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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글로벌(Global)/NEXT 글로벌 엑스퍼트'에 해당되는 글 71

  1. 2010.05.25 전쟁사에서 미래예측의 노하우 익힌 '바톤 빅스' 투자전략가
  2. 2010.05.19 2008년 4월, 뉴욕에서 만나 토마스 벤츠 '그의 유가예측법'
  3. 2010.05.18 볼커룰, 찻잔속의 태풍인가 '카트리나일까'?
  4. 2010.05.18 폴 볼커, 오바마號 금융 개혁의 선봉에 서다
  5. 2010.05.18 식자재 업체들이 미래의 동서식품이죠
  6. 2009.08.15 유라시아그룹 컨설턴트 '아브라함김' 론스타와 팻테일을 말하다
  7. 2008.10.29 (리더스 코멘트)마이클 판즈너
  8. 2008.10.23 (엑스퍼트 뷰)英경제학자 '균형발전'을 말하다
  9. 2008.10.17 (리더스 코멘트)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고문
  10. 2008.08.20 구매 담당자 습관까지 파악하라-폴 테리 포레스터 부회장
  11. 2008.06.13 성장하려거든 리스크-테이커가 되라
  12. 2008.04.05 GE 차세대 성장 동력 남북 화해에서 찾습니다-베칼리 팔코
  13. 2008.04.03 GE, '원거리진료' 항공엔지니어에 배워
  14. 2008.01.25 “애플이 아이팟 마돈나 버전 출시한 3가지 이유 ”-니르말야 쿠마르
  15. 2008.01.24 “투자유망 분야요? …난초 키우는 부총리 마음 읽어야”
  16. 2008.01.22 경영구루 공짜 메일 서비스 일람
  17. 2008.01.20 Brain Interview |니르말야 쿠마르 런던 비즈니스 스쿨 교수
  18. 2008.01.17 (브레인 인터뷰)독일 DHL 군터 존 부사장
  19. 2008.01.16 (Brain Interview) 美 볼링그린주립대 한찬기 교수
  20. 2008.01.16 교육(敎育)의 목적은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21. 2007.09.08 도널슨 그룹 '데이비드 팀' 부회장의 '한우물론'
  22. 2007.09.04 세계적 브랜드 컨설턴트 마틴 롤에게 듣는다
  23. 2007.08.29 제프리 페퍼, 평택 굿모닝 병원에‘通’하다
  24. 2007.08.25 "Google is mathmatics"
  25. 2007.08.18 미래학자 로히트 탈와 "삼성의 미래를 말하다"
  26. 2007.08.12 대기업 전문가 로스차일드-김병윤, 격변의 삼성 그룹을 진단하다
  27. 2007.07.26 "삼성, LG에 지속가능경영 한수 지도"-인터뷰
  28. 2007.07.21 현대.GE, 퓨전경영으로 상생의 길 열다
  29. 2007.06.23 한국기업 사회공헌 'PR'에 불과-레이 호튼
  30. 2007.05.21 미래학자 로히트 탈와 단독 인터뷰
 

전쟁사에서 금융 위기의 본질 보다

미래 예측의 고수 ‘바톤 빅스’의 노하우 분석



2010년 04월 20일 11시 29분조회수:544
“미국 경제 조기 회복” 적중…비관론 전파한 루비니 압도한 ‘선견지명’ 발휘



2008~2009년에 걸쳐 투자은행에서 해고된 전직 금융가들은 하릴없이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배회했다.

한때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던 그들은 금융 위기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더 이상 자신들을 반기는 화려한 회사는 없었다.

투자은행의 부서 일부가 통째로 사라지던 시절이었다. 그들은 고통스러운 세월을 절감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투자 은행가들의 호시절에 마침표를 찍었다.

위기의 발단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다. 투자은행 직원들이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을 다니며 판매한 파생금융상품은 마치 째깍거리는 ‘시한폭탄’을 떠올리게 했다.

미국 집값의 하락세가 위기의 첫 단추였다. 2004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올리자 이 시한폭탄의 안전 장치도 풀렸다. 모기지 상환을 감당하지 못해 도피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한때 연 10%에 달하는 고수익의 파생금융상품을 사들인 금융기관들은 잇달아 파산 상태로 내몰렸다.

지난 1929년, 세계를 뒤흔들던 대공황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투자전략가인 ‘바톤 빅스(Barton Bigg)’는 그 순간 빛을 발했다.


작년 초 미국 시장 호조세 예측
2009년 초, 이 투자 전문가는 미국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한 경제주간지에 실린 독점 인터뷰 기사는 루비니 뉴욕대 교수를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의 견해와는 한참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풍경은 여전히 잿빛이었다.
실업자들은 뉴욕의 센터럴 파크를 배회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재생 에너지 개발 바람은 에탄올의 연료인 옥수수를 비롯한 주요 곡물의 품귀 현상을 불러왔다.

값싸게 먹을 수 있는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미국에는 배를 곯는 ‘신 빈민층’이 급증했다.

바톤 빅스는 모건스탠리 시절 ‘군계일학(群鷄一鶴)’이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리서치 관련 부서를 만든 주인공인 그는 월가에서 30여 년 간 근무하며 미국은 물론 글로벌 증시의 부침을 경험한 전문가였다.

그에게는 미국 제일의 투자 전략가라는 호칭이 늘 따라다녔다. 하지만 지난 2003년 모건스탠리를 떠난 뒤 투자자문사를 창업한 이 전문가도 이번만큼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게 세간의 평이었다.

바톤 빅스의 예측에서 20세기 초 미국 최고의 경제학자이던 ‘어빙 피셔’의 그림자를 떠올리는 이들도 늘어났다.

영국의 케인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당대의 경제학자는 단 한 번의 예측 실수로 패가망신한 불운의 인물이었다. 지난 1929년, 그는 미국 경제의 추세적인 상승세를 예상했다. 대공황을 불과 한 달 앞둔 시기였다.


역사에서 금융 위기의 본질 파악
1920년대, 미국 전역에는 고속도로가 깔리고 자동차와 전기가 대랑 보급되었다. ‘포효하는 20년대(roaring twenties)’로 불리던 초고속 성장이 서서히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피셔는 알지 못했다.

텔레비전에 등장해 미국 경제 조기 회복론을 설파하던 이 천재 경제학자가 자식들에게 물려준 것은 천문학적인 빚더미였다.

거시경제의 흐름을 잘못 예측한 대가는 이처럼 컸다. 바톤 빅스는 선배 경제학자의 실수를 반면교사의 사례로 삼았다. 올 들어 미국 경제는 봄 기운이 완연하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주요 경제 지표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암울했던 분위기들이 조금씩 걷히고, 해빙 무드가 확산되고 있다.

인텔(Intel)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양상이다. 비관론자들도 그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호재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흥청망청 소비에 탐닉하며 부의 효과를 즐기던 미국 국민들은 저축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빚을 조금씩 털어내면서 가계 재정의 건전성도 호전되고 있다.

바톤 빅스는 이러한 변화를 누구보다 일찍, 비교적 정확히 예측했다. 그가 미국 경제의 흐름을 정확히 내다본 배경에는 ‘폭넓은 지식’을 빼놓을 수 없다.

바톤 빅스는 역사, 전쟁사, 금융사를 두루 공부하며 전쟁과 금융 위기의 함수관계를 통찰한 ‘르네상스형’ 투자 전략가다.

그는 금융 위기의 프레임으로 1, 2차 세계대전을 분석해온 ‘하이브리드(Hybrid)형’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정확한 경제 예측을 하는 배경은 지난 30년 간의 실전투자경험도 빼놓을 수 없다.

금융 분야 한 우물을 파온 이 투자 전략가는 레이건 시대의 신자유주의, 클린턴 행정부의 등장,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부상과 몰락,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 선언과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파산, 기술주의 광풍과 거품의 붕괴 등을 두루 경험한 백전노장이다.

그는 역사는 주식. 채권을 비롯한 주요 재테크 수단을 맹신한 부자들의 수난사였으며, 군중 심리가 적나라하게 분출되는 광기와 비이성의 장이었다고 지적한다.

두 차례 세계 대전이 선진국에서 발발한 뒤 주변 국가로 급속히 전염돼 나갔으며, 부의 지도를 일거에 재편했다.

독일의 전격전에 우왕좌왕하며 패닉 상태로 빠져들던 프랑스 국민들, 그들을 사로잡던 비이성적인 군중 심리 등은 모두 재작년 금융 위기의 데자뷔이다. 위기는 바람처럼 퍼져나가며 부의 지도를 재편한다.


20세기를 되돌아보면 주식이나 채권은 대체적으로 부의 유지에 유용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패전국의 국민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고통스러운 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부동산이나 금을 비롯한 현물의 보유는 때로는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나은 점이 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어요. 투자자들이 역사를 더 잘 알수록, 그들의 선택도 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프랑스 국민·리더들의 패착이 반면교사
바톤 빅스는 2차 세계 대전의 당사국인 프랑스를 자주 인용한다. 당시 유럽에는 불온한 기운이 떠돌았고, 프랑스는 철의 요새인 마지노선을 구축했다.

독일군은 마지노선을 우회했다. 구데리안, 롬멜 등 뛰어난 장군들이 프랑스를 점령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한 달여.

프랑스 정부가 발행한 국채는 곧 휴지가 돼버렸다. 전쟁은 이 나라 부자들이 평생 땀 흘리며 구축한 부를 한순간에 지워버렸다. 바톤 빅스는 그 결과가 재앙에 가까웠다고 강조한다. 이 나라 기업들의 주식과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휴지 취급’을 받았다.

전쟁은 유럽 대륙 부의 지도를 다시 그렸다. 2차 세계대전은 평생 땀 흘리며 모은 막대한 부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투자자들의 수난사다. 독일군에 장비를 공급한 르노 등이 수혜 기업이었을 뿐이다.

동쪽으로 총부리를 돌린 히틀러의 제국군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슬라브 민족 거주 지역을 순식간에 휩쓸었다. 그들은 전차와 보병, 항공기의 유기적인 협조를 특징으로 하는 기동전을 전술 운용의 핵으로 활용했다.

프랑스의 패배는 대안상품의 득세를 부른다. 금이나 은을 비롯한 귀금속, 시골의 농장을 보유한 이들이 신 부유층으로 부상했다. 바톤 빅스는 전쟁이나 금융 위기는 주식이나 채권 등의 폭락을 부른다고 지적한다.

전쟁은 예측을 비웃는 위기의 본질도 가늠하게 한다. 나폴레옹이 엘바 섬을 탈출할 것으로 내다본 이들은 거의 없었다. 부동산발 금융 위기나, 롱텀캐티펄 매니지먼트의 붕괴, 러시아 정부의 채무불이행선언을 내다본 금융 전문가들도 드물었다.

나폴레옹은 유럽의 왕정복고 체제를 다시 혼란 속으로 밀어 넣었고, 영국은 다시 전화에 휩싸였다. 웰링턴의 전쟁 승리는 영국의 국채를 사들인 로스차일드 가문에게 막대한 이득을 안겨준다. 엘바 섬을 탈출한 전쟁 영웅에 고무된 이들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노무라, 게이샤에 집착하다
“전문가들은 늘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화제로 삼습니다. 그들은 벤처 버블이나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고통을 겪고 나서야 이러한 생각이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닫곤 합니다.”

16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열풍, 20세기 초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 밀레니엄 시대의 정보통신 기술주들은 이러한 점을 일깨워주는 반면교사의 사례다.

행간을 읽어야 진실이 보인다는 바톤 빅스는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에 직면한 일본의 현실을 실례로 든다.

일본은 미드웨이 해전의 패배로 태평양의 제해권을 상실하며 몰락의 길로 접어들지만 군부가 통제하는 언론은 연일 승전보를 울려댄다.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가 여전히 팔려나간 배경이다. 하지만 전투에 나선 장군들이 사라져버린 사실을 파악한 회사가 있었다.

바로 지난 1997년 한국 경제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보고서로 금융 위기의 도래를 알린 노무라증권이 그 주인공이다. 노무라증권은 당시 미드웨이 해전에 참전한 장군들의 단골 기생인 ‘게이샤’들로부터 이 정보를 파악해 발 빠르게 대응한다.

이 금융회사는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는 모두 팔아버리고 미 맥아더 전시사령부가 패전국 일본에서 육성하게 될 민간 기업 투자 지분을 늘렸다.

바톤 빅스는 행간에 감추어진 진실을 파악하고, 대중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것이 투자의 요체라고 강조한다.

정부는 늘 전쟁이나, 금융 위기 관련 정보를 통제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군부 또한 2차 세계대전 중 작은 승리를 부풀렸고, 패배는 가급적 감추었다.

지난해 대한민국 정부가 금융가의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입단속에 나선 배경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바톤 빅스는 증시에서 앞으로 닥쳐올 변화의 조짐을 읽고, 자신의 주변에서 증시의 향후 움직임을 읽으라고 조언한다. 금융 위기는 10년 주기로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 위기는 동시대의 가장 인기있는 투자 수단을 망가뜨린다.

그가 모건 스탠리의 아시아 투자 펀드 청산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도 이러한 원칙에 충실한 결과였다.

지난 2003년, 모건스탠리는 투자 손실을 기록 중인 ‘아시아 펀드’ 운용을 중단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일본 시장에 주로 투자하던 이 펀드의 원금이 형편없이 쪼그라들자 회사 측은 이 펀드를 청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바톤 빅스는 당시 이 결정에 반대한다.


시류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금물
“아시아에는 여전히 내재가치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산이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저는 펀드를 굳이 청산하지 않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바꿔 투자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고 보았어요.

아시아 시장에 공포심을 느끼는 때가 바로 투자에 나설 적기였어요(Hedge Hogging 중에서)“

모건스탠리는 바톤 빅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고, 그는 딘 위터스(Dean Witters)와 합병 직후 회사를 떠났다. 경제 사가이자, 투자전략가의 혜안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그가 작년 1월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예견한 것도 이러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바톤 빅스의 예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는 미국 경제와 증시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앞으로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는 게 이 투자전문가의 예측이다.

중국 증시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편다. 그는 자신의 투자 성공 노하우로 역사 공부를 강조했다.

“20세기를 되돌아보면 주식이나 채권은 대체적으로 부의 유지에 유용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패전국의 국민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고통스러운 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부동산이나 금을 비롯한 현물의 보유는 때로는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나은 점이 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어요. 투자자들이 역사를 더 잘 알수록, 그들의 선택도 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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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토마스 벤츠 애널리스트 인터뷰 - 오펙 증산 능력 한계… 유가 150달러 넘어갈 듯 -

 
취 재 =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토마스 벤츠의 고유가 코멘트   

                                                             
■ 중국은 석유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요. 국제 유가가 고공비행을 해도 소비가 줄지 않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지요.

 

■ 국제사회의 친환경 편집증이 현재로서는 오히려 유가를 지속적으로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춤을 추고 있다. 지칠 줄 모르고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달러 약세는 유가 상승의 자양분이다. 수급 불안은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저가 항공사들은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아시아나 항공은 적자 노선의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 ‘유가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유가 분석, 한 우물을 판지 올해로 꼭 30년. 이 정도면 눈을 감고도 유가 흐름을 내다볼 수 있지 않을까. 지난달 17일 오후 3시(현지 시각), 뉴욕 월스트리트 7번가. 프랑스에 본사를 둔 세계 5대 투자 은행인 BNP파리바 뉴욕 지점의 토마스 벤츠(Thomas Bentz)는 예리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미국과 영국의 유력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그는 한국전에 참전한 아버지를 둔 베테랑 애널리스트이다. ‘세븐 시스터즈’로 불리는 세계 정유산업의 큰 손들을 대리해 유가 전망과 더불어 원유 옵션(option)이나 선물(future) 상품을 거래한다.


토마스 벤츠는 이날 손수 직접 그린 차트를 짚어가며 유가 흐름과 동향, 그리고 변수 등을 설명해 나갔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유가와 관련해선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근본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데 따른 문제”라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정제시설(refinery) 사고로 칠레에 디젤 물량을 공급하지 못한 에쓰오일의 사례는, 리스크 관리가 얼마나 중요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한국기업들은 옵션이나 선물을 통한 위험 분산 역량을 지금보다 더욱 키워 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토마스 벤츠’라는 이름이 한국의 주요 언론에 요즘 자주 등장하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까.


Ans) 지난 15~16년 동안 세계 주요 신문, 뉴스 채널에 출연하고 글도 기고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왔어요. 아시아 권에서 발행되는 언론도 예외는 아닙니다. 제 예측이 자주 실리다 보니 이름이 많이 알려지게 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온 기자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뉴욕 밖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니 정말 즐겁습니다.


▶ 이 분야에서 근무한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유가 예측과 더불어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Ans) 한 우물만을 판지도 벌써 30년이 훌쩍 지났네요. 제 청춘이 다 지나버렸어요.(웃음) 제 고객사들이 주로 석유 회사들입니다. 이들을 상대로 유가 흐름을 분석하는 업무를 하죠. 그리고 유가 급등락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옵션이나 선물 상품을 거래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어요.


▶ 블룸버그나, 월스트리트저널이 요즘 당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어떤 내용인가요. 유가의 향방을 묻습니까.


Ans) 당신이 궁금해 하는 내용과 똑같습니다. (웃음)


▶ 유가가 고공비행을 거듭하면서 12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어요. 왜 이렇게 오르는 거죠.


Ans) 유가가 왜 이렇게 오르는 지 그 원인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습니다. 아마도 신만이 그 배경을 알고 있지 않을까요. 전문가들은 몇 가지 유가 급등 요인을 다만 추정해 볼뿐입니다.


▶ 뉴욕 상품거래소의 트레이더인 ‘레이몬드 카본’은 수급불균형을 유가 급등의 원인으로 꼽더군요.


Ans) 혹시 조지 소로스와 더불어 퀀텀 펀드를 창업한 ‘짐 로저스’를 알고 있나요? 그가 이른바 중국, 인도를 비롯한 신흥 시장의 가파른 성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른바 상품(commodity) 시장이 호황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 수년전이었어요. 그가 왜 이런 예측을 했다고 보나요?


▶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아랍지역의 공급물량이 줄 것으로 내다보았기 때문인가요.


Ans) 3~4년쯤 전입니다. 당시 석유수출국기구가 생산 물량을 감산했습니다. 수요는 가파른 속도로 늘고 있었지만, 오펙은 과거와 달리 수급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더는 보여주지 못했어요. 두려움(fear)이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전염돼 나가는 계기가 됐죠.


▶ 이런 불안감이 옵션이나 선물거래의 급증과 더불어 국제 유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건가요.


Ans) 오펙(OPEC)은 지금까지 유가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처해왔어요. 완충 작용을 해왔지만, 앞으로 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빠른 속도로 확산된거죠. 당시 시장 참가자들의 대응은 명확했습니다. 에너지 선물(future)이나 옵션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일이었습니다.


수급 불균형에 대한 불안감이 선물이나 옵션 거래를 늘렸고, 이는 다시 유가를 밀어 올렸습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렇게 생각한 거죠. 당시에도 오펙이 수요를 따라가기가 급급한 상황인데, 만약 정유관(pipeline)이 터지거나, 중동지역에서 소요(disruption)라도 일어날 경우 어떻게 되겠는가는 우려를 한 겁니다.


▶ 뉴욕에는 유로화 강세로 구매력이 커진 유럽인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달러 약세도 유가 급등에 한몫을 하고 있죠


Ans) 더욱 우려할만한 점은 달러화가 어느 선까지 추락할지를 모른다는 것이죠. 유로화는 하루가 다르게 세를 넓혀가고 있지 않습니까. 달러 약세는 유가 급등의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달러가 떨어지니 상품 선물을 구입해 위험을 회피하는 거죠.


(차트를 기자에게 보여주며) 이 차트를 한번 보세요. 달러와 유로화의 움직임이, 달러와 국제 유가의 움직임과 매우 닮아 있지 않습니까.


▶ 중국 증시가 요즘 썩 좋은 상황은 아니지 않나요. 유류 소비가 감소할 가능성은 없나요.


Ans) 중국은 석유에 보조금(subsidy)을 지급하고 있어요. 국제유가가 고공비행을 해도 소비가 줄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가격 기구가 제대로 작동을 못하고 있는 겁니다. 보조금을 줄여야 사람들이 가격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될텐데 말이죠.


▶ 지난 2003년 걸프 전쟁이 국제 유가의 흐름을 상승세로 돌려놓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만.


Ans) 그럴듯한 설명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아니라고 봅니다. 전쟁이 터진 후에도 200만 배럴 가량의 이라크산 석유가 꾸준히 시장에 풀리고 있었거든요. 전쟁 발발로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이라크전이 국제유가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목소리가 타당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 미국의 대대적인 폭격으로 오일 송유관이 파괴되면서 공급이 감소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Ans) 이라크 쪽에서 나오는 정보들은 신빙성이 매우 떨어지는 편입니다. 공급 문제에 관한 한 (as long as supply go), 이라크는 (위에서 지적한대로) 지금까지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 아랍계 분석 기관이 최근 국제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어요. 동의하시나요.


Ans) 유가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트렌드는 분명 수급부족에 따른 유가상승입니다. 가격이 오른 다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price could go) 중요한 것은 인상 폭이겠지요. 100달러를 돌파한 지는 상당히 지났으며, 더는 100달러 돌파 여부를 묻는 이들은 없습니다.(100dollar is not the part of the ▶ uestion)


저는 유가가 장기적으로(longer-term) 150달러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지점을 통과한 뒤 단기적으로 조정 과정을 거치며 90달러 선으로 다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근거가 무엇인가요.


Ans) 3~4년 전 시장 참가자들은 오펙의 무력함에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원유 수요가 가파른 속도로 늘어났지만, 오펙이 공급을 늘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에너지 선물(future)이나 옵션 중계회사들이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호황을 맞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 아니겠습니까.


▶ 유가가 150달러로 치닫고 있는 이런 상황을 ‘위기(crisis)’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Ans) 20년 전에 같은 질문을 던졌으면 답변은 물론 ‘그렇다’가 되겠죠. 기업들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유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팽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달할 경우 소비자들이 여전히 대형차를 선호하고, 외식을 하게 될지 그 정확한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미국 경제의 침체가 변수가 되지는 않을까요. 뉴욕에서도 이른바 리세션 논쟁이 치열하지 않습니까.


Ans) 북경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 허리케인이 닥칠 수 있다고 하죠. 거꾸로 미국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작지 않겠죠. 미국의 가솔린 소비량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징후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Demand for gasole start to decline.)


트럭회사, 항공사 등이 이미 영향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중국이나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요. 미국의 부진을 신흥시장이 채우고 있는 셈입니다.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입니다. 세계 경제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징후를 어디에서도 엿보기 어렵습니다.


▶ 글로벌 기업들은 대체에너지 산업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습니다. 유가 흐름에 변수가 되지는 않을까요.


Ans) 환경은 요즘 사람들을 지배하는 도그마가 되고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사로잡혀 있습니다.(Everyone is tryng to be green.) 하지만 국제 사회의 친환경 편집증이 현재로서는 오히려 유가를 지속적으로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에탄올의 원료로 쓰이는 옥수수나, 콩, 밀가격 등이 큰 폭으로 뛰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디젤 수요가 커지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요.


▶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 한국과 FTA를 체결한 칠레에서도 디젤 수요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하죠.


Ans) 디젤을 수출하고 있는 한국의 에쓰오일을 볼까요. 이 회사 정제시설(refinery)에서 몇 주 전에 사고(mishap)가 있었죠. (In Korea, s-oil, one of their refinery had a mishap few week ago)


칠레에 디젤을 수출할 예정이었습니다만, 이 사고로 이 물량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칠레는 여전히 이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유럽이나 미국에서 대체품을 찾았어요. 한국에서 발생한 사고가 칠레, 그리고 미국에 영향을 준 셈이죠.


▶ 한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이미 3년 전에 100달러 돌파를 예측해 화제를 불러모은 적이 있어요.


Ans) 3년 전 유가 움직임을 다룬 차트를 한번 보세요. 당시 굉장히 강한 가격 상승세(strong uptrend)를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이러한 가격 상승세를 추동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어렵습니다.(It is hard to say what cause it.) 하지만 당시 오펙이 생산량을 감산하고 있었고, 원유 소비는 큰 폭으로 늘고 있었어요.


▶ 유가를 결정짓는 변수들이 적지 않습니다. 유가 동향을 예측할 때 주로 어떤 점들을 감안합니까.


Ans) 에너지 회사들이 제 주요 고객입니다. 수급 현황을 비롯한 업계 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차트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입니다. 큰 트렌드를 파악하고, 여기에 맞서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I have reason not to stay from away trend)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원칙입니다.


▶ 한국에도 석유 메이저 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는데요. 혹시 고객사가 있나요.


Ans) 아직까지는 고객사가 없어 한국에 가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 팬들이 많다고 하니, 기회가 오면 꼭 가보고 싶습니다. 한국은 제게는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하는 나라입니다. 제가 사춘기일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한국 전쟁에 참전하신 퇴역 군인이셨거든요. 당시 경험을 제게 많이 얘기해주셨습니다.


▶ 한국 기업들의 활동 무대가 아시아는 물론 유럽, 남미 등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고유가시대에 특히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까요.


Ans) 아시아에서 일어난 사건이 바로 북미나 유럽에 영향을 미치고, 거꾸로 미국이나 북유럽의 사건이 아시아를 뒤흔드는 변수가 되기도 합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수단을 적절히 운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통화(currency)나 상품(commodity) 등의 급등락에 따른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에쓰오일 사태는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무엇보다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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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산업에 후유증 낳아…외환은행 매각 등 제약요인으로 작용

금융사 회장들 ‘볼커룰’에 촉각

2010년 04월 27일 09시 50분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 산업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민주당 정부가 내세운 선봉장은 폴 볼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 그가 들고 나온 ‘볼커룰(Volcker Rule)’이 요즘 미 정가는 물론 우리나라 금융가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볼커룰’은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은행규제방안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1970년대, 미국을 태워버릴 기세였던 인플레이션의 불길을 끈 경제 소방수인 폴 볼커는 자타가 공인하는 노련한 경제전문가이다.

존 F. 케네디와 린든 존슨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행정부의 온정주의적 복지노선이 초래한 스태그플레이션의 망령을 잠재운 승부사이다.

레이건 행정부와 알력을 빚다가 결국 공화당 소속의 ‘그린스펀’에게 연준의 의장직을 물려준 뒤 잊혀져가던 이 거물 정책 전문가가 금융시스템 개혁에 팔을 걷어 부치며 관심을 끌고 있다.

글로벌 금융산업 지도를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규제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볼커룰은 정치적 타협을 배격하고 늘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해 온 이 원칙주의자의 작품답게 파격적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시장점유율 10%를 넘기는 매머드급 인수합병(M&A)을 불허한 대목이 눈에 띈다. 은행 지주회사 내 모든 계열사의 트레이딩 계정 거래와 더불어 헤지·사모펀드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고객의 예금을 투자 위험이 높은 금융 상품에 투입하는 것도 불허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이 금융 규제안의 두 가지 큰 축은 바로 ‘은행 개혁’과 ‘투기 규제’다.
재작년 금융 위기를 부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고질적 병폐에 대한 반성이 그 출발점이다.

성장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주요 은행들은 ‘대규모 차입(leverage)’을 일으켜 투자 위험이 높은 금융 상품을 사들였으며, 개인들도 집을 담보로 대출 받아 흥청망청 돈을 쓰는 등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 행태로 ‘부의 효과’를 한껏 즐겼다.

금융 회사의 매머드급 인수합병(M&A) 붐은 위기를 인접 분야로 실어 날랐다.
과잉 유동성도 도마에 올랐다. 금융권은 대출 채권을 ‘페니메’나 모기지 회사들에 매각해 회수한 유동성을 밑천으로 다시 담보 대출을 하며 위기를 부채질했다.

볼커룰은 미 금융시스템에 내재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1929년 대공황 직후 피폐해진 미국 사회의 금융시스템을 닦고 조인 ‘글래스 스티걸’ 법안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정부 각국에 미칠 파급 효과에 주목
국내 금융회사의 최고 경영자들은 ‘볼커안’의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수장들이 내달 초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재무장관 회담도 볼커룰을 비롯한 미 오바마 행정부 금융규제안의 파고를 저울질할 치열한 정보전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볼커룰은 금융회사의 시장성 수신에 세금을 부과하는 오바마 택스(Obama Tax)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비롯한 국내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의 전략적 행동 반경을 위축시킬 개연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해외 자본의 흐름이라는 것이 해외에 기반을 둔 다국적 은행들의 신용을 공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금융규제안이 미국에만 발효된다면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김경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은 볼커룰로 대표되는 금융규제안이 미국은 물론 대한민국을 비롯한 각국에 미칠 파급 효과에 주목한다.

서 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 정부는 볼커룰의 국제적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며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은 이러한 주장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지난 1990년대 이후 밀접하게 맞물리며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어서, 한 국가의 금융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것만으로 뿌리 깊은 문제를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측의 논리다.

유럽의 변방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터진 화산 사태가 유럽 전역의 항공 운항을 얼어붙게 만든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물론 볼커룰이 미 의회를 원안대로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그 후폭풍은 매우 클 것으로 관측된다.

‘볼커룰의 인수합병(M&A) 10%규정’은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산업은행을 비롯한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들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 ‘메가뱅크’시나리오도 뒤흔들 잠재력이 있다.

더 큰 문제는 볼커룰이 미국, 유럽의 금융회사들이 헤게모니를 쥔 국제 금융시장의 질서를 영속화하는 ‘트로이의 목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금융 회사의 수장들이 미국에서 불어오는 규제 강화 움직임에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아 직 덩지도 키우고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해야 하는 후발주자들의 손발을 결과적으로 묶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대 한민국 금융권의 대표주자들은 글로벌 금융사들에 비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기에 덩치가 아직 작다. 소비자 리서치 역량도 한수 아래다.

지역별 시장 포트폴리오도 일부 국가에 치우쳐 있다. 유럽의 은행들은 유럽연합은 물론 식민지이던 아프리카에 탄탄한 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며, 산탄데르를 비롯한 스페인 국적의 은행 또한 타깃 고객인 ‘히스패닉’들을 꿰뚫고 있다.

최 근 수장들이 일제히 연임에 성공하며 글로벌 금융회사 도약의 깃발을 내건 국내 금융회사들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미 국·유럽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지구촌의 온난화 현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를 강제하자, 브라질, 러시아, 중국, 인도 등 후발 주자들이 ‘불공정성’을 이유로 강력히 반발해온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김경수 한국은행 금융연구원장은 “우리(금융회사들)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단계다. 위험을 줄이겠다는 것이 (특정국가) 금융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며 최근 규제 강화의 흐름을 경계했다.


G20, 볼커룰 파장 가늠할 주요 무대
폴 볼커는 레이건 행정부에서 중앙은행 총재직을 수행하며 숱한 갈등을 겪었다. 전방위적인 금리 인하 압박을 물리치는 일은 그로서도 버거웠다.

소속 정당인 민주당의 의원들도 그를 혐오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같은 민주당원인 그가 고금리 정책을 줄기차게 고수하며 결국 카터 당시 대통령의 재집권 시나리오를 허물어뜨렸다는 비판도 늘 따라다녔다.

절치부심의 세월을 보낸 폴 볼커가 다시 시장의 전면으로 부상하는 데는 오랜 세월이 소요됐다. 그린스펀이 미국 거품경제의 주범으로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이 경제학자에게는 1990년대 미국 경제 호황의 터전을 닦은 ‘마에스트로라’는 상찬도 따라다닌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이번 금융개혁안은 이처럼 소신이 뚜렷하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 전문가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결코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도 꼬리를 문다.

