수 세력의 정서를 반영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AEI 선임연구원인 에버슈타트, 댄 브루멘털, 마이클 루빈 등 연구원 3인방의 기고문을 분석해 보았다.


북 한이 미사일 도발을 통해 이득을 얻는 공식을 직시해야 한다.

외교적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마이클 루빈)


북 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정부의 대외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싱크 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일제히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니콜라스 에버슈타트(Nicholas Everstadt), 댄 브루멘털(Dan Brumental), 마이클 루빈(Michael Rubin) 등 이른바 네오콘 3인방이 미 언론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성토하는 글을 일제히 발표하며 부시행정부 대북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다시 한 번 촉구하고 나선 것.

작년 초 참여정부를 ‘탈레반 정권’이라고 부르며 차기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잇단 막말로 끊임없이 물의를 빚어온 에버슈타트가 이번에도 총대를 메고 나섰다. 지난 6일자〈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에서 지난 2000년 클린턴 행정부의 북한 핵무기 폐기 프로그램의 실패를 다시 거론하고 나선 것.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시 (평양을 방문한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에게) 98년 대포동 미사일의 시험 발사가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말의 성찬(wordplay)이 더 이상 엄중한 현실을 가릴 수는 없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부시 정부의 화려한 수사(rhethoric)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 상황을 맞고 있다. 북한의 전략은 클린턴 행정부보다 부시 행정부에서 더욱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대북전략의 궤도 수정을 촉구했다.

에버슈타트는 지난 2004년에도 ‘북한, 그 악몽의 실체(North Korea Nightmare)’라는 제목의 글에서 역사가인 E·H. 카의 말을 인용해 “유럽이 두 차례 전화에 휩싸인 것은 결코 급작스러운 사태가 아니며, 꾸준한 사태 진전의 결과”라며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외교적 해결 중시를 강조하는 미국 내 일부 비둘기파를 정면 겨냥해 상당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또 다른 연구원인 댄 브루멘털(Dan Blumenthal)도 네오콘들의 바이블로 통하는 <위클리 스탠더드>에 기고한 글(‘김정일, 로킷 맨에서 “이제는 뇌관을 제거해야 할 때(time to defuse him)”라며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브루멘털은 특히 외교적 대타협을 지지하는 일부 세력을 비판하면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프로이드의 임상 사례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정신병자에 비유하기도. 아울러 한 중국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번 미사일 사태의 뇌관을 살려둠으로써 향후 대만과의 분쟁에서 미국을 향해 꺼내들 수 있는 ‘꽃놀이 패’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의도라며 중국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날을 들이됐다.

그는 국제 사회를 어르고 달래면서 이득을 챙겨온 김 위원장이 앞으로도 이러한 전략을 결코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루멘털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부시 행정부가 북한 정부의 금융 계좌(Banco Delta Asia)에 부과한 금융제재를 풀기 위한 시도라는 시각이 있다며 한 발 물러서는 자세를 보이기도.

하지만 백 번을 양보해도 북한이 군사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으며,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안겨주고 있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정권 그 자체며 미국의 문제는 이 정권을 바꾸기 위한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는 그는 하지만 전쟁 가능성은 배제했다.

북한군이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대포를 일제히 서울에 쏟아 부을 경우 씻기 어려운 파국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 따라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북한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는 봉쇄와 고립(containment and isolation)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6자 회담은 (미사일 사태 해결에 관한 한) 이미 그 수명을 다했으며, 북한이 만약 핵무기 확산을 방조할 경우 일본과 한국 정부와 함께 미사일 방어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 선박에 대한 감시와 더불어 위폐사용을 철저히 조사, 북한 정권을 경제적으로 서서히 고사시키는 전략을 취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연구원인 마이클 루빈(Michael Rubin)도 ‘위험한 사이클(dangerous cycle)’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통해 이득을 얻는 공식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든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미사일 발사. 북한은 대포동 미사일을 일본을 향해 발사했으며, 석달 후 미국 관리가 평양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어 핵무기 개발 포기를 약속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상당한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었는 데, 이러한 공식은 지금까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약속을 번복하면서 실리를 취해왔으며,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는 외교노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란 정권이 북한의 이러한 전략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INTERVIEW| 마쓰다 도시오 日 전략연구소 소장의 관전 포인트

“방위비를 노린 고도의 전략?”

이번 연속 미사일 발사의 진위는 북한이 1994년 북미제네바합의 이후 일관되게 주장해 온 핵 폐기와 교환조건으로 북한체제 유지 보장과 경제원조의 조기 실현이다. 북한에 있어 가장 큰 위협은 선제공격으로 이라크를 공격하고 아시아를 군사패권 하에 둔 미국뿐이다. 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북한에 설득력이 있는 곳은 미국뿐인 것이다.

6개국 회담 참가국의 상임이사국도 미국을 제외하면 북한에 있어서의 위협은 없으므로 발언력도 없어진다. 북한이 추구하는 체제유지와 경제원조를 보장할 수 있는 곳은 미국뿐이라는 소리다. 따라서 부시가 말하는 “미국과 북한 2개국간의 문제가 아니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북한의 핵폐기를 희망하지 않는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인 셈이다.

만일 북한의 위협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군사 재편성도 TMD(전략미사일방위)도 중국과 북한을 가상적국으로 하고 있다. 고가의 미사일 요격용 이지스함을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구입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 때문이다. 미일군사지침상, 공통의 가상적국은 북한이라고 일본자위대 신방위망에 명기되어 있다.

북한의 핵폐기에 의한 위협의 소멸은 미국의 극동아시아 군사전략상 중요한 가상적국의 소멸을 의미한다. 그뿐인가? 미일 안보 불필요론까지 발전할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북한의 핵폐기 합의의 추구를 말하면서도 지연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연속 발사는 언제까지나 북한의 핵폐기 합의와 안전보장을 지연시키는 미국에 대한 재촉인 셈이다. 북한은 미국이 2개국 간 협의에 응할 때까지 데모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미국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공격에 무방비하다는 위기감을 국민들에게 인지시키고 미군 주둔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각인해 27조원에 달하는 미군재편성비용의 전액부담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스커드 미사일 방위 예산과 더불어 앞으로 제출할 47조원의 TMD(전략미사일방위기지) 비용 전액을 받아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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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백인 거지 팻말 들고 한 푼 호소 - 자원전쟁에 신음하는 뉴욕 -
 

취재 =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1. 지난달 15일 오후 6시, 뉴욕 맨하튼 32번가에 위치한 한인 타운 초입에 위치한 감미옥. 설렁탕, 육개장을 비롯한 한국 전통 음식으로 뉴요커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인 타운의 대표선수 격이다. 국적이 궁금해서였을까. 일본인 여성 관광객 두 명이 기자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식사 초기 빈자리가 숭숭 눈에 띄었지만, 30분 가량이 지나자 카메라와 캠코더를 든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식당 안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나가기를 반복한다. 아시아인들이 주로 앉아있는 매장의 분위기가 맘에 안 들었는지 다시 밖으로 나가는 이들도 눈에 띈다. 뉴욕 맨하탄의 한인 타운은 요즘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색적인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포장마차형 주점이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고 있는 이곳에서 밀, 쌀,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이나 기름값 인상의 후폭풍을 여간해서는 피부로 느끼기는 어려웠다.


