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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저하는 재기의 법칙


“‘눈물의 여왕’ 칼리 피오리나 잊고

자전거 여행 떠난 스티브 잡스 배워라”


‘항룡유회(亢龍有悔)’. 높이 날아오른 용에게는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온다는 뜻이다. 동양의 《주역》이 전하는 인생살이의 법칙이다. 멀게는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시황제부터 가까이는 고 박정희 대통령까지, 정상에 오른 자는 항상 하산과정이 고통스러웠다.

벽안의 외국인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80년, 남부 조지아 주의 플레인스(Plains). 4년 간의 워싱턴 정가 생활을 끝내고 고향집으로 돌아온 지미 카터는 침대에 그대로 쓰러져 하루 종일 잠을 잤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조약인 캠프데이비드협정을 이끌어낸 주인공.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탈규제를 주도한 그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가였다. 하지만 3류 영화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은 그에게서 이 모든 것을 순식간에 앗아가 버렸다. 그는 훗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에 패했을 때 “마치 인생이 끝나버린 것과 같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지난 2003년, 미국 시티그룹의 ‘제이미 디몬(Jamie Dimon)’ 사장. 그는 이날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다. 모든 것이 마치 악몽과도 같았다. 무려 16년 간 동고동락하던 샌디 웨일(Sandy Weil)은 그에게 회사를 떠나 줄 것을 요구했다. 샌디의 요구를 거절할 명분도, 힘도 그에게는 없었다.

이사회는 이미 그의 사퇴에 동의한 상태였다. 사내에서 퇴진 소식을 모르고 있는 것은 자신밖에 없는 듯했다. 디몬은 기자회견장으로 발걸음을 무겁게 옮겼고, 준비된 원고를 천천히 읽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한다는 내용이었다.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고육책이었을까.

그는 복싱 클럽에 나가 샌드백을 두들겼으며, 자신처럼 고난을 겪은 위대한 지도자들의 전기를 읽었다. 시티그룹의 사장이자, 미국 금융가의 거물 기업인으로 화려한 조명을 늘 받던 그는 1년 6개월 정도를 집에서 이런 식으로 소일해야 했다. 대중의 뇌리에서도 곧 잊혀졌다.

지난 2001년 포드자동차에서 축출된 자크 내서부터 휼렛패커드의 여제 칼리 피오리나, 그리고 IBM의 존 에이커스(John Akers)까지, 사내의 파워게임에서 밀려난 경영자들은 치욕의 순간을 곱씹으며 훗날을 도모한다. 지미 카터나 제이미 디몬도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현업에 복귀하는 이는 드물다. 제프리 소넨펠드(Jeffrey A. Sonnenfeld) 예일 비즈니스 스쿨 교수의 한 조사에서도 이러한 점은 확인된다. 그는 지난 1988~92년 교체된 상장기업 최고경영자들의 현업 복귀율을 조사했다. 조사대상자의 43%는 아예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또 22% 가량은 실권이 없는 고문직을 구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회사를 떠나기 전과 같은 중량의 직위로 화려하게 복귀한 사례는 전체의 35%에 불과했다. 이들의 운명을 가르는 요인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경영월간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무엇보다, 차가운 이성에 기반한 적절한 대응을 첫 번째 요건으로 꼽는다. 정교한 재기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10명중 3명만이 성공적인 복귀

‘눈물의 얼음 여왕.’ 지난해 휼렛패커드의 전 CEO인 칼리 피오리나와 인터뷰를 한 국내 한 일간지가 그녀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 2005년 휼렛패커드에서 축출되던 때를 떠올리며 여러 차례 눈물을 내비쳤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서구의 경영자들에게도 간단치 않은 과제이다.

무엇보다, 성공에 대한 기억은 스스로를 과거에 붙들어 맨다. 재기에 성공하는 경영자들이 많지 않은 배경을 가늠하게 한다. 피오리나도 아직 휼렛패커드 CEO직과 견줄 수 있는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재기에 성공한 세계적 기업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다스릴까.

또 어떻게 역경을 극복하고 화려한 조명을 다시 받게 되는 것일까. 세계 정보통신업계의 스타경영자인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를 보자. 지난 1985년 그는 자신이 창업한 애플컴퓨터에서 쫓겨났다. 친구인 마이크 머레이(Mike Murray)는 그가 권총 자살을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잡스는 성정이 불같은 데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그는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자신의 집에서 두문불출한 지 딱 일주일 만이었다. 첫 기착지는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에서 자전거 한 대와 두툼한 침낭을 구입해 유럽을 떠돌며 노숙 생활을 한다.

훗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데는 이러한 유럽에서의 낭인 생활이 한몫을 했다. 분노를 다스릴 수 있어야, 합리적 판단도 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인맥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지인들을 고난의 행군에 동참시키라는 것.(박스기사 참조) 잡스에게도 친구의 안위가 걱정돼 한달음에 집에 달려온 마이크 머레이가 있었다. 이들은 당사자가 흘려보내기 쉬운 점을 짚어줄 수 있다.

일자리를 구하고, 현업에 복귀하는 데도 이러한 인맥은 여러 모로 큰 도움이 된다. 이밖에 헤드헌터들을 만나 실무적인 조언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조언이다. 탁월한 판단력으로 승승장구하던 때의 기억은 잊어버리는 편이 낫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자신의 가치를 다시 입증하는 것(prove your mettle)이다. 마지막 단계이다. 실패한 기업인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는 일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미국인의 삶에는 두 번째 기회 따위는 없다(There are no second acts in American lives)’는 피츠 제럴드의 발언은 미국 사회의 냉혹한 현실의 벽을 상징한다. 하지만 예외는 있기 마련. 괄목할 만한 업적에도 재선에 실패하며 자신의 불운에 울었던 지미 카터는 지난 2002년 노벨 평화상을 받는다.

아이티, 보스니아, 베네수엘라, 그리고 한반도 핵분쟁 등을 성공적으로 중재하면서 자신이 결코 한물간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성공적으로 입증했다.

시티그룹의 제이미 디몬 전 회장은 더욱 극적이다. 복싱 체육관에서 샌드백을 두들겨대던 그는 자신을 쫓아낸 샌디 웨일을 찾아간다.

그리고 식사를 하며 자신에게도 여러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한다. 우연이었을까. 그는 이날 모임 이후 6개월 만에 시카고에 위치한 대형은행인 뱅크원(Bank One)의 최고경영자로 선임됐다. 지난 2003년 이 은행은 35억달러 규모의 막대한 수익을 낸다. 주가는 무려 85%가 껑충 뛰었다.

뱅크원은 제이미 디몬 회장의 주도하에 제이피모건(JP Morgan Chase)과 합병을 했으며, 그는 합병 회사의 사장으로 선임됐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영환(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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