이 런 점에서 이번 G20 정상회담은 미국의 금융규제안을 둘러싸고 국가 간 첨예한 이해가 부딪치는 주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산 업은행은 지난 2월 태국 7위권 은행인 시암시티은행(SGIB) 인수를 추진했다가 볼커룰 문제가 제기되면서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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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號 금융 개혁의 선봉에 서다



2010년 05월 04일 0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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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커룰’에 금융계 수장들 바짝 긴장…금융산업 재편 시나리오 무성


1980년 미국 남부 조지아주 플레인스. 4년 간의 워싱턴 정가 생활을 끝내고 고향집으로 돌아온 지미 카터는 침대에 그대로 쓰러져 잠을 청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조약인 캠프데이비드협정을 이끌어낸 주인공. 탈규제를 주도한 그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가였다. 무명 영화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은 이 모든 것을 순식간에 허물어뜨렸다.

그는 선거에서 패해 고향으로 돌아온 뒤 느낀 절망감을 훗날 회고한 바 있다. “마치 인생이 끝나버린 것 같았다”는 것. 워싱턴 정가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던 ‘카터’의 뇌리에서는 한 인물의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바로 그가 직접 발탁한 폴 볼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다. 이 고집 센 인물은 카터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원들의 애증의 대상이었다.

카터의 재선 가도에 먹구름을 몰고 온 인물이 바로 이 경제전문가였다. 그가 줄기차게 추진한 ‘고금리 정책’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이반시켰다. 지미 카터 대통령이 폴 볼커를 미국 중앙은행인 FRB의 수장에 선임한 때가 바로 미국 대선 한 해 전인 1979년이었다.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미국의 선거는 전통적으로 ‘경제 이슈’가 표심의 향방을 좌우하는 심판의 무대였기 때문이다. 카터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비롯한 외교안보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지만, 경제 성적표는 낙제점이었다.

미국은 여전히 막대한 전쟁 비용이 투입된 베트남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중동 국가들의 자원 민족주의는 카터 행정부의 위기를 부른 판도라의 상자였다.

주요 산유국들은 석유 값을 하루 아침에 3배씩 인상했고, 미 정부가 찍어낸 달러는 중동 국가들로 흘러들었다. 산유국들은 다시 이 달러를 유럽이나 자국에 위치한 미국 은행의 지점에 예치했다. 이 돈은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으로 풀려나갔다.

이 돈은 다시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으로 유입됐다. 풍부한 유동성은 고삐 풀린 말처럼 미국 전역을 훑고 다니며 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 1979년 미국의 물가는 한 해에 두 자리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에서는 미국인들의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삐 풀린 달러는 화마와 같이 미 유권자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미국을 태워버릴 듯 한 기세의 인플레이션을 진압할 경제 소방수로 발탁된 인물이 폴 볼커 뉴욕 FRB 의장이었다.


카터의 재선을 좌절시키다
케인즈학파 소속의 경제학자들은 ‘경기 침체’와 ‘물가 인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무력했다. 그들은 새로운 경제 현상 앞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밀턴 프리드먼을 대표로 하는 통화주의학파도 대공황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카터 대통령이 폴 볼커를 FRB의 신임 의장으로 인선한 배경으로 다음해 대통령 선거를 감안한 참모들의 심모원려(深謀遠慮)가 한몫을 했다.


민주당의 선거 참모들은 이 경제 전문가가 물가 인상의 불길을 진화하고, 경기 침체의 악순환도 끊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론’과 ‘실무’ 양쪽을 두루 경험한 드문 경제 전문가인 폴 볼커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약관화’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금리를 올리면 실업률이 상승한다는 점이 딜레마였다.

실업률 상승은 미국 국내 총생산(GDP)의 하락을 부를 개연성이 컸다.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필립스 곡선’은 시대의 산물이었다.

카터 대통령의 선거 참모들은 민주당원인 폴 볼커가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로 고통을 겪는 유권자들의 고민을 덜어줄 절묘한 정책의 조합을 선택할 것으로 기대했다.

재선을 앞둔 카터 대통령으로서는 실업률 상승이나 국내 총생산 하락은 용인하기 힘든 ‘금기’였다. 하지만 FRB의 수장에 오른 이 경제 전문가는 잇달아 금리를 올리며 카터 캠프의 분노를 산다.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이란의 회교 혁명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로널드 레이건은 다음 해 ‘중요한 것은 경제’라는 선거 슬로건으로 대선 경쟁에서 카터를 제압한다. 폴 볼커가 민주당 의원들의 공격 타깃이 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고금리 정책을 고수하며 카터 대통령의 재집권 시나리오를 허물어뜨렸다는 비판이었다.

그런 폴 볼커는 재작년 민주당의 선거승리와 더불어 화려하게 정치 무대에 컴백한다.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장이 그의 공식 직함이다. 폴 볼커는 87년 퇴임 후에도 ‘미스터 클린’으로 불리며 국제 금융가의 신망을 한 몸에 받아왔다.

대통령에 맞서서도 원칙과 소신을 저버리지 않은 중앙은행장을 향한 존경의 표시였다. 그런 그가 오바마의 지원 속에 전격 제시한 금융개혁안이 바로 자신의 이름을 딴 ‘볼커룰’ 이다.


미스턴 클린, 월가와 전쟁에 나서다
오바마 대통령이 ‘폴 볼커’라는 강력한 금융 개혁의 전도사를 앞세운 이면에는 ‘위기감’이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재작년 월가의 금융 위기를 발판으로 선거에서 승리한 오바마 행정부는 투자은행을 비롯한 월가의 강력한 저항에 가로막혀, 지금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데 실패했다.

개혁 의지가 아예 없다는 비판도 꼬리를 물었다. 지난 30년대, 루즈벨트(FDR)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쥔 이면에는 미국 사회를 뒤흔든 대공황의 충격이 있었다. 그는 10년 가까이 지속된 이 전대미문의 금융 위기에서 대선 승리와 미국 사회 개혁의 기회를 엿보았다.

상업은행·투자은행의 분리를 골자로 한 ‘글래스·스티걸 법’ ‘뉴딜정책’은 미국 사회를 휩쓴 위기감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를 부른 미국의 상업, 투자은행들은 불과 1년여 만에 위기의 후폭풍에서 벗어나며 오바마호 개혁의 명분을 뒤흔들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청문회에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 위기는 불가항력의 사태였을 뿐이라고 강변하는 등 과거로 신속히 회귀하고 있는 모습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월가의 노련한 최고경영자(CEO)들을 상대할 거물급 인사의 부재도 오바마호의 위기감을 부추겼다.

클린턴 행정부에 입각해 활동하던 제임스 루빈 전 재무장관은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공교롭게도 2008년 금융 위기를 잉태한 장본인의 하나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인선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적임자를 찾기 힘든 배경이었다.

정치권과 힘겨루기 경험이 풍부한데다, 금융이란 한 우물만 파온 폴 볼커는 FRB 의장직을 사퇴한 후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며 2008년 미국 금융 위기를 부른 위기의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는 드문 전문가였다.

글로벌 금융산업 지도를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규제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볼커룰은 정치적 타협을 배격하고 늘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해 온 이 원칙주의자의 작품답게 파격적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은행·상업은행 반드시 분리하자
볼커룰의 주요 내용을 보면 시장점유율 10%를 넘기는 매머드급 인수 합병(M&A)을 불허한 대목이 눈에 띈다.

은행 지주회사 내 모든 계열사의 트레이딩 계정 거래와 더불어 헤지·사모펀드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분리하는 것이 그 골자다.

지난 1929년 대공황 직후 피폐해진 미국 사회의 금융 시스템을 닦고 조인 ‘글래스 스티걸’ 법안의 부활이다. 2008년 금융 위기를 부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고질적 병폐에 대한 반성이 그 출발점이다. 성장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주요 은행들은 ‘대규모 차입(leverage)’을 일으켜 투자 위험이 높은 금융 상품을 사들였다.

볼커룰은 미 금융 시스템에 내재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이번 금융개혁안은 이처럼 소신이 뚜렷하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 전문가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국제 금융산업에 미칠 후폭풍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도 꼬리를 문다.

정치적 타협을 배격하고 늘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해 온 이 원칙주의자가 독일계라는 점도 흥미를 끈다. 역사상 가장 유능했던 재무장관으로 꼽히는 제임스 루빈은 유태계로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이며 클린턴 행정부 시절 관계에 진출했다.

부시 행정부의 경제수장이던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도 역시 유태계로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이다. 조지 소로스도 헝가리에서 탈출한 이민 2세이며,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투자은행의 창업주들도 유태인들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독일계 미국인을 앞세워 유태인들이 주도하는 월가를 상대로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볼커를 월가와의 전면전의 수장으로 내세운 이면에는 폴 볼커의 강한 뚝심이 있다.

지난 1980년, 레이건 행정부가 집권에 성공한 뒤에도 그는 이런 소신을 꺾어본 적이 없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미국은 영원하다’는 신념이 바로 그것이다. 레이건 시절 미국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 사태는 그의 이러한 소신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일화다.


투자은행에서 월가 생리 체득
지난 1981년, 미국의 농민들이 대거 ‘워싱턴’으로 상경했다. 이들은 트랙터를 몰고 도심 한복판을 행진하며 볼커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 뿐만이 아니었다. 사상 초유의 고금리 직격탄을 맞고 소속 회사가 문을 닫자 앙심을 품은 한 남자는 FRB 건물에 무기를 들고 난입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자율이 20%선으로 치솟으며 미국인 수백 만 명이 일자리를 대거 잃었고, 소비는 급락했다. 자동차 회사들이나 건설회사 등은 파산 상태로 내몰렸다. 대공황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는 이들도 하나 둘씩 늘었다. 워싱턴 정가의 정치인들은 직장을 잃은 유권자들의 눈물겨운 호소가 꼬리를 물자 볼커를 의회로 불러냈다.

“민간 기업들이 고금리정책의 여파로 파산하고,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이제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폴 볼커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공세에 자신은 미국의 먼 미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은 폴 볼커의 고금리 정책이 미국 중산층의 미래를 질식시키고 있다고 가시돋친 발언을 쏟아냈다. 그런 그가 지난 1987년 FRB 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자,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 수장인 제임스 베이커 재무장관은 ‘육두문자’까지 써가며 이 다루기 힘든 경제 전문가의 퇴진을 반색했다.

지난 1987년 두 번째 임기를 끝으로 FRB 의장직에서 물러난 폴 볼커는 세계은행 총재인 ‘짐 울펜슨(Jim D. Wolfensohn)’이 운영하던 월가의 소규모 투자은행에 둥지를 튼다.

투자은행 근무 시절은 미 행정부에서 주로 거시 정책을 담당하던 이 경제 전문가가 월가의 생리를 파악하게 된 호기였다.

폴 볼커는 민간 분야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도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긴다. 지난 2001년 엔론 회계 부정의 여파로 문을 닫은 컨설팅사 ‘아서앤더슨’ 사태는 그의 뛰어난 역량을 가늠하는 무대였다. 그는 당시 회계와 컨설팅 업무의 분리를 제안했고, 이 의견은 개혁안에 그대로 반영된다.


금융산업 수장들, 볼커안에 촉각
그는 이해 당사자들의 원망, 감정, 기대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에서 핵심을 추려내 대안을 제시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왔다. 유태인 홀로코스트 희생자들과 스위스 은행 간의 분쟁을 중재한 것이 대표적 실례다.

그는 특히 민간기업 규제 방안을 만드는 데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를 골자로 한 이번 볼커룰도 그의 이러한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평이다.

시장이 항상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며, 정부의 적절한 개입은 불안전한 시장을 보완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볼커룰’에는 벌써부터 반시장적이라는 비판도 꼬리를 물고 있다. 폴 볼커의 정책은 항상 숱한 논란을 빚어온 뜨거운 감자였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 규제안이 대한민국을 비롯한 금융 산업 후발 주자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그가 주도한 지난 1970~80년대 미국의 고금리 정책, 아서 앤더슨을 비롯한 민간 기업의 규제 방안 등은 불안전한 금융 시장의 본질을 꿰뚫은 경제 전문가의 통찰력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번 금융개혁안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아직 미지수다.

각국의 금융정책 담당자들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를 골자로 한 볼커룰을 주시하고 있는 것도 평생을 원칙에 충실한 삶을 살아온 이 노 경제 전문가의 집념 어린 행보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경수 한국은행 금융연구원장은 “우리(금융회사들)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단계다. 위험을 줄이겠다는 것이 (특정국가) 금융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발 규제 강화의 흐름을 경계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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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가치투자 전문가 브이아이피 투자자문 최준철·김민국 공동 대표

“식자재 업체들이 미래의 동서식품이죠”

2010년 05월 04일 13시 37분조회수:403

일본 오사카 성은 천혜의 난공불락이었다. 성의 사방을 휘감아 도는 넓고도 깊은 ‘해자(垓字)’는 공성전(攻城戰)을 불허했다. 일당 백의 무용을 자랑하던 적군은 해자에 빠져 죽거나, 천신만고 끝에 성벽에 접근해도 성 위에서 쏟아지는 화살이나 돌에 맞아 사망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구축한 이 성은 당대의 마지노 요새였다. 가치 투자자들은 ‘중세’의 웅장한 성에서 현대의 기업을 떠올렸다. 이 성을 방어하는 해자는 그들에게 현대 기업의 경쟁 우위 요소였다.

이러한 비유는 절묘하다. 코카콜라는 오묘한 맛을 앞세워 후발 주자들의 추적을 불허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이질적 사업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발군이었고,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의 숨은 욕구를 간파하는 ‘프레이밍(framing)의 고수’였다. 최준철·김민국 브이아이피(VIP)투자자문 대표이사는 가치투자의 정석에 정통한 이 분야의 고수들로, 서울대 재학시절 당시로서는 생소하던 가치 투자 확산에 크게 기여한 주인공들이다.

두 사람은 가치 투자의 정석에 충실하면서도, 매크로 변수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금리, 환율 등 기업의 실적을 좌우하는 변수가 분석 대상이다. 메가트렌드에도 늘 주목한다. 요즘 식자재 부문 기업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식생활 문화도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이 최 대표의 진단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이 가치 투자 전문가들을 비추는 등대다. 강력한 ‘해자’를 구축한 기업이 그들의 이상적 투자 대상이다. 종합 엔지니어링 분야의 강자인 미국의 ‘벡텔사’는 무엇보다 거대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 발군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라크의 재건 사업을 주도한 것도 바로 이 업체였다.

재무제표, 현금흐름, 공시 등은 강력한 해자의 존재를 가늠하게 하는 창(窓)이다. 물론 두 사람이 워런 버핏의 투자 노하우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 버핏 관련 저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코카콜라는 영화산업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체면을 구겼다.

강자들의 신사업 진출 수난사는 꼬리를 문다. 디즈니도 ‘MVNO(가상사설망)’시장에 진출했다가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맥도널드는 수년 전 아동복 시장에 진입했다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잭 웰치 시절 쾌속 순항을 하던 GE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후폭풍에 한동안 휘청거렸다.

일등상품이나 서비스의 유효기간이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력한 해자를 허무는 신기술은 꼬리를 문다.

두 사람이 주목하는 기업들은 바로 유효기간이 다한 해자를 끊임없이 허물고 새로 짓는 ‘리노베이션의 달인’들이다. 혼다를 비롯한 일본의 경쟁사들, 미국 업체들의 맹추격에 쫓기던 할리데이비슨은 마니아들의 의식을 끊임없이 파고드는 ‘심학(心學)’의 고수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히트작을 줄줄이 내놓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컴퓨터도 그렇다. 두 사람의 이러한 가치투자의 기준에 부합하는 국내 기업이 바로 동서식품이다.


맞춤형 상품으로 정밀하게 소비자 공략
이 회사가 작년 한 해 쏟아 부은 마케팅 비용만 무려 1500억 원. 같은 해 이익도 비슷한 규모였다. 맞춤형 상품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마케팅 역량이 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나오는 커피 음료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는 시장 우위를 점유하는 원동력이다.

두 사람은 이 회사 특유의 부지런함에도 주목한다. 주말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공공장소에 나가보면 이 회사 제품을 홍보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 지난 10년 간 주가가 10배 정도 상승한 이 기업의 주식을 지금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특정 분야에서 아직 할 일이 너무 많은 기업들이 투자 대상이에요. 기업들이 본업보다 다른 영역을 기웃거리는 것도 경쟁사들을 따돌릴 주특기가 희미하기 때문이거든요.”

유럽의 피터 드러커로 통하는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틈새 분야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기업을 ‘히든 챔피언’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이쑤시개, 가죽신발, 볼펜, 등산용 칼 등 부문별 틈새시장을 거점으로 해외무대로 진출하며 자국 시장의 영세함을 극복한다. 투자 매력이 높은 기업들도 시대에 따라, 프레임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진다.


인도, 중국의 가치투자주에도 눈길
브이아이피 투자자문을 이끄는 최준철·김민국 공동대표는 지난 2001년 서울대 주식동아리에서 만났다. 서울대 경영학과, 경제학과를 각각 나온 두 사람이 가치 투자의 깃발을 치켜들 때만 해도 아직 국내에 워런 버핏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대학생 시절 가치 투자 펀드를 출범한 것은 두 사람이 유일하다. 이들의 도전을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하는 백면서생들의 치기 정도로 폄하하는 이들이 많았다. 주식 투자가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며 점잖은 충고를 하는 지인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05년 브이아이피 투자자문을 창업한 두 사람이 현재 운용하는 자금 규모만 3000억 원. 최소 투자 금액은 2억 원이다. 두 사람은 가치 투자의 정석에 충실하면서도, 매크로 변수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금리, 환율 등 기업의 실적을 좌우하는 변수들이 분석 대상이다.

메가트렌드에도 늘 주목한다. 요즘 식자재 부문 기업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식생활 문화도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이 두 사람의 진단이다. 아침에 간단한 식사를 배달시켜 끼니를 해결하는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직도 영세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식자재 분야에도 대기업들이 진출해 게임의 규칙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두 사람의 분석이다. 유통 대기업들이 동네 상권에 진출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두 사람은 CJ푸드, 롯데삼강 등을 이 분야의 유망기업으로 꼽는다. 두 사람의 투자 무대는 지금까지는 국내시장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5년 안에 투자 대상을 인도,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 시장, 그리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도 확대해 나가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대한민국의 고객들에게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 흩어져 있는 가치 투자주를 콕 짚어 제공하고 싶다는 것. 지금도 틈만 나면 리서치 역량 강화에 시간을 쏟아 붓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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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김’ 유라시아그룹 애널리스트


Lone Star State by Definitive H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론스타가 한국서 고전한 건 정치 리스크 무시했기 때문”

2009년 07월 27일 19시 25분
‘정치는 늘 경제를 압도한다.’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의 한국담당 애널리스트인 ‘아브라함 김(Abraham Kim)’박사의 진단이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러시아 등 신흥시장뿐만이 아니다. 독일,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정치논리로 해외 자본을 차별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시아·중남미에서 유럽·아프리카까지, 해외시장 공략의 깃발을 높이 치켜든 한국 기업들은 정치 리스크를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처방전이다.

세계적인 정치컨설팅 그룹인 유라시아그룹의 한국 담당 애널리스트인 아브라함 김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Q. ‘마이클 포터’는 경영환경을 분석할 수 있는 유용한 잣대를 제시했어요. 그의 이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까.

포터의 이론에는 정치적 변수에 대한 고려는 빠져 있습니다. 대채제의 존재, 잠재적인 시장 진입자, 공급자나 수요자의 협상력 등이 기업 경쟁력 판단의 준거입니다.

그의 이론은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경쟁력을 평가할 수는 있어도 한 나라의 정치 리스크를 분석할 수는 없어요.


Q. 영국 정치인들은 늘 유럽 대륙의 정치 향배에 부심하지 않았습니까. 영국인들은 정치 리스크에 무척 민감한 듯합니다.

영국은 유럽 대륙에 패자가 등장해 교역을 봉쇄할 리스크에 늘 주목했습니다. 나폴레옹이 등장하자 스페인에 군대를 파견해 반군들을 지원한 것도 프랑스의 대륙지배를 뒤흔들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정치는 때로 경제를 압도합니다. 유라시아 그룹은 정치 리스크에 늘 주목합니다.


Q. 경영학을 전공했습니까.

정치학(Political science)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Q. 지금은 경제가 정치를 선도하는 시대가 아닌가요. 한국에서도 재벌기업의 힘은 무척 셉니다.

지난 1998년 러시아의 채무불이행(Default) 사태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더 이상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의사결정자들, 투자자들, 리스크 매니저들은 정치 변수를 늘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대개 경제학이나 금융(Finance) 분야 전공자들입니다.


Q. 정치권의 작동 방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리스크도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건가요.

미국과 유럽의 경제학자들은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낮게 봤어요. 러시아 정부가 루블화 폭락, 신인도 하락을 무릅쓰고 채무불이행을선언할 수 없을 것으로 본 거죠. 하지만 러시아는 과감히 ‘디폴트’를 선언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의 러시아 경제 분석이 유효하지않았습니다.


Q. ‘메리웨더’가 설립한 헤지펀드도 러시아 디폴트의 후폭풍으로 파산하지 않았습니까. 전설적 트레이더의 예상은 왜 적중하지 못했습니까.

경제 전문가들은 한 가지를 놓쳤습니다. 러시아 정치 엘리트들이 이 나라 화폐 루블화의 가치하락(Devaluation)에서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던 겁니다.

경제학자들은 수요·공급의 원리, 산업분석 등은 정통했지만, 러시아 정치의 복잡한 작동 방식을 몰랐습니다.


독일은 해외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s, SWFs)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어요. 선진국들조차 정치적 고려에 따라 교묘히 규제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Q. 경제 전문가들이 러시아 정치 엘리트들의 복잡한 전략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한다는 겁니까.

정치 엘리트들은 경제 전문가들과는 셈법이 다르지요. 지난 1998년 러시아의 정치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Politiclal goal)를 시장보다 더 중시했습니다.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면 (부패한) 러시아 관료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죠.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Tango Sepia
Tango Sepia by Pedro J Pacheco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Q.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는 정치 리스크를 파악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 건가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정치위기가 어떤 식으로 다른 분야로 전이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정치 리스크가 비록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지만 펠리페 2세의 디폴트 선언과 20세기 러시아 혁명은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Q. 역사에 정치 리스크 관리의 해답이 있다는 건가요.
국가의 채무불이행 선언이 근대 이후의 현상은 아닙니다. 세계 최강의 아마다(Armada) 함대를 이끌던 스페인의 펠리페 2세 또한 디폴트를 선언한 적이 있습니다.

16세기의 월스트리트 격인 제노아의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군대를 운용하던 그는 부채를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어요. 이 시기를 전후해 크고 작은 일련의 사건들이 발발했죠. 10년 전 러시아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Lone Star State

Q. 유라시아그룹 이안 브레머 회장은 이러한 정치적 사건들을 ‘팻 테일(Fat Tail)’이라고 명명하지 않았습니까.
일단 발발하면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불러오지만,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사건이 팻 테일입니다.

러시아의 채무디폴트가 대표적 실례입니다. 지난 16세기 현재의 멕시코인 아즈텍을 침입한 스페인의 군인 코르테즈 또한 당시 아즈텍인들에게는 ‘팻 테일’을 불러일으킨 ‘흉수’였죠.


Q.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는 나라는 대개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후진국들이 아닌가요.

미국이나 일본, EU 등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에 비해) 정치적으로 안정된 지역입니다. 하지만 이들 나라의 정치 부문 역시 때로는 경제를 좌우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중국의 석유회사인 시눅(CNOOC)은 미국의 유노컬(Unocal)을 인수하려다 실패했습니다.


Q. 독일이 최근 전략적 중요성이 큰 일부 기업들에 대한 해외 투자를 막고 나선 것도 대표적이지요.

독일은 해외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s, SWFs)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어요. 선진국들조차 정치적 고려에 따라 교묘히 규제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Q. 한반도는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는 대표적인 지역이 아닐까요. 남북관계 경색으로 개성공단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다시 무력시위에 나섰고, 개성공단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에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합니다(Pyongyang wants to be recognized as a nuclear power).

하지만 미국은 북한을 비핵지대로 만드는 과업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Q. 한국 기업들은 최악의 사태에도 대비해야 하는 걸까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개연성은 극히 낮다고 봅니다. 하지만 북한과 국제사회의 긴장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겠죠.

북한은 후계체제를 준비하는 민감한 시기입니다. 미국의 선박 나포 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도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북한과 국제사회의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Q. 개성공단에 입주한 민간기업 경영자들은 지금 공단을 떠나야 할 때인가요.

개성공단은 현재로서는 그 상징성이 경제적 가치를 앞섭니다. 만약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북한은 ‘경화(Hard currency)’의 보급원을 하나 잃겠죠.

긴장 국면이 지속된다면 개성의 매력은 더욱더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개성으로들어가는길
개성으로들어가는길 by pcamp 저작자 표시



Q. 북한 미사일 실험의 후폭풍을 잘 파악하고 있는데, 한반도 관련 정보를 어디에서 얻습니까.

한국의 미디어 관련 보도를 다 챙깁니다. 그리고 국제 금융기관 보고서, 투자은행 보고서, 싱크탱크 보고서도 빼놓지 않죠.

그리고 생생한 정보와 더불어 통찰력을 제시하는 한국 내 네트워크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정보소스를 통해 한국의 정치, 그리고 경제 상황에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Q. 이안 브레머는 자신의 신저에서 한국의 외환은행 매각건을 또 다른 팻 테일의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이 은행 매각이 정치행위에 해당한다는 뜻인가요.

‘거리에 피가 흥건할 때 (주식을) 사라’고 하지 않습니까. 투자 대가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으는 대목입니다. 2003년 8월, 미 댈러스에 있는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을 한국에서 포착했습니다.

바로 외환은행입니다. 론스타 인수 후 외환은행은 다시 수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좋아지자 이 사모펀드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론스타가 벨기에에 있는 자회사를 통해 세금을 합법적으로 내지 않자 한국 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론스타 건은 외국 기업이 해외에서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을 잘 보여 줍니다. 이러한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Q. 론스타의 국민은행 매각 시도가 세금 문제로 무산된 사태를 지적하는 건가요.

론스타가 벨기에에 있는 자회사를 통해 세금을 합법적으로 내지 않자 한국 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론스타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었지만 정부와 규제당국은 전방위적으로 이 거래를 조사했고, 결국 매각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론스타 건은 외국 기업이 해외에서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을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TX Rest Area Information Desk detail
TX Rest Area Information Desk detail by Norby 저작자 표시비영리




Q. 글로벌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정치 리스크에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까요.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국면에서 투자은행들은 무력하기만 했습니다. 그들은 아주 정교한 리스크 평가 시스템을 운용했습니다만, 문제는 이 시스템을 지나치게 과신했다는 점입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의 표현대로,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나 유가 상승 등에 주목한 투자은행들이 금융시스템 내부의 문제로 무기력하게 무너졌습니다.


Q. 유라시아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컨설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민간기업은 물론 미국 정부를 상대로 글로벌 트렌드의 이면을 분석하고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조언하고 있습니다.


Q. 시나리오 플래닝의 대가인 피터 슈워츠가 이끄는 모니터 그룹이 이 분야 선도기업이 아닌가요.

모니터 그룹 소속 컨설턴트들은 주로 ‘프로세스(Process)’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특정 분야의 주제(Subject matter)를 깊숙이 이해하는 전문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반면 유라시아그룹의 컨설턴트들은 특정 지역이나 역학에 대한 전문지식이 풍부합니다. 오랜 경험의 산물이죠. 프로세스는 물론 콘텐츠를 꿰고 있습니다.


Q. 유라시아그룹 회장인 이안 브레머는 맥킨지 쿼터리에 자주 글을 기고하는 이 분야 권위자입니다. 그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이안 브레머는 최근 《Fat Tail》을 발표했습니다. 전작인 《제이커브(J-Curve)》도 일독을 추천합니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매사에 집요하게 의심하는 태도를 유지하면 마지막에는 미혹이 사라질 것이다.” 한국 경영자들이 이 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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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영어 |마이클 판즈너(Michael J. Panzner) 어록

기사입력 2008-10-26 13:36
●“Our world is a riskier place than it used to be.”

●Modern financial engineering had also altered the prudent lending relationships that were a hallmark of days gone by.

현대의 금융공학은 과거의 엄격하던 대출 관행을 바꾸어놓았다.

●Our world is a riskier place than it used to be.

세상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위험한 장소가 됐다.

●The upbeat mood of the 1980s and the go-go days of the 1990s convinced many Americans that circumstances would invariably get better, no matter what hiccups came up along the way.

1980년대, 그리고 1990년대의 흥청망청한 분위기가 결국 화를 불렀다. ‘종종 문제가 터질 수는 있겠지만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재앙의 씨앗을 뿌렸다.

●History suggests that emotion and psychology indeed play an important role in matters of money.

역사는 돈 문제가 종종 감정이나 심리에 적지 않게 좌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Commercial banks will have their own problems, no matter how fast they raise fees, restructure balance sheets.

상업은행은 그들 고유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자율을 올리고, 재무제표를 재구축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추세를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다.

●Many (commercial banks) will be seriously caught out by years of complacency.

많은 상업은행이 지난 수년간 지속된 자기만족의 결과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The most appropriate investment strategy will take into account potentially fast-changing economic and financial circumstances.

가장 적절한 투자 전략은 빠른 속도로 변하는 경제, 그리고 금융 환경을 감안하게 마련이다.

■마이클 판즈너(Michael J. Panzner) 소로스 펀드 전 매니저 마이클 판즈너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투자 전문가이다. 소로스 펀드, 홍콩 상하이 은행, JP모건, 그리고 드레스너 은행 등을 두루 거친 그는 지난해 미국 사회에 내재한 위기 요인을 금융·정치·투자 등 분야별로 정밀 분석하고, 점증하는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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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英정부 경제학자가 말하는 韓 균형발전정책
기사입력 2007-10-03 00:42 |최종수정2007-10-03 00:54


“공무원이 국가균형발전 주도해선 안 돼”

유럽대륙 끄트머리의 섬나라에서 온 푸른 눈의 경제학자. 퉁명스러운 느낌의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마이클 쿄오간(Michael Keoghan)’영국 기업 및 규제위원회(BERR) 국장은 다소 피곤해 보였다. “아홉 시간의 시차 탓”이라며 양해를 구하는 그는 지난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 집권 후 균형발전정책을 주도해왔다. 그래서일까. 지난 18일 오후, 그는 기자가 들고 있는 책 한 권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안소니 기든스의 《미스터 브라운, 이제 당신 차례요》가 그것이다. 저자는 영국 보수당의 17년 통치를 종식하고 지난 97년 노동당 재집권을 이끌어낸 토니 블레어의 ‘장자방’격인 인물. 토니 블레어의 뒤를 잇는 고든 브라운 총리에게 노동당 집권을 연장하기 위한 고언을 직언했다. 경제 번영과 사회적 가치의 추구가 정치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물어본 배경이다. 기든스는 늘 두 가지 목표의 달성을 노동당 정강정책의 핵심으로 강조해 왔다.

“저 같은 말단 공무원이요 뭐…” 그는 농담을 던지며 직답을 비켜가면서도, 한 가지 점만큼은 분명히 했다. 정부는 그 역할을 민간 부문의 측면 지원에 한정해야 한다는 것. 전 국토에 3∼4개의 거대 성장축을 ‘육성’해 나간다는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의 한계를 꼬집는 말로도 읽혔다. 이날 인터뷰는 참여정부 주최 균형발전 국제 콘퍼런스가 열린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회의장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 오늘(18일) 오전 영국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주제로 한 연설이 힘에 부치셨나 봅니다.

제가 그렇게 피곤해 보이나요. 아마도 영국과 한국의 시차 탓인 것 같습니다. 한 9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웃음) 안소니 기든스의 책을 읽고 있나 봅니다. 사진이 잘 나왔네요.


▶안소니 기든스는 경제성장이 사회적 가치와 양립할 수 있다고 늘 강조했습니다. 균형발전정책도 이러한 철학의 산물인가요.

토니 블레어의 정책 보좌관인 그 기든스 말인가요.(웃음) 제3의 길로 널리 알려진 토니 블레어 국정운영 철학의 주춧돌을 놓은 거물입니다. 저는 말단 공무원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경제학자입니다. 국정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질문지를 훑어보면서) 정치적이거나,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당신이 영국 노동당 소속인지 아니면 보수당 소속인지를 묻는 질문을 지적하시는 건가요.