#2. 같은 날 오후 3시, 뉴욕 맨하튼 브로드웨이에 있는 ‘갭’의 중저가 브랜드인 ‘올드 네이비(old navy)’ 매장. 창고형 매장인 이곳은 아동복을 비롯한 의류 제품을 층마다 가득 쌓아놓은 채 판매하고 있었다. 월마트나 코스트코를 비롯한 대형할인점의 매장 구성 방식을 떠올리게 하는 내부 전경이 눈길을 끈다. 매장에 비치된 ‘대형 카트’를 밀고 다니며 물건을 고를 수 있으며, 각층마다 카운터에 열명 가까운 직원들이 고객들의 계산을 돕는다. 대형 매장은 피부 색깔이 제각각인 관광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이 매장에서 불과 5분 거리에 한국인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포레버21’이 있다. 독특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에 대한 입소문이 나서인지 이 매장 역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아메리칸 걸스’의 쇼핑 봉투를 들고 막 들어선 벽안의 모녀 역시 뉴욕스타일의 쉬크(sheek. 세련된)한 의류를 쳐다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에서는 경기 침체 논쟁이 넘쳤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고문이기도 한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를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들이 CNN을 비롯한 뉴스 채널에 등장해 경기 진단과 더불어 부시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으며, 지난 1분기 천문학적인 적자를 입은 씨티그룹의 대규모 감원소식도 전파를 탔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불리는 뉴욕 맨하튼의 중심가는 여전히 활력이 넘쳤다. 유가, 곡물가가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쓰나미’처럼 월가를 덮쳤지만 리세션(recession. 경기 침체)의 징후를 포착하기는 어려웠다.

 

□ 몰려드는 관광객이 경기 지탱


백화점인 ‘메이시(Macy)’ ‘스테이플스(Staples)’ ‘갭(Gap)’ ‘빅토리아시크릿(Victoria Secret)’은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명품 할인 매장인 ‘센츄리 21(Century 21)’도 마치 ‘도때기 시장’을 방불케 했다. 전철역에서 ‘베사메 무초’를 열창하는 히스패닉의 노랫 가락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젊은 여성들, 그리고 뉴욕의 명물인 말탄 경찰관의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유가 급등이나, 곡물가 상승이 심각하긴 하죠. 하지만 뉴욕 맨하튼은 사실 경기 침체의 징후를 파악하기에 적절한 장소는 아닙니다. 요즘 달러 약세로 유럽, 아시아의 관광객들이 밀려들고 있거든요.” 세계 5대 은행인 BNP파리바 뉴욕 지점의 유일한 한국인 직원인 옥큰별(35) 씨.


“경기 침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너털 웃음을 짓는다.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이 프랑스계 은행에 입사한 애널리스트인 그는 유로화 강세로 구매력이 높아진 유럽인들로 요즘 “뉴욕은 만원”이라고 귀띔한다.


지난 80년대 미국의 자존심인 록펠러 센터를 매입하며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를 자랑하던 일본 기업의 빈자리를 유럽 기업들이 채우고 있다고. 다만, 금융권은 찬바람이 쌩쌩 도는 편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계 은행들이 직원들을 대규모로 자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곡물 가격 인상의 여파로 아이티를 비롯한 빈국에서 폭동이 발발하고, 태국이 쌀 수입을 잠정 중단했다는 보도가 잇달았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오전, 뉴욕의 일상은 분주했고, ‘리세션’의 징후를 엿보기는 어려웠다.


국제 유가의 고공비행, 그리고 금이나 백금, 곡물의 가파른 가격상승을 ‘호재’로 여기는 전문직들도 적지 않았다. 패러마운트 옵션(Paramount Option)에서 근무하고 있는 ‘레이몬드 카본(Raymond Carbone)’ 트레이더가 대표적인 실례이다.


뉴욕 상품거래소(NYMEX)에서 고객사들을 상대로 유가 선물을 거래하는 그는 요즘 이 시장이 매우 뜨겁다고 전한다. “유가 선물이나 옵션의 변동 폭이 높아 리스크는 과거보다 치솟았지만, 큰 돈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 또한 비례해서 커지고 있다”고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흥미로운 점은 월스트리트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두드러진 것. 씨티그룹을 비롯한 미국계 금융회사들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직원들을 대량 해고한 반면, 보수적인 운용원칙으로 유명한 BNP파리바 등 프랑스계 금융회사들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미국계 금융기관에서 해고된 인력들을 프랑스계 금융기관들이 다시 채용하고 있다”는 게 옥큰별 씨의 전언이다.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브론즈 황소 상 앞에서 자신의 사진 촬영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아시아와 유럽의 관광객들, 그리고 갭이나, 바나나 리퍼블릭, 메이시 매장은 뉴욕 경기 상황의 ‘바로미터’였다.


잘 빠진 몸에 핫팬티 한 장을 달랑 걸친 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한 남자는 캠코더를 대자 더욱 목청을 높인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운영하는 ‘뉴스코퍼레이션’ 건물 1층에는 좌우로 헤드라인이 흐르는 가운데 계열 언론사인 폭스채널의 한 여기자가 리포트를 준비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어 오랫동안 먹지를 못했습니다” 뉴욕 속에는 또 다른 뉴욕이 있다. 오후 2시, 맨하튼의 24번가. 한 백인 남자가 도움을 호소하는 팻말을 들고 애처롭게 앉아 있다. 40대 정도로 보이는 이 남자는 카메라를 들이대니, 수치심을 느끼는 지 바로 팻말을 내린다.

 


□ 대체에너지 개발에 옥수수 농지값 급등


그리고 기자 일행을 휑한 시선으로 노려본다. 상가 뒤로 돌아가 다시 접근해 촬영을 시도해 봐도 반응은 매번 같았다. 뉴욕에는 이른바 ‘워킹 푸어(Working Poor)’ 계층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 도시 거주민들 중 55만 명이 바로 이러한 워킹 푸어 계층이다.(출처: Schuyler Center)


치솟는 식료품 가격은 이들에게는 치명적이다. CNN에 따르면 이 남자처럼 구걸을 하거나, 아니면 보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뉴요커들 사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뉴욕에 본사가 있는 ‘슐러 센터(Schuyler Center)’ 측의 설명이다.