우선, 제가 소속된 기관(BERR)은 어떤 정당에도 소속돼 있지 않습니다(We don't belong to the party). 그리고 영국 정부 정책을 평가하는 내용은 가급적 빼주셨으면 하네요. 토니 블레어나 고든 브라운의 정책 운용 방향의 차이를 묻는 질문 등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의 차이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공무원들 중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미안합니다(sorry).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노동당이 집권한 지난 97년 정부에 들어갔는데 주로 어떤 일을 하십니까.

기업 및 규제개혁국(BERR)의 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기업 활동에 이상적인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주요 업무입니다. 영국 경제 전반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경쟁 상태, 그 지역의 규제 현황, 또 고용 상황 등을 주로 확인합니다. 하부기관으로 지역발전청(RDA)과 선별적 금융투자기구(SFI)가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활동의 목표는 지역민들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지난 97년 영국 정권 교체기에 등장해 영국 대중을 사로잡은 ‘풀 몬티’라는 영화를 보신 적이 있나요.

풀몬티(FulMonty)요? 잘 알고 있지요. 보수당의 메이저 총리 때 제작된 영화가 아닌가요.(97년은 토니 블레어가 집권한 해이다.) (이 영화는 영국 요크셔 지방을 무대로 하고 있으며, 철강산업 침체로 일자리를 잃은 중년 가장들이 고달픈 돈벌이에 나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


▶RDA는 굴뚝산업 쇠퇴로 실업자가 된 지역민들의 직업교육도 담당하고 있죠.

근로자들의 전직 교육도 물론 돕고 있습니다. 규제 완화 방안과 더불어 숙련 노동자의 지식을 심화하고, 산학협동을 증진하는 방안 등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오해가 있는데, 풀 몬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아닙니다(It is phoney). (그는 풀몬티에 대해 묻자, 빙글 빙글 웃었는데, 아마도 실직한 중년 가장들이 스트리퍼로 나서는 ‘민망한’ 장면을 떠올렸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당시 영국 사회가 직면해 있던 시대적 상황을 날카롭게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았습니다.

물론입니다. 영국 북부 도시의 쇠퇴가 그 배경입니다. 풀몬티의 배경이 된 요크셔 타운은 지난 70~90년대 쇠퇴일로를 걷습니다. 철강, 탄광 등 제조업이 지역 경제의 주춧돌을 형성했는데,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이 지역의 노동자들이 대거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된 거죠.

이 영화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과거 노동당 정부의 지나친 보호가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이 아닐까요. 경제 번영과 사회적 정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는 일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기든스는 두 마리 토끼를 좇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경제학자입니다. 주로 실업 해소나 규제 혁파를 비롯한 경제 이슈들을 주로 고민할 뿐입니다.

철학과 사회복지 등의 분야는 제 지식의 범위를 훨씬 벗어납니다.

그리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책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특정한 답변을 끌어내려고 해서는 곤란합니다. (웃음)


▶애덤스미스를 배출한 영국이, 정부 주도의 균형발전정책을 장기간 추진하는 이유가 있나요.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영국 정부는 기업들의 활동을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을 뿐이지, 주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간 기업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돕는 역할에 그친다고 할까요. 지역 사회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경청합니다.

그리고 각종 규제를 혁파하지요.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근로자 교육 기관이야 민간에도 많고, 산학 협력도 기업들이 알아서 접근할 문제가 아닌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영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때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시장의 실패가 그 경우입니다.

스필오버(spill-over)의 사례도 있습니다. 민간 기업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입니다. 물론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고 하죠.(웃음)

민간이 담당할 수 있는 분야이긴 하지만, 정부 수준의 업무나 서비스를 생산하지 못할 때도 개입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정부는 단지 지원 업무만을 처리할 뿐입니다.


▶국민을 보호하는 정부의 전통적 역할마저 시장이 담당하는 추세입니다. 정부가 어떤 일을 더 잘할 수 있습니까.

지역 내 유망 기업이 특정 기술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RDA가 이때 지역 대학과의 산학 협동을 주선할 수 있습니다. 또 특정 섹터에 소속된 기업들이 공유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겠죠. 영국 진출을 추진 중인 한국 기업들도 수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다음 단계로 나갑니다. 혁신 거점 도시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고 다시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며 기업생태계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해나가는 역할은 특정 민간기업이 담당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는 것을 매우 중시합니다.


▶케임브리지는 하이테크 클러스터, 런던은 금융 클러스터로 유명합니다. 영국 정부가 만든 작품이 아닌가요.

정부가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부 역할은 지역 내에서 클러스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 ‘유인(incentive)’을 제공하는 일이죠. 런던과 케임브리지를 예로 들어 볼까요. 런던은 금융, 케임브리지는 하이테크분야의 대표적인 클러스터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시시콜콜 이 과정을 주도한 것은 아닙니다.

케임브리지는 케임브리지 대학이라는 천년의 명성을 자랑하는 교육 기관이 이미 있었습니다.

정부는 이 명문대학, 그리고 지역 기업의 산학협동을 유도하는 등 하이테크 클러스터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해 주었을 뿐입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정부는 측면지원에 그칠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혹시 신규 사업 진출과 관련한 컨설팅도 하나요. 한국에서는 정부출연 기관(뉴패러다임센터)이 민간 기업 컨설팅을 성공적으로 수행, 화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돈이 될 만한 분야는 기업들이 더 잘 알지 않겠어요. 특정 산업이나 섹터 진입을 권하는 일은 우리의 업무영역이 아닙니다. 그랜드 플랜을 짜고,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기보다 현장에서 부대끼면서 정책이 제대로 먹히는지 판단합니다.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정책은 미세조정하거나, 폐기하지요.


▶글로벌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영국 공무원 조직에서 대거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국장으로 있는 ‘버(BERR)’를 보세요. 이 조직이 속해 있는 정부 부처의 장관이 이사회 멤버를 선정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글로벌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민간 기업인 출신들입니다. 이스트미들턴의 RDA청장은 도요타의 전 매니징 디렉터였습니다. 이사회 멤버들은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지역에서 발로 뛰는 실무진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들이 섞여 있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 자금관리자, 맥킨지 등 컨설팅 기업 출신들이 조화를 이루며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목표를 향해 매진합니다. 때로는 공무원들, 그리고 행정 전문가들도 같이 일을 합니다.


▶참여정부는 전국에 3∼4개의 거대 성장축을 ‘육성’해나간다는 방침입니다. 공공기관의 이전도 진행 중인데, 영국 정부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혁신 거점이나 혁신 도시가 영국에도 있는지를 묻는 건가요. 영국 정부도 최근 몇 년간 공공기관 이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1만8000개 정도의 공직이 이때 같이 움직입니다. 물론 혁신도시 등을 염두에 두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은 아닙니다.

한국과 비교해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저희는 상황이 좀 다르거든요. 어떤 경우든 혁신 거점을 구축하는 데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랜드 플랜을 세워놓고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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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영어 |로버트 루빈(Robert E. Rubin) 어록

기사입력 2008-10-05 12:12
●“Investors should recognize the risks they are taking.”

●I am reminded how commonly markets fail to behave the way you expect.

당신이 예상한 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드문 곳 - 그것이 시장이다.

●The only way to navigate the twin hazards of complacency and panic was by choosing my words very, very carefully, softening concerns and using calculated ambiguity.

자기만족과 공포. 이 두 가지 감정은 늘 함께 따라다녔다. 마치 쌍생아와 같다고 할까. 말을 좀 더 신중히 하고, 의도적으로 근심을 누그러뜨리며, 계산된 모호함을 유지하는 일이 나의 과업이었다.

●The first lesson is that our ability to address economic crisis beyond our borders is limited.

첫 번째 교훈은 명확했다. 국경 밖에서 전개되는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역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In 1995, I referred to the Mexican crisis as a very low-probability event.

지난 1995년을 다시 떠올려 보자. 나는 멕시코가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적다고 봤다.

●Stocks outperformed bonds for every decade of the twentieth centry, except for the 1930s.

주식은 20세기 들어 채권의 수익률을 늘 앞섰다. 예외라고 한다면 1930년대 뿐이었다.

●Investors should recognize the risks they are taking.

투자자들은 자신이 떠안고 있는 리스크를 인식해야만 한다.

●The most obvious change was the growth of international trade with developing countries.

가장 뚜렷한 변화는 (미국이) 개도국과 더 많은 무역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로버트 루빈(Robert E. Rubin)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고문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거물급 기업인이다. 클린턴 행정부 재직 시절 멕시코 금융위기, 러시아 채무 불이행,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 사태를 경험한 노련한 금융전문가인 그는 헨리 폴슨 현 재무장관을 상대로 금융위기 타개책과 관련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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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in Interview |폴 테리 포레스터리서치 부회장

기사입력 2008-08-13 10:21


●“글로벌시장 공략하려면 구매담당자 습관까지 파악해야”

■“정보통신 컨설팅과 시스템 통합 분야는 올해가 지나야 좀 나아질겁니다. 아웃소싱 시장은 올해는 보합세를 보이다 2009~2010년 뒷걸음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 도 기업들(Top Indian Vendor)은 미국의 IBM이나 액센추어와는 다른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수억 달러짜리 ‘딜(deal)’보다는 수요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소규모 맞춤형 아웃소싱 모델(Different Adoption Model)에서 비교우위를 찾았습니다.”

▷포레스터리서치는?◁|‘포 레스터리서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공신력이 높은 시장조사 업체이다.미국의 리서치회사 평가기관인 ‘케이씨지 에이알디에스’(The KCG ARDS)가 재작년 실시한 시장조사 결과. 가트너와 버튼그룹 등을 제치고 종합평가(Overall firm Ranking)수위를 차지했다.


재벌그룹 소속의 정보통신 계열사들은 요즘 고민이 많다. 그룹의 계열사들을 상대로 ‘누워서 떡먹기식’영업을 하던 호시절은 갔다. 그룹 외 매출비중을 높이지 못하는 정보통신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외국계 매각설에 식은 땀을 흘린다. 저렴한 비용의 아웃소싱이 확산되고 있는 시장 환경도 부담거리이다.

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배경이다. 글로벌 강자들이 버티고 있는 해외시장은, 하지만 난공불락의 영역이다. IBM, 액센추어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터줏대감 역할을 하며 좀처럼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포레스터리서치(Forrester Research)의 폴 테리(Paul Terry) 부회장은 정확한 시장 정보 입수야말로 해외시장 전략 수립의 첫 단추라고 강조한다.

글로벌기업 구매 담당자의 구매 성향부터, 주류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는 ‘트렌드’까지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어야 시장을 성공적으로 파고 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보고서 판매와 리서치 업무는 물론 마케팅과 컨설팅 분야로 활동 폭을 넓혀나가고 있는 이 회사의 폴 테리 부회장과 지난 7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최근 우리나라의 ‘피케이앤와이즈(PK&WISE)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한국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Q 세계 정보산업을 주도하는 포레스터(Forrester)의 경영자는,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습니까.

포레스터 소속의 애널리스트들이 발표한 전문서적을 주로 읽습니다. 쉘린 리(Charlene Li)와 조쉬 버노프(Josh Bernoff)연구원이 저술한 《그라운즈웰(Groundswell)》’이라는 제목의 책을 최근 읽었습니다.

그들은 이 저서에서 일류 기업들이 통찰력을 획득하고,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법, 그리고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노하우 등을 제시하고 있어요.

▶Q 정보통신 분야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시장의 흐름을 한 두가지 귀띔해주실 수는 없나요.

세 가지 키워드를 꼽아 볼까요. 소셜 컴퓨팅(Social Computing), 확장된 인터넷(Extended Internet), 소비자 중심적인 마케팅 조직(Customer-Centric Marketing Organization)이 제 관심사입니다.

모두 시장을 뒤흔드는 변화(Disruptive Shifts)입니다. 쉘린 리와 조쉬 버노프는 이른바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의 침투를 고유의 시각으로 분석해내는 데 성공했어요.

▶Q 두 사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특히 아시아권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사회현상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에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한국의 경영자들도 성공적인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이러한 흐름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시장 환경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전략 수립의 첫 단추입니다.

▶Q 한국 업체와 최근 ‘파트너십’을 체결하지 않았습니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전망을 밝게 보고 있기 때문인가요.

포레스터리서치는 한국시장에서 이미 5년간 활동해왔습니다. 포천 500대 기업에 오른 한국 기업의 절반 정도가 우리 고객사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파트너십을 체결한 배경은 제휴 기업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제휴사인 피케이앤와이즈(PK&WISE)는 한국의 대기업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Q 왜 지금입니까.

한국은 매우 역동적인 IT벤더(Vendor) 시장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 꾸준히 진출해 왔으며, 최근 이러한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세계 IT산업의 흐름을 좌우하는 트렌드나 업계 동향 정보를 꿰고 있는 우리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한 시점입니다.

▶Q 무엇을 도와줄 수 있습니까.

고객사들이 현 단계에서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또 이들을 공략할 때 초점을 맞춰야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구매 담당 부서의 구매 시기, 관행(Buying Habit) 등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 분야의 경쟁 구도, 그리고 기술이나 서비스의 흐름 등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우리의 강점입니다.

▶Q 한국의 IT 기업들은 어떤 ‘세그먼트’에 주목해야 할까요. SI업체들의 해외시장 공략 발걸음이 분주합니다.

정 보통신 컨설팅과 시스템 통합 분야는 올해가 지나야 좀 나아질 겁니다. 아웃소싱 시장은 올해는 보합세를 보이다 2009~2010년 뒷걸음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소프트웨어 투자는 내년까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입니다. 2010년부터 성장세가 둔화될 개연성이 있어요.

▶Q 미국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이는 일은 위험하지 않을까요.

매 우 복잡한 질문(Complex Question)이네요. 하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경기 침체가 모든 산업에 동일한 파급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닙니다. 에너지 분야는 고유가로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는 반면, 항공업계는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고 있지 않습니까.

현지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 정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Q 소프트웨어, 장비 등 분야별로 좀 더 정교한 맞춤형 시장 전략을 디자인해야겠군요.

은행이나 항공사, 그리고 할인점들이 소프트웨어나 장비, 시스템 구축에 얼마나 돈을 지출하는지, 또 시기별로 지출 규모는 얼마나 다른지 파악해야 합니다.

미국의 금융권이 지출규모를 줄이더라도 소프트웨어나 장비 등 IT 분야별로 씀씀이가 다를 수 있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대로 포지셔닝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네요.

▶Q 위프로(Wipro)를 비롯한 인도 기업들이 강한 이유도 이러한 ‘포지셔닝’을 잘 했기 때문입니까.

인 도의 일류 기업들(Top Indian Vendor)은 미국의 IBM이나 액센추어와는 다른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수억 달러짜리 ‘딜(Deal)’ 보다는 수요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소규모 맞춤형 아웃소싱 모델(Different Adoption Model)에서 비교우위를 찾았습니다. 점진적 접근방식을 취했습니다.

이러한 강점을 제대로 알린 인도소프트웨어산업협회(Nasscom)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Q 인도는 ‘아웃소싱’ 분야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인 도의 경우 잘 훈련되고, 영어를 구사할 수 있으며, 몸값도 낮은 근로자 집단이 아웃소싱 분야 약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Y2K국면이 몰고 온 기회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서비스의 경계를 꾸준히 확장해 왔습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뛰어난 이 분야 인재들이 다른 산업에 진출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정보통신 업체보다는 조선이나 자동차, 전자 등으로 갔습니다.

▶Q 한국 기업들의 경우 경쟁사에 비해 장기 전략이 없다는 비판도 종종 제기됩니다.

멀 리 내다봐야 합니다. 특정 기술이 해당 업계 전반에 몰고 올 파급효과, 그리고 업계에서 가장 통찰력이 있는 이른바 IT구루(Guru)들의 제언,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 등에 주목해야 합니다.

돈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정교한 실행 툴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아웃소싱 분야를 적극 육성하고 있는 중국이 인도를 이 분야에서도 추월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중국이 아웃소싱과 오프쇼어링에 과거에 비해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China is more and more focusing on outsourcing and offshoring).

하지만 중국 아웃소싱 시장은 사람들의 기대보다 발전 속도가 매우 느린 편입니다. 복합적인 요소가 상호작용을 하고 있어요.

▶Q 최근 중국 다롄에서 만난 다국적 기업 CEO도 사람 구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근로자들의 이직률도 높은 편이며, 서비스 수요 기업들이 주로 아직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인 점도 한계입니다. 위안화도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2년전만 해도 인도를 강력히 위협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만 실상은 좀 다른 편입니다. 일본 기업들의 아웃소싱 분야가 넓지 않다보니 발전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어요.

▶Q 글로벌 기업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습니까. 정보 수요를 보면 고민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나요.

전 문가 집단이 직면한 고민거리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주제가 좁은 리서치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In general, we see a much greater future demand for relevant, focused research, specific to the professional’s unique challenges in his role.) 포지셔닝이나, 마케팅 전략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Q 포레스터가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방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군요. ‘포지셔닝 전략’은 컨설팅이나, 마케팅 업체들의 영역이 아닌가요.

보 고서 판매, 시장 조사는 물론 컨설팅 업무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과 전략 부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변덕스러운 고객들(Changing Consumer Behavior)을 파고들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고정보담당자(CIO)를 상대로 최근의 기술적 흐름이 기업 활동에 미칠 파급효과는 물론 (상시적인) 투자 결정을 기업의 전략 목표와 일치시킬 수 있는 방법론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Q 인도는 요즘 리서치 분야에서도 약진하고 있지 않습니까. 가트너를 비롯한 경쟁사들에 비해 어떤 비교우위가 있습니까.

포레스터리서치는 마케팅과 전략 영역이 특히 강합니다. 주피터리서치(JupiterResearch)를 인수하면서 경쟁사들에 비해 이 분야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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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 Interview |글로벌 전략 디자이너 윌리엄 바니 팩넷 사장

기사입력 2008-05-25 13:57 |최종수정2008-05-25 14:12


◇“한국의 구글 찾고 있다”◇

●LG전자도, 구글도 한때는 모두 중소기업이었습니다. 네트워크 환경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면서 중소기업 시장의 잠재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통신사들은 요즘 좌불안석이다. 유선 시장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천문학적인 투자비를 쏟아 부은 ‘와이브로(Wibro)’의 성적표 또한 영 신통치 않다. 신수종 사업이라는 IP텔레비전은 케이블 업체들을 비롯한 경쟁사들의 견제로 본방송까지 ‘가시밭길’이다.

홍콩의 통신기업인 팩넷(PACNET)의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를 반영한다. 이 회사는 지난 2001년 이후 연평균 20%를 상회하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5일 이 회사 글로벌 전략의 디자이너 ‘윌리엄 바니(William Barney)’사장을 만났다. 그리고 그 성장의 노하우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Q 동남아 최대 규모의 인터넷 서비스 회사를 최근 인수했습니다.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는 평입니다.

기회는 있을 때 잡아야 합니다. 우리는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cash-generated opportunity)을 항상 주목합니다.

▶Q 통신회사들은 돌다리도 두드리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지 않나요. 한국의 통신회사들은 늘 보수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닙니다.

팩넷은 매년 매출기준으로 20% 이상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거든요. 다 자란 성인이 키가 쑥쑥 크고 있는 셈이지요. 지난 2001년 이후 늘 그렇습니다.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 않겠어요. 지난해 현재 영업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에비타(EBITA)도 1억달러에 달하거든요.

▶Q 고속 성장의 대명사격인 미 제너럴일렉트릭(GE)이 결코 부럽지 않겠군요. 요즘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 있나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중소기업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Q 중소기업을 타깃으로 한다니 의외입니다. 종업원 100명도 안 되는 기업들이 차세대 ‘캐시 카우’가 될 수 있을까요.

LG전자도, 미국의 구글도 한때는 모두 중소기업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죠. 네트워크 환경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면서 중소기업 시장의 잠재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Q IBM의 캐더린 프레이즈 부회장도 비슷한 분석을 하던데요. 중소기업을 상대로 무엇을 판매한다는 겁니까.

중소기업 맞춤형 솔루션입니다. ‘이메일’, ‘보안’, ‘통합 커뮤니케이션’ 등을 패키지로 제공합니다.

▶Q‘비디오 온 디맨드(Video on Demand)’와 비슷한 서비스인가요.

네트워크 용량이 커지고 속도가 빨라지면서 ‘서버-클라이언트’ 모델이 점차 퇴색하고 있습니다. 값비싼 프로그램을 구입해서 쓰기보다 네트워크에 물려 해결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4만5000여 중소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어요. 물론 한국에는 아직 중소기업 고객사가 없습니다.

▶Q 한국에서는 요즘 IP텔레비전이 유망시장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혹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Q 국내 통신업체들이 이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너무 느긋한 건 아닌가요.

IP텔레비전 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히 알고 있어요. (우리에게도) 또 다른 성장의 기회입니다. 이 시장에 진출하는 업체들을 겨냥해 대용량 정보가 흐를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본업입니다. 2~3년 사이에 네트워크를 오가는 콘텐츠의 40%가량이 비디오를 비롯한 동영상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Q해저 케이블이 IP텔레비전의 기반시설이 될 것이라는 분석인가요.

IP텔레비전 업체 사이에 콘텐츠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지 않겠어요. 인도의 IP텔레비전 방송사가 한국 회사의 프로그램을, 또 한국 회사가 중국의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일이 잦아질 겁니다. 이 프로그램들이 상당부분 우리 회사의 해저 케이블을 타고 유유히 흐르게 될 겁니다.

▶Q 아시아의 바다를 관통하는 ‘해저 케이블’이 고속 성장을 떠받치는 주춧돌인 셈이군요.

아시아 지역의 해저 케이블 중 3분의 2정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IP텔레비전 시장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수혜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Q 한국의 통신회사들도 이런 해저 케이블 망을 보유하고 있지 않나요.

대부분이 공동 투자를 합니다. 그리고 일정 구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요. 이른바 클럽 케이블(Club Cable)방식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해저 케이블 망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요. 오는 2010년 준공을 목표로 구축중인 태평양 횡단 케이블 망 구축작업에는 모두 7개사가 공동참여하고 있어요.

▶Q어떤 통신사들이 참가하고 있나요.

바티(Bharti), 에어텔(Airtel), 글로벌 트랜짓(Global Transit), 구글(Google), 싱텔(SingTel), 케이디디아이(KDDI) 등입니다.

▶Q 인도의 바티는 아웃소싱 의존도가 높은 통신 기업으로도 유명한데요. 해저 케이블망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한국 기업은 혹시 참여하고 있나요.

없습니다.

▶Q 해저 케이블 시설을 유지보수하고, 신규 투자를 하는 데 천문학적 돈이 들지 않습니까.

매년 1억달러가량을 투자하고 있어요. 또 이번 태평양 횡단 케이블 망 구축에는 5000만달러가량을 투자했어요.

▶Q‘팩넷’이 경쟁사에 비해 더 나은 점이 무엇인가요.

고객의 입맛에 딱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경쟁력입니다. 고객사들의 처해 있는 상황은 저마다 달라요. 규모별로, 그리고 지역별로, 또 시장 입지에 따라 여러 변주를 만들어냅니다.

▶Q BT의 한국지사장과 꼭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는 BT가 세계 최고의 통신 솔루션 기업이라고 주장합니다만.

아시아를 주요 활동 무대로 삼고 있다는 점이 BT와 다릅니다. 아시아는 현재 전 세계 광대역 사용자의 50% 이상과 전화(유선 및 무선) 사용률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어요.

▶Q 혹시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합니까. 통신사들은 미디어를 지향하기도 합니다.

콘텐츠를 직접 만들지는 않습니다.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본업입니다.

▶Q미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은 있나요.

2년 안에 나스닥에 상장하려고 합니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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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 Interview |“GE 차세대 성장동력 남북화해에서 찾는다”
기사입력 2008-03-12 23:21 |최종수정2008-03-12 23:30


페르디난도 나니 베칼리-팔코 GE인터내셔널 회장. 흰머리에 날카로운 눈빛이 인상적인 그는 성장 동력 발굴의‘달인’이다. 두자릿수 성장으로 매년 나이키 정도 규모의 회사를 새로 만들어낸다는 GE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성장의 전도사이다. 그런 그에게 2007년은 평생 잊기 어려운 기념비적인 한 해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의 매출액이 사상처음 미국 시장을 앞섰다.

중동,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이 눈부신 성장세를 유지한 덕분인데, 모두 그가 담당하고 있는 지역들이다. 지난 2002년 16억달러 규모에 불과하던 중동 지역은 그의 리더십 아래 지난해 연매출 95억달러의 시장으로 훌쩍 성장했다. 복합기업 GE의 ‘외무장관’이자 ‘성장 전도사’로 통하는 베칼리-팔코 회장을 지난달 말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나 성장 동력 발굴의 비결을 물어보았다.

▶ IBM의 팔미사노 회장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갔습니다. 이번 방한 길에 대통령을 접견할 예정인가요.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매우 바쁘더군요.(웃음) 오늘 체류한 뒤 내일 오후에 바로 한국을 떠나야 합니다. 오는 5월 한국을 다시 방문할 예정인데요. 이때 이명박 대통령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I will be looking forward to meeting president)

▶ 사공일 국가경쟁력 강화 위원장이 글로벌 기업들과 놀랄 만한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혹시 오는 5월 발표할 투자 계획이 있습니까.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부적인 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우리 회사의 방침입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다국적 기업인들의 기대치가 큰 것 같습니다. 그를 만난다면 어떤 요청을 하실 계획인가요.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시면 어떡합니까.(웃음) 남북한 관계를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화합의 물꼬를 터 주셨으면 합니다. 남북의 관계 정상화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궁극적으로 남북한의 통일에 적극적으로 나셔주셨으면 합니다. 미래의 성장 기회는 남북한 통일에서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 노사 관계를 안정시키거나, 법인세를 대폭 낮춰 달라는 제언을 하실 줄 알았는데요. 뜻밖이군요.

남북 관계가 한 단계 더 진전되면 대북 투자 여건도 호전되지 않겠습니까. 해빙무드는 곧 새로운 투자 기회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물론 GE에도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북한의 각종 사회 인프라 수요가 높지 않겠습니까. 아직까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지요.

▶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GE 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북한이 다크호스라면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은 이미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죠.

2007년은 말 그대로 기념비적인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의 매출이 미국을 앞섰습니다. 회사 창립 이후 타 지역 매출이 미국을 앞선 것은 이번이 최초입니다. 브라질, 러시아, 중국,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의 성장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방증입니다.

▶ GE가 이란을 비롯해 이른바 불량국가들과도 거래를 한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만.

우리는 3개 나라와는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바로 북한, 이란, 그리고 수단입니다. 다만, 이란에 대해서는 인도적인(humanitarian) 지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발생하는 수요를 미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 그리고 유엔이 규정한 지원 범주 내에서 수용한 적이 있을 뿐입니다. 북한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는 있겠죠.

▶ 가장 유망한 신흥시장은 어느 곳입니까. 작년에 어느 지역을 가장 많이 방문했습니까.

중동(Middle East)입니다. 두바이로 널리 알려진 아랍에미리트는 물론 사우디, 쿠웨이트,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을 두루 방문했습니다.

▶ 중국이나 인도가 아니라 중동이라는 점이 예상 밖이군요. 이 지역을 자주 찾는 이유라도 있나요.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2년만 해도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를 비롯한 중동 지역의 매출 규모는 16억달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무려 95억달러에 달했습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GE코리아의 매출은 16억달러이다. )

원유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합니다. 일찌감치 석유산업 이외 다른 분야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어요. (Most of them have already diversified from an oil economy)

▶ 두바이의 눈부신 발전상은 국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긴 했습니다만, 중동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입니다. 갑자기 거품이 터져 버릴 개연성은 없다고 보십니까.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의 사례를 들어볼까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이었을 때를 되돌아보죠. 당시에도 이미 원유로 인해 발생하는 수입이 기타 부문에서 발생하는 수입보다 작아졌습니다. 중동에서의 경기 호황은 앞으로도 어느 정도 지속력이 있다고 봅니다.

고유가가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거죠. (바클레이 은행은 중동지역의 성장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인구층이 젊은 데다 석유산업 의존도도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 아랍 지역의 매출이 한국 시장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한국은 GE의 지역별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나요.

지난해 한국시장 매출은 16억달러였습니다. 그리고 중동이 95억달러 정도,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매출이 각각 870억 달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매출이 시장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은 기술적 관점에서 (from a sourcing point of views)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GE서비스나 제품의 부품, 완제품의 주요 공급처입니다.

이런 점은 인적자원 부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1000명 정도입니다. GE 전체로는 32만5000명이 근무하고 있어요. 수적인 면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만, 한국은 인적자원의 ‘퀄리티’가 높기로 유명합니다.

▶ 어떤 점이 뛰어나다는 말씀인가요.

GE의 인재들은 이른바 ‘글로벌 싱커(Global Thinker)’들입니다. 로컬한 사고에 매몰되지 않고, 현상을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의 보유자들입니다. 대개의 경우 눈앞의 환경에 집착하다 보니 외부 세계에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인재들도 사고의 폭이 글로벌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이질적인 사업 분야를 이끌어가면서도 ‘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 몸처럼 일사불란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비결이 있나요.

매년 여러 행사들이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갑니다. (각 사업부의 임직원들이 참가하는)행사들이 일정한 사이클을 이루면서 진행됩니다. 석 달마다 35명 정도의 최상위급 임원들이 모이는 회의(Executive Commitee)가 열리고, 이곳에서 이틀간 전략을 논의합니다. 그리고 1월에는 전세계에서 600명이 모여 어떠한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할지 고민합니다.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공유합니다. 또 10월에는 3~5년 단위의 장기 전략을 고민하는 세션을 엽니다.

▶ 그룹의 성장 전략인 에코메지네이션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공표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에코메지네이션이 태동하는 과정을 설명해 드릴까요. 지난 2003년에 장기계획 구상 세션 당시였습니다. 최고경영자들의 목소리에는 상당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면서 기술을 개발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났죠.

본사 차원에서 유능한 마케팅 인재들이, 개별 사업부들의 목소리를 에코메지네이션이라는 제품군으로 명명하게 된 배경입니다. 새로운 사업 분야라고 볼 수는 없고, 회사 내에서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를 하나로 통합한 것입니다.(Ecomagination is not a new field or industy. It is the consolidation of many projects already in the company)

▶ 제품이나 서비스 성격이 다른 분야에 근무하면서도, 상호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회사를 이끌어 가는 인물들 대부분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러 분야를 경험해 보았다는 것이죠.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해 각자의 분야를 살 찌우는 회사 특유의 강점도 이러한 토양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크로스-퍼틸라이제이션(Cross fertilization)’입니다.

저만 해도 에너지 분야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항공(aviation), 그리고 (지금은 매각된) 플래스틱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GE캐피탈에서도 있었고요. 지금은 GE인터내셔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 작년에 당신이 담당하고 있는 분야의 매출이 미국시장을 뛰어 넘었습니다. 요즘 당신을 사로잡는 ‘화두’를 딱 한 단어로 표현해 주신다면.

성장(Growth)입니다.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웃음) (한 단어를 더 보태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이윤이 나는 성장(profitable growth)입니다.

▶ 한국 기업들은 요즘 저마다 환경산업을 차세대 수종사업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무엇을 염두에 두어야 할까요.

에코메지네이션은 단순한 마케팅 구호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2010년께면 GE의 환경친화적인 상품(eco-protecting products)매출이 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업성과를 공시할 예정입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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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5 - [글로벌 고수를 찾아서] - 차세대 성장동력 남북화해서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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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 차란 외 지음 | 미래의창 펴냄
GE 리더십 승계프로그램의 기획자와 크로톤빌 연수원 강사가 직접 쓴 GE 리더십 교본. 세계 초일류 기업들의 인재양성 프로그램으로 이용되고 있는 '리더십 파이프라인' 모델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리더십 계발 및 승계 계획의 최고 전문가로 알려진 세 저자들은 초급 관리자에서 그룹의 CEO까지 전체 리더십 진화과정을 6단계로 나누고 이 6단계 리더십 전환점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제대로 거친 사람만이 최고 리더가 될 수
Brain Interview |니나 당크포트 네벨 GE 아시아 CLO
기사입력 2008-02-12 23:00 |최종수정2008-02-12 23:09


◇“GE, 원거리 진료 노하우 항공 엔지니어에게 배웠죠”◇

발명왕 에디슨이 100여 년 전 창업한 GE는 복합기업의 선두주자다. 항공기 엔진부터 담수화 설비, 그리고 의료장비까지 이질적인 사업 분야의 시너지 경영을 통해 새로운 경쟁우위의 초석을 다지며, 다양한 계열사들을 운영 중인 한국 재벌기업들의 전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GE아시아의 최고 교육담당자인 니나 당크포트 네벨 GE 아시아 CLO를 만났다. 그는 이질적인 관행이나 태도 등을 수용할 수 있는 경영자의 포용성(inclusiveness)이 바로 이 복합기업 경쟁력의 주춧돌이라며 한국 경영자들의 열린 태도를 독려했다.

                                                                    

▶IBM의 팔미사노 회장이 곧 이명박 당선자를 만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멜트 회장은 차기 한국 정부의 변화와 개혁에 힘을 보탤 계획은 없습니까.

차기 한국 정부의 737공약 내용을 잘 알고 있습니다. GE는 한국 정부가 이러한 공약을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솔루션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멜트 회장은 지구촌의 환경위기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규정한 에코매지네이션이라는 전략을 지난 2005년 발표한 바 있다. )

▶요즘 글로벌 기업에서 최고전략 담당자가 뜨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CLO라는 직위는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인사 분야의 최고 임원인가요.

CLO(Chielf Learning Officer)는 리더 양성 업무를 담당합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리더가 갖춰야 할 요건은 무엇인지, 또 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되는지 고민합니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위대한 리더는 성장형 리더(Great leader is growth leader)’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최고경영자의 이러한 비전에 따라 성장형 리더의 자질을 세분화하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제 업무입니다.

인사 분야와의 차이는 이러한 업무를 비즈니스 프로세스(business process)의 하나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 부임 이후 특히 강조하고 있는 분야가 있습니까. 크로톤빌 교육과정에 새로 추가된 과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노베이션 프로젝트, 이노베이션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등의 단어가 그의 부임 이후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리더십 사관학교로 불리는 크로톤빌의 연수 프로그램의 경우 올해부터 전략의 대가로 통하는 다트머스대학의 고민다라시 교수가 객원 교수로 활동합니다. 일년동안 이곳에서 강의를 할 예정입니다.

▶엄격한 신상필벌의 문화가 상상력을 억압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베이는 창의적인 실수를 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상을 주고 있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꾸준히 지켜보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GE에는 비슷한 유형의 상은 없습니다.

GE 고유의 기업 문화와 맞아떨어지는지도 살펴보아야 하고, 여러 가지 득실도 따져봐야 하겠지요. 내부적으로 직원들의 자유로운 발상, 그리고 상상력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GE는 이른바 개방형 학습 조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주목하고 있는 벤치마킹 대상 기업이 있습니까.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인도의 벤처기업인 SR입니다. 먼저,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내에서 마치 페이스북을 떠올리게 하는 의사소통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마이크로소프트판 페이스북이라고 할까요. 지난달 미국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각 기업의 CLO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IBM, MS, P&G의 CLO들과 만나 이들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빌 게이츠가 자신의 하버드대 후배인 주커만이 창업한 페이스북에서 영감을 받았나 보군요.

마이크로소프트는 탁월한 기술력으로 유연한 커뮤니티를 구축했습니다. 페이스북이 인터넷 누리꾼들의 소셜 네트워킹 도구라면, 이 프로그램은 사내의 원활한 아이디어 교환을 위한 것이겠죠. 사내의 누구와도 즉각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의 강점을 고스란히 발휘한 셈이죠.

이 밖에도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교육담당자 모임에서 알게 된 한 인도 기업(SR)도 흥미로운 사례였습니다. 미국 기업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물면서도 매우 효율적인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들 흔히 말합니다만 자사 내부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하는 일 또한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GE도 서로 다른 영역의 강점을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예컨대, GE의 제조 분야는 마케팅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또 한국의 자회사는 호주 자회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사업부인 헬스케어 부문은 항공기 엔진부문에서 무엇을 배울지를 고민하는 거죠.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복합기 분야에서 공조를 취하는 것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GE는 어떤 편인가요.

헬스케어 사업부와 항공기엔진 엔지니어들의 지식 공유 사례를 예로 들어 볼까요. 항공기엔진 분야의 엔지니어들은 때로는 원거리에서 엔진을 점검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엔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진단하기 위해서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툴을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한 것이죠.

▶올해 세계경제 포럼 선정 혁신기업에도 원격 진료 프로그램을 만든 인도 회사가 있었는데, GE는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서로 다른 두 부서의 협업을 통해 확보한 셈이군요.

그렇습니다. 항공기 엔진 분야의 원거리 점검 기술이 원격 진료 기술 개발의 주춧돌이 됐습니다. 시골이나 오지의 환자들이 굳이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항공기엔진과 의료 부문은 얼핏 보기에는 서로 유사성이 없어 보입니다만 서로 배울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셈이죠.

▶소통의 폭을 넓히는 일이 요즘 GE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이 당면한 지상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시아 기업인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아시아 경영자들은 매우 뛰어납니다. 복잡한 현상에서 본질을 포착하고, 성취 동기 또한 매우 강한 편입니다. 뜨거운 교육열 덕분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포용성(inclusiveness)입니다. 자신들과는 다른 사고방식, 관행들을 잘 수용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포용성이야말로 사고의 폭을 넓히는 열쇠입니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은 기본입니다. 상상력, 그리고 대외지향성(external focus)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 기업인들도 독서 모임을 결성해 서로 지식을 공유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GE에서 배울 점은 없을까요.

이러한 독서모임이 단순한 사교모임이 돼서는 안 되겠지요. GE에서는 모임 참가자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개선 사항을 확인합니다. 지난주 모임에서 학습한 내용을 어떤 식으로 자신의 현업에서 실천했는지, 다시 말해 지금까지 일하던 방식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등을 확인해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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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 Interview |트렌드분석 전문가 헨릭 벨가드
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8-01-25 06:45 |최종수정2008-01-25 06:57


“아이팟 마돈나 버전 출시했던 애플 레인컴은 그 이유를 따져 봤어야”

‘스타벅스의 성공은 아시아 금융산업 변화의 토양을 가늠하게 한다.’ 지난 2004년 발행된 맥킨지의 대(對)아시아 금융산업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한 잔에 수달러를 호가하는 스타벅스 커피의 인기는, 오직 은행 예금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며 펀드상품을 꺼리던 아시아인들의 달라진 태도를 짐작하게 한다는 것.

아시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이 지역 금융산업 빅뱅의 촉매이다. 안데르센 동화의 나라 덴마크 출신의 트렌드 전문가 헨릭 벨가드(Henric Vejlgard). 그는 트렌드 분석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코펜하겐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며, 트렌드 분석에 사회학을 접목한 트렌드사회학(trendsociology) 분야의 선구자인 헨릭 벨가드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트렌드 형성의 메커니즘을 간파해야 글로벌 무대에서 히트상품을 꾸준히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애플사는 지속적인 제품 업그레이드로 트렌드 주도층의 관심을 붙들어 매고, 또 언론보도는 다시 이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합니다.”

▶스타벅스라는 가치주를 일찌감치 발굴해 대박을 터뜨린 ‘마이클 모’는 어린 딸이 핸드폰을 이용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미래 트렌드를 예감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한 가지 질문을 해보죠. 트렌드는 누가 만드나요. 바로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소비 습관, 생활 양태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 변화의 단서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나비의 날갯짓이 거대한 폭풍을 만든다고 했지요.

▶지난 60년대 히피 세대의 성개방 풍조는 플레이보이 성장의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휴 헤프너가 트렌드 분석의 선구자였나요.

(저는) 대도시를 방문합니다. 세계 전역으로 유행을 실어 나르는 거대 도시들. 그리고 이 도시의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세터(trendsetter)들의 생활상이 영감의 원천입니다. 이태리의 밀라노, 도쿄,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이 바로 이러한 지역입니다. 이들 도시는 세계의 유행을 선도하는 유행의 공장입니다. 할리우드 영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반짝 트렌드도 적지 않습니다. 뜨는가 싶더니 바로 사라지는 그런 유행말입니다. 둘 사이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표현에 정확성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짝 상승세를 보이다 사그라진다면 트렌드라기보다 일시적 유행(fad)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낫겠군요. 유행이 트렌드로 변화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요건은 유행선도 그룹의 지속적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원더걸스의 복고풍 노래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70년대 미국에서 디스코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 장르의 득세를 예감한 이는 거의 없었다고 하죠. 어떤 점이 달랐나요.

디스코는 지난 70년대 소수의 흑인들과 히스패닉들이 즐겨 듣던 음악이었어요. 비주류들이 선호하던 변두리 음악이 높은 호응을 얻으며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 확산될 수 있던 단초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유행을 선도하는 여러 그룹들이 이 음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당시 예술가, 연예인들, 그리고 게이 등이 디스코 음악에 열광하며 변화를 주도하고 나섰습니다. 이후 미국의 주요 언론사들이 디스코를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이 트렌드는 탄력을 받기 시작합니다. 주요 메이저 음반사도 한때의 유행으로 폄하하고 별다른 주목을 하지 않던 상황이었지만, 이른바 트렌드 세터들이 폭발적 반응을 보여주면서 상황이 달라진 거죠.

▶유행을 선도하는 그룹, 언론 보도, 뛰어난 콘텐츠가 삼위일체를 이뤄야 트렌드로 부상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무엇보다 스타일이 빼어나야 합니다. 패션이나 디자인이 주목을 끌려면 유행 주도 계층을 지속적으로 사로잡을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애플사의 아이팟을 처음 본 순간의 강렬한 충격을 잊을 수 가 없습니다. 이 제품을 처음 본 때가 지난 2001년이었어요. 처음에 이태리의 프라다가 디자인을 담당한 줄 알았습니다.

회색과 검은색이 주류를 이루던 MP3 플레이어가 산뜻한 흰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고 할까요. 심지어는 이어폰까지 흰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애플사의 아이팟이 뜨는 과정은 트렌드 형성에서 차지하는 전략의 중요성을 가늠하게 합니다.

▶애플의 MP3플레이어인 아이팟이 경쟁 제품을 제치고 세계를 제패한 것도 세밀한 전략의 산물인가요.

애플은 아이팟 출시 다음해인 2002년 최신 유행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뉴욕의 소호(SoHo)거리에 매장을 열었어요. 이 거리는 패션, 그리고 라이프 상품이 화려한 조명 속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번화가입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케이스 해링(Keith Haring) 상점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팟 업데이트 버전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트렌드 주도층들의 관심을 자극합니다. 뉴욕은 유행에 민감한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대도시입니다. 이런 지역에서 한번 뜨게 되면 그 여파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기 마련입니다.

▶마돈나를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의 서명이 새겨진 아이팟을 출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인가요.

유명 연예인들의 사인이 실린 스페셜에디션 뿐일까요. 애플은 나노 아이팟, 유투 한정판 등 새로운 버전의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2004년 8월이 되자 뉴스위크가 커버스토리에서 애플의 성공사례를 집중 조명하고, 다음해 포천이 다시 한번 지면을 할애합니다.

애플사는 지속적인 제품 업그레이드로 트렌드 주도층의 관심을 붙들어 매고, 또 언론보도는 다시 이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고 할까요. 하나의 유행이 트렌드로 부상하는 전형적인 공식을 보여주는 것이요.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지난 70년대 주류 트렌드였던 디스코와 애플의 아이팟은 여러모로 공통점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다 대도시 트렌드 주도 계층의 주목을 받고, 마지막 단계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애플이 뉴욕 번화가에 매장을 낸 이유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뉴욕에서 뜨면 미국은 물론 세계 각지로 트렌드가 급속히 확산된다는 점을 잘 알았던 거죠.

▶한국의 레인콤이 한때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제패했다 애플에 패배한 것도 이러한 메커니즘을 잘 몰랐기 때문일까요.

트렌드를 이해하는 일은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트렌드는 소비자들의 지향성을 엿볼 수 있는 풍향계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트렌드에 역류하고서도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소비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맥주 회사들을 볼까요. 맥주 회사는 와인이나 칵테일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클린턴 재선에 한몫을 했던 마크 펜 또한 트렌드의 중요성을 설파한 적이 있습니다. 맥주회사들이 무시했다 큰코를 다친 트렌드가 있었나요.

1990년 초, 로스앤젤레스를 보세요. 당시 새로운 유형의 칵테일 라운지가 이 지역에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골드핑거, 라바 라운지 등이 대표적 실례입니다. 그리고 북미, 유럽 전역에 확산돼 나갔습니다. 유명 패션잡지인 엘르의 기사 제목을 볼까요. 칵테일과 마티니가 우리 삶을 비집고 들어왔다는 것이죠.

▶칵테일 라운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엘르 기사는 맥주 소비 감소를 알리는 단서였다는 말씀인가요.

작은 징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맥주 회사들은 처음에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만 훗날 이러한 징후는 현실이 됩니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발표한 여론조사 자료를 보죠. 지난 92년 47%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맥주를 선호하는 음료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2005년 이 비율은 36%로 급락합니다. 독일과 영국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맥주 대신 마티니 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당시 와인이 세를 넓혀가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와인은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지 않습니까.

▶소비자들이 비단 맥주만을 기피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 소비가 모두 감소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처하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습니다. 병에 흥미로운 디자인을 도입하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업체가 있는가 하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주류를 판매하는 업체들 중 상당수가 오렌지나 레몬, 그리고 크랜베리, 향료 등을 술에 첨가했습니다. 맥주 회사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맛이 부드럽고, 알코올 도수를 낮춘 맥주를 2000년대 들어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할까요.

▶트렌드의 추이를 파악하는 일이, 소비자들의 감성 파악 외에 기업 경영에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애플이나 디스코 음악의 사례는 히트 상품의 요건을 보여줍니다. 제품이 말 그대로 뜨려면 어떤 요소를 갖추어야 하며, 기업은 어떤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애플이 유행의 공장 뉴욕에 아이팟 매장을 내고, 또 연예인들의 서명이 새겨진 특별 한정판을 출시한 배경을 곰곰이 따져봐야 합니다.

▶트렌드를 정확히 포착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한때 정확한 미래예측으로 이름을 날리던 미래학자들도 통찰력을 잃어버리며 자신의 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트렌드는 이미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의 삶의 양식과는 다른 무엇인데, 사람들이 다만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트렌드가 확산돼 가는 방식이 과거와 다른 것도 또 다른 트렌드입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한국 기업을 상대로 현지 소비자의 정서를 파고드는 노하우를 알려주시죠.

수천 년 전 동굴 벽에 등장하는 고대 원시인들이 그린 벽화를 보세요. 원시인들도 먹고사는 문제에만 집착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욕망이 시대 변천과 더불어 다양한 변주를 이루며 여러 형태를 띠게 됩니다. 트렌드의 본거지를 공략하세요. 무엇보다 트렌드 주도층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트렌드가 확산되는 방식도 주목하세요. 과거처럼 일부 부유층에서 다른 계층으로 퍼져나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거꾸로 이른바 하위계층의 문화가 부유층으로 확산되기도 합니다. 매우 역동적입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정확히 포착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어야 합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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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삼콜 주한 캄보디아 대사 인터뷰
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7-12-07 05:48 |최종수정2007-12-07 06:00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이다. 지난달 30일, 이태원에 위치한 캄보디아 대사관저에서 만난 ‘림 삼콜(Lim Samkol)’ 주한 캄보디아 대사는 두 딸의 이야기를 화제에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 생활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보니 큰 딸이 약혼만 하고 결혼식을 아직 올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수더분한 말투에서는, 직설적이지 않지만 할 말은 다하는 외교관 특유의 풍모를 엿볼 수 있었다. 한국 기업들이 주목해볼 만한 캄보디아의 유망 투자분야를 묻자 ‘속 안’ 캄보디아 부총리에 얽힌 일화를 털어놓는다. 부총리는 요즘 농장에서 직접 난초를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농업, 그리고 농공(agro-industrial) 부문 육성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정부 정책을 읽으라는 뜻으로 읽혔다. 림 삼콜 대사는 지난달(11월)부로 한국에서의 임기를 모두 마무리했다.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를 한 번 둘러보세요. 그러면 한류의 위력을 절감하시게 될 겁니다. 거의 모든 인기 케이블 채널에서 하루 종일 한국 드라마를 방영합니다.”

●“한국의 첨단 기술, 그리고 캄보디아의 풍부한 천연 자원이 서로 결합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동구의 체코슬로바키아를 거쳐 한국에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부임하신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지난 2004년 11월 15일 왔으니, 벌써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도 3년 정도가 지났네요. 세월이 참 빠릅니다. 한국에 온 게 바로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떠날 때가 됐으니 말입니다. 이달(11월)로 3년간의 공식 임기가 다 끝났습니다.

▶요즘 한국 날씨가 부담스럽지는 않으신가요. 30도를 훌쩍 웃도는 캄보디아에 비해 매우 쌀쌀한 편인데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하도 단련이 돼서 견딜 만합니다. (웃음) 요즘은 한국 사람들, 문화, 그리고 추운 날씨마저 정겹습니다.

▶3년이면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닌데요. 대사님께서 보는 한국 사람들은 좀 어떤 편이던가요.

두 나라 간에는 공통점이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불교가 두 나라 사람들 정서의 공통분모인 듯합니다. 이 덕분에 한국에 근무하면서 고향에 온 듯 아주 편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나라 모두 선조들로부터 풍부한 문화유산을 물려받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지요.

문화 교류도 활발한 편입니다. 당장 지난 9월에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경상북도와 함께 문화 엑스포를 열었습니다.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주제로 한 것이었습니다.

▶한류(韓流)가 캄보디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여전히 폭넓은 반향을 얻고 있습니까.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를 한번 둘러보세요. 그러면 한류의 위력을 절감하시게 될 겁니다. 거의 모든 케이블 채널에서 하루 종일 한국 드라마를 방영합니다. 한국의 영화, 그리고 드라마는 여전히 캄보디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보는 영화와 드라마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의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모두 캄보디아 말로 의사를 전달하지요. (웃음)

▶대사님께서도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보시는 편이신가요. 혹시 좋아하는 배우라도 있습니까.

물론 저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열혈 팬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미래의 경제 강국에 눈을 돌려라.” 미래학자인 패스트 퓨처그룹의 로히트 탈와 박사가 올해 초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강조한 조언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 경제 강국도 중요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부상할 잠재력이 있는 국가들을 선점하는 일도 이에 못지않다는 뜻이다.

림 삼콜 캄보디아 대사는 투자처로서 캄보디아의 강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아직까지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점이 매력이라며 한국 기업인들의 더 적극적인 진출을 당부했다.

▶기업인들도 캄보디아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가 지닌 매력은 무엇인가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점이 매력이 아닐까요. (웃음) 도로, 공장을 비롯한 인프라 시설을 더 구축해야 하고, 일자리도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천연가스, 석유를 비롯한 지하자원도 풍부한 편입니다. 최근 (석유나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블록을 발견했습니다.

▶캄보디아가 셰브론과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자원 개발의 필요성 때문인가요? 베트남이 인텔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다국적 기업인 셰브론텍사코와 기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천연가스, 석유 자원의 탐사·발굴을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셰브론텍사코 외에도 에너지 관련 다국적 기업들이 캄보디아의 천연자원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에너지 기업들이 있습니다. 두 나라가 이 분야에서 협력한다면 상생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디 에너지 분야뿐이겠습니까. 한국의 첨단 기술, 그리고 캄보디아의 풍부한 천연자원이 서로 결합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캄보디아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캄보디아에 진출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캄보디아는 국가 성장 전략으로 직사각형(rectangular) 개발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에서 영감을 얻은 건 아닙니까.

한국도 가난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60년대 이후 국가 주도 개발 전략을 앞세워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놀라운 경제 도약을 이루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국의 성장 모델은 항상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입니다. (박스기사 참조)

▶캄보디아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인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그들을 만나 보셨습니까.

KTC의 김명일 대표이사, 그리고 강의구 씨 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으로 캄보디아 정부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의구 씨와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입니다. (김명일 KTC 사장은 프놈펜 시엠립에 골프장을 짓고 있으며, 강의구 씨는 캄보디아 선박등록청의 대표를 맡고 있다.)

▶캄보디아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인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미개척 분야는 혹시 없을까요.

의류(textile)나 의복(garment)은 지금도 유망하지만, 앞으로도 각광받을 수 있는 분야입니다. 인프라 건설도 비슷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관광산업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캄보디아하면 보통 어디를 떠올리십니까. 대부분 유적지인 앙코르와트가 아니겠습니까.

에너지 산업도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캄보디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농업, 농공(agro-industrial) 분야도 한국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진출하기를기대합니다.

▶의복이나 관광이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분야였습니다. 농업이나 농공 분야 육성의 고삐를 죄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의복(garment)과 관광이 캄보디아 경제 성장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이 두 분야가 주로 경제 성장을 이끌다 보니 바로 외부의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캄보디아 정부가 성장의 기반을 좀 더 확대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농업, 그리고 농공 부문 개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배경입니다. 경제 발전의 혜택이 시골 사람들에게도 좀 더 골고루 퍼져나가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중소기업인들이 캄보디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이 분야에 대한 투자에 더욱 적극 나서주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이 지역에 더 많은 공장이 건설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We need to set up more factory in agro-industrial sector). 정말 좋은 기회가 아닌가요.

▶하지만 캄보디아에 투자하고 싶어도 관련 정보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한국 기업인들의 불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대규모 투자자들은 속 안(Sok An) 부총리를 직접 만날 수 있습니다. 현지 사정이 궁금하면 캄보디아국가개발위원회(CDC)나 대사관에 관련 정보를 요청하면 됩니다. (이 답변은 경제참사관인 ‘입 속홈(YIV Sokhom)’이 대신했다. )

▶캄보디아에도 급성장하고 있는 현지 토종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A&Z’가 대표적인 실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로열그룹(Royal Group)이 가장 유명한 편입니다. ‘A&Z’도 이 그룹의 산하에 있습니다. 소키멕스(Sokimex)도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기업의 하나입니다. 기업인으로는 소키멕스의 속콩(Sok kong)회장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항구, 거대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몽로티(mongspritthy)도 유명 기업인입니다.

▶한국의 김씨나 박씨처럼 캄보디아에는 속(Sok)씨들이 많은가 봅니다. 캄보디아 부총리의 이름도 속 안(Sok-An)이지요.

그렇습니다. (웃음) 속안 부총리는 자신이 직접 난초를 키워 해외에 수출도 합니다. 소도 키우고 있습니다. 농부의 삶을 앞장서 실천하는 한편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로열그룹이나 소키멕스가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은 없을까요.

아직까지는 시기 상조가 아닐까요.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캄보디아 기업인은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이태원 근처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캄보디아인이 한 명 있기는 합니다. 호주계 캄보디아인입니다. 하지만 캄보디아 고유 음식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이 아니라 이태리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웃음)

▶한국에는 캄보디아인들이 얼마나 진출해 있습니까. 중소기업에서 활동하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3000명가량이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수원, 그리고 대구, 부산 지역 중소기업의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인력들, 그리고 학생 등이 200명가량이 됩니다.

▶지난달로 주한 캄보디아 대사의 공식 임기가 모두 끝나지 않았습니까. 아쉬운 점은 없습니까.

한국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3년이라는 세월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연세대에서 국제관계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첫째 딸이 약혼을 하고도 아직까지 결혼식을 못 올리고 있습니다. 얼마나 바쁜지 아시겠지요. (웃음)

▶한국은 언제쯤 떠나실 계획이신가요. 대통령 선거라는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는데요.

한국도 캄보디아도 중요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다음달 12월 있지 않습니까. 캄보디아에서도 내년 7월에 총선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임기는 끝났습니다만 좀 더 남아서 대선을 지켜보게 되지 않을까요. (웃음) 언제 떠나게 될지는 훈센 총리의 의지에 달린 문제입니다.

◇캄보디아 직사각형 성장전략이란◇

캄보디아 주식회사 성장전략 요체

마이클 포터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영전략 부문에 관한 한 최고의 학자로 꼽힌다. 그는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획기적인 모델을 제시했는데, 바로 다이아몬드 모델이다. 다이아몬드 모델은 애초 국가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모델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산업이나 기업 등 모든 부문에 적용할 수 있어 지금까지 널리 애용되고 있다. 포터 교수는 지난 1990년에 다이아몬드 모델을 소개했다. 캄보디아의 직사각형 국가 성장전략은 포터 모델과 비슷하다.

포터는 다이아몬드의 꼭지점 별로 생산조건, 관련 및 지원분야, 전략적 능력 등 한 국가나 기업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직사각형 이론은 캄보디아 경제 발전을 위한 선결 과제 네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꼭지점은 뛰어난 지배구조의 구축(Good Governance)이다. 이를 위해 부패와의 전쟁, 사법 체계의 혁신, 군대의 개혁 등 4가지를 선결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군대를 개혁대상에 포함시킨 점이 이채롭다.

두 번째 꼭지점은 직사각형 국가 전략의 실행을위한 여건의 조성이다(Environment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Rectangular Strategy).

정치·사회 안정, 우호적 거시. 금융 환경의 조성 등이 이를 위한 전술 방안이다.

세 번째 꼭지점은 인력 자원의 개발이다(Human Resource Development).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고 양성 간의 평등을 고취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마지막 꼭지점은 민간 분야의 개발, 그리고 고용의 증대이다(Private Sector Development and Employment Generation).

세부 항목으로 투자증대, 그리고 근로환경의 개선 등을 담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 홈페이지에서 직사각형 전략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http://www.car.gov.kh/hunsen/rectangularstrategy_en.asp)


대담 = 김경한 편집국장(justin-747@ermedia.net),  정리 = 박영환 기자(blade@ermeid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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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경영구루 공짜 메일서비스 들여다보니
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8-01-18 14:42 |최종수정2008-01-18 14:45


잭 웰치의 가정교사로 널리 알려진 램 차란.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의 이 컨설턴트는 경영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코칭 방식으로 폭넓은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 시장 1위의 굴착기 업체인 캐터필러는 지난 1970년대, 한 경영전문가의 도움으로 일본 고마쓰의 공세를 물리치는 데 성공한다. 전략적 사고법의 창안자인 미셸 로버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밖에도 경영구루인 톰 피터스, 폴 램버그를 비롯해 글로벌 무대에는 내로라하는 경영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이들의 가르침을 구하기는 언감생심. 만약 이 경영고수들의 뛰어난 아이디어를 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면 어떨까. <이코노믹 리뷰>는 경영 전문가 5인의 공짜 뉴스레터 서비스를 전격 분석해 보았다. (편집자 주)


■[Best 1]램 차란(Ram Charan)

잭 웰치 전 GE경영자 스승■

저가 항공의 대명사인 사우스웨스트 항공. 이 회사가 흑자 행진을 거듭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허브 켈러허 전 회장이 주도한 이른바 유머 경영이 성장의 주춧돌이 되었다는 것이 모범답안이다. 하지만 인도 출신의 컨설턴트인 램 차란은 ‘턴어라운드 시간’을 성공 비결로 꼽는다.

턴어라운드 시간은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해 다시 출발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뜻한다. 이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항공기 운항을 늘려 매출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이치다. 램 차란의 분석은 늘 이런 식이다.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는 컨설턴트들과는 달리 쉬운 말로 현상을 분석한다.

그의 지론은 이렇다. 작은 신발가게, 음식점, 혹은 과일 행상과 글로벌 기업의 경영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 유년시절 인도에서 가난하게 자란 그는, 신발 가게에서 사환으로 근무하며 생생한 현장 경제 원리를 몸에 익혔다. 복잡한 경제 현상은 물론 기업 경영의 원리를 쉽게 설명하는 것이 강점이다.

잭 웰치도 복잡한 경영현안을 쉽게 풀이하는 그의 역량을 높이 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자존심 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경영 석학들과는 달리 자신의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홈페이지 방문객들을 상대로 뉴스레터도 발행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주요 매체에 실린 그의 기고문을 받을 수 있다.

현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정곡을 짚어내는 세계적인 경영 석학의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홈페이지 주소는 www.ram-charan.com이다. 이곳에 들러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남겨놓으면 이 세계적인 경영학자의 뉴스레터를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 업데이트가 빈번하지 않은 것이 옥에 티이다.

■[Best 2]미셸 로버트(Michel Robert)

캐터필러 부활 전략 참모■

세계 굴착기 시장에서 무소불위의 시장 지배력을 자랑하는 업체가 바로 캐터필러(caterpillar)다. 일본의 고마쓰, 그리고 스웨덴의 볼보 등 후발주자들을 멀찌감치 제치고 부동의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 굴착기 제조업체에 지난 70년대는 위기의 계절이었다.

일본 고마쓰발(發) 가격전쟁이 도화선이었다. 고마쓰는 경쟁사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 그리고 튼튼한 내구성의 제품을 무기로 시장판도를 뒤흔든다. 그리고 무섭게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며 경쟁기업들을 하나둘씩 따라잡는 데 성공한다.

가격도 저렴한 데다 고장도 거의 없다는 입소문이 시장 점유율 증대의 촉매였다. 시장 점유율 하락에 부심하던 캐터필러는 당시, 한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회생의 전기를 마련한다. 잔뜩 벌여놓은 사업들을 하나둘씩 정리한 것이 회생의 첫 단추였다. 그리고 연구개발 비중도 높였다.

또 전략 회의 때마다 이 컨설턴트를 불러들여 아이디어를 전수받는다. 당시 이 회사에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돼 회생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 바로 미셸 로버트(Michel Robert)이다. 캐터필러는 그의 조언에 따라 토모터(Towmotor) 매각을 단행하는 등 비핵심 사업을 정리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거들떠보지 않던 소형 굴착기 시장 공략의 공세를 바짝 조이며 수익원을 확대해 나간다. 이 회사가 고마쓰의 공세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 1위를 탈환한데는 그의 공이 지대했다.

그가 보는 기존 컨설턴트의 한계는 뚜렷하다. 특정 산업에 정통한 이른바 콘텐츠 전문가들이지, 서로 다른 유형의 정보를 융합해 창의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프로세스 전문가는 아니라는 것.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를 비판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홈페이지 방문객들을 상대로 온라인 매거진을 제공한다. 이 회사 홈페이지(www.decisionprocesses.com/lit/strategist/)에 접속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놓으면 매거진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미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그의 컨설팅을 받고 회생에 성공한 각 대륙의 컨설팅 성공사례가 흥미롭다.

■[Best 3]폴 램버그 (Pual Lamberg)

역발상 전략 컨설팅 대가■

미국에서는 지난 80년대 이른바 리엔지니어링 열풍이 분 적이 있다. 저렴한 가격, 뛰어난 품질로 무장한 일본 제조업체들의 공세가 변화의 방아쇠로 작용했다. 당시 내로라하는 미국 기업들은 인원 감축을 통해 조직의 군살을 빼는 한편, 조직 운영의 효율성도 끌어올렸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일부 경영학자를 중심으로 자성론이 비등해 졌다. 업무 효율성을 중시하다 보니, 구성원들의 창의적 발상을 가로막고 미래의 성장 동력 확보도 소홀히 하게 됐다는 반성이다. 지난 94년 경영학의 명저의 하나인 《경영의 미래》를 공저한 프라할라드, 그리고 게리 하멜이 대표적이다.

많은 미국 기업들이 당시 위기를 겪은 배경도, 오직 닦고 조이는 관리에만 치중했기 때문이었다는 것. 폴 램버그 퀀텀 그로스 컨설팅(Quantum Growth Consulting) 대표 컨설턴트가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그가 비교하는 두 업체가 바로 엑손모빌과 셰브론이다.