이들 계층은 어린 자녀를 돌보고 임대료를 내기에 역부족이다. 장시간을 높은 노동 강도로 일을 하고 있지만, 현 소득만으로는 각종 공과금, 식료품, 임대료를 내기에도 빠듯하다는 것. 요즘 큰 폭으로 뛰고 있는 생필품 값은 이들의 주름살을 더하고 있다.


체감 물가가 치솟고 있는 것이 부담거리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0달러 정도를 들고 나가면 그럭저럭 장을 볼만했는데요. 요즘은 원자재 가격이 치솟다 보니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식료품이 많지가 않습니다.” 중학교 3학년을 마치고 구소련의 키르기스스탄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지금은 미국의 한 신학 대학을 다니고 있는 유학생 배인구(28)씨의 전언이다.


옥수수나 밀 가격의 상승은 가계의 살림살이에 주름살을 드리는 골칫거리다. 뉴욕 도심에서 지하철로 30분 정도 거리인 퀸즈나, 한인들이 주로 몰려 사는 플러싱에만 가도 유가 급등이나, 곡물가 상승의 여파를 감지할 수 있다. 퀸즈의 우드사이드에는 아침부터 하염없이 자신들을 채용해 줄 고용주를 기다리는 히스패닉들을 볼 수 있다.


곡물가 급등에 따른 웃지 못할 진풍경도 펼쳐지고 있다. 뉴욕 교외의 옥수수 재배 농지가 최근 20% 이상 큰 폭으로 치솟았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 업자들의 전언이다. 한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땅이었으나, 대체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에탄올의 원료인 옥수수를 사들이면서 덩달아 농지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


비영리단체인 EDF(Environmental Defense Fund)의 마샤 아르노프 박사는 “미 정부의 대체에너지 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옥수수 특수는 물론 아마존의 황폐화까지 불러왔다 ”고 지적한다.
 

맨하튼의 차이나 타운이 빠른 속도로 뉴욕에서 세를 넓혀가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진기한 물건을 찾기 위해 이곳에 몰리는 데다, 생필품값 인상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뉴요커들이 알뜰 쇼핑 차원에서 이 지역을 자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오전, 뉴욕 맨하튼의 차이나타운에서는 심지어 라면도 한인타운보다 더욱 싼 값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대단한 위세를 자랑하던 ‘이탈리아타운’을 이제는 한구석으로 완전히 밀어냈다. 뉴욕의 중국인들은 유가·곡물가 급등의 호기를 뉴욕상권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는 호기로 활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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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Topic |미 대선, 제 2의 ‘칼 로브’ 나요 나!

기사입력 2008-09-11 07:00


◇민주당 악셀로드-공화당 슈미트 물밑 대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오바마와 그의 선거 참모인 데이비드 악셀로드는 그들의 아버지가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공통점이 있다.”

                                                            
선거 승리나 성공한 마케팅에는 항상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다. 소비자, 그리고 유권자들의 감성을 파고드는 정교한 이야기는 캠페인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이다. 지난 1992년 11월, 미국인들은 저녁 시간대에 방송 전파를 탄 한 정치 광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옆집 청년을 떠올리게 하는 수더분한 이미지의 40대 백인 남성은 자신을 아칸소의 시골 마을 ‘홉(Hope. 희망)’에서 온 평범한 미국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불우했던 자신의 가족사와 더불어 결손가정에서 자란 유년기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배경’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미국은)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가난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도 보이스카우트의 일원으로 워싱턴에 가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고, 파트타임을 통해 법률 대학원에도 진학했습니다.” 

당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라크 전쟁에 회의적인 시선을 던지던 미국인들은 참신한 이미지의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서 한때 자신들을 벅차게 했으나 지금은 희미해진 꿈을 보았다. 

물론 빌 클린턴이라는 정치 신인을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 자리에 등극시킨 것은 바로 딕 모리스를 비롯한 그의 참모들이었다. 텔레비전 광고는 물론 공적인 발언 하나하나를 가다듬어 미국인의 가슴속에 그를 케네디와 같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정치 지도자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16여 년 후, 40대의 한 ‘흑인’ 남성이 ‘아메리칸 드림’을 강조하며 또 다시 미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는 미 정가에 신선한 바람몰이를 하며 매케인 후보와 치열한 대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양 턱에 (펀치가 작렬하는)강력한 충격을 느꼈어요. 그리고 (땅바닥에 쓰러져서는) 소에토로(양아버지)의 땀에 젖은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뉴스위크 인터뷰 中) 인도네시아인 의붓아버지와 사이에 있었던 일화는 그의 평범하지 않은 성장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하버드대 입학허가가 나오자 그의 케냐인 아버지는, 장학금이 보장되는 다른 대학을 마다하고 하버드로 떠났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이 나라로 갔던 오바마는 어머니의 결혼생활이 파경을 맞자 다시 미국 하와이로 돌아와 할아버지의 품에서 자라게 된다.

민주당의 선거 참모들은 이번에도 돌풍의 숨은 주역이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뒤흔들 수 있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양산하며 선거 초반의 분위기를 단연 오바마 후보에게 유리하게 가져가고 있는 일등공신이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군장성 출신인 매케인 후보와 달리, 자신의 힘만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버락 오바마의 눈물겨운 휴먼 스토리는 미국 유수의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그의 지지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유권자의 정서를 예리하게 파고들며 선거전을 주도하는 인물이 신문 기자 출신의 ‘데이비드 악셀로드(David Axelrod)’이다. 그는 역대 최악의 정부로 통하는 부시행정부에 대한 미국인들의 ‘실망감’을 파고들면서 선거 초기 판세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고 있는 일등공신이다. 

악셀로드는 조지 부시의 장자방이었던 ‘칼 로브’에 비견되곤 하는데, 후보자의 성장 배경, 품성을 비롯한 개인적인 특성에 기초한 선거 캠페인을 조직하는 데 무엇보다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의 불우한 성장 배경을 늘 강조하며 ‘기회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의 재건을 호소하는 오바마 선거 전략은 그의 이러한 특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카코 트리뷴’지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지난 80년대 말 정치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자신이 파트너로 있는 ‘AKP&D’에서 AT&T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을 담당하며 민간의 첨단 마케팅 기법을 몸에 익힌것이 그의 강점이다.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스토리 마케팅’을 앞세워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계층인 흑인과 블루칼라는 물론 공화당의 텃밭인 화이트 칼라 계층의 일부까지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마셜 맥루한의 테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선거 전략에 실천하고 있는 인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데이비드 악셀로드는 항상 자신이 주도하는 선거 캠페인을 이슈가 아니라, 인물 구도 중심으로 끌고 가는 경향이 강하다, 그에게는 ‘후보가 곧 메시지’인 셈이다.” 

하버드대 출신의 ‘제롬 코시’가 자신의 저서 에서 밝힌 대목이다.악셀로드는 자신이 직접 선거운동을 펼친 지난 2006년 메사추세츠주 데발 패트릭(Deval Patrick)의 선거전에서 오바마 필승 전략의 영감을 얻고 있다고 코시는 강조한다.

세세한 통계 수치를 중시하는 공화당 부시대통령의 선거 참모 ‘칼 로브’와는 달리, 유권자의 감성을 파고드는 인물 마케팅에 주력하는 편이다.일각에서 그를 선거의 큰 국면을 결정하는 전략가라기 보다 이미지 메이커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유복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심리학자인 아버지가 자살을 한 아픈 기억을 지닌 그는, 역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가 있으며 흑인 케네디를 자처하는 오바마와 가족사부터 정치성향까지, 적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오마바 바람이 불면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의 하나로 부상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강력한 경쟁자의 반격에 직면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부통령 지명을 신호탄으로 공화당 진영이 실지 회복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기 때문이다. 악셀로드와 치열한 지략 싸움을 펼치고 있는 매케인 진영의 선거 참모가 바로 ‘스티브 슈미트(Steve Schmidt)’이다. 

미국에서 가장 환경 규제가 강력한 캘리포니아 지역의 주지사인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선거 운동 참모로 활약한 바 있는 그는 골수 공화당원으로 지난 2006년 매케인 진영에 합류했다. ‘슈미트 병장’이 그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별명이다.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가운데 지지율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힐 수 있는 데는 그의 활약상을 빼놓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올해 37세인 그는 매케인의 연설문 작성자인 ‘마크 살터(Mark Salter)’와 막판 뒤집기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부통령인 페일린 카드는 슈미트를 비롯한 매케인의 선거 캠프에서 제시한 회심의 카드다. “버락 오바마는 실질보다는 말이 앞서는(Bundle of Hype) 인물이다. 그가 힐러리 로담 클린턴에 비해 상대하기가 더욱 수월한 후보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티브 슈미트가 타임지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내용인데, 알래스카 주지사 출신의 페일린을 영입한 배경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페일린은 오바마에 태생적인 거부감을 지닌 백인 블루 칼라 계층, 그리고 오바마에 호감을 느끼는 공화당 지지 계층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양수겸장의 묘수라는 분석이다. 민주당과 정책적인 공통분모가 적지 않았던 매케인이 최근 강성 기조로 돌아선 데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기반을 장악하기 위한 참모들의 조언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이다. 

미국 대선은 앞으로 텔레비전 토론 등 후보의 인물 검증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본격적인 정책 대결 국면 양상으로 전환되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매케인 측이 외교 분야에 문외한으로 평가받는 오바마 측의 약점을 집중 파고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악셀로드와 슈미트등 포스트 칼 로브를 꿈꾸는 두 책사의 물밑대결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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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0-10 16:21 |최종수정2007-10-10 16:39


“뉴질랜드 영화산업에 글로벌 기업 생존법 있어”

아 시아 영화계에 합종연횡의 바람이 거세다. 세계 영화 배급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절대 반지’ 할리우드에 맞서 아시아인의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며 ‘공동전선’ 구축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 첫 번째 결실이 바로 아시아영화인공동협력기구(APN: Asia Producer Network).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뉴질랜드, 태국, 싱가포르 등 영화 강국들이 대거 가입한 이 영화인 단체에서 단연주목을 받고 있는 국가가, 바로 피터 잭슨의 킹콩, 반지의 제왕 두 편으로 단숨에 세계 영화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뉴질랜드다. 국내 영화시장의 15%에 불과한 작은 시장.

우리나라의 10%에 불과한 인구… 숱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대외 지향적인 시장중시 정책으로 영화 강국의 반열에 오른 뉴질랜드 영화계는, 자국의 뛰어난 인력은 물론 활발한 해외 아웃소싱으로 전성기를 이끌며 아시아 각국의 영화계는 물론 정부에도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또 다른 싱가포르식 모델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차 우리나라를 방문한 뉴질랜드 영화인들을 지난 4일 광화문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만나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이 나라 영화 산업의 강점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앤 드루 프렌치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 상무관, 텔레비전 뉴질랜드의 아시아 다운언더 앵커·프로듀서인 멜리사 리 , 폴 캐런 게플(GEFL)그룹 대표이사, 피이트 리이브 오클랜드 영화인 협회 대표이사, 수전 오드 필름 뉴질랜드 프로젝트 매니저 그리고 장동준 한국영화제작자협회 국장 등이 이날 대담에 참석했다.

●亞 영화인 단결 할리우드 독점 허물어야

●실미도·JSA, 세계서 통할 잠재력 갖춰

●한국 배급사, 마케팅능력은 크게 떨어져

뉴질랜드 영화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킹콩은 뉴질랜드의 이미지를 싹 바꾸었습니다.

(멜 리사 리) 요즘 들어 대학마다 영화 관련 학과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젊은이들 중에서도 영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피터 잭슨, 러셀 크로 등이 눈에 띄는 활동을 하다 보니,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죠. 사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기란 과거에 뉴질랜드에서는 불가능했거든요.

정부가 영화산업의 파괴력에 눈을 뜬 덕분이겠죠.

어린 나이에 영화를 제작해 공모전에 제출하는 ‘신동(神童)’들도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피 이트 리이브) 최근에 제가 지켜본 11세 소년 얘기를 좀 하고 싶어요. 요즘 뉴질랜드에는 여러 영화 작품 공모제가 활발합니다. 특정 주제를 주고 두 시간 여동안 필름을 찍어 제출하면 이를 평가해 시상을 하는 대회였는데, 이 소년이 자신이 찍은 필름을 제출했어요.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천혜의 자연환경, 그리고 마오리족으로 이름이 알려진 나라가 영화 강국으로 부상한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피 이트 리이브) 뉴질랜드 영화 산업은 그 저변이 매우 두텁습니다. 이미 100 여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최근 들어 르네상스를 맞고 있기는 하지만 역사 자체는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경쟁력이 강한 배경은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영화 시장 규모가 한국의 7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영화 산업의 역사가 깊은데다 특히 늘 해외 시장 개척을 염두에 두다보니 눈높이도 높아졌고 인재풀도 상당히 폭넓은 편입니다.

작은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더 놀랍습니다. 아시아의 싱가포르와 비슷합니다.