‘폴 램버그’는 석유채굴, 정유, 판매 등 전통적인 업무에 주력하는 엑손모빌의 접근방식을 비판한다. 그리고 대체 에너지 개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셰브론(Chevron)에 높은 점수를 주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다.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그는 미국에서 역발상의 전략가로 유명하다.

액센추어, 시스코, 골드먼삭스, 렉시스넥시스(Lexis-Nexis),오픈텍스트(OpenText), IBM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이 고객사다. 주로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사고의 걸림돌을 규정하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실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뉴스레터서비스를 통해 매주 전송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발송되는 뉴스레터는 2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

구성원들의 창의적 발상을 유도하기 위해 ‘이달의 실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베이, 그리고 BMW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생생한 실례들이 흥미를 끈다. 그의 홈페이지(www.paullamberg.com)에서 신청할 수 있다.

■[Best 4]앤드루 부시(Andrew Busch)

정치경제 변수분석 정통한 금융전문가■

비엠오 파이낸셜 그룹(BMO Financial Group)의 시장 전략가인 앤드루 부시. 그는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 전문가이다. 경제 지표를 해석하고, 예측하는 데 익숙한 시장 전문가들과 달리 주로 정치사회 변수에 주목한다. 광우병,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자연 재해나 이라크 전쟁, 9·11사태 등이 주요 관심사이다.

지난 1918년 유럽대륙을 강타한 스페인 독감, 영국의 광우병, 사스, 조류독감이 세계 금융시장에 몰고 온 파급효과를 정밀 분석했다. 금융 산업은 물론 역사 부문에서도 해박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불가항력의 사태가 주가나 현물, 선물, 외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한다.

20년 이상 투자 전략가로 활동한 공력이 한몫하고 있다. CNBC의 경제프로그램에 정기 출연하고 있으며, 월스트리트 저널에도 그의 발언이 자주 인용된다. 이메일을 통해 매일 아침 미국의 주요 경기 지표, 그리고 지표 해석을 제공한다. 5000명에 달하는 투자자들과 금융 전문가들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또 미 정부에 글로벌 외환 시장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지난 10일자 뉴스레터에서는 영란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의 이자율 동결조치가 달러화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뉴햄프셔주에서 오바마 의원에 놀라운 승리를 거둔 힐러리 클린턴의 선전을 언급한 대목도 흥미롭다.

그녀가 솔직담백한 태도를 선호하는 미국인들의 성향을 적절히 파고 든 것이 먹혀들었다는 분석.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주로 경제 지표 해석이나 예측에 초점을 맞춰왔는데, 그는 이러한 분석의 범위를 크게 넓혔다는 평가다. 그의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뉴스레터를 받아볼 수 있다.

(http://www.bmocm.com/publications/fxcom/busch/default.aspx)

■[Best 5]톰 피터스(Tom Peters)

피터 드러커 사후 최고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경쟁론의 마이클 포터와 포스트 드러커 시대를 다투는 경영학자이다. 포터가 주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글을 기고하는 등 전형적인 학자풍의 인물이라며, 그는 대중적이다. 주요 매체에 글을 싣고 있다. 베스트셀러 《초우량기업의 조건》은 그의 입지전적 저작이다.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코카콜라, IBM을 비롯한 미국 일류 기업들의 경쟁 우위 요소를 제시하며 과다한 복지비용과 일본의 추격으로 비관론(悲觀論)이 팽배하던 미국 경제를 다시 볼 수 있는 시각(視覺)을 제시했다. 일본이 미국의 제조업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던 1982년이었다.

교육컨설팅 조직인 톰 피터스 컴퍼니(www.tompeters.com) 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대중성과 학문적 업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고 있는 드문 학자이다. 대중적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사진과 강연록, 그리고 저서 리뷰 등을 제공한다.

히스토리 채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프로그램 목록까지 제시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그의 언론 기고문 등을 요약정리한 뉴스레터 서비스도 실시 중이다. 홈페이지(www.tompeters.com)에 이메일 주소를 남기면 받아볼 수 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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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8-01-15 22:15 |최종수정2008-01-15 22:36





◇"이마트 가격파괴 듀얼전략으로 돌파하라"◇

'찻잔 속의 태풍인가, 아니면 거대한 변화의 전주곡인가' 신세계이마트의 가격 파괴 실험이 연초부터 화제다. 지난해 말 PL(자체 브랜드)상품 출시로 가격 파괴 1라운드를 선언한 데 이어 올 들어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이며 재차 포문을 열었다. 제조업체들과 손을 잡고 식품, 잡화 등 주요 상품을 최고 40% 할인된 가격에 연중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급기야 범삼성가의 일원인 CJ제일제당이 가격 인하 압박에 반발하는 등 신세계발 가격 파괴 실험의 파장이 제조와 유통업체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유통업체가 주도하는 가격파괴 실험은 과연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산업 지도를 송두리째 바꿀 거대한 변화의 전주곡이 될 것인가.

<이코노믹 리뷰>는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인 영국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니르말야 쿠마르(Nirmalya Kumar)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쿠마르 교수는 인터뷰에서 "PL상품의 소비 증가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유통업은 물론 제조업 전반에 불어닥칠 변화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제조업체들은 자사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높이는 한편, 유통업체에 PL상품을 납품하는 양수겸장(兩手兼掌)의 듀얼 스트래터지(Dual Strategy) 전략을 구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편집자 주)

                                                                   

●"PL상품 출시가 저조한 편이었던 아시아 시장도 상황이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0년 시장 점유율이 불과 2%였으나, 2010년 10%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중국도 같은 기간 0.1%에서 3%선으로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미국의 내로라 하는 제조업체들 중 절반 가량이 유통업체에 PL상품을 납품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자사의 브랜드 로열티를 해칠까봐 다만 쉬쉬하고 있을 뿐입니다."

                                                                   

▶영국은 유통업 분야에서 유행을 선도해 오지 않았습니까. 테스코의 PL상품 판매비중이 월마트보다 높다고 하죠.

지난 2005년 기준으로 무려 50%에 달합니다. 매출에서 PL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미국의 월마트는 물론 타겟, 독일의 크로거 등 경쟁업체들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수치입니다. 월마트가 40%, 타겟은 32%가 PL상품입니다. 이 밖에 크로거와 메트로그룹(Metro Group)이 각각 25%와 35%입니다.

지난 2005년 기준입니다. 하지만 이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PL브랜드의 성장 속도가 제조업체의 브랜드에 비해 훨씬 빠른 편입니다.

▶PL 상품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폭넓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방증인데요. 교수님은 어떤 편입니까.

대학교 재학시절에 자체 브랜드 상품을 많이 이용했어요. 학생 때야 항상 살림살이가 빠듯하지 않습니까. 품질도 썩 괜찮은 편이었어요. 적어도 기대치 이상이었지요.

▶월마트와 다른 새로운 유형의 할인점들도 PL상품 판매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 않습니까. 독일의 알디(Aldi)가 대표적 실례입니다.

독일의 알디(Aldi)는 취급 상품수를 줄이되 가격을 대폭 낮춘 하드디스크포맷 형태의 할인점이죠. 알디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유기농식품 판매업체인 홀 푸드(Whole Foods)가 PL상품 출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어요. 우리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게 이 분야 최고경영자들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식료품이나 포장상품 분야에 상품출시가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닌가요.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 Secret), 홈데포(Home Depot), 갭, 이케아, 데카드론(Decathlon), 베스트바이, 스테이플(Staples), 자라(Zara)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모두 PL상품의 비중이 높은 업체들이라는 점입니다. 심지어는 대형 서점에서도 PL상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책도 PL상품 출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놀랍습니다. 아마존에서 준비를 하고 있나요.

미국의 대형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이 이미 자체 브랜드 상품을 출시하고 있어요. 주로 시리즈물에 자사 상표를 부착하고 있습니다. 오는 2008년까지 PL상품 판매 비중을 10∼12%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PL상품시장의 성장은 제조업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협입니다. PL제품이 약진할 수 있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역학구도가 바뀐 때문이겠죠. 과거 할인점들은 규모도 작고 교섭력도 약했어요. 마을에 있는 구멍가게(mom&pop store)를 떠올려보면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를 상대로 툭하면 물품공급을 중단한다는 위협을 했지요. 지금은 전세가 역전이 됐어요.

▶아칸소 시골마을에서 창업한 월마트는 세계에서 가장 매출을 많이 올리는 공룡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았습니까.

주요 대형 할인점들이 매출 규모에서 제조 업체를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입니다. 월마트는 석유업체인 엑손모빌보다 더 큰 기업으로 성장했지요. 변화의 싹이 트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1970년대입니다. 당시 할인점들이 전국에 걸쳐 체인점을 대거 구축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까르푸나 독일의 메트로(Metro)는 글로벌 무대로 활동 반경을 넓혀나가며 할인점의 해외진출 붐에 불을 지폈습니다.

▶품질이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진 점도 PL상품의 약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까.

영국의 소매 판매 업체인 마크앤스펜서(Mark&Spencer)가 PL상품을 선보인 게 바로 지난 1970년대입니다. 당시에 이미 '세인트 마이클(S.T. Michael)'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하지만 품질이 제조업체의 브랜드 상품에 비해 크게 떨어져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컨슈머리포트는 독일 크로거의 감자칩을 P&G의 프링글스보다 더 높이 평가했어요. 또 월마트의 세제 상품이 타이드(Tide)의 제품을, 윈딕시(Winn-Dixie)의 초콜릿 아이스크림 또한 전문 업체인 브레이어스(Breyers)의 간판상품을 눌렀습니다.

품질 면에서 과거에 비해 괄목상대(刮目相對)의 개선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분명 사실입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유통업체들의 PL상품 마케팅 역량 또한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기능을 강조하기보다 세련된 이미지를 앞세우는 상품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텍사스에 위치한 식료품 체인인 H-E-B는 세련된 마케팅으로 PL상품의 브랜드가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지요.

이 회사의 용기 디자인은 세련되기로 유명하지요. 날렵한 외양에 우아한 상표를 부착하고 있어 바로 옆에 진열된 델몬트의 브랜드 제품을 아주 초라해 보이게 합니다. 아주 흥미롭지 않습니까.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드는 것도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996년 쇼핑객의 31% 정도만이 PL상품을 구입할 의사를 밝혔습니다만, 이 수치는 지난 2001년 45%로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PL상품 출시가 다양한 분야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이러한 트렌드가 한풀 꺾일 공산은 없을까요.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서유럽의 경우 지난 2000년 PL상품의 비중이 20%였으나 오는 2010년 30%에 달할 전망입니다. 북미는 같은 기간 20%에서 27%로, 라틴아메리카는 3%에서 9%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PL상품 증가는 세계적 추세입니다.

▶2010년 이후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 소비자들의 소득 증가가 PL상품 소비 감소를 불러올 가능성은 없을까요.

물론 2010년 이후에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형 할인점들이 포화상태인 자국시장을 벗어나 신흥시장을 비롯한 해외 공략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지 않겠습니까. PL상품을 앞세운 할인점들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제조업체들의 맞불작전 또한 뜨거워지겠죠.

▶하지만 하버드대의 존 퀘치 교수는 PL상품 소비의 추세적인 증가를 반박하지 않았습니까.

존 퀘치(John Quelch) 교수는 PL상품의 소비가 경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지갑이 두둑할 때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외면하다 경기가 나빠질 때 소비를 늘린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이 일부 진실을 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미국과 영국, 독일, 벨기에 4개국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본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불황기에는 PL상품의 소비가 증가했고, 호황기에는 소비가 줄어드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를 저는 깨달았습니다.

▶경기침체와 PL상품 소비의 밀접한 함수 관계를 반박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경기침체(recession)기에는 PL상품 소비가 늘어납니다. 하지만 호황기에도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자체 브랜드 상품의 장점을 파악한 소비자들이, 경기가 호전돼도 제조업 브랜드로 쉽사리 옮겨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PL상품 소비자 전체 규모가 증가하는 배경입니다.

▶아시아 소비자들은 보수적이어서 PL상품이 맥을 추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PL상품 출시가 저조한 편이었어요. 하지만 상황이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0년 시장 점유율이 불과 2%였으나, 2010년 10%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중국도 같은 기간 0.1%에서 3%선으로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아시아 시장은 앞으로 두 자릿수 판매 성장률을 유지할 잠재력이 있다고 봅니다. 보수적인 소비자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점이 낙관의 근거입니다.

▶한국의 신세계이마트도 요즘 PL상품 수를 대폭 늘리며 제조업체들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제조업체들은 어떤 식으로 맞대응을 해야 할까요.

듀얼 스트래터지(Dual Strategy)도 한 방편입니다.(박스기사 참조) 미국시장에서도 내로라하는 제조업체들의 절반가량이 유통업체에 PL상품을 납품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자사의 브랜드 로열티를 해칠까봐 다만 쉬쉬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알코아(Alcoa), 델몬트(Del Monte), 매코믹(McCormic)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물론 PL상품 납품에 여전히 부정적인 제조업체들도 적지 않습니다. 피앤지(Proctor&Gamble), 켈로그, 네슬레 등이 대표적 실례입니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소니의 듀얼 전략 사례분석■

"PL상품 공급은 양수겸장 묘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2006년 2월호에서 소니 판매 부문 직원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 한 토막을 소개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한 유통 업체를 방문한 이 직원이 소니 전자 제품을 이 업체의 자체 브랜드(Product Label Brand)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제안을 했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프리미엄 브랜드가, 유통업체에 가격이 저렴한 자체 브랜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자살 행위로 받아들여져 왔다. 소비자들의 로열티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니가 이러한 제안을 하고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프랑스의 세계적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Insead)의 필립 파커(Philip Parker)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꿩도 먹고 알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꾸준한 광고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나 인기 상품에 대한 기존 고객의 로열티를 지켜내는 한편, 자체 브랜드 상품 공급으로 또 다른 저가 브랜드의 시장 침투를 막아낼 수 있는 양수겸장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파커 교수는 이를 '모순(paradox)'이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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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세계의 발, 택배회사가 보는 미래 글로벌 경제

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7-10-31 23:48 |최종수정2007-10-31 23:57


“중국-인도-한국이 향후 10년 세계경제 이끌어”

●“아시아가 앞으로도 10년 이상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봅니다. 중국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인도와 한국이 뒷받침하는 그런 방식이 되지 않겠습니까.

●“북한 평양에 지난 97년 11월 국제 특송업체 중에 유일하게 사무소를 개설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북한 내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우 라와 레즈가 한국 프로축구팀들에 좀 버거운 상대였나요. 다음번에는 일본 어웨이 경기라 더 힘들텐데요.” 그의 말은 차분한 듯하면서도 거침이 없다. 무테안경에 착 가라앉은 목소리. 외양만 놓고 보면 영락없이 독일의 유서 깊은 대학에서 강의하는 일이 어울릴 듯한 지적인 인상의 소유자다.

일본에서만 10년 이상 근무한 일본통. 그래서일까. 일본은 물론 다음달 19일 치러질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 소식도 두루 꿰고 있다. 일본어를 일본인보다 더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 기업인이 바로 ‘군터 존(Gunter Zone)’ DHL 북태평양 수석부사장이다.

그의 첫인상은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유대계 피아노 연주자 슈필만(spielman)을 도와주던 독일군 장교를 떠올리게 했다.

하 지만‘언중유골(言中有骨)’이라고 했던가. 자사의 대표적인 스포츠 마케팅 성공사례인 일본 프로축구팀 우라와 레즈를 자랑하면서 동시에 올 들어 단 한 차례도 이 팀에 이기기 못한 우리나라 프로 축구 구단의 부진을 슬쩍 짚고 넘어간다.

지난달 중순, 남산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그에게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화제에 올려본 것도 이러한 솔직담백함 때문이다. 한때 유럽의 병든 거인으로 통했으나,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독일 경제 재건의 선봉장 메르켈 총리는 동독의 연구원 출신에서 총리가 된 독특한 이력, 그리고 개혁정책으로 자국에서도 논란의 대상이다.

“독일 경제의 강세는 지난 2005년 메르켈 총리 부임 이후 일련의 과감한 자유주의 정책이 주효했다는 분석인데요, 현지의 평가는 지금 어떤 편입니까.”(기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될 수 있으면 묻지 말아달라”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는, 그러나 매우 솔직했다.

그 의 답변은 이랬다. 과감한 개혁의 방아쇠를 당기며 분위기 쇄신의 물꼬를 튼 것은 그녀의 공으로 돌릴 수는 있지만 일련의 개혁 정책이 주효할 수 있던 데는, 타이밍이 무엇보다 절묘했다. 독일 경제가 막 기지개를 켜던 시기에, 그녀가 취임하는 등 운도 작용했다는 얘기다.

자국의 정치 상황을 묻는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결코 에둘러가는 법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 자사의 인력 개발 프로그램인 ‘임플로이 오브 초이스(employee of choice)’를 알리는 일도 결코 잊지 않는다. 질문에 세심하게 대응하면서도, 큰 흐름을 놓치지 않는 역량이 탁월하다.

배송직원 통해 세상 변화 읽어

상 인들의 정보력은 예로부터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전국시대 조나라 수도인 한단에서 진나라 왕족 ‘자초’를 만나 인생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며 훗날 자신도 재상의 반열에 오르는 대상 여불위는, 각국을 오가며 장사를 하면서 당시 7개 나라 사이의 복잡한 국제 정세를 한눈에 꿰뚫고 있었다. 어디 여불위뿐일까. 중국사 최고의 기재로 통하는 제갈공명이 융중 땅을 떠나 유비의 막하에 들어간 이후 취한 첫 번째 조치도, 바로 각지에 간자들을 파견해 정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이었다.

DHL본사는 세계 각지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된 정보가 모여드는 거대한 ‘슈퍼컴퓨터’를 떠올리게 한다. 벽면을 가득 덮고 있는 두 개의 대형 스크린, 이 회사 본사에 있는 이 스크린 속의 작은 점들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복잡한 궤도를 그리며 움직인다. 항공기의 운행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태풍, 그리고 이 회사가 소유한 500여 대 비행기의 이동경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대형 스크린은 세계 각국의 정치 상황을 한눈에 비춘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할거지역, 베네수엘라, 볼리비아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의 역학 구도, 그리고 북핵 사태 등은 모두 주요 분석 대상이다.

특송회사들은 세계 각지에 펼쳐 놓은 ‘촉수’를 통해 정보를 전방위적으로 포획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지속적 경쟁우위의 핵심이다. 세계 각지의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항공기나 차량의 운송 경로 등을 재설계한다.

“미 래학 서적을 굳이 짬을 내 읽을 필요가 있나요.” 그가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나 존 나이스 비트가 저술한 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의 말대로, ‘신통력’이 다 떨어진 미래학자들의 철 지난 미래학 서적을 굳이 손에 쥘 필요가 있을까.

눈부신 속도전쟁의 시대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지구 온난화가 불러올 재앙을 꾸준히 경고, 인류의 각성을 촉구하며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이 회사가 지구 온난화의 위험을 간파한 것은 벌써 오래 전이다.

태풍의 발생은 더욱 빈번해지고 있으며 강도도 훨씬 세졌다. 현장에서 숨 가쁘게 진행되는 생생한 변화는 미래 포착의 자양분이다.

베 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은 때로 뉴욕에서 허리케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나비의 날갯짓을 현장에서 가장 먼저 포착한 뒤 뉴욕에 불어닥칠지 모를 허리케인의 강도, 그리고 파장을 예측하는 일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가 바라보는 세계 경제 구도를 좌우할 미래 트렌드는 무엇일까.

바로 ‘아시아의 부상(emergence of Asia)’이다. 지난 3월 미래학자 로히트 탈와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놓은 분석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아시아가 앞으로도 10년 이상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봅니다. 중국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인도와 한국이 뒷받침하는 그런 방식이 되지 않겠습니까.”

지난 10년간 아시아에서 활동하며 눈부신 변화를 목도한 것은 행운이라며 활짝 웃는다. 이 회사가 중국에서만 이미 1만10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대북 사업 기대 커

그는 중국 경제의 성격도 근본적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의 공장에서 하이테크 제품·서비스의 기지로 바뀔 것이란다. 군터 부사장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의 전망은 어떤 편일까.

“인천에 위치한 대형 물류 설비에 최근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한국시장을 유망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어요.” DHL코리아는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지역에 2만㎡ 규모의 허브터미널을 착공, 2008년쯤 완공할 계획이다.

새 로 건립될 ‘첨단 DHL 익스프레스 인천 허브’는 현재의 DHL 화물 터미널보다 5배 이상 큰 규모로 지어져 한국뿐 아니라 몽골·중국 북부·러시아 극동 지역을 위한 물류 집하기지의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없을까.

독 일은 노동조합이 강성하기로 유명하다. 평등주의적 사고가 강한 유럽에서도 이른바 ‘사회적 시장경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대표주자다. 경영위원회와는 별도로 주주와 근로자들로 구성된 감독이사회가 회사활동을 감시·견제하며 공동체 지향적 가치를 충실히 실행에 옮기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주로 인수합병에 나설 때 피인수 대상 기업의 직원들을 대량 해고하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하지만 독일 기업들은 운영 철학부터 많이 다릅니다. 해고가 불가피할 때도 사회친화적인 방향으로 추진하고자 노력하는 편입니다. 물론 한국보다는 덜하지만 말입니다.”

한국기업, 노사 극한투쟁 지양해야

말 속에 뼈가 있다. 그는 공동체 지향적 사고는 한국기업이 더 강하다고 잘라 말했다. 독일 기업들은 이미 달라지고 있다고도 했다. 감독회의 경우에도 주주들이 한 표를 더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인데, 근로자들과 주주들의 이해가 상충될 때 주주들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때에도 노동조합과 협의를 물론 거치지만, 꼭 동의를 확보할 필요도 없다고 전했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이겨낼 상생의 방안을 협의하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대립의 문화가 노사관계를 지배하고 있다.

대화 주제가 민감하다고 본 때문일까. 지난 10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화제를 돌리자 그는 반색을 한다. “두 나라에서 해빙의 무드가 고조되면서 DHL의 대북 활동도 더 활발해졌으면 합니다. 지금은 규제가 적지 않아 어려움이 상당한 편이거든요.” 이 회사는 이미 북한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 97년 11월 5일 북한에 DHL 평양사무소를 개설했는데 국제 특송업체 중에는 유일하게 이 지역에 진출, 배송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선 정국,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의 여파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시간 남짓한 인터뷰, 그는 하나의 유럽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21세기가 아시아의 세기이기는 하지만, 세계 경제 번영의 또다른 축은 유럽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은 이미 미국을 경제 규모 면에서 추월했고, 이러한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두 대륙의 교류와 협력을 당부했다.

아시아 인력시장에 대한 아쉬움도 잊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재정, 회계, 물류 등 각 분야를 담당할 핵심 인력이 태부족인 게 큰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 시장의 경우 단순 업무를 처리할 인력은 노동시장에 풍부하지만 정작 다국적 기업에서 눈독을 들일 만한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는 영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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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 Interview |美 볼링그린주립대 한찬기 교수


이코노믹리뷰
|기사입력 2007-11-29 20:42 |최종수정2007-11-29 20:51


◇“구매담당 경영자 키워야 삼성전자가 노키아 이겨”◇

●“CEO의 역할이 CSO, COO 등으로 분화되고 있지만, CPO(구매담당 경영자)만큼 중요한 보직도 없다는 게 제 솔직한 심경입니다.”

●“멀티소싱보다 원소싱이 대세입니다. 하지만 항공기 출시 지연으로 주가하락을 겪은 보잉 사태는 이 방식의 리스크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노 키아(Nokia)’는 흔히 원가 절감의 달인에 비유된다. 삼성, 소니-에릭슨, 모토롤라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멀찌감치 독주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경쟁사들에 비해 최소한 이 분야에서 일년 이상 앞서가고 있다는 것이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SA)’ 의 진단이다.

마진율이 낮은 중저가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 회사의 이윤율이 경쟁사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도, 바로 이런 노하우 덕분이라는 게 중론이다. 아프리카인들의 휴대폰 이용 습관을 정밀히 포착해내는 이 회사의 문화인류학자들, 그리고 특유의 구매 노하우는 경쟁력을 지탱하는 양 축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리 앤 풍(Lee & Pung)’. 가장 촘촘하면서도, 효율적인 벤더(하청업자) 매트릭스를 구축하고 있다는 이 기업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은 경영대학원들의 집중 조명 대상이다.

공급자, 수요자 중간에서 ‘거간’노릇을 하고 양측에서 1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챙긴다.

구 매 노하우가 경쟁력의 주춧돌이다. 옷감, 단추, 지퍼 등 가장 신속하고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분야별 벤더를 파악하고 있는 점이 비교 우위다. 이들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공장 하나 짓지 않고도 중개만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며 이 분야에서 독주하고 있다.

구매 분야가 뜨고 있다. 자동차에서 휴대폰, 그리고 컴퓨터까지, 중저가 제품이 수십억 인구를 자랑하는 신흥시장 공략의 주요 무기로 부상하면서 원가 절감 노하우가 제품경쟁 우위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한찬기 볼링그린주립대 석좌 교수가 요즘 부쩍 바빠진 배경이다.

미국구매자관리협회 출범의 산파 역할을 했으며, 제너럴일렉트릭(GE), IBM, 프록터앤갬블(P&G)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 구매 담당자들을 제자로 거느린 그는, 국내 기업들의 달라진 태도를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구매담당 임원이 늘어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프레이저 레지던스’에서 만난 그는, 하지만 국내기업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국내 기업들이 구매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 의 역할이 CSO, COO 등으로 분화되고 있지만, CPO(Chief Purchase Officer : 구매담당 경영자)보다 더 중요한 보직도 없다는 게 제 솔직한 심경입니다.”그는 미국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를 보라고 조언한다.

“지난 7월 뉴스를 시청하면서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발단은 한 줄의 항공기 출시 지연 소식이었다.

당 시 이 회사 주가는 바닥을 모른 채 곤두박질쳤다. 787 드림라이너 출시 지연은 급기야 최고경영자 경질사태를 불러온다. “하청업체 한 두 곳에 많은 물량을 몰아주었는데, 이들 업체에서 이상이 발생하다 보니 항공기 출시에 타격을 받은 것으로 추론하고 있습니다.”

낙엽 하나로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고 했다. 한 교수는 보잉 항공기 사태는 과거와는 달라진 ‘게임의 룰’을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경쟁 압박이 변화의 방아쇠를 당겼다. 여러 업체에 부품을 발주하는 멀티소싱을 지양하고, 일부 협력업체에 물량을 몰아주는 원소싱의 득세가 그것이다.

물론 원소싱 방식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부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항공기 제작비를 절감해 경쟁사에 비해 비교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유혹 때문이지만, 리스크도 커지기 마련이었다. 구매 네트워크 관리 실패는 기업가치 하락의 촉매 역할을 한다.

그는 초일류 기업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올해 초 미국의 제너럴모터스를 누르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업체에 등극한 도요타자동차를 보자. 이 회사는 부품 업체와 교감의 폭을 넓히고, 일사불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제너럴모터스나 포드를 비롯한 미국의 ‘빅3’를 제칠 수 있었다.

협력업체들과의 동등한 파트너십은 도요타 성장의 자양분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를 호령하는 일본 도요타 경쟁력의 주춧돌은 바로 촘촘한 구매 네트워크. 그리고 협력업체와의 화학적 결합을 유도하는 끈끈한 기업 문화이다.

각자의 강점을 살리되. 자사가 취약한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지닌 업체와 손을 잡아 경쟁우위를 꾀하기 위한 포석(布石)이다.

보 잉사의 대형사고는 구매 분야에 관한 한 미국 기업들에 비해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강점을 엿볼 수 있다. 이 미국 기업은 일본식 시스템의 효율성만을 높이 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노하우를 파악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던 것.

“도 요타와 제너럴모터스의 대결이, 단순히 이 두 기업만의 진검승부는 아닙니다. 양사의 밸류 체인을 떠받치는 거대한 협력업체 간의 전면 대결이기도 합니다.” 기업의 가치사슬이 과거에 비해 더 포괄적이고 복잡해지고 있는데, 끊임없이 조이고 닦을 수 있는 업체들만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많은 협력업체로 구성된 기업 생태계의 정교한 작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국내 기업 열의는 ‘대단’, 실력은 ‘글쎄’

그 가 보는 국내 기업들의 이 분야 노하우는 어느 정도일까. 한 교수는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린다.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추세에 상당히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편이라고 진단한다. CPM(Chief Purchase Officer : 구매전문가) 자격증 소지자의 수가 1000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수치다. 포스코, 한국오라클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이 프로그램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구 매담당자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은 명확하다. “국내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전후로 해외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어 왔습니다. 해외시장에 내식대로 하다가는 자칫하다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값비싼 교훈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들과 첨예한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는 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고 있는 전방위적인 가격할인 전쟁의 압박을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매 관리 역량이 쳐진다. GE, P&G, 노키아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턱없이 못 미친다.

제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원부자재 비중이 아직도 현저하게 높다는 것. 한 교수가 교육기관의 역할을 중시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구매 관리의 노하우는 물론 사회공헌,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새로운 사회조류를 발 빠르게 교육 커리큘럼에 반영, 기업들의 대응능력을 높이는 ‘도우미’역할이 그들의 몫이다. 미국만 해도, 주요 경영대학원에서 구매 분야를 커리큘럼에 넣어 강의하는 곳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 교수는 지적한다.

협상, 전략, 상대국의 문화, 수요 예측, 품질 관리, 인사 관리, 계약 실행 등을 가르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경영학 코스에서 주로 재무관리, 회계, 전략 분야 등을 가르치지만 아직도 구매를 별도 분야로 강의하는 곳은 드물다며 아쉬움을 피력하기도 했다.

“아들이 구매담당자 자격증 소지자예요. 하지만 이 분야의 중요성이 워낙 커지다 보니 부담 또한 적지 않을 겁니다.” 인터뷰 말미 한찬기 석좌교수는 말끝을 흐린다. 권한이 크면 책임도 무거운 법. 구매담당자로 근무하고 있는 자식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어버이의 마음을 가늠하게 한다.

보잉사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서비스나 제품의 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매담당 임직원들의 어깨는 과거에 비해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한 교수가 보는 구매의 요체는 무엇일까.

“경 영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베스트 프랙티스도 따지고 보면 한물간 내용입니다. 경쟁력을 지탱하는 원가 절감의 노하우를 액면 그대로 알려줄 글로벌 기업은 없습니다. ” 글로벌 기업들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그대로 따라하기보다 자신만의 핵심 노하우를 발굴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일본 기업들이 미국 구매자협회가 부여하는 이 자격증 취득에 시큰둥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 한 교수는 도요타를 필두로 한 일본 기업들이 적어도 이 분야에 관한한 미국 기업들에 비해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한다. 그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이 분야 강의를 하고 있다.

박영환 기자(yunghp@newsis.com)

2010/06/02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트렌드 VIEW] - 삼성전자 신성장동력 '프린터' 집중 해부


◇美구매자관리협회 부사장이 말하는 CPM◇

“삼성전자, 현대기아차도 교육받고 있어”

크 리스티나 포스터(Christina Foster) 미 구매자관리협회 부사장. 그는 미국 파닉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 시민사회단체를 거쳐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GE, P&G, IBM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구매담당자들은 대부분 이 단체에 소속돼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 세계 4만여 명의 CPM 소지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국제 감각을 갖춘 구매 리더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주요 구매 담당자들 가운데는 구매자협회를 거쳐간 인력들이 많습니다. 전문 협회. 구매, 공급 분야에 있어 높은 수준의 업무성과 강화된 전문 지식을 갖춘 구매전문가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내고 있습니다. ”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 프로그램을 좀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CPM 시험은 구매 실무에 관한 업무뿐만이 아니라 경영적인 측면 그리고 구매의 전략적인 측면까지 관련돼 있어 그 수요가 일본, 중국,인도, 호주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

국내에서도 유수 기업들이 대거 서울과학종합과학대학원에서 실시 중인 이 강좌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신한금융지주, 조흥은행, ING생명, 알리안츠생명, 한국신용정보, CJ, 삼양사, KT&G, 유니레버코리아, 오뚜기, 제일제당, 대한항공, 엔투비, GM대우자동차, 현대기아자동차 등이 대표적 실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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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워싱턴大 CEO 총장 마크 라이튼

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7-11-07 17:06 |최종수정2007-11-07 17:18


◇그는 무엇을 믿고 하버드·예일과 맞짱 뜨나◇

●아시아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이 지역 출신들로 구성된 국제아시아자문위원회(IACA:International Advisory Council of Asia)를 결성했습니다. 이들은 아시아 시장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깊게 합니다.

●로렌 서머스도 여성들의 지능이 선천적으로 떨어진다는 말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도 하버드를 오래 이끌지 않았겠습니까. 대학 총장이 이런 식으로 낙마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올 해 초 세계 최고의 대학 하버드대의 수장 자리를 놓고 파우스트 교수(현 하버드대 총장)와 경합을 벌이던 노(老)교수.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에스콰이어〉에 미국을 이끄는 리더로 선정된 바 있는‘마크 라이튼(Mark, S. Wrighton)’ 워싱턴대 총장의 첫인상은 전형적인 학자풍이다.

꼬장꼬장한 조선시대 유학자를 떠올리게 한다. 대학은 영리 추구 기관이 아니라고 잘라 말하는 그는 하지만 고담준론을 즐기는 몽상가는 아니었다. 지난 95년 이 대학 총장 부임 후 지금까지 모금한 기부액수만 무려 15억달러. 이 대학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불철주야 고민하는 CEO 총장이다.

지난달 25일 삼성동에 위치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난 그는 ‘모금의 귀재’로 유명하다. 화학과 교수 시절부터 기업 담당자들을 만나 기금을 잘 끌어오기로 ‘정평’이 나있다. 올해 《유에스 앤 뉴스리포트》가 실시한 대학평가에서도 워싱턴대는 존스홉킨스 등을 제치고 11위를 차지했으니 그는 이 대학 고속성장의 일등공신이다. 이 대학의 연간 예산규모는 19억달러, 학생수는 1만3000여 명에 달한다. 예일이나 하버드·프린스턴 등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실수요자인 미국의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그 명성은 결코 이들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올해도 2만3000여 명이 지원해 1330명만이 입학했다. “워싱턴대학에는 있는데 하버드에는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에게 유서 깊은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비결에 대한 질문을 던진 배경이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성적 우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메일 발송은 워싱턴대 특유의 밀착형 마케팅의 첫 단추다.

수입자동차 판매원들이 고객관리 차원에서 적극 활용하는 DM발송을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의 속내를 간파하기 위한 첫 단계이다. 정원이 불과 10여 명에 불과한 패션 디자인학과를 유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학부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것도 이채롭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대는 학부에 경영학 과정이 없으며 경영대학원에 입학해야 경영학을 전공할 수 있다.

그가 자랑하는 또 다른 강점은 교수-학생의 공동 리서치 프로젝트 수행 프로그램. 교수·대학원생들과 한 팀을 꾸려 민간 분야, 정부에서 수주한 심도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학부 학생들에 부여한다는 것. 물론 연간 1억2000만달러에 달하는 장학금도 우수학생 모집의 촉매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강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는 ‘입소문 마케팅(word of mouth)’의 위력은 미국에서도 대단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조선건국의 주역 정도전은 눈 오는 겨울날 말 위에 올라 해동청 보라매를 날리며 사냥에 나서는 즐거움보다 더한 즐거움은 없다고 했다.

마크 라이튼 총장이 인생의 삼락(三樂) 가운데 첫손가락에 꼽는 것이 바로 ‘인재양성’이다. 발상이 독특한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교수 인선에도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는 역량의 소유자를 중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학이 지금까지 배출한 유명 인사로는 어떤 인물들이 있을까.

여성들이 대부분인 의류업계에서 남성 경영자로는 드물게 주목받고 있는 탈보트사의 최고경영자 아널드 제처가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미국에서 가장 큰 주식 중개 회사의 하나인 에드워드 존슨을 운영 중인 스타경영자 ‘에드워드 존슨’도 이 대학 졸업생이라고 그는 귀띔한다.

아시아人 앞세워 아시아 시장 공략

요즘 그를 사로잡고 있는 단어는 아시아이다. ‘맥도널드’ 프로그램에 따라 한국에서 유학 온 학생 세 명의 전공과 소속 학부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정치학을 전공하는 서울대 출신 남학생과 공학 전공의 연세대 출신 남학생, 그리고 예술분야를 전공하는 고려대에서 온 여학생이 그들이다.

이 대학 전체 학생의 10% 정도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출신들이며, 다시 이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아시아 출신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시아는 글로벌 기업들이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자, 장래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토종 기업들이 쑥쑥 성장하는 위험 지역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양날의 칼인 셈인데, 대학이라고 해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인도 공과대학, 중국 칭화대. 베이징대 등은 가까운 미래에 우수 학생 유치를 놓고 미국의 대학들과 일합을 겨루는 강력한 경쟁 대학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고백한다.

인도 공과대학에서 낙방한 학생들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유학을 온다거나, 중국 공상학원 등 독특한 커리큘럼으로 미국의 명문 경영대학원의 입지를 위협하는 신흥 강자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며, 미국 교육산업과의 치열한 백병전을 예감케 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런 위협에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대응 방향은 크게 두 갈래이다. 무엇보다 현지 대학들과 적극적인 교류 협력의 수위를 높여 잠재적 경쟁자를 상생의 대상으로 바꾸는 것이 그 하나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푸단 대학(Pudan University)’과의 파트너십이 대표적인 실례.

이 대학에서는 워싱턴대의 교육프로그램을 중국어로 옮겨 강의하고 있는데, 이 과정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세계 7위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선정된 바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퇴(白戰不退)라고 했다. 이 대학에서 수학한 아시아인들로 구성된 국제아시아 자문위원회도 또 다른 회심의 카드다.

아시아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이 지역 출신들로 구성된 국제아시아자문위원회(IACA:International Advisory Council of Asia)를 결성해 아시아 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우리나라에서도 송자 대교 회장, 변호기 비원인터네셔널 대표 등이 위원회 멤버로 활동 중이다.

신원그룹 박성철 회장 겸 CEO, 한국 도자기 김영목 상무이사 등이 위원회 임원인데, 아시아 25∼30개 나라의 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완곡한 표현이다. 아시아 학생들에게 이 대학의 문호를 대폭 개방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직까지 아시아 시장에서 손실을 보고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블루오션’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그는, 리더는 멀리 내다보고,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학 측이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임 총장은 무려 24년간 이 대학을 이끌었다고.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렌 서머스 하버드대 전 총장은 여성들의 지능이 타고날 때부터 남성에 비해 떨어진다는 식의 말 실수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물러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사례입니다. 대부분 임기를 보장받습니다.” (박스기사 참조)

공동체 미래 고민하는 인재 배출해야

“교 육의 목적은 사람을 목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전인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파우스트 하버드대 신임 총장의 취임 일성이라고 하는데, 그녀와 올해 초 하버드대 수장을 다투던 마크 라이튼 총장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였다.

하버드나 예일 등에는 없는 사회복지학과를 운영하고 있는데, 파키스탄 그라민 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와 같은 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이 주요 목표라고 한다. 뜻밖에도 한국에서 온 많은 학생들이 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파키스탄 오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기자 출신의 자선사업가가 저술한 《Three Cups of Tea》를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꼽는다.

한시간 남짓한 인터뷰 동안, 그는 CEO 총장의 면모를 십분 과시했다. 듀폰 상을 수상한 저명한 화학자라기보다 시장 공략의 묘책을 고민하는 지장이라는 인상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 아시아 자문위원회를 앞세워 이 지역을 파고든다는 그의 발언에선 전략가의 기질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말미 다시 학자로 되돌아와 있었다. 기업인들을 찾아다니며 기부를 호소하는 것도 교육의 품질을 높여 궁극적으로 따뜻한 감성과 전문 지식을 두루 갖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라고. 새벽 5시께 일어나 밤 11시쯤이면 취침한다는 그는 요즘도 기부금 모금 활동을 정력적으로 펼치며 일과의 대부분을 보낸다.

■로렌 서머스 vs마크 라이튼■

서머스 낙마로 하버드 총장 후보 올라

로 렌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은 타고난 천재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집안 자체가 미국사회를 이끌어가는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대거 배출한 명문가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물들도 포진해 있다. 물론 서머스도 이러한 혈통을 그대로 물려받아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교수로도 임용됐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정부에 입성했다. 재무장관을 지내며 미국 금융자본주의 시대를 활짝 연 주역이다.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극복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덕과 재주는 좀처럼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하 버드대 총장에 부임한 그는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유전적으로 열등하다는 취지의 실언을 했다, 대학사회의 격렬한 분노를 사며 낙마했다. 이전에도 파격적인 강의방식을 채택한 흑인 교수와의 설전 등으로 바람잘 날이 없었으나, 막강한 배경으로 꿋꿋이 자리를 지키던 서머스도 이번에는 버틸 도리가 없었던 것.

파우스트 교수가 이 유서 깊은 대학의 총장이 된 것은 서머스 효과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공석이 된 하버드대 교수 자리를 놓고 파우스트 현 총장과 올해 초 경합을 벌인 후보군 중 하나가 바로 마크 라이튼 워싱턴대 총장이다.

그 는 지난 1995년에 부임해 12년째 이 대학의 수장을 맡고 있다. 미국 화학회에서 무기화학 및 순수화학 분야 상을 수상했다. 에스콰이어(Esquire), 사이언스 다이제스트(Science Digest), 비즈니스위크(Business Week) 등에 그를 조명한 기사가 실렸다. 태양에너지의 화학연료나 전기 변환이 주요 연구분야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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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도널슨그룹 데이비드 팀 아·태지역 부회장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9-06 21:15

“머리 희끗희끗한 직원들이 자산입니다”

“한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97년 8월이었지만, 최소 4년간 사전준비 단계를 거쳤습니다. 한국 자회사를 설립하고 나서 금융위기가 터졌지만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미국의 도널슨(Donaldson) 그룹. 아직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이름의 이 글로벌 기업은 이물질 유입을 차단하는 필터솔루션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한다. 10여 개 이상의 사업 부문을 운용하고 있으며 매년 10% 이상의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주당 순이익이 지난 18년 연속 두자릿수 이상 증가한 유일한 뉴욕증시 상장 업체이기도 하다.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에 비견되는 인간 중시 경영이 핵심 경쟁력의 주춧돌이라는데, 한국자회사 창립 10주년 행사 참석차 우리나라를 방문한 이 회사 아·태지역 데이비드 팀(David W. Timm) 부회장을 지난달 21일 오전 인터뷰했다.


연매출 1조원이 넘는 회사가 매년 10~12%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 부러워할 만한 수치인데요.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GDP의 두 배 정도의 성장률을 요구하고 있지요. 성장률만 보면 저희가 더 나은 편이네요. (웃음) 도널슨은 한국에는 아직 생소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분야의 기술흐름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본사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 있습니다. 엔진이나 가스터빈 등을 보호하는 필터장비의 제조사입니다.

미국의 골드러시 시절에도 청바지 업자들이 돈을 벌었다고 하죠. 주요 고객인 반도체산업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나요.

반도체 회사에 장비를 공급하는 것은 맞습니다. 반도체 칩에 먼지라도 들어가면 큰일이 나지 않겠어요. 하지만 반도체 업체에만 장비를 판매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도체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입니다. 트럭, 자동차, 반도체, 가스터빈 회사들이 모두 고객사입니다.

두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경쟁 기업이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텐데요.

일단 좋은 산업(good industry)에 속해 있습니다. 이 분야(filter solution)는 성장산업입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최고경영자가 지금도 성장의 여지가 크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입니다. 물론 글로벌 기업이며, 기술지향적이고, 직원들을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보는 특유의 휴먼 경영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도 매우 독특합니다. 위험을 적절히 분산하고 있습니다. 고객사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큰 타격을 받지는 않겠군요.

고객사가 문을 닫는 일 따위는 없어야 겠죠.(웃음) 하지만 방금 지적하신 그 대로입니다. 고객사가 여러 분야에 걸쳐서 폭넓게 포진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회사들이 부진하면 자동차에서, 자동차가 부진하면 가스터빈 쪽에서 매출 하락을 만회할 수 있는 사업구조입니다.

한국법인의 경우 첫해는 손실을 면치 못했습니다만 지금은 다른 지역 자회사들을 압도하고 있지요.

지난 10년간 매출이 매년 평균 39%, 이익은 매년 50% 성장했습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요.(웃음)

한국 진출 당시 원-달러 환율은 치솟고 글로벌 기업들은 서둘러 빠져나가는 상황이었는데요. 후회하지는 않으셨나요.

글로벌 기업들은 투자결정을 할 때 수년간 현지상황을 분석합니다. 한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97년 8월이었지만 최소 4년간 사전 준비 단계를 거쳤습니다. 한국 자회사를 설립하고 나서 금융 위기가 터졌지만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환율이 800원대에서 2300원대로 수직상승했고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부서장들에게 높은 목표치를 제시하고 몰아붙이기로 유명합니다. 혹시 당신도 그런 편인가요.

발령받은 지 한 달밖에 안 됐어요. 너무 어려운 질문은 하지 말아주세요.(웃음) 미니애폴리스 본사를 걷다 보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직원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한번 다가가서 근무연한을 물어보시죠.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대거 활동하고 있는 게 우리 회사입니다. 저도 24년을 이 회사에서 일했어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와 같은 기업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로열티를 강화하는 쪽인가요.

도요타자동차에 비유해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중시합니다. 숫자놀음에 치우쳐서 일을 처리하지는 않습니다. 직원들에 대한 헌신을 중시합니다.(We does not move in or move out based upon number. we value our contribution to our people.)

신수종 사업에 진출할 계획은 없습니까. 요즘 한국 기업들은 차세대 먹을거리 발굴에 분주하거든요.

차세대 먹을거리에 누가 무관심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본사에서는 주력 부문이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여지가 크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말했으니 믿어도 됩니다. 그래서 다른 분야는 당분간 쳐다보지 않을 방침입니다.(웃음) 인수합병을 꾸준히 진행해 왔지만 대상은 필터 분야입니다.

지금처럼 수익을 많이 낸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영화사 인수에 나서는 일 따위는 없겠군요.

물론입니다.

호적수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이 분야에서 강력하게 부상하는 한국 기업은 없나요

하도 많아서 일일이 지목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분야별로 5~6개 정도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에 10여 개 사업부가 있는데 상품별로 경쟁자가 다 다릅니다. 경쟁자들이 너무 많습니다.(웃음) 회사 이름을 콕 짚어 말해 줄 수 없는 점을 이해해 주세요.

아시아는 글로벌 기업의 미래라고들 합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궁금합니다.

90년대 초반 고객사들은 대부분 북미에 포진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지 아세요. 북미를 제외한 아시아와 유럽이 전체 매출의 49~51%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요. 실적만 봐도 아시아의 부상은 뚜렷합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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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8-30 01:06


“브랜딩 작업은 군사작전… 최고경영자가 진두지휘해야 성공”

“저는 아시아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아쉬움을 느끼곤 합니다. 왠지 그들이 주눅이 들어있다는 느낌이 들지요.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유럽이나 미주에 비해 뒤떨어진 것으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아시아 고유의 가치야말로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아시아적 가치의 회복’ 싱가포르의 이광요 전 수상,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전 수상이 아시아 국가들의 대동단결(大同團結)을 주창할 때 늘 전면에 내세우던 발언이다. 민주주의·인권을 비롯한 서구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패권 국가들의 오만한 태도를 질타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21일 오전 남산자락에 위치한 그랜드 하야트 호텔 접견실. 기자는 유럽 출신의 한 브랜드 전문가로부터 이 말을 들으리라고는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 마틴 롤(Martin Roll)’ 벤처 리퍼블릭(Venture Republic) 대표는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 내내 아시아적 가치 회복을 강조했다. 자국의 정취를 살린 브랜드를 선보여야만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먹힐 수 있다고 이 거구의 컨설턴트는 주장했다. 요즘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브랜드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지난 2003년 아시아 지역 최고의 경영대학원으로 꼽은 중국 유럽 국제공상학원(CEIBS)에서 ‘브랜드 전략경영론’을 강의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브랜딩 컨설팅도 담당하고 있다. <편집자 주>

요즘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컨설턴트들의 방한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이 매력적이라는 방증인가요.

제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것이 5년 전이었습니다. 실무 부서에 있는 한국 기업 직원들은 당시에도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를 만나는 일은 불가능했지요. 수년만에 이러한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최고 정책 결정자를 더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강의를 하면 ‘마틴, 우리 보스에게도 브랜딩의 중요성을 좀 설명해주세요’라며 다가오는 젊은 마케팅 담당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영진들이 무엇보다 강한 의욕을 보이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웃나라인 중국이 글로벌 브랜드 구축에 상당한 공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굳이 한국시장에 관심을 둘 이유가 있나요

상하이와 북경을 올 들어서만 5∼6차례 방문했습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방문한 셈이지요.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요구하는 변화의 이행을 아직은 꺼립니다. 물론 그들도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루이 뷔통이나 나이키, 코카콜라 브랜드에 관심은 많습니다. 제 책을 사서 읽기도 합니다.(웃음) 하지만 브랜드를 바라보는 태도만 봐도, 아직까지 한국 기업인들 만큼 절박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방한 길에 혹시 삼성이나 현대를 비롯한 한국 재벌기업 경영자들을 만났습니까.

확인해 줄 수 없어서 유감입니다. 고객사를 공개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해 주십시오. 브랜드 컨설팅은 미인대회(Beauty Contest)가 아닙니다. 브랜드 구축은 신뢰 확보가 첫걸음입니다. 경영진에서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전략의 차원에서 구축해 나갈 때 브랜드는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았듯이, 브랜드도 하루아침에 구축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우 용의주도한 접근이 필요하며, 신뢰가 그 생명입니다. 브랜딩은 전략입니다. 회사의 기밀에 속하는 전략을 떠벌리고 다니는 컨설턴트를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는 않을 겁니다.(웃음)

당신은 브랜딩 분야의 ‘램 차란(Ram Charan)’같은 인물이군요. 쉬운 말로 정곡을 짚는 편인가요.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은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려 있습니다. 캠페인, 광고, 이벤트를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할지, 또 광고모델은 누구를 써야할지 조언하는 데 그친다고 할까요. 저는 최고경영자들을 상대로 전략 포지션을 설파합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제 몸값의 원천인 셈이죠. 아시아 경영자들은 대부분 브랜딩을 광고나 로고 디자인 정도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영자들은 주로 어떤 고민을 토로하던가요. 아무래도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이 불안감의 원천이 되고 있지는 않나요.

새로운 정보에 상당히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소비자를 어떤 식으로 파악할 지 등이 고민거리입니다. 하나같이 간단한 문제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분야에 관한한 한국 기업이 중국보다 한 걸음 앞서가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브랜드 정체성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죠.

브랜드 ‘정체성(identity)’이란 무엇입니까. 볼보차에서 안전을, 재규어에서 영국 신사를 떠올리는 것과 같습니까.

자동차를 구입할 때 어떤 점들을 고려할까요. 차체가 튼튼해야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부상을 줄일 수 있겠죠. 또 첨단 에어백부터 항법 장치까지, 얼마나 혁신적 기술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감안하겠죠. 하지만 이러한 요소 들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핵심가치가 바로 브랜드 정체성입니다.

소비자들이 렉서스나 벤츠, 혹은 아우디를 구매하는 이유가 뭘까요. 내구성이 뛰어나고, 코너링이 안정돼 있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결국‘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점을 과시하고 싶은 거 아니겠어요. 현대차는 아직까지 브랜드가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습니다.

브랜드를 바라보는 소비자 시선이 뒤죽박죽 섞여 있습니다. 중국의 체리(Cherry)처럼 엔트리 레벨의 차도 아니고, 렉서스나 BMW와 어깨를 견줄만한 프리미엄급은 더욱 아닙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Prius)처럼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친환경 차량의 이미지를 주지도 못합니다.

당신이 현대차 최고경영자라면 당장 무엇을 하시겠어요. 프리미엄모델 제너시스를 출시할 예정인데요.

브랜드가 품질의 열세를 만회할 수는 없습니다. 품질이 뒷받침을 해줘야 브랜드도 먹혀들 수 있습니다. 첨단 에어백, 에어컨디션, 브레이크, 첨단 길 안내 시스템…프리미엄 시장을 파고들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과감히 승부수를 걸 수 있겠죠. 기본에 충실했길 바랄밖에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명확해요. 저라면 브랜딩 작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겠습니다. 브랜딩 작업은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것입니다. 군사 작전에 비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중해를 제패한 로마의 ‘팔랑크스’ 부대처럼 물샐 틈 없는 팀웍이 필요하다는 뜻인가요.

이런 상상을 한번 해보죠. 당신이 어렵사리 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벤츠나, 렉서스 구입을 결정했다고 가정해보죠. 딜러의 판매장을 방문했을 때 이 회사 직원들이 당신을 대하는 태도가 영 미적지근하다면 어떤 인상을 받겠어요. 깔끔한 옷차림, 프로페셔널한 말투는 기본입니다.

제품에 대한 전문 식견도 중요하겠죠. 고가 제품에 고장이 생겼을 때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비를 해주는지도 관건입니다. 하지만 당연하게 보이는 이 모든 일들이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자동차 제조업체의 마케팅 부서, 연구개발 부서, 생산관련 부서가 제각각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 초점을 맞추는 분야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강력한 브랜드 리더십이 필요한 배경입니다.

휴대폰 업체인 팬택은 글로벌 브랜드 구축에 돈을 너무 많이 썼다 워크아웃에 들어갔습니다. 브랜딩이 다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 회사의 실패는 글로벌 브랜드 구축에 지름길이란 없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There is no shortcut to global market). 생각해 보세요. 글로벌 무대는 로컬 시장과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콜럼비아, 베트남, 브라질, 그리고 인도의 소비자는 서로 다른 문화권이며, 기후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들을 파고들 처방전도 달리 해야 합니다. IBM이나 시스코(CISCO)가 왜 글로벌 브랜드인줄 아십니까. 글로벌 무대 공략을 위한 정교한 시스템을 탄탄히 구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팬택은 이걸 제대로 하지 못한 겁니다.

IBM이나 시스코는 미국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입니다. 하지만 아시아 기업들은 사정이 다르지 않나요.

규모가 모든 것을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싱가포르 에어라인을 보세요. 이 회사는 공룡 항공사에 비교할 때 덩치가 무척 왜소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브랜드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미국이나 유럽 항공사들과 훌륭히 경쟁하고 있지 않습니다. 삼성이나, 구글도 한 때는 작은 기업에 불과했습니다.

뛰어난 브랜딩 전략으로 회사 규모나 자금력의 열세 등을 일거에 뒤집은 사례가 있나요.

태국의 실크 브랜드인 ‘짐 톰슨(Jim Thompson)’이 있습니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미국의 퇴역군인 출신입니다. 그는 원래 아시아에서 노년을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태국에서 현지 비단 제품의 잠재력을 한눈에 꿰뚫어 보았습니다. 당시 이 나라의 실크업자들은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값싼 인조 섬유가 유럽에서 물밀 듯이 밀려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는 ‘반 크루아’ 공동체(Ban Krua community)의 실크 제품을 모국인 미국과 다른 여러 나라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국의 유명 패션지인 보그에 이 제품에 대한 소개가 실렸습니다.

지금은 미국의 에드 터틀(Ed Tuttle),태국의 바호로딘(Baholyodhin)을 비롯한 세계의 유명 디자이너들과 손을 잡고 세계 각지의 실크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카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아시아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한 가지 아쉬움을 느끼곤 합니다. 왠지 그들이 주눅이 들어있다는 느낌이 들지요.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유럽이나 미주에 비해 뒤떨어진 것으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아시아 고유의 가치야말로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아시아적 가치에 눈을 돌릴 때라고 봅니다.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한국기업들이 있을까요.

호텔 신라입니다.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먹힐만한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글로벌 호텔 체인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그 잠재력을 이미 충분히 입증해 왔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러한 잠재력을 아직까지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호텔 신라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역량은 있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시장에 머물러 있습니다. 글로벌 인재들을 상대로 문호를 활짝 개방해야 합니다. 성공의 열쇠는 문호개방, 그리고 한국적인 색채의 강화입니다.

두산이 최근 잉거솔랜드의 건설장비부문을 인수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 도약을 노리는 한국기업들은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할까요.

성공한 글로벌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대부분 해외의 인재들에게 문호를 활짝 개방했다는 점입니다. 한국적인 것에만 얽매여서는 결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없다고 봅니다. 브랜딩의 경우 아시아 혹은 한국 고유의 색깔을 입히는 것이 때로는 유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무대의 변화를 재빨리 포착,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영시스템이 더 유연해져야 합니다.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줄 아는 해외 인재들의 영입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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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8-24 13:06 | 최종수정 2007-08-24 13:15


〈비즈니스 2.0〉 혁신적 아이디어 29가지 사례 소개

조직론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인 경영학자가 우리나라 정부출연기관을 극찬하고 나서 화제다. 주인공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교수. 지난 2003년 참여정부가 출연한 뉴패러다임센터(NPC)를 세계화 시대 정부정책의 방향전환을 보여주는 모범적 사례로 꼽은 것. 경영난에 봉착한 기업들을 상대로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처방전을 제시, 위기탈출과 고용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점을 중시했다.

삼성그룹이 해외의 경제 매체에 실리는 일은 종종 있었으나 참여정부의 혁신사례가 조명을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비즈니스 2.0〉은 최근호에서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 29가지를 꼽았는데, 뉴패러다임센터의 사례가 19위에 선정됐다. <편집자주>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미국의 유명 경영대학원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조직론 부문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하지만 주류 학자들과는 달리 노동조합 예찬론자이다. 조합은 안정적인 일터를 제공해 직원들의 이직률을 줄인다는 논리다.

노동조합은 뛰어난 인재들을 불러들이고 또 현 직장에 묶어두며 생산성을 높이는 즉효약이다. 그가 ‘스칸디나비안 모델’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스웨덴· 노르웨이·핀란드를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기업들은 경영 환경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근로자들의 임금도 높고, 노동조합 활동도 활발하다.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에서도 한걸음 비껴서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며 이러한 열세를 단숨에 넘어섰다. 노키아, 에릭슨, 볼보 등은 하나같이 세계적인 기업들이다. 경쟁 우위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결국 인적 자본의 질이라는 게 제프리 페퍼의 판단이다.

물론 어느 나라건 조합 지도부는 때론 정치적이며,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판매하는 부도덕한 행태도 서슴지 않는 최악의 사례도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이러한 폐해 못지않게 사측의 전횡을 방지하고, 근로자들의 직업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그 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가 지난 2003년 설립된 우리나라의 뉴패러다임센터(NPC:New Paradime Center)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페퍼 교수는 미국식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한다. 미국도 클린턴 행정부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신흥시장으로 대거 옮기면서 실업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으나, 전직 교육이라는 처방만으로는 효율적인 대처를 할 수 없었다고 그는 지적한다.

새로운 직장을 구한 근로자들이 전 직장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경우도 드물었다. 참여정부의 뉴패러다임센터 설립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한국노동연구원과 손잡고 이 센터를 열었다. 주로 중국기업들의 저가 제품 공세에 밀려 설자리를 잃고 있던 중소기업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인간경영의 노하우와 더불어 경영 진단, 그리고 직원 교육, 신뢰구축의 노하우를 전수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 센터는 현재까지 170여 개 기업들을 상대로 이러한 컨설팅을 제공했는데, 대부분 재정난에 봉착한 업체들이다.

제프리 페퍼 교수는 이 센터의 컨설팅 결과에 주목한다.

직원을 자산으로 봐야 생산성 쑥쑥

고객사들은 매출이 평균 7% 정도, 이윤율은 무려 26% 가량이 증가했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60% 이상 대폭 개선됐다. 작업 공정의 개선을 통해 현장사고 발생률도 현저하게 줄었다. 경영난에 봉착했던 기업들이 회생한 비결은 무엇일까. 혁신센터 측은 컨설팅을 신청한 기업들에게 직원 교육 시간을 두 배로 늘리고, 특히 학습 프로그램을 강화하라는 처방전을 제시했다. 이후 노사간에 신뢰가 강해졌으며, 업무 만족도도 과거에 비해 더욱 높아졌다. 노사관계 개선은 고객의 만족도 증가라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냈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400병상 규모의 굿모닝병원이 대표적 실례이다. 혁신센터는 병원 직원들을 상대로 간호기술, 스트레스 다스리는 법, 외국어·컴퓨터 교육을 늘리라는 처방을 제시했다. 근무 시간도 줄였다. 이 병원은 더 이상 빈 병상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경영 여건이 호전됐다.

직원들의 생산성도 높아졌으며, 병원 고객들을 대하는 태도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페퍼 교수는 굿모닝병원의 사례를 들며 미국의 노동 정책이 중요한 점을 잊고 있다고 일침을 가한다. 무엇보다 직원들을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바라볼 때 생산성도 높아지고, 고객과의 관계도 개선된다는 점이다.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이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한국 정부의 정책은 기업들을 상대로 특정 산업 진출을 독려하거나 자본을 특정 분야에 몰아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도 지난 1990년대 혁신센터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로버트 라이시 노동부 장관은 조야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 이 프로그램 운영을 중간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근로자 교육은 정부의 몫이 아니라 기업들이 담당해야 할 책임이라는 미국 정치 지도자들의 통념도 이 프로그램의 실패에 한몫을 했다. 예산 삭감은 치명타였다.

그는 현재 미국을 이끌어 가는 정치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경영자들이 인적자원을 중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은 여전히 근로자 교육은 기업의 책임일 뿐이라는 선입견이 있다는 것. 이러한 접근방식은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제프리 페퍼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해 혁신센터담당자들과 인터뷰를 한 뒤 이러한 사례를 미국에서 발표했다.

《혁신적 아이디어 살펴보니》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도 실렸네!”

무엇보다 나이지리아에서 모기장을 보급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경영대학원생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한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의 인턴으로 근무하며 말라리아로 한 해 백만여 명이 사망하면서도 모기장 사용을 꺼리는 이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돌린 노하우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나이지리아 사람들의 기호를 파악해 지역별로 색깔이 다른 모기장을 보급했으며, 또 주요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에 모기장을 협찬해 모기장을 꺼리던 사람들의 취향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사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와인 업체인 스톰호엑(Stormhoek)이다. 이 회사는 블로그로 자사의 와인을 홍보하고, 100여명의 유명 블로거들을 상대로 와인을 무료로 나누어주는 등 이른바 블로그 마케팅을 통해 판매를 불과 1년 만에 5만 병에서 30만 병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 전기 자동차 더시티(The City)를 개발한 노르웨이의 싱크(Think), 지난 90년대 최악의 내전을 겪었으나 지금은 아프리카의 비즈니스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르완다의 사례도 주목을 끈다. 소비자와의 정서적인 교감을 중시하는 삼성전자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부문 사장의 사례도 실렸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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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옥스퍼드대 수학석학 경영을 말하다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8-23 16:36 | 최종수정 2007-08-23 17:00

“Google is Mathematics”





마커스 드 사토이(Marcus Du Sautoy)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 지난 13일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킨텍스 강연장에서 그를 만나기 전 기자는 내내‘킹스필드’ 교수를 떠올렸다. 창백한 얼굴에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소크라테스식 질문으로 학생들을 몰아붙이는 ‘하버드대의 공부벌레들’에 등장하는 노교수 말이다. 하지만 그는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나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에 가까웠다. 초등학생들과 어울리며 무대에서 활발하게 뛰어다니고, 학생들이 골문 안으로 차 넣는 공을 몸을 던지며 막는다. 객석 사이를 누비며 건장한 20대 남자의 손을 잡고 무대로 다시 내려오며 학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지적 엔터테이너(intellectual entertainer)라고 할까. 하지만 그가 한 시간 남짓기자에게 쏟아낸 메시지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수학은 미래를 예측하는 유용한 도구이자 헤지펀드나 구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가능하게 하는 인류 최대의 지적 성과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해 일산 킨텍스에서 12~13일 양일간 ‘세상을 움직이는 수의 신비’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21일 영국으로 돌아갔다. <편집자주>




수학자라면 창백한 얼굴의 연구자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당신은 좀 달라 보입니다.