(멜리사 리) 연간 2600억원 규모이니, 한국의 1조2000억원에 비하면 작은 시장이긴 합니다, 하지만 인구 차이도 감안해야겠죠. 뉴질랜드 인구는 한국의 10%에 불과합니다. 영화시장이 결코 작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관광과 영화 촬영지 등을 연계한 클러스터도 경쟁력 강화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장 동찬)클러스터가 뉴질랜드 영화 산업 경쟁력의 근간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도움은 되겠지요. 하지만 영화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창의적인 발상이 작품성과 흥행을 좌우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사고가 유연한 인재들, 그리고 마케팅 노하우의 소유자들은 세계 전역에 있습니다.

영화 클러스터가 중요하긴 하지만 뛰어난 작품의 필요충분 조건은 아닙니다. 반지의 제왕, 그리고 킹콩을 만든 피터 잭슨을 볼까요. 뉴질랜드인인 그는 영화 킹콩을 만들면서 음향 작업은 미국에서, 촬영은 뉴질랜드에서 각각 담당했습니다. 영화처럼 세계화된 활동분야가 있겠습니까.

‘수전 오드’ 프로젝트 매니저는 나이가 지긋한 편인데요, 老전문가들이 영화산업 부흥의 원동력은 아닌가요.

(수전 오드) 영화제작자가 되려면, 나이가 이 정도는 돼야 합니다. 제가 그렇게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나요. 이거 섭섭한데요. (웃음) 영화판에 몰려드는 젊은이들은 뉴질랜드에도 꽤 많은 편입니다.

할리우드는 전 세계 영화업자들의 ‘꿈’이자, 공적(公敵)이기도 한데요. 제작자 연합 결성에 나선 것도 할리우드를 의식한 때문인가요.

(폴 캐런) 할리우드가 전 세계 영화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원동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전 세계 배급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영화제작사들, 그리고 문화적 헤게모니가 주효한 덕분입니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작가들은 독창적인 영화 시나리오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유력한 자산인 셈이죠.

배우가 아무리 뛰어나도 스토리가 약하면 영화가 힘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자국 고유의 문화에 바탕을 둔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작가들의 스타일이 시너지를 일으킬 경우, 할리우드 영화를 누를 수 있는 스토리의 비교 우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봅니다.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가 할리우드에 맞서는 강력한 무기인 셈이군요.

(폴 캐런) 그렇습니다. 배우가 뛰어나도 스토리가 엉망이라면 영화가 빛을 볼 수는 없습니다. 영화는 곧 ‘스토리텔링’입니다.

멜리사 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소재로 다룬 시나리오 집필을 준비 중인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나요.

(멜 리사 리) 한국을 떠난 지 30년 이상이 지났습니다. 솔직히,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또 정체성은 무엇인지 잘 모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타임지에 실린 위안부 할머니의 사진 한 장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타임의 표제는 그들이 내 몸을 더럽히더니, 이제 내 영혼까지 짓밟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 영화 중 지금까지 몇 편의 영화를 보았습니까. 세계 시장에서 먹힐 만한 작품이 있습니까.

(피 이트 리이브) 3~4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중 ‘공동경비구역 JSA’, ‘태극기 휘날리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실미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어 더빙을 비롯해 후반 작업만 좀 더 잘 했으면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몰이를 할 잠재력이 충분한 작품들이었습니다.

한국 영화 중 해외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영화는, 전쟁 영화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건가요.

(멜리사 리) 아닙니다. ‘밀양’같이 이산의 아픔을 지닌 보편적 영화도 충분히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고 봅니다. 보편적 메시지야말로 흥행의 기본 요소가 아니겠습니까.

CJ를 비롯한 대규모 제작사들의 해외 시장 마케팅 역량에 대해서도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까.

(멜리사 리) 해외 시장에서조차 영화 소개를 영어로 하는 작품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번역 내용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어렵거나, 외국인들이 보기에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습니다.

뉴질랜드 영화계가 한국 영화의 해외 시장 개척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장 동찬) 한국 영화는 세계인에게 먹힐만한 코드를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한 가지 부족한 점은 마케팅 능력입니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놓고도 해외에 이를 알릴 수 있는 노하우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뉴질랜드는 일찌감치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으며, 마케팅 역량 또한 매우 뛰어납니다.

그들이 이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양국의 영화 편당 제작비, 그리고 마케팅 비용 등이 비슷한 것도 두 나라의 합종 움직임을 불러온 주요 배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웨타 프로덕션에서 이미 한국영화 공동제작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영화인가요.

(피이트 리이브) 영화 한 편은 지금 제작에 들어갔으며, 나머지 한 편은 제작 대기 중입니다. 제작비 규모가 각각 300억원, 그리고 100억원 정도입니다.

뉴질랜드는 총리가 문화부 장관을 겸임할 정도로 영화 산업에 상당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지요. 정부가 영화 산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나요.

(앤 드루 프렌치) 뉴질랜드 정부의 영화산업 육성 열의는 대단합니다. 총리가 문화부 장관을 겸임하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영화산업이 뉴질랜드 경제에 주는 파급 효과를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산업이 뉴질랜드 경제에 미치는 승수 효과(multiply effect)가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영화 제작자들을 상대로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지원하는 파격적 정부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까.

(앤 드루 프렌치) 뉴질랜드 정부는 영화가 ‘뉴질랜드적 콘텐츠’를 담고 있다고 판단되면 제작비 전액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또 심사를 통과한 제작자에게 뉴질랜드 내 영화제작 비용의 15%를 보조금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APN 결성에는 한국이나 뉴질랜드 정부가 혹시,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습니까.

(장동찬)아닙니다. 민간의 움직임입니다. 한국 영화의 침체로 더욱 절실해진 해외시장 확대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물론 외국 영화 국내 촬영 유치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전 오드, 필름 뉴질랜드 프로젝트 매니저

국제적인 로케이션 자문 관리, 뉴질랜드 스크린 프로덕션 인프라스트럭처 및 역량 조사, 공동의 사안에 대한 현지 업계와의 교류 등을 담당하고 있다. 필름 뉴질랜드 대표로 현재 두편의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멜리사 리, 텔레비전 뉴질랜드의 아시아 다운언더 앵커·프로듀서

텔 레비전 뉴질랜드 아시아 다운언더의 인기시리즈 앵커이자 프로듀서. 오클랜드공대에서 스크린 라이팅(Screen writing)을 전공했다. 선데이뉴스, 뉴질랜드헤럴드 등을 거쳐 1994년 텔레비전 뉴질랜드에 기자 및 뉴스캐스터로 입사했다. 아시아비전의 창설자이자 사장이기도 하다.

●피이트 리이브 오클랜드 영화인회의 대표이사

오클랜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정치학을 복수전공했다. 뉴질랜드의 영화, 텔레비전 산업에서 프로듀서와 포스트 프로덕션 감독으로 지난 20년간 활동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산 증인이다.

●앤드루 프렌치 뉴질랜드 무역 산업 진흥청 참사관 겸 상무관

뉴질랜드 무역산업진흥청 서울 사무소에서 3년간 근무했다. 한국-뉴질랜드 무역 및 투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폴 캐런 게플(GEFL)엔터테인먼트 그룹 대표이사

지 난 2005년 미 아카데미 영화상 후보작에 지명된 영화 ‘아이크’를 제작한 유명 프로듀서로, 지금까지 50여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아이크는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영국의 처칠 총리간의 우정을 그린 영화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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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ue |글로벌 경제잡지가 분석한 2008 세계경제
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8-01-03 06:12 |최종수정2008-01-03 06:24


◇“중동 미술품에 돈을 묻어라”◇

시계제로. 올해 경제예측의 어려움을 이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긍정과 부정의 신호들이 혼재돼 있어 섣부른 낙관이나 비관을 어렵게 한다. 이 모든 불확실성의 중심에 세계경제의 성장엔진 미국이 있다. 재작년(2006)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제는 올 한해 불안의 진앙지이다.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태는 집값 하락, 소비 위축을 비롯한 기왕의 악재들의 고삐를 풀어버린 판도라 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침체(recession)의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반면 세계경제의 디커플링(Decoupling)은 희망의 근거이다. 글로벌 경제주. 월간지에 실린 2008경제 전망을 분석해 보았다.

                                                                  

■분석1 美경제 악재 많지만 경기침체 없을 듯■

리세션(recession). 경기가 2분기 이상 뒷걸음질치는 경제현상, 우리말로 경기침체를 뜻하는 용어다. 미국에서는 요즘 부쩍 이 경기침체를 입에 올리는 이들이 늘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융권이 직격탄을 맞으며 돈줄을 바짝 죌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경제매체들이 월가 전문가들을 상대로 올해 경기 전망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서 경기침체(recession) 가능성을 질의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은 엇갈린다. 퀀텀펀드 창업자인 짐 로저스는 회의적인 시각이 강하다.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침체를 언급했다.

“미국 경제는 이미 경기침체 상태에 있다(the U.S. economy is in recession)”고 단언한다. 특히 자동차, 금융, 그리고 건설 부문 등은 경기침체보다 더한 난국을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침체가 아니라는 미국 정부의 진단은 거짓말에 가까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머니>, <포천>을 비롯한 경제주간지들은 대부분 미국 경기는 둔화되겠지만, 경기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각각 3.8%, 4.9%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전년 동기 2.4%, 1.1%에 비해 상승한 수치다.

경제 체질이 강해졌다는 방증이다. 집값의 하락, 그리고 유가 급등, 금융권의 위기 등은 과거에는 분명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할 수 있는 뚜렷한 징후들이었다. <포천>은 미국 경제라는 하나의 성장엔진이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성장을 주도하던 때는 지났다고 진단한다.

지금은 중국, 인도, 그리고 러시아, 브라질, 터키를 비롯한 신흥시장, 유럽연합(EU)이 성장을 함께 이끌어가며 세계경제의 탈동조화(디커플링, Decoupling)를 이끌고 있다고 강조한다. 신흥시장은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 성장의 주춧돌 역할도 하고 있다. 설혹 경기침체가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해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분석 2 美 집값 하락세는 이어진다■

미 집값 낙폭은 어느 정도일까. 세계적인 제테크 월간지인

<머니>는 컨설팅 기업 소속의 한 경제학자의 발언을 인용하며 “최악의 상황은 아직도 발생하지 않았다(The worst is yet to come)”고 진단한다. 미국 주택가격 중간치(median value)가 올해 전국에 걸쳐 5.7%가량 하락하며 4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플로리다나 네바다 등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높았던 지역은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낙폭이 더 클 것으로 내다보았다. 모두 지난 수년 사이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지역들이다. 마이애미가 13.1%, 오션시티가 9%, 유타가 11.5%, 그리고 네바다 칼슨시(Carson city)가 12.5%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는 배경은 물론 공급 과잉 탓이다. 미국에는 주택 400만여 가구 정도가 수요자들의 낙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은행을 비롯한 대출 기관들이 대출 요건을 어느 때보다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수급 불균형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게 <머니> 분석이다.

이 월간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시한다. 미국의 노동 시장이 예상보다 더욱 악화되면서 실직자들이 매물을 시장에 대거 내놓을 경우 전국적으로 두 자릿수의 집값 하락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미국 기업들의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이 3.8% 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며,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측했다. 〈포천〉은 골드먼삭스 보고서를 인용하며 지난해(2007) 전국의 집값이 3~10% 정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분석 3 집값 하락 불구 소비급랭 가능성 적어■

디커플링(Decoupling). 세계경제의 탈동조화 현상을 뜻하는 단어다. 유럽연합,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이 새로운 경제성장 엔진으로 부상하며, 미국 경제 의존도가 과거에 비해 떨어지는 경제현상을 지칭한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경제의 골리앗이다.

중국 수출품의 20% 이상은 여전히 미국으로 간다.

미국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초미의 관심을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비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 악재가 올해 적지 않은 것이 부담거리다. 무엇보다,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 고충이다. 여기에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국제 유가도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변수이다.

<머니>는 급격한 소비위축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유가 상승세가 한풀 꺾일 전망이다. 지난해 배럴당 93달러에서 올해는 8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지난해 국제 유가는 연초에 비해 무려 40% 정도가 상승하며 글로벌 경제의 주름살을 더했다.

하지만 이러한 급등이 수급요인이라기보다 중동지역의 불안한 정세에 따른 것이었던 만큼 올해는 진정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포천>은 과거 미국 소비자들이 9·11테러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그리고 허리케인 재해를 맞아서도 씀씀이를 크게 줄이지 않았다는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유러피언 비즈니스>는 미국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급격히 줄일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소비 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에 대한 투자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분석 4 신흥시장은 공사 중…IT기업 다시 약진■

미 서부시대 골드러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청바지나 금광채굴 장비 판매업자라는 것이 정설이다.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황량한 서부로 향한 이들은 대부분 파산했지만, 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 선견지명의 소유자들은 톡톡히 한몫을 챙겼다는 얘기다.

대형기술주들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스마트 머니>는 일년에 3개의 랩톱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구입한 한 인도 청년의 IT기기 소비 패턴을 분석하면서 기술주가 올해 각광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흥시장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 등에 눈을 뜨면서 이 분야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그 배경으로 꼽는다.