저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연극 활동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수학이라고 하면 손사래부터 치다보니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연극적인 요소를 강의에 반영하게 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축구 지식을 수업에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브라질의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인 호베트로 카를로스가 과거 프랑스 전에서 터뜨린 이른바 UFO슛의 한 장면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공이 크게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원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한 실례입니다. 그래서 청중들에게 전통적인 수학자와는 다른 독특한 인상을 주나 봅니다.

이번 강의에 참석한 한국 학생들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다들 수업에 상당히 적극적인데요.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학생들이 제 설명을 쏙쏙 잘 알아듣는 데다 질문 내용도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습니다. 한 학생은 정말 어려운(sophisticated) 문제를 물어봐 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 학생이 몇 살인지 혹시 아십니까. 불과 10세에 불과했습니다. 이 어린 소년이 양자 컴퓨터와 암호 해독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린 학생들이 매우 적극적인 게 인상적입니다. 수학은 창의적인 발상을 돕습니다. 물론 기업인들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주요 도구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학문입니다.

수학이 기업의 이윤창출 수단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교재를 만들어 돈을 번다는 뜻인가요

헤지펀드(Hedge Fund)가 놀라운 수익률을 올리는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그들은 수학자를 고용해 상황별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정교한 모델을 개발, 운용합니다. 이윤 창출의 든든한 원군이지요. 헤지펀드에는 수학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손실을 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금융기관들도 펀드, 파생금융상품 등 금융 상품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데 모두 수학적인 지식을 동원하지 않습니까. 변동성이 강한 주식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고, 또 이 경우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를 결정하는 일이 모두 수학의 몫입니다.

상아탑에 머물던 수학자들이 ‘시류 변화’에 따라 대거 민간기업으로 나아가는 셈이군요.

수학자들의 역량이 꼭 기업 부문에서만 중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인들도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 결정의 파급효과를 미리, 좀 더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차 방정식을 푸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세상의 각 부문이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다 보니 수학자들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헤지펀드로 직장을 옮겨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동료들에게 부러움을 느낀 적은 없었나요.

저요? (손사래를 치면서) 돈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Money does not motivate me). 학생들을 가르치는 편이 제 적성에 더 잘 맞습니다.(웃음)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을 한 10년 정도 하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이게 내가 갈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학은 마치 마약(drug)과도 같습니다.

골치 아픈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이 그토록 즐거운 걸 보면 이 일이 분명 천직인가 봅니다.

문제를 풀면서 해결 방안을 발견하는 일의 즐거움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은 좀처럼 깨닫지 못하지요. 좀 더 영속적이고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무척 강한 편입니다. 돈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 법이지요.

금융권이 주로 수학을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는데요. 다른 분야 기업들은 어떤 편인가요.

구글(Google)을 보세요. 이 세계 최고의 검색 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명사를 하나만 꼽는다면 저는 단연 수학(mathematics)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회사는 순수한 수학적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입니다(Google is paying close attention to very pure mathematics).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검색의 정확성은 정교한 알고리즘에 달려 있습니다.

경쟁 검색엔진을 압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이 알고리즘이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알고리즘은 수학입니다. 구글이 곧 수학인 셈이죠(Goole is mathematics). 정보통신업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휴대폰 요금 상품의 설계도 본질적으로는 금융 상품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간과하고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해 볼까요. 휴대폰 사용자들이 평소 통화를 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는데도 항상 기술이 작동합니다. 수학은 이용자들이 전화로 대화를 나눌 때 음성의 왜곡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이때 쓰이는 분야가 바로 ‘시머트리(symmerty)’입니다.

이러한 기술의 이면에는 수학이 있습니다. 인터넷도 비슷합니다. 훗날 인터넷 상거래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암호체계를 고민한 선각자들이 벌써 지난 17세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 수학 천재들이 17세기에 이미 등장했다니 매우 놀랍습니다.

물론 그들은 당시에는 인터넷의 출현을 꿈에도 상상하지는 못했겠지만 말입니다. 그들은 순수한 수학적 형태로 이 문제를 고민했으며, 이러한 연구가 훗날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주춧돌이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겠죠. 하지만 그들의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아마존도, 구글도 없었겠죠.

수학이 배고픈 학문이라는 얘기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겠군요.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서는 찬밥 대우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어디 한국뿐이겠습니까. 유럽과 미국에서도 수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의 전공자들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인들과)비슷한 생각들을 하기 때문이겠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들이겠죠. 영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국은 고든 브라운 총리가 취임한 이후 사정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이 창의력을 강화하는 수단은 아니지 않습니까. 요즘 한국에서는 창조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를 한번 보시죠. 런던 수학회가 40세 이하의 소장 학자 중 가장 뛰어난 업적을 보인 인물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베릭상을 2001년에 받았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하는 창의성이 주요 평가요소입니다. 창의적인 접근방식이야말로 수학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봅니다.

수학자 입장에서 볼 때 창조적인 발상은 어떤 환경에서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의 교류입니다.

영국은 토니블레어가 물러가고 고든 브라운 총리가 부임한 후 야심 찬 수학 부흥 계획을 세웠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수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이 세를 잃고 있는 것은 비단 한국뿐이 아닙니다. 영국,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다만 영국의 경우 고든 브라운 총리가 부임한 이후 이 문제를 풀어내지 않고서는 영국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대중교육의 강화를 주요 어젠다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수학은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는 점을 대중에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학에 좀 더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알려주시죠. 자녀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교육하고 있습니까.

제 아이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방법이요? 글쎄요.(웃음) 어린 아이들이 처음 수학을 배울 때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때 흥미를 잃어버리면 수학책을 다시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수식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프랑스 혁명을 예로 들어 볼까요.

프랑스 혁명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으며, 흥미로운 수학 지식도 대거 태동했습니다. 무미건조해 보이는 수식에 가려져 있던 역사, 그리고 그속의 사람들을 되살려 내려고 노력합니다. 왜 이런 상황에서 이러한 공식이 태동하게 됐는지 옛날이야기를 하듯이 조근조근 풀어놓습니다.


캐피털원 인재 채용방식 엿보니

수학시험 못 보면 CEO 못 된다

Q. What was the ratio of sales revenue to distribution costs for science books in 2002?(Round to nearest whole number)

미국의 캐피털원(Capital One)은 인재를 선발하는 데도 수학을 적극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원자들의 수학적 분석 능력을 판별할 수 있는 다양한 시험 방식을 도입, 활용하고 있다. 시험은 수차례의 인터뷰에서 수학테스트까지, 여러 형태로 치러지며, 입사희망자들은 이 시험에서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사의 고위 경영진을 뽑는 데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시험문제는 그들의 분석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문제들이 주종을 이룬다. 도입부에 제시된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2년 과학분야 서적의 매출액 대비 유통비용을 물어보는 실제 질문이다.

이 회사는 미국 내에서도 시험에 집착하기로 유명하다. 버지니아에 위치한 이 회사는 은행이라기보다는 컨설팅 회사에 가깝다. 최첨단 통계기법으로 무장한 이곳 직원들은 자유분방하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5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불과 10년 만에 미국 신용카드 시장의 ‘빅4’로 부상했다.

카드 시장을 정교하게 분할(segmentation)해 공략한 전략이 제대로 먹힌 덕분이다. 회사 창업 초기 스카우트된 내로라하는 컨설팅 회사 출신들은 경쟁 업체들은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착상으로 회사의 약진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커스 드 사토이 교수는 인디펜던트지 선정 최고 과학자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수학과 교수이다. 현재 영국의 BBC에서 ‘마인드 게임즈’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런던 수학회가 40세 이하의 젊은 수학자에게 주는 베릭상을 받았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연승행진의 비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탐구, 교묘한 모양들의 이야기 등을 강의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The Times)와 더 가디언(The Guardina)에 과학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그의 저서인 《소수의 음악》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가 꼽은 최고의 과학자로 선정된 바 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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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미래학자 로히트 탈와, 삼성의 미래를 말하다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8-15 11:15

“‘윈도XP’수준의 경영시스템 ‘비스타’로 업그레이드해야”




삼성그룹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가 싶더니, 탄력시간 근무제를 연구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대폭 확대하는 등 전방위적인 변화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후계구도 구축부터 지주회사 워밍업 설까지, 숱한 풍문의 원천이 되고 있다. 반도체사업의 부진이 이러한 변화의 기폭제가 되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지만 영국의 미래학자인 로히트 탈와 박사는 이러한 시각을 거부한다. 변화의 조짐은 올해 초 우리나라를 방문해 이 기업의 미래전략 담당자들을 만났을 때 이미 가늠할 수 있었으며, 일련의 변화는 이러한 고민의 후속조치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세계적인 미래전략그룹 패스트퓨처의 최고경영자인 탈와 박사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삼성그룹이 더 유연해져야하며, 미 소비재 기업인 프록터앤갬블(Proctor&Gamble)의 ‘개방형 혁신 시스템’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강점을 적극 수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은 뛰어난 리더와 우수한 인력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좀더 단호한 결정(tough decision)을 내려야 하는 시점을 맞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

올해 초 한국을 방문해 삼성의 미래전략 부서 담당자들을 만나보셨는데, 어떤 인상을 받으셨습니까.

삼성은 우수한 글로벌 브랜드, 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은 물론 글로벌 무대에서도 가장 우수한 인력들을 선발할 수 있겠죠. 지난번에 삼성직원들을 만났을 때 비슷한 인상을 느꼈습니다. 그들은 통찰력이 있으며, 능력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내면 깊숙한 곳의 욕구라고 할까요.

삼성을 지금보다 더 뛰어난, GE 같은 기업에 견줄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삼성그룹의 전략가들이 푸른 눈의 미래학자를 만나 털어놓은 마음속 고민이 궁금합니다.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그들과 나는 서로 지구 반대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생각은 놀랍도록 닮아 있었습니다.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들은 삼성그룹이 좀 더 빨라져야 하며, 지금보다 더 글로벌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또 더 창의적으로 바뀌어야 하며,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습니다.하지만 수직적인 경영 시스템(hierarchial internal management sytem), 의사결정시스템의 한계도 분명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삼성은 요즘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부진이 기폭제가 되었다는 분석인데, 이 사실은 알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하지만 올해 초 내가 만난 삼성의 전략 담당자들은 당시에도 이미 여러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던 삼성이 고난의 행군에 나서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복잡해 보이는 현상도 때로는 단순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조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두 가지입니다. 대량 생산을 통해 제품 생산비를 낮추는 규모의 경제를 선택할지 아니면 가격은 비싸지만 특출한 제품을 만들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삼성은 반도체에 관한 한 전자의 길을 걸어왔다고 해야겠죠.

하지만 이 전략은 위험합니다. 후발주자들이 상황을 역전시키고 가격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반도체 부문 수익률 하락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핵심 제품의 경쟁력은 흔들리고 있는데, 신수종 사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요.

핵심 제품의 경쟁력 쇠퇴라. 그것 참 심각한 문제군요. 하지만 세계 산업의 역사를 되돌아보세요. 모든 기업이 비슷한 상황을 끊임없이 겪습니다. 미국의 IBM이나 GE, 그리고 시스코는 이런 위기를 한 차례 극복한 경험이 있으며, 포드와 GM은 지금 겪고 있는 것이지요.

관건은 이러한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내부 시스템에 달려 있습니다. 삼성은 뛰어난 리더와 우수한 인력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좀더 단호한 결정(tough decision)을 내려야 하는 시점을 맞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삼성의 위기를 언론에서 부풀린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반도체만 해도 하반기 실적 호전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위기를 겪는 기업의 담당자들이 흔히 겪는 오류가 있습니다. 마케팅을 제대로 하면 상황이 좀 더 호전된다거나, 새로운 제품을 도입하면 현 위기를 쉽게 타개할 수 있을 거라는 식의 사고방식입니다. 물론 그들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경영 시스템(Management system)입니다. 위기의 징후를 체질 개선의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핵심부문의 경쟁력 쇠퇴,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은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듯이 항상 그렇게 찾아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미래학자다운 해결책을 하나 제시해 주시죠. 가까운 장래에 블루오션으로 부상할 시장이 있을까요.

그런 분야가 있다면 제게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위기탈출의 방정식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기존 분야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내일의 시장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후자의 경우 옷이나, 인간의 몸에 부착하는 칩이 실례가 될 수 있겠죠.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높은 이윤의 원천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빨리 흡수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입니다.

루 거스너 IBM 전 회장은 부임 후 사내경영위원회를 해산했는데, 바로 이런 조치가 필요한 걸까요.

동맥경화 증세를 보이던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를 날렵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였지요. 이렇게 비유해보죠.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려면 휴대폰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가 개인용 컴퓨터를 비스타를 장착한 기종으로 바꾸듯이, 위기를 겪으며 기업 시스템을 한 단계 강화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삼성은 내부의 운영체제(operating system)를 윈도XP에서 비스타로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 변화하는 경쟁 구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운영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운영시스템을 ‘윈도XP’에서 ‘비스타’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말은 어떤 뜻입니까.

설마 이 회사의 컴퓨터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말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겠죠?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수혈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절차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실행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얻었다고 합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아이디어를 빨리 ‘프로토타이프’하고, 제품이나 서비스 혁신에 반영해나가는 속도가 중요한 것이겠죠.

프리미엄 항공서비스를 불과 9개월 만에 선보인 친구 분의 사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종 속도와 품질은 반비례하지 않습니까.

한 기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삼성이든, LG든, 아니면 현대자동차든 상관없습니다. 만약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새 전략을 만들어내는 데 수년이 걸린다면 어떨까요. 생존할 수가 없을 겁니다. 신속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아이디어를 확보하고, 제품을 출시하는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방법은 무엇일까요. 핵심 사업 부문의 매니저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자유로운 발상과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시장은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결코 기다려 주지도 않습니다.

이 글로벌 기업이 인수합병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스코, 노키아, GE는 모두 기업 인수합병의 선두주자들입니다. 싹수가 엿보이는 기업들을 인수해 규모를 키우는 역량에 관한 한 초일류 선수들입니다. 삼성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보유한 작은 기업들의 지분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기업의 체질을 확 바꾸는 데도 이만한 것도 없습니다.

발상이 자유로운 외부 기업들과 교류와 협력의 폭을 넓혀가다 보면 사내 벤처 운용의 노하우도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확보한 기술과 상품을 흡수하거나 매각하는 건 삼성의 선택이겠죠. 인수합병에 좀 더 공격적일 필요가 분명 있습니다. 혁신의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루 거스너 전 IBM 회장 같은 거물급 기업인을 영입해 보는 방안은 어떨까요. 가까운 일본만 해도 소니 회장이 외국인이지 않습니까.

루 거스너요? 그가 오려고 할까요. 매혹적이긴 하지만 반드시 적절한 대안인 것 같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루 거스너가 90년대 IBM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지금 삼성이 겪는 위기의 처방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조직을 바꾸기 위해서 리더는 인내심이 있어야 합니다. 조직전반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고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능력을 확신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리더가 꼭 외국인일 필요는 없겠죠.

만약 당신이 이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로 당장 부임한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어려운 질문이네요. 나라면 외부 아이디어수혈만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아주 엄격한 기준을 세우겠습니다. 이 중 몇 % 정도가 상품화되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정하겠습니다. 또 특허 가운데 3년 내에 제품화되지 않는 것은 과감히 폐기처분하겠습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러한 개방형 혁신 모델(open innovation approach)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경쟁의 심화입니다. 사내 연구조직을 외부의 두뇌들과 과감히 경쟁하도록 유도하세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요즘 인터넷 공간에는 많은 연구개발 관련 웹사이트들이 있습니다.

이곳에 사내 연구 개발 조직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과제를 올려 놓으세요. 그리고 이 둘 중 해결책을 좀 더 빨리 제시한 쪽에 지원을 몰아주세요. 제품 개발 속도를 높이고, 신상품 성공률을 끌어올리며, 이윤을 높이는 일석삼조의 방안입니다.

개방형 혁신 모델을 도입해서 성공한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하나만 들어주시겠습니까.

꼭 한 기업의 사례만 들어야 하나요. 단연코 P&G입니다. 이 소비재 기업은 지난 90년대 말 심각한 위기를 겪습니다. 스스로를 개방형 혁신 기업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습니다. 전화위복이었던 셈이지요. 신제품 아이디어의 절반을 회사 밖에서 수혈한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바로 C&D(Connect & Development)로 불리는 모델입니다. 그리고 ‘유즈 잇, 루즈 잇(use it or lose it model)’으로 불리는 특허 처리 시스템도 운용하는데, 보유 중인 특허로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과감히 외부에 매각했죠.

잭 웰치는 부임 중 주가를 40배 가까이 끌어올렸는데요. P&G의 시도가 성장률이나 주가에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제품 개발 시간은 절반으로 줄이고, 제품 성공률과 주가는 각각 두 배로 끌어올렸습니다. 연구개발의 생산성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물론 뛰어난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수혈하는 데 공을 세운 직원들을 상대로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주었습니다.

삼성을 필두로 한 한국 기업들이 다시 한번 체질개선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습니다.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 한 가지만 지적해주시죠.

숲속에 있다보면 숲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기업가 정신을 잊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현실이 중요하다고 해서 현실에 매몰돼서는 미래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가장 큰 시장의 경계 너머를 쳐다봐야 합니다. 앞으로 20년 안에 떠오를 50여 개의 시장을 끊임없이 떠올려 봐야 합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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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8-09 06:54



“관리의 삼성 버리고 GE·IBM방식으로 이동중”

엠넷(M-net).’ 삼성그룹이 운용하고 있는 글로벌 마케팅 프로그램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의미를 해독하는 툴을 제공한다. 최근에 이뤄진 지역별 투자 결과는 물론 가상(what-if) 시나리오별로 편익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도 모니터상에서 돌려볼 수 있다.

효율적 마케팅을 위한 주춧돌이다. 이 회사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세계 각지의 상황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본다. 경쟁사와 진검승부를 벌이기 전 가상의 공간에서 예산을 집행해보고 시행착오를 줄여나간다. 심시티 이용자들이 도시를 운용해보며 정책 노하우를 터득하는 이치에 비유할 수 있다.

삼성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다. 활동 범위도, 사고 영역도 전 지구적이다. 이런 삼성그룹이 최근 다시 한번 변화의 고삐를 바싹 죄고 있어 화제다. 변화의 진원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 캐시카우(cash-cow. 화수분) 역할을 해온 반도체 사업부문의 수익률 급락이 변화의 방아쇠를 당겼다.

변화의 폭과 방향을 가늠하기는 결코 간단치 않다. 반도체 사업부문 운영을 이원화하는가 싶더니, 삼성전자의 총괄사장을 다른 전자 계열사의 사업부문장으로 겸임 발령하는 등 방향을 종잡기 어렵다. 글로벌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도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위기의식의 정도를 가늠케 한다.

무수한 뒷말이 오가는 배경이다. 하지만 무질서해 보이는 이러한 변화에도 규칙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일부 언론의 지적과 달리, ‘충격 요법’은 결코 아니며, 정밀한 프로그램에 따라 주도면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 변화의 종착역은 90년대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었던 IBM 혹은 초우량기업 GE다.

경영 위기를 발상의 전환으로 극복한 기업들이다. 이질적 사업 영역을 서로 분할해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라는 일각의 주장을 거부하고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합의 이념으로 비교 우위를 창출해 낸 기업들이다. GE에서 지난 30년간 그룹 전략을 담당한 로스차일드 로스차일드 그룹 회장을 인터뷰했다.

GE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략가이다. 또 최근 삼성전자를 향해 독설을 쏟아부은 김병윤 두레컨설팅 컨설턴트도 만나보았다. 최근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는 제목의 삼성전자 비판서를 낸 그는 닦고 조이는 문화가 부메랑이 되어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양국 전문가의 이원분석에 귀를 기울여 보자.

“적극적인 인수 합병이 드문 이유는 관리전문가들의 통제지향적 사고 탓이다.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 탈출구는 보일 것이다.”

김병윤 두레스경영연구소장
“닦고 조이는 문화가 결국 발목 잡아”

귀밑머리를 짧게 치켜 깎았다. 둥근 안경테에 작은 체구.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둥글둥글한 인상이다. 김병윤 두레스경영 연구소장. 삼성전자에서만 20년 이상 근무했다. 한 시간 남짓 한 인터뷰 내내 그의 입에서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그가 바라보는 삼성그룹 위기의 배경은 이렇다.

조직문화가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첨단 글로벌기업에 걸맞게 인적구성이나 기업문화가 탈바꿈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요인들이 능력있는 전문경영인들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기업인 삼성이 신수종 사업 발굴에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란 게 그의 지적이다.

김씨는 현 상황을 위기로 규정했다. 그는“오직 급했으면 상반기 그룹 전체의 실적을 같이 발표했겠냐”고 기자에게 반문한다. 반도체 부문의 수익률 급락으로 불거진 위기론을 잠재우기 위한 ‘물타기’라는 시각이다. 창조경영은 결코 말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기풍이 정착될 때만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 적극적인 인수 합병이 드문 이유도 매사 닦고 조이는 관리전문가들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입사한 삼성맨들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받는 점도 아쉽다고 한다.

해외 유명 MBA출신 등 배경 좋은 인재들을 선호하다 보니,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자신도 가방끈이 짧다는 자괴감 탓에 결국 퍼듀대 경영대학원에서 학위를 딸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한다. 고객들을 직접 대하는 현업 부서조차 동맥경화에 빠져 있는 점도 위기의 징표이다.

노트북 컴퓨터 수리를 직접 맡겼으나, 고장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수 십여만원에 달하는 부품교체 비용만 물었다는 경험담도 털어놓았다. 삼성그룹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하지만 의사소통의 병목현상에 시달리는 조직치고는 최근 삼성그룹의 움직임이 신속하다. 변화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로스차일드 로스차일드그룹회장
“GE식 통합모델이 위기탈출 해법”

삼성그룹이 최근 GE에서 새로운 피를 수혈하기로 해 화제다. 최치훈 GE에너지 아시아태평양총괄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요즘 GE는 삼성은 물론 내로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로망’이다. 매년 8%에 달하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니, 성장전략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더욱이 삼성과 GE는 폭넓은 사업 군을 이끌어가고 있는 복합기업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로스차일드 로스차일드그룹 회장은 GE에서 지난 30년간 전략을 담당했던 전략통이다. 경영의 신으로 통하는 잭 웰치는 물론 보치(Borch)를 비롯한 전임 회장들의 경영 스타일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았다.

지난 2001년 GE를 그만두고 자신의 이름을 딴 컨설팅 그룹을 창업한 그는 삼성의 최근 변화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다만 지난 2001년 제프리 이멜트 현 회장 부임 초를 떠올려보라고 조언했다. 신임 회장이 새로운 비전에 따라 조직을 활발히 개편해 나가던 때이다.

삼성그룹과 GE의 상황은 비슷한 면이 적지 않다. 삼성은 화수분이던 반도체 사업 부문의 수익성 저하로, GE는 9.11사태 발발로 그룹 전체에 위기감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당시 “한 언론사에 신임 회장이 참조해야 할 전략방향을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이질적 사업을 한 우산 아래 끌고 가기보다 그룹을 금융·기술, 그리고 나머지 부문으로 분할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멜트 회장은 기업의 규모가 경쟁 우위의 원천이라는 소신의 소유자였다. 지역별 연구개발 조직조차 경쟁보다는 공통 목표를 향한 교류와 협력이 더 바람직하다고 봤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경영 전략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소는 가차없이 바꾸었는데, 바로 ‘GE캐피탈’이 대표적 실례이다.

잭 웰치 시절 그룹 전체 매출의 40%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이 회사를, 그는 2개로 분할했다. 소비자 금융을 전담하는 ‘GE머니’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한 것. “잭 웰치 시절, 권한이 커지면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던 이 자회사의 통제권을 다시 가져간 셈입니다.”

조직(GE캐피털)을 둘로 나누기도, 또 통폐합하기도 했지만 그 요체는 통제의 강화였다.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는 조직의 힘은 약화시키는 한편, 11개 사업부의 교류와 협력을 미세 조정했다. (박스기사 참조)

이질적인 사업부들을 마치 한 몸처럼 운용해 나가며 기술개발, 혁신과 더불어 글로벌 시장의 요구에 공동으로 주도면밀하게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던 셈이다. 그가 바라보기에 신수종 사업 선정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이 노련한 전략가는 즉답을 피한다. GE도 새로운 진출 분야에서 항상 성공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 IBM이 장악하고 있던 기업용 컴퓨터 분야에 진출했다 실패한 사례를 제시했다. 다만 정치적·사회적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며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용의주도함을 슬쩍 언급했다.

이 회사는 물 정수 사업 분야에 일찌감치 뛰어들었으며, 알제리 정부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직(GE캐피털)을 둘로 나누기도, 또 통폐합하기도 했지만 그 요체는 통제의 강화였다. 힘을 행사하는 조직의 힘은 약화시키는 한편, 11개 사업부의 교류와 협력을 미세 조율했다.”

글로벌 기업, 통합모델 바람

“우리는 글로벌 통합기업으로 간다”

루 거스너 IBM회장이 지난 93년 부임해 처음으로 한 조치는 무엇일까. 바로 사내 경영위원회(MC)를 해체한 조치였다. 분야별 최고 실권자들이 머리를 맞대 의사 결정의 리스크를 줄이자는 창설 의도는 훌륭했으나, 늘 그렇듯 기구 성격의 변화가 문제였다. 실력자들이 물밑 조율을 끝내고 합의만 하는 기구로 전락했던 것.

그는 회사 분할방안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온 투자은행 직원들도 모두 회사에서 내보낸다. 자사의 가장 큰 강점은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회사의 규모와 더불어, 서로 이질적인 분야를 조율해 고객사들에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라는 흔들리지 않은 믿음을 반영한 조치였다.

제프리 이멜트 GE회장도 비슷하다. 그는 잭 웰치 시절 비대해진 GE파이낸스를 분할했다. 평소 규모야말로 성장의 주춧돌이라는 자신의 지론을 뒤엎는 조치로 해석됐다. 파이낸스가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다보니 통제가 어렵다는 현실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로스차일드는 설명한다.

두 사람 모두 겉으로는 분권을 강조했으나, 실상 권력 누수를 막고 개혁의 고삐를 죄는 수순을 밟아나갔던 것. 권한의 집중은 이들 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위기상황 덕분에 가능했다. IBM은 그룹의 캐시카우이던 메인 프레임의 수익이 뚝뚝 떨어져 가던 상황이었으며, 제프리 이멜트는 취임한 지 불과 나흘만에 9.11사태가 터져 전세계경제가 급랭했다. 삼성그룹도 비슷한 맥락이다.

반도체 부문의 수익률 급락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고나면 발표되는 인사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1일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박종우 사장을 삼성테크윈의 디지털 카메라 사업부문장으로 겸직 발령했다. 삼성테크윈은 조직을 주력인 카메라 사업부문과 정밀기계로 나눴다.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에 있는 개발부문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으로 옮겼다.

또 이에 앞서 삼성SDI의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장에 삼성전자 기술총괄인 김재욱 사장을 임명했다. 삼성전자 사장들이 삼성테크윈과 삼성SDI의 핵심 사업을 총괄 지휘하게 된 것. 황창규 반도체 총괄사장이 담당해왔던 메모리 사업부장직도 조수인 부사장에게 일임한 바 있다.

삼성이 지향해나갈 지점은 어디일까. IBM의 샘 팔미사노 회장은 자사를 세계 유일의 GIC로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통합된 기업(Globally Intergrated Company)의 약자이다. 각 지역 거점별로 가장 잘하는 분야를 담당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지역별 자회사들이 마케팅부터 판매, 생산 등을 담당하던 다국적 기업(multinational company)은 역사의 유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프리 이멜트 GE회장도 11개 사업부문간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양쪽 모두 강력한 통제가 조직운영에 필수적인 구도인 셈이다. 박재흥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는 “조직 전체를 통합의 시스템으로 보는 동양적 사고방식이야말로 경쟁우위의 원천”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의 통합바람의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의 움직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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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SD3글로벌’제이슨 퍽스 사장에게 듣는다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7-26 00:48


“온난화 대응에서 지배구조까지
한국기업에 경영비법 전수하겠다”

‘간축객서’ 진시황이 자국의 부국강병에 기여한 외국 출신 인재들의 추방을 명하자 훗날 재상의 반열에 오르는 이사가 강력 만류하며 왕에게 올린 표문의 제목이다. 발상이 다른 해외 인재를 받아들여 위기극복의 원군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기업들이 요즘 딱 이런 심정이 아닐까. 일부 핵심 사업의 쇠퇴 징후는 뚜렷한데 이렇다할 차세대 먹을거리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기업 활동의 무대가 넓어지면서 위기관리전략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푸른 눈의 전략가들이 각광받을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고 있는 셈이다.

방한 중인 영국의 전략 컨설팅 그룹(지속가능경영) ‘SD3글로벌’의 제이슨 퍽스(Jason, Perks) 사장을 지난 19일 오후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났다. 지속가능경영의 최근 흐름과 더불어 한국 기업의 동향 등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편집자 주>


지난 90년대 말에 컨설팅 기업을 설립했다고 들었습니다. 지속가능경영이 주목받는 시기가 아니었는데, 앞날을 보는 눈이 있나봅니다.

선견지명이 있다고요. 감사합니다.(웃음) 지난 90년대 프리랜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환경 부문 컨설팅을 담당했습니다. 그러다 이 분야의 가능성에 새삼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지속가능경영의 부상을 내다본 이들이 소수지만 있었습니다.

당시 컨설팅 업체를 창업했으니, 저와 제 동료를 일종의 ‘비저너리(Visionary)’라고 불러도 지나치지는 않겠죠.

글로벌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에 눈을 돌리게 된 사건이 있었나요. 세르비아 청년의 총성 한방이 유럽 대륙을 참화에 휩쓸리게 한 것처럼 말입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비즈니스위크의 광고 면을 한번 유심히 들여다 보세요. 석유회사이면서도 석유의 고갈을 경고하는 기업 광고가 눈에 뜨일 겁니다. 바로 ‘셸’입니다. 영국의 다국적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 50년대 북해에 시추선을 수장하려다 집중포화를 맞게 됩니다.

당시 환경운동 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가 이를 성토하면서 이 사건이 전 세계 주요 언론의 전파를 탔고, 셸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석유사를 중심으로 평판 관리 노력이 조금씩 확산돼나가기 시작합니다.

영국은 컨설팅을 비롯한 정보 산업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앞장서서 이러한 환경을 조성해 왔습니다.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을 유도해 왔습니다. 물론 정부가 앞장서 온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영국 기업들이 일찌감치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해온 것도 한몫을 했습니다. 통신사업자인 ‘보다폰’이나 석유업체인 ‘셸(Shell)’이 대표적 실례입니다.

영국 정부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자국 기업들의 기업윤리를 강조하고 있는데 지속가능경영이 한 방편이 될 수 있겠죠. 이제 영국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의 큰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more.. 시야넓은 영국기업들




한국 기업도 글로벌 시장으로 활발히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당신의 노하우를 필요로하는 기업이 있습니까.

두 회사를 이미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삼성(삼성SDI)과 LG(LG전자)입니다. 삼성은 벌써 지난 7년 동안 우리의 고객사였고, LG전자는 비교적 최근에 합류했습니다. 이번 방한길에 서울에 지난 3월 문을 연 사무소의 충원 작업과 더불어 잠재 고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음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신세계·금호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는데, 고객들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겠죠. 남은 기간동안 다른 기업들도 만나볼 예정입니다.

아시아 지역 중 한국에 처음으로 사무소를 열지 않았습니다. 왜 일본이나, 중국이 아니었나요.

한국 기업들을 한번 돌아볼까요. 무엇보다 중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여기에 지배구조·기후변화·원자재 수급을 비롯한 숱한 문제에 노출돼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모델의 확보에도 부심하고 있습니다.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치열한 고민이 수반돼야 변화도 따르는 법이지요. 글로벌 기업들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한국 기업에 전수하고자 합니다. 한국 시장을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지속가능경영 컨설팅을 주요 서비스로 제공하는 기업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이들과의 경쟁을 이겨낼 자신이 있습니까.

영국의 컨설팅 기업들은 무엇보다 경험이 풍부합니다. (저희만 해도) 글로벌 기업 GM을 상대로 7년 간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글로벌 맥주업체인 인벡을 비롯한 많은 다국적 업체들이 우리와 거래하고 있습니다. 영국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 부문의 세계적인 담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영국과 한국은 여러모로 닮아 있습니다. 자원 빈국이며, 물가가 높습니다. 영국은 지난 60년대부터 노동당 정권하에서 오랜 경기 침체를 겪어야 했습니다. 금융 위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 기업인들 사이에 여전히 반(反)사회공헌 기류 또한 강한 편입니다. 사회공헌을 강조하다 보니 기업가 정신이 위축된다는 반발도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로 눈을 돌려 보세요. 지구 온난화 문제에 적극 대처해 나가고 있습니다. 평소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기업 활동의 파급 효과 등을 정교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Prius)는 이윤과 사회공헌을 접목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친환경 차량은 도요타의 이미지를 고양시켜 제품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평판이 나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사려고 하지 않습니다. 제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경영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보세요.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실려 있습니다.

레이 호튼 컬럼비아대 교수는 일부 한국 기업들의 임직원 봉사 활동이 PR에 불과하다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

봉사활동은 지속가능경영이라는 큰 퍼즐 그림을 맞추는 작은 조각정도가 될 수 있겠죠. PR활동도 전체적인 조율 속에 큰 전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단발성 행사라고 해서 예외는 될 수 없습니다.

유럽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한국 기업인들의 당면 문제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연락 사무소를 열어 직원을 뽑았습니다. 그를 통해 현지 사정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저도)거의 한달에 한번꼴로 한국을 방문해 기업인들을 만나고 고객사 관계자들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조만간 한국에서 지속가능경영 관련 포럼도 설립하려고 합니다. 한국을 자주 찾는 이유는 고객사와의 꾸준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포터는 이윤과 사회공헌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적 사회경영을 강조했는데요. 고객사인 삼성SDI는 요즘 상황이 썩 좋지 않습니다.

저희가 (판매 부진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경영난으로 공장의 문을 닫거나, 작업 라인을 축소할 경우 일자리를 잃는 인력을 상대로 전업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실시할지 등을 조언할 수는 있겠죠.

코카콜라는 지난 2005년 인도에서 기준치 이상의 농약 성분 검출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고객사였다면 이러한 사태 발발을 미리 막을 수 있었다고 자신하나요.

우리가 그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웃음) 사태 발생 자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터졌을 때 신속하게 대응해 리스크를 줄일 수는 있었겠죠.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는 있지 않았을까요.

영국의 글로벌 기업 중 가장 성공적인 지속가능경영 사례를 한 곳 선정해주시죠.

‘막스 앤 스펜서’라는 소매 할인점입니다. 300개 매장과 6만 여 명의 임직원이 활동하는 유통업체입니다. 이 회사는 ‘A계획’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무엇보다 매장을 친환경 매장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또 매장에서 사용되는 봉투나 포장재 등 폐기물도 대폭 줄였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 초 기업 이미지 실추와 사업 침체의 이중고에 시달리며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80∼90년대 미국에서는 기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했죠. 지속가능경영이 혹시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 가능성은 없다고 보시는지요.

기업들의 활동무대가 넓어지면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아웃소싱이 늘어나면서 아시아, 유럽,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최적의 자원을 들여와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기업에서 관리해야 할 변수가 어느 때보다 많아지고 있는 배경입니다.

여기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대에 따른 지구촌의 기후 변화도 기업들로서는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되고 있습니다. 혹시 한국이 전 세계 9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라는 점을 알고 계십니까.


more..


요즘 글로벌 기업들의 주의를 끌고 있는, 가장 첨예한 이슈는 무엇입니까.

지구 온난화입니다. 유럽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기후 변화 관련 활동을 공시하는 것이 필수사항이 되고 있습니다. 의무 사항은 아닙니다만,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업활동에도 어려움이 따르게 됩니다. 명성은 물론 투자 유치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정도입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는 국내에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또 어떤 변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요.

한국기업들이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라면 아무래도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와 관련된 부분이겠죠.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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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현대카드에서 배우는 동·서양 퓨전경영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7-19 14:15 | 최종수정 2007-07-19 14:48


버나드 반 버닉 현대캐피탈 부사장의 ‘동·서양 퓨전경영’
스피드의 현대+시스템 GE
퓨전경영으로 상생의 길 열었다

“현대 경영자들의 의사 결정이나 실행의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바 닷물을 폐유조선으로 가로막아 간척지를 조성하던 불굴의 경영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타고난 직관의 소유자이자, 야성적 리더십의 화신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성장형 리더’라고 할까. 그는 닦고 조이기보다 새로운 사업기회를 적극 찾아 나섰으며, 난관은 기책으로 돌파했다.

발명왕 에디슨이 창업한 글로벌 기업 GE. 포천 500대 기업 리스트에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는 초우량 기업이다. 경영자의 감(感)보다는 냉철한 분석과 데이터를 중시하는 시스템 경영의 선봉장이기도 하다. 합리성을 중시하는 가장 미국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창업자의 유전자부터 상이한 한미 대표 기업의 상생(相生) 실험이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과학적 관리기법, 톡톡 튀는 마케팅, 그리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삼중주로 시장 판도를 뒤흔들며 퓨전 경영의 깃발을 힘차게 흔들고 있다.

현대카드와 현대 캐피탈을 주요 무대로 시스템과 속도경영의 화려한 이중주를 변주하고 있다.

버나드 반 버닉 현대캐피탈 부사장을 지난 11일 오후 이 회사 여의도 본사에서 만났다. GE측 영입인사인 그는 맥킨지를 거쳐 지난 97년 이 글로벌 기업에 입사했으며, 2004년부터 현대캐피탈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 그룹의 계열사로, GE가 각각 4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이름에는 반(VAN)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눈에 띕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영어단어 ‘프롬(From)’에 해당합니다. 이 단어 뒤에는 대개 지명이 따라옵니다. 제 이름을 예로 들자면 버닉 지방에서 온 버나드라는 것이지요. 버닉은 네덜란드의 한 지명입니다. 제 선조들의 출신지를 알 수 있지요.

3년 전 한국에 처음 오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맥킨지 출신인 루 거스너 같은 경영자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닌가요.

루 거스너(Louis Gerstner)라니요. IBM의 전 회장 말입니까. 그렇게 유명한 경영자와 저를 비교해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웃음 ), 부임 사실을 알게 된 뒤 느낀 생각이라… 글쎄요. 가슴이 뛰었다고 할까요. 또 세상에 이런 인연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맥킨지 서울 사무소에서 지난 96년 근무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97년 GE로 옮긴 뒤 다시 한국을 찾게 됐으니 인연은 인연인가 봅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강점으로 흔히 톡톡 튀는 마케팅을 꼽습니다. 당신이 보는 양사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세계적인 브랜드 마케팅(global top-level brand marketing), 그리고 정보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인 경영이 성공의 두 수레바퀴입니다. 너무 추상적인가요.(웃음) 신용카드 발급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인 린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린 시스템은 도요타의 유연 생산 시스템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발급시간을 얼마나 줄였나요.

30% 이상 단축시켰습니다. 고객이 카드를 신청하는 순간부터 받을 때까지, 약 9일이 걸렸지만 지금은 6일로 줄였습니다.

카드 심사를 엄격히 하면서도 불필요한 절차를 간소화 했습니다. 심사를 일단 통과 하면 카드를 반나절 안에 발급하고 있습니다.

GE는 포천 500대 기업 목록에 한 차례도 빠지지 않은 거의 유일한 기업입니다. 현대카드에 무엇을 전수했습니까?

소비자 분석능력입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접근방식입니다. 신상품을 발굴,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조달과 재무분야에서도 비용절감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습니다. 재무제표상의 자산도 늘려 나가려고 합니다. 양사의 강점이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는 셈입니다. 강점의 융합이라고 할까요( blending of several strengths).

GE가 지난 2005년 도입한 정교한 시장조사 기법도 성공의 주춧돌이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케팅이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고객들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겠죠.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을 알 수 없다고 했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 (GE의)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소비자의 속마음을 어떻게 해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들은 그들의 바람이나 원망을 좀처럼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GE가 시장 조사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방식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고객들을 상대로 한 조사요원들의 질문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지금 사용 중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친구나 동료 등에게 추천할 것인지를 묻습니다.

또 개선점에 대한 의견도 구합니다. 고객들의 답변을 통해 ‘NPS(순추천 고객지수 : Net Promoter Score )’라는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이끌어 내고, 이를 기업 활동에 활용합니다.

조사 방식의 일대 전환을 꾀했다는 말이군요. 현대카드도 이 기법을 사용하고 있나요.

물론입니다. 현대카드도 NPS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6개월에 한 번씩 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GE도 1∼2년전부터 기존 소비자 조사 방식의 한계를 절감하고 전 계열사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시장 조사기법인 노벡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일 먼저 적용한 상품이 개인금융 상품입니다. (GE는 최고정보책임자인 게리 라이너를 NPS지표관리의 책임자로 임명, 고객과의 관계를 측정하고 있다. 고객 관계의 식스 시그마로 불린다. )

GE 출신들은 아무래도 경영자의 직관보다는 분석이나 데이터를 더욱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데이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는 않습니다.(Analytics helps tremendously) 의사 결정의 기본이지요. 소비자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면 브랜드에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겠습니까? 브랜드가 구축되어 있어도 데이터가 없다면 꾸준히 개선해 나갈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헨리 포드에서 정주영 명예회장까지, 타고 난 통찰력으로 거대 기업을 일으킨 경영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직관 또한 의사 결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겠죠. 중요한 것은 양자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일입니다. 리더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 과제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직관이라는 것도 시간을 두고 정보습득과 더불어 천천히 더 나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는 가장 한국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혹시 불합리한 관행은 없던가요.

무슨 말씀을요.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경영자들의 의사 결정이나 실행의 속도(speed of decison making and execution)는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GE의 경우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다 보면 실행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속도를 위해 문제를 덮어두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감추기보다는 서로 공유하고 논의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회사가 한국 시장에서 공조하며 좋은 성과를 내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역할 분담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내 임무는 회사의 성장을 돕는 것입니다. 성장은 주주 모두에게 이로운 일입니다. 양사는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으며, 출신이 어느 쪽이든 이 회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대 경영자들도 비슷한 입장이 아니겠습니까.

시장 강자들의 견제가 매우 거셉니다. 어떤 전략으로 뿌리칠 계획입니까.

신규 추진 과제를 다섯 개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모두 3∼5년 간 상당한 고객 성장을 불러올 잠재력이 있는 과제들입니다.

다섯 가지 이니셔티브를 통해 현 위치를 고수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는 다섯 가지 이니셔티브를 밝혀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대해서는 아직 공표된 사안이 아니라며 답변을 슬쩍 비켜갔다. )

한국 시장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한국GE도 든든한 원군이 아닌가요.

물론입니다. 실은 오늘 (11일) 오후에 황수 한국 GE 사장과 만날 예정입니다.(웃음) 한국뿐만이 아닙니다. 현대카드의 성공사례는 GE머니는 물론 전 세계 계열사들이 공유하고 있으며, 현대카드에도 GE의 성공사례를 접목하고 있습니다. 변화는 폭넓은 경험, 지식에서 싹이 트는 법이지요.

일을 하다보면 잘 풀리지 않는 시기가 있습니다. 이럴 때면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요.

독서를 합니다.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의 《불확실성의 시대》, 그리고 레바논인인 탈렙(taleb)이 저술한 《검은 백조(black swan)》는 뛰어난 책들입니다. 탈렙은 9,11사태, 쓰나미를 비롯한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인류사에 결정적변화를 불러온다는 점을 강조하죠.

우리는 정교한 모델을 통해 세상을 읽어내려고 하지만, 정작 세상의 주요 변화는 우연에 지배된다는 점을 설파합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 장관을 지낸 루빈의 책도 꼭 일독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소설책도 좋아합니다. 윌리엄 보잇이나 존 어빙 등이 저술한 소설을 한번 읽어보세요.

훗날 한국을 떠날 때 꼭 가져가고 싶은 것이 혹시 있습니까. 세 가지를 꼽아주시죠.

무엇보다 가족은 꼭 데려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웃음) 그리고 현대카드의 블랙카드도 가져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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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레이 호튼 석좌교수에게 사회책임 경영을 묻다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6-21 11:27


“한국기업 사회공헌은 PR에 불과
도요타·GE 발상 전환 본받아야”

‘전략과 사회(Strategy & Society)’. 다이아몬드 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마이클 포터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가 올해 초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의 제목이다. 이윤추구와 사회공헌활동을 무 자르듯이 둘로 나누는 기업들의 관성에 경종을 울린 노작이다.

레이 호튼(Ray Horton)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포터교수의 이러한 전략적 사회공헌론의 지적재산권자 격이다. 한국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이미지 개선을 노리는 홍보 활동에 그쳐 왔다는 박한 평가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연세대 소셜엔터프라이즈센터 개원 행사 참석차 우리나라를 방문한 레이 호튼 교수를 지난 14일 오전 이 대학 상남경영원에서 만나보았다. 그는 기업의 사회책임(CSR), 사회책임투자(SRI)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편집자 주>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생소한 감이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는 공익재단을 뜻하는 것인가요.

자선단체든 아니면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든, 정교한 비즈니스 노하우를 통해 이윤추구와 사회공헌활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조직들은 모두 사회적 기업의 범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체의 성격에 따라 이 두 가지 활동을 따로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민간기업은 영리 추구를, 자선단체는 사회적 공익의 추구를 각각 담당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두 부문이 하나로 융합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 추세입니다.

요즘 한국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사회공헌활동이 유행입니다. 임직원들이 불우이웃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대기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까.

한국 기업들의 활동은 사회공헌활동이라기보다는 ‘홍보(PR)활동’에 가깝다고 봅니다. (이윤추구와 사회공헌활동을 이분법적으로 파악하는 국내 기업들의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more..SD3제이슨 퍽스 사장 인터뷰 참조

사회적 기업의 사례를 좀 들어 주시겠습니까. 매우 독특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 제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제자가 있는데, 그는 감옥에서 출소한 재소자 출신들을 기용해 재활을 돕고 있습니다. 물론 돈도 벌고 있습니다. (웃음) 또 경영대학원 출신의 또 다른 제자는 필라델피아, 그리고 펜실베이니아에서 환경 폐기물 재생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들이 지금 이 사업을 통해 얼마나 큰돈을 벌고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웃음) 회사명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주세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본질은 이윤추구라는 발언을 남겼습니다. 돈을 벌면서 좋은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본질이 돈을 버는 쪽에 더 가깝다고 보았습니다.(그는 ‘기업의 활동은 이윤추구(Business of business is business)’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시대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가 활동하던 때와 지금은 여러 모로 정황이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명한 학자들이 아직도 밀턴 프리드먼의 견해를 지지할지는 의문입니다. 사회공헌활동은 되돌릴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대세입니다.

사회적 기업들이 실제로 세를 불리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학계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는 단계는 아닌가요.

이렇게 설명을 해보면 어떨까요. 유명 경영 월간지인 〈패스트컴퍼니〉는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상을 주고 있지 않습니까. 비슷한 성격의 상만 미국 전역에서 수백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관련 활동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입니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성장동력 확보에 부심 중인 글로벌 기업인에도 통찰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공익재단, 혹은 민간기업을 막론하고 정교한 비즈니스 툴을 도입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기업들이 미국에서는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상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의 정신은 물론 이들의 독특한 비즈니스 기법, 비즈니스 모델을 널리 전파하는 데도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가르치고 있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학생들의 호응은 어떤 편입니까. 미국 경제계를 이끌어나갈 주역들인데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생들의 30% 이상이 사회공헌 관련 클럽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관련 기업에서 인턴십을 거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도 이들의 요구사항을 커리큘럼에 즉각 반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효율을 중시하는 세계화의 맹주격인 나라입니다. 사회기류가 공공선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두 가지를 들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2001년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한 에너지 기업 엔론의 회계 부정 사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의 에너지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 장부를 조작한 사실을 알게 된 미국인들이 받게 된 충격을 떠올려보세요. 미국 사회 변화의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또 다른 주요 변수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지구 온난화입니다. (제프리 가튼 예일경영대 교수는 9·11사태, 엔론의 회계 부정이 기업 만능 풍조를 바꾸어 놓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여론의 물줄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 계기를 전략적 변곡점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사회적 기업들은 과거와는 달라진 환경속에서 사회공헌과 이윤창출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보게 됐습니다.


more..2001년에 일어난 굵직한 일들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위기에서 새로운 이윤창출 기회를 엿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서울의 대기 오염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 기업을 상상해보세요. 그야말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지구촌의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사업 기회를 포착한다는 것은 이러한 뜻입니다. ‘발상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환경위기를 성장동력 확보라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활용한 글로벌 기업들, 어떤 곳들이 있을까요.

에코메지네이션이라는 신성장전략을 가동 중인 GE를 보세요.

에코메지네이션은 환경 분야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지난 2005년 발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전략이었습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은 제프리 이멜트 회장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 내년 중 상을 시상할 계획입니다.

도요타의 친환경 하이브리드 제품인 프리우스(Prius)도 물론 훌륭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more..하버드비즈니스 관련 내용 참조



지구촌 위기의 또 다른 축은 빈곤의 확산입니다. 빈곤 해소에서 뛰어난 성과를 자랑하는 기업의 사례도 궁금합니다.

통신 회사인 ‘로샨 텔레콤(Roshan Telecom)’의 사례를 들고 싶습니다. 중동 지역의 자선사업재단인 ‘아가칸’ 이 회사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민의 가난을 구제하는 데 혁혁한 업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무하마드 유누스가 운영하는 파키스탄의 그라민은행도 비슷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한국의 사업 환경은 미국과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과연 한국에서도 사회적 기업들이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을까요.

한미 양국의 기업인들은 서로 다를 수도 있습니다. 사업 환경도 차이가 있겠지요.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지구촌의 위기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성장 기반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이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한국 기업인들도 장기적으로 미국과 비슷한 길을 가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업의 장기적 이익추구와 사회공헌활동이 결코 서로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겠죠.(우리나라에서는 아크투자자문의 이철영 회장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신조류를 국내에 앞장서서 소개해온 주인공입니다. )

사회공헌활동이나, 사회적 기업이라는 새로운 조류가 결국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공산은 없을까요.

한 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결코 상아탑에서 기업으로 전파된 이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인들이 먼저 그 변화를 깨닫고 실천에 앞장서 왔습니다. 이들의 움직임이 이후 다른 기업에도 빠른 속도로 확산돼 나갔습니다.

경영대학원을 비롯한 학계는 현장에서 불고 있는 기업인들의 이러한 자생적인 움직임을 교과서에 담아낸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은 결코 공허한 이론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주요 대학에 사회적 기업 센터가 최근 설립됐습니다.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요.

제가 담당하고 있는 주요 업무 중의 하나가 바로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펀딩을 받는 일입니다. 그들을 상대로 이 돈을 결코 헛되이 쓰지 않겠다는 점을 늘 강조합니다. 사회공헌활동이 바로 돈을 버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영향력이 크고, 앞선 경영기법을 지닌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사회적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주요 변수라고 봅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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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대담 |세계적 미래학자 로히트 탈와 한국과 기업의 미래를 말하다

[이코노믹리뷰 2007-05-17 12:15]


“파키스탄·UAE와 FTA 체결하고
기업 생존전략은 아시아서 찾아라”

10∼20년 후 글로벌 경제의 강자로 부상할 국가들을 미리 선점하라.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그리고 아랍에미리트,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국가들과의 FTA를 서두를수록 한국기업들의 과실도 더욱 커질 것이다.” 영국의 미래전략그룹인‘패스트퓨처(Fast Future)’의 로히트 탈와(Rohit Talwa) 박사.

양친이 모두 인도인인 그는 아시아와 유럽 시장 양쪽에 정통한 미래학자로 손꼽힌다. 국제 항공학회 참석차 우리나라를 방문한 그는 지난 10일 <이코노믹 리뷰>가 주최한 대담에서 “미국이나 유럽연합이 오늘날의 제국이라면, 이들 국가는 미래의 제국”이라며 한국 기업과 정부의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또 아시아의 부상은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기업 활동을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메가 트렌드’라며 이들 국가야말로 한국 기업들에‘가장 강력한 성장의 수단(most powerful next way of growing)’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날 대담은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전무의 질문과 탈와 박사의 답변으로 진행했다.


미래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한국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그는 당신과 한 가지 닮은점이 있는데, 혹시 알고 있습니까.

자크 아탈리요? 혹시 미테랑 정부에서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미래학자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름을 한번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프랑스의 미래학자들은 전략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고, 서술 방식도 매우 지루한 편입니다. 그들의 미래학 저서를 잘 읽어보지는 않습니다.

아탈리와 내가 어떤 공통점이 있습니까. 처음 듣는 얘기네요. (그는 예상외로 아탈리를 잘 모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한국 경제의 미래를 밝게 본다는 점입니다. 같은 유럽 사람인 자크 아탈리가 그런 발언을 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글쎄요. 유럽은 결코 동일하지 않습니다. 27개 나라로 구성돼 있습니다. 불가리아나 독일을 떠올려 보세요. 국가별로 상당히 이질적입니다. 미국과는 여러모로 다르지요. 하지만 어디 아탈리뿐이겠습니까.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도 한국의 부상을 예견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세계적인 강국이 된다니 기분은 좋습니다만, 아탈리나 골드먼삭스가 좀 성급했던 것은 아닐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은 우선 경제 규모가 크고, 훌륭한 교육 인프라도 지니고 있습니다. 우수한 인력도 풍부합니다. 무엇보다, 지난 수십년 간 자국의 역량을 충분히 입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회의감은 때로는 독으로 작용합니다. 인도 사람들은 세상의 누구도 자국의 성장을 되돌릴 수 없다는 신념이 강합니다.

혹시 이번주 <비즈니스 위크>를 보았습니까. 가장 혁신적인 기업 25개의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무슨 특별한 내용이라도 실렸습니까?

불행히도, 한국 기업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삼성도 현대도, SK도 명함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선정 기준(criteria)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는 기자가 건네준 이 잡지를 꼼꼼이 살펴보았다.) 이 잡지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비즈니스위크가 대단한 매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는 이 잡지를 설명하면서 ‘poor’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번 조사결과를 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조사를 담당한 컨설팅 그룹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마치 (단순한) 디즈니(영화)와 같다고 할까요. 델, 도요타, 보잉…. 글쎄요. 이들이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가장 덩치가 큰 기업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웃음) 이러한 조사 결과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입니다(Don’t get too crazy about this).

당신이라면 어떤 기준을 이번 혁신 기업 평가 작업에 반영시켰을까요.

영국에 제 오랜 벗이 한 명 있습니다. 이 친구가 어느 날 저를 찾아와 사업 아이디어를 털어놓았습니다. 유럽에서는 저가 항공이 요즘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만, 그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습니다. 런던과 뉴욕을 운행하는 프리미엄 항공 서비스를 해보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털어놓은 뒤 불과 9개월 만에 실제로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신속합니까.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속도 또한 주요한 혁신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실행의 속도(speed of execution) 항목이 빠져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 기업인들이 불안감을 느낀다는 점 아니겠습니까. 이번이 올 들어 두 번째 방한입니다.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중국과 일본이 한국인들에게 주는 불안심리는 대단한 듯합니다(They feel, smell, touch competition from China and Japan). 기업인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강자로 남을 수 있는 방안에 목말라하고 있으며, 특히 아이디어의 확보, 그리고 그 실행 속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한국인들이 의기소침해 있으며,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아마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분명 강한 나라입니다.

기업인들이란 으레 엄살부터 부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국과 유럽의 고객사들은 한국 기업인들과 다른 점이 있나요.

벌써 3~4년 정도가 지났나요. 투자은행이나 시장조사기관들이 러시아, 브라질,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를 세계경제를 주도할 차세대 국가로 꼽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사들은 이제 브릭스 이후 세계 경제를 선도할 미래의 파워하우스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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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 그리고 유럽·미국 기업인들은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 기업인들에게 조언을 해주면, 그들은 “당신의 제안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요”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일종의 조바심입니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 기업인들은 비교적 느긋한 편입니다.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는 식입니다. 미국과 유럽은 오랫동안 글로벌 경제의 파워하우스였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주역으로 군림하다보니, 몸에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아직도 아시아 시장에 대해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는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 틈을 파고 들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기업의 불안감은 아마도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 탓이 아니겠습니까. 잘 나가던 모토롤라가 올 1분기 최악의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순익도 급감했습니다.

(모토롤라는) 잘 나가다보니, 아마도 자족한 탓 일겁니다. 중요한 것은 예측 능력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물론 이 부문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중국,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10~20년 후 부상하게 될 미래의 경제 강국(the empire of future)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분명 아쉬운 대목은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나 중국은 글로벌 기업들의 격전지가 된 지 오래입니다. 이 시장의 터줏대감들과 맞장을 뜰 수 있을까요.

꼭 인도나 중국에서 승부를 낼 필요가 있을까요.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필리핀, 나이지리아…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신흥시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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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은 좀 위험한 나라가 아닌가요. 북한에 농축 우라늄 기술을 전수해준 당사국이기도 합니다.

텔레비전만 봐서는 세상을 알 수 없습니다. 브라운관에 비친 파키스탄의 이미지는 매우 왜곡돼 있습니다. 테러리즘이 횡횡하고, 마약 거래가 보편화되어 있으며,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하다는 식입니다. 무슬림 극단주의자들도 자주 등장합니다. 이런 나라에 가서 누가 사업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실제로 가보세요. 최대도시인 ‘카라치’의 기반 시설은 인도 뭄바이보다 훨씬 낫습니다. 문맹률도 인도에 비해 훨씬 낮고, 정책 담당자, 그리고 민간 기업인들의 개발 의지도 강렬합니다. 김 전무님에게 묻겠습니다. 한국에서는 기업 설립 절차에 얼마나 걸립니까?

파키스탄에서는 불과 하루면 충분합니다(One of the interesting things is that you can start your business in just on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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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물에 가서 숭늉 찾는 격이 되지는 않을까요. 한국 기업들이 당장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유망 사업 분야는 무엇일까요.

제 말이 과장이라고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이 나라에 대한 해외 직접 투자액은 이미 인도의 3분의 2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 나라의 크기는 인도의 6분의 1에 불과합니다. 한국 기업인 여러분, 너무 늦기 전에 파키스탄행 열차에 올라타세요. 서비스와 소비재 부문이 아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telecommunication)부문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건설도 매력적인 영역입니다. 발전소, 하수 시설부터 위생시설까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현대건설이라면, 건설 부문에 눈을 돌릴 수 있겠죠. 또 삼성이나 다른 기업들도 자사가 강점을 지닌 영역을 한번 찾아보세요.

파키스탄이 유망한 시장이라면, 왜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까요.

글쎄요. 왜 그럴까요(웃음). 나는 경제학자들의 말에 잘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I am not listening to economists). 그들은 매우 ‘테크니컬’하고, 분석적입니다. 복잡한 차트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정교함에 집착하다보니 때로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총체적인 얘기를 전달하지 못합니다(They don’t give you full story). 더욱이 사람들의 열정과 에너지(passion and energy)의 의의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중국과 인도를 이끄는 힘이 무언지 아세요. 바로 그들의 경제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 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입니다.

혹시 정부가 담당할 역할은 없을까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말마따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기업이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수는 없겠죠(웃음). 한국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자유무역협정이야말로 자유시장 경제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FTA is natural part of infrastructure of free market economy).

하지만 한 가지 유념할 점은 분명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을 비롯한 오늘날의 제국(empire of today)과 협정을 체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시선을 미래로 돌릴 필요도 있습니다. 10~20년 후에 부상할 국가들을 떠올려 보세요.

당장의 이해관계도 중요하지만, 한국 정부가 좀 더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으로 들립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떠올려보세요.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이미 여러 부문에서 교역을 해왔으며, 그 규모도 엄청납니다. 이해 당사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고, 양국간의 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너무 많은 현안이 양국간의 자유무역협정 타결을 지연시켰습니다.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연합 소속 27개 나라의 이해를 일일이 조율해야 합니다. 하지만 파키스탄이나, 나이지리아, 중동 국가들이라면 사정은 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져봐야 할 변수들이 미국이나 유럽연합만큼 많지 않습니다.

너무 복잡해지기 전에 이들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다면 어떨까요. 좀 더 일찍 움직여 실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시장 선점자의 이익(first mover advantage)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의 제국은 물론‘미래의 제국(the empire of future)’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한국 정부가 해외 진출 전략을 벤치마킹해볼 만한 국가가 있을까요.

한국에도 달러가 넘치지 않습니까. 싱가포르는 투자공사를 만들어 해외에서 여유 자금을 잘 운용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들의 접근방식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옵니다. 투자 부문에 관한 한 싱가포르는 훌륭한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파키스탄이나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은 중국 모델을 따르기를 원합니다. 자국을 단순한 소비시장이 아니라 이노베이션 센터, 교육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합니다. 막대한 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정부도 정부지만, 한국 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이 예전만 못하다는 염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글로벌 기업들도 성장에 전력을 다합니다. 한국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GE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연평균 8%를 뛰어넘는 높은 성장률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아시아는 미래의 성장을 담보할 시장입니다. 강력한 성장의 수단입니다 (most powerful next way of growing).

문제는 이들 시장에 하루빨리 진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지역 소비자들이 한국 기업을 마치 자국의 토종기업처럼 여기게 만들어야 합니다.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 볼까요. P&G의 ‘헤드 앤 숄더(Head and Shoulder)’샴푸를 중국인들은 중국제품으로 착각합니다.

그들에게 존경심을 보여주세요(recognize and treat this country with respect).이 모든 일에서 기업가 정신은 매우 중요합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정신이 충만한 기업인들을 양성해야 합니다.

화제를 좀 돌려볼까요. 한국 기업인들이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메가 트렌드는 무엇입니까.

‘아시아의 부상(emergence of Asia)’입니다(웃음). 아시아, 그리고 중동은 미래에 떠오를 강국입니다. 당장 발밑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멀리 내다볼 줄도 알아야 합니다. 특히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그리고 UAE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중동국가의 예언자(visionary)들은 선견지명이 있습니다. 이들의 아이디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아탈리는 보험 산업의 득세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당신이 보기에는 어떤 산업이 장래에 부상할 것으로 예상합니까.

아탈리의 예측이 새로울 것은 없지만, 설득력은 있습니다. 우선, 사람들의 수명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노후를 직접 책임져야 할 필요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인도는 불과 10달러짜리 생명보험 상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India is pioneering 10 dollar life insurance policy).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매우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입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국 기업인들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굳이 직접 만들어낼 필요도 없습니다. 자국 시장에 가져가서 활용해 보세요.

환경 산업을 미래의 차세대 수종 산업으로 파악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많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지구 온난화가 각 산업에 몰고 올 파장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환경 문제에 관한 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만약 중국 사람들이 미국인들처럼 자동차를 좋아하게 된다면, 중국 전역은 10억대의 자동차로 뒤덮인 거대한 주차장이 될 것입니다. 지구가 다섯 개가 더 있다고 해도 절제하지 않는다면 감당하기 어려워 질것입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국내 기업은 물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법에 대한 훈련도 필요합니다. 정보는 모두 과거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빠른 변화 속도를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파키스탄 그라민 은행의 총재인 ‘무하마드 유누스’와 같은 인물을 보세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대담 =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전무
정리 =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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