유망 종목으로는 휼렛 패커드, IBM, 시스코 시스템즈, 일렉트로닉스 아트(Electronics Arts), 인텔 등 내로라하는 다국적 기업을 꼽았다. 이들 글로벌 기업의 경우 해외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한몫 했다. 글로벌 재테크 월간지인 <머니>도 이러한 분석에 동조한다.

정보통신 분야의 대형 기업들이 수년간의 부진을 극복하고 다시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며 올 한 해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았다. 역시 해외시장 비중이 높은 점이 호재다. 한 바구니에 달걀을 모두 넣지 않는다는 투자원칙은 기업 활동의 포트폴리오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제너럴일렉트릭(GE)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지난 2000년 미국의 IT버블 붕괴의 원흉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던 기술 분야 기업들이 신흥시장의 부상과 더불어 미국 경제의 급락을 떠받칠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분석5 중국·인도 보유종목은 홀딩해야■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이 투자자들의 로망이 된 지 오래다. 중국이나 인도는 매년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세계의 투자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한편에서는 점차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속 성장의 이면에는 불안의 그림자도 어른거린다. 중국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 운용 기조에 10년 만에 긴축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가파른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중국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 운용자들, 펀드 상품 가입자들은 좌불안석이다.

인도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10억 달러가량의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인도 주식 시장을 빠져나갔으며, 이에 앞서 산업 생산이 지난해 9월 11개월 만의 최저치인 6.4%대로 하락했다. 인도의 정보통신 기업인 위프로(wipro)는 지난해 말 30%에 가까운 주가하락의 악몽을 겪었다.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 물론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 전망치가 8%에 달하고, 소비자들의 씀씀이도 줄지 않을 전망이지만 이러한 지표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깊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포천>은 하지만 인도 시장 전문가인 디팩 파렉(Deepak, Parekh)의 말을 인용, 주식 시장이 버블 상태는 아니라고 진단한다.

여전히 올해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8∼9%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금은 새로운 주식을 사기보다 보유 중인 종목에 더 주의를 기울일 때라고 진단했다.

퀀텀 펀드의 창립자인 짐 로저스도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중국이 산업혁명시기의 영국, 그리고 19세기 말 욱일승천하던 미국을 떠올리게 한다며 당장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분석 6 미술시장 열풍 지속…러 작품에 주목■

신흥시장은 예술품 투자처로도 각광받고 있다. <비즈니스 위크>는 10여 년 전부터 중국의 미술품을 수집해 대박을 터뜨린 한 외국인 투자자의 사례를 지난해 제시한 바 있다. 주인공은 하워드 파버. 당시만 해도, 이 나라의 미술품이 그에게 이처럼 엄청난 행운을 몰고 올 것으로 내다 본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3년 전부터 미술품 값은 치솟기 시작했는데, 이 투자자는, 그의 성공 사례에 자극을 받은 다른 투자자들이 중국 미술시장으로 몰려들자 이번에는 쿠바의 미술품을 사들였다고. 올해도 미술품 투자 열기는 지속될까. 또 어느 지역의 미술작품이 각광을 받게 될까.

<유러피언 비즈니스>는 예술품 투자 전문가인 프레데릭 바커(Frederick Barker)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나 인도, 그리고 러시아 미술품들의 지속적인 강세를 점쳤다. 특히 러시아의 신흥부자(Novii Ruski)들의 자국 그림 입도선매 움직임을 제시하며 러시아 예술작품들이 투자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나 인도 작품들에 비해 아직까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강점이다. 다만, 풍경화의 경우 위작들이 많아 각별한 주의를 요해야 한다고 <유러피언 비즈니스>는 진단했다. 이 밖에 레바논,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지역 작품들도 아직 비용 대비 투자가치가 높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중동지역 미술작품 투자 대상 각광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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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Q&A

“전문가와 교류하며 교양의 폭 꾸준히 넓혀야”

미 국의 심리학자 ‘케이스 소여’는 세계적인 창의력 전문가다. 워싱턴 대학에 근무하고 있으며, 이 분야의 세계적 명저로 통하는 《창의력 제대로 알기》의 저자인 그가, 시사 주간지 <타임>과 가진 인터뷰 내용의 일부를 발췌해 실었다.

♣ 창의력을 둘러싼 편견을 꼽는다면.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마치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창의적인 사고를 할 때 이용하는 뇌의 영역도 평소와 다르지 않다. 예컨대, 교통체증을 우회하는 방법을 고민할 때 쓰는 뇌의 영역과 같다는 얘기다.

♣ 아이디어가 유독 잘 떠오르는 장소가 있는데.
목욕탕이나 침대·버스가 대표적인 장소다. 골머리를 앓던 문제가 한순간 해결됐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문제 해결에 골몰할 때와 휴식을 취할 때 사용하는 뇌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뇌의 영역의 해결 능력에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들 장소에서 우연히 접한 정보가 잊고 있던 문제의 해결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 보통 사람들이 창의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창의력을 둘러싼 오해들이 적지 않다. 우선, 창의력은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결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정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매개로 형성된다는 얘기다. 다른 분야에 근무하는 사람들과의 브레인스토밍을 떠올려 보라. 서로가 지닌 지식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질적 변화를 거치는 것을 알 수 있다.

♣ 여러 분야를 공부해야 창의적일 수 있다는 말인가.
우선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라. 누구도 모든 분야에서 창의적일 수는 없다. 우선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음악을 예로 들어보자. 가능한 모든 것을 배워라. 여러 개의 뮤직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도 권할만 하다. 예기치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 창의적인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찰스 다윈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정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디어가 훗날 진화론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나쁜 아이디어조차 정교한 이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창의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을 소개해 달라.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열심히 일하고 자주 휴식도 취하라. 무엇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해야 한다. 창의력은 수 년 간의 고된 업무를 거쳐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인력들로 구성된 인맥 네트워크를 만들어 자유롭게 토론을 가져라. 창의력이란 선천전인 재능이 결코 아니다. 비록 지금 하고 있는 작업에 실패해도, 훗날 더 나은 결과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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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가 세상을 바꾼다'. 제가 몇주전 편집회의에서 제출한 아이템입니다. 네티즌들이 직접 제작한 동영상을 비롯한 '콘텐츠'가 뜬다고 하는 데, 그 현황과 더불어 이 세태로 가늠할 수 있는 바는 무엇인지, 또 글로벌 기업들의 이용실태는 어떤지를 조명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사실 '윗분'들이 익숙하지 않은 토픽이어서 선택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왠걸요. UCC를 다른 아이템도 아닌 '커버스토리' 로 전격 낙점을 하네요.  컴퓨터 부팅이 뭔지도 잘 모르는 분들도 관심을 보일 정도로 UCC라는 게 정말 뜨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고민이 적지 않았습니다. 일간지들이 많이 훑고 지나간 주제여서 새로운 얘기를 풀어내기가 수월하지가 않았습니다. UCC를 산업적 측면에서 다루자니, 식상하고, 또 문화적 의미를 부여하지니 경제주간지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민끝에 UCC를 매니지먼트의 측면에서 접근해보자는 결론을 내렸죠.

글로벌 경영자들이 이노베이션에 목을 매는 상황에서 UCC를 새로운 아이디어의 보급창고라는 시각에서 접근한다면 참신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번 커버의 도비라(커버를 설명해주는 지면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는 이런 고민의 산물입니다.

블로그 전문가인 데비와일과 인터뷰도  하고 뭐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만, 평가는 독자여러분의 몫이겠지요. (참고로 한국형 UCC마케팅의 저자인 신승호씨가 UCC마케팅 사례를 분석한 글을 기고했는데, 실패사례로 거론된 엘프녀 제작사의 마케팅 담당자가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해 왔습니다. 근거가 무엇이냐는 거였습니다. 신승호씨의 연락처를 알려주긴 했는 데,
낭패를 보신 것은 아닌지 우려되네요. )


UCC Management Success Manual

[이코노믹리뷰 2007-04-12 13:36]


“ 머리가 그 머리지요 뭐…” 이휘성 한국IBM사장이 올해 초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툭 던진 ‘조크’다. 이 글로벌 기업의 사내 이노베이션 모델인 아이디어 잼을 설명하다 나온 얘긴데, 뛰어난 인력들이 많이 모여 있어도 툭 튀는 아이디어를 구하기가 간단치 않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휘성 사장의 넋두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고민을 가늠하게 한다. 프록터앤갬블에서 제너럴일렉트릭, 그리고 우리나라의 SK텔레콤까지, 각국의 기업들이 사내는 물론 끊임없이 외부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네티즌들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뜻하는 UCC가 각광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UCC는 이노베이션의 자양분이자, 제품이나 서비스 홍보를 위한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타짜’의 패러디 버전으로 유명 엔터테인먼트 기업 CEO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은 대학생,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판매 노하우를 컨설팅하는 네티즌들의 사례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UCC를 자사 서비스나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핵심 툴로 활용하고 있다.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제작한 동영상이나 글을 올리며 신뢰 확보와 더불어 지속가능 경영의 주춧돌을 놓고 있다. 우리가 UCC에 주목한 배경이다.

국내의 UCC 고수들, 세계적인 블로그 전문가인 미국의 데비 와일, 국내에 UCC 전성 시대의 주춧돌을 놓은 판도라TV의 김경익 사장, 그리고 이금룡 KR얼라이언스 사장 등과 연쇄 인터뷰를 갖고 UCC가 글로벌 산업에 몰고 온 변화, 국내 기업에 대한 조언, 그리고 전략 등을 심층 분석해 보았다.

커버스토리를 읽는 데 도움이 되는 UCC용어 20선

유시시(UCC)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 블로그도 UCC에 포함된다.

설치형블로그 소프트웨어를 웹계정에 설치해 사용하는 블로그

개방형 블로그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화면을 구성할 수 있는 맞춤형 블로그

판도라 TV UCC동영상이 거래되는 오픈 마켓

RSS 블로그에 올려진 정보를 하나의 장소에서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

리퍼러(referer) 독자가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지 알려주는 통계메뉴

하이브리드블로그 쇼핑몰,자료실,회원 관리 등 다양한 기능이 융합된 블로그

CEO블로그컨설턴트 CEO를 대상으로 블로그 설치부터 운영까지 노하우를 알려주는 전문가

픽스카우 UCC동영상이 거래되는 오픈마켓. 지식검색서비스를 선보였다

낚시동영상 특정 상황을 연출한 동영상. 여학생 성폭행 동영상이 대표적

고스트블로깅 다른 사람에게 타인의 명의로 글을 올리게 하는 행위

장애우 동영상 피아노 연주모습을 인터넷에 올려 화제가 된 김경민씨의 동영상

에델만유럽 블로깅을 홍보업무에 가장 잘 활용한다는 평가를 받는 홍보 대행사

엘프녀 리니지의 엘프 복장을 한 여성이 명동 거리를 걷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

최여진의 굴욕 배우 최여진씨가 여고생 팬에게 봉변을 당하는 상황을 연출한 동영상

빌 메리오트 메리오트 호텔의 CEO. 블로그를 사회공헌활동에 접목시켰다는 평가

밥 루츠 GM의 부회장. 미 자동차업체 경영자 중 블로깅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

김진희 일반인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가 개인방송을 하는 숙명여대생

김옥빈 작살댄스 100만 회 이상의 조횟수를 기록. 작년 비즈니스 UCC 중 가장 큰 인기

조나단 슈워츠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CEO. 포천선정 500대기업 CEO중 최초의 블로거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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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할라드에서 수만트라 고샬까지
인도학자들 다국적 기업에 한 수 지도

인도인들은 전통적으로 수학이나 기하학을 비롯해 고도의 추상적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인류역사에 기여해 왔다. 이러한 능력이 수천여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그 후손들의 피에 흐르고 있기 때문일까.

인도 출신 경영학자들은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미국의 경영자들에게도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대표적인 학자가 수만트라 고샬(Sumantra ghoshall) 전 런던비즈니스 스쿨 교수와 프라할라드(C.K. Prahalad) 미시간대 교수다.

수만트라 고샬은 자신의 저서인 《국경을 넘어서 Managing Across Borders》에서 협력의 경영학적 의의를 중시하며 프록터앤갬블 C&D 전략에도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 바 있다.

지난해 암으로 타개한 그는 스스로도 다른 연구기관·대학, 그리고 언론사 기자들과도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인도의 캘커타에서 태어난 그는 델리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인디아 석유에서 경영자로 활동했다. 인도 비즈니스 스쿨의 초대학장으로도 선임되며 숱한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3년에는 서울대 박철순 경영대학 교수와 한국과 인도기업의 경영전략을 분석하고, 구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 《세계 수준의 한국기업에 도전한다》를 출간한 바 있다. 협력의 중요성은 그가 남긴 가장 소중한 유산이다.

프라할라드 미시간대 교수도 비슷한 사례. 그는 이른바 소득피라미드에서 가장 아래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빈곤층의 구매력에 관심을 환기시키며 세계 다국적 기업들의 중저가 제품 출시붐에 불을 댕긴 바 있다.

경영의 신으로 널리 알려진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 전 회장의 교사 역할을 한 경영구루 램 차란도 역시 인도 출신이다.

수만트라 고샬·프라할라드, 램차란 등 인도 출신 경영구루들이 세계 경영자들의 스승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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