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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특파원이 본 MB정부 1년

 

기사전송 2009/02/24 06:20


■“시장중시 정책은 굿, 대외 환경이 걸림돌”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리라는 것은 월가에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미네르바가 ‘공공연한 비밀’을 알린 것이 그렇게 대단한가”

그가 타전하는 기사는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월가의 창이다. ‘허리케인’을 몰고 오는 ‘나비의 날갯짓’이다. ‘에반 람스타드(Evan Ramstad)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국장은 지난 2006년 생면부지의 이 땅에 건너와 ‘바람 잘 날 없던’ 참여정부 후반기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정권교체를 목도했다.

지난해 6월에는 정권 퇴진 구호를 외치는 ‘촛불집회’의 인파 속에서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체험했다. 맥도날드가 30개월 연령 이상의 쇠고기를 제품에 사용한다는 그의 기사는 촛불 정국을 다시 뒤흔들었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용산 원주민들이 경찰 진압으로 사망하는 용산 사태가 터졌다.

“벌써 일 년이 지났다”는 그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들어온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서울 을지로에 있는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사무실. 벽면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이 발행 날짜순으로 붙어 있었다. 한국인 기자와 단둘이 근무하고 있는 이 작업공간은 한국발 특종을 꿈꾸는 그의 아지트이다.

그리고 경제부처들의 요주의 대상이기도 하다. 지난 1997년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제목으로 발행된 ‘노무라증권’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요란스럽게 알렸다. 하지만 당시 한국경제 위기설을 전 세계로 실어나른 장본인은 바로 구미권의 주요 외신이었다.

살얼음판 걷듯 조심스러운 기류를 알기 때문일까. 그는 가급적 말을 아끼려는 태도가 역력했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은 30% 이상 급락했고, 청년실업자 수도 무려 10만여명이 더 늘어났다.

“한국에서 언제쯤이면 (경제위기로 인한) 소요 사태가 터질 수 있다고 보나요(람스타드)” ■“혼돈의 시대에 예측하는 건 적절치 않아” 한국경제가 바닥을 치고 재도약할 시기를 묻자 거꾸로 기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요즘 같은 혼돈의 시대에 무언가를 예측하는 일이 적절하지 않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출항한지 일 년이 지난 이명박호의 항로를 가로막은 촛불집회나 용산 참사에 대한 그의 분석은 예리했다.

두 사건 모두 뿌리 깊은 ‘경제적 불만족(economic discontent)’이 분출한 결과라는 게 그의 진단. 람스타드 지국장은 한국인들의 박탈감이 출구를 찾지 못하다 현 정부 들어 터져나온 것이 바로 바로 ‘촛불집회’, 그리고 ‘용산 참사’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코리안드림이 살아 숨 쉬던 때로 더 이상 회귀할 수 없다는 불만이 내연해 있다는 것.

용산 사태는 현실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재개발지역 주민들이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다 충돌하는 것은 글로벌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교통정리를 하는 일은 지극히 한국적입니다.” 그는 지난 1970년대 미국의 지역 재개발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주정부와, 재개발지역 주민들이 보상가를 둘러싸고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는 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명을 하는 일은 없었다고 강조한다. “한국 사람들은 왜 매사에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느냐”고 반문한다.

“혹시 대통령을 여전히 봉건 시대의 왕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도 했다. ‘미네르바’ 이상 열기도 이러한 집단 쏠림 현상의 방증이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점차 커지던 때가 바로 지난 2007년 2월이다.

서브프라임 부실이 찻잔 속의 태풍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론이 한때 불거지기도 했으나, 부실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5위권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리라는 것은 월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는 “미네르바가 한 경제 진단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냐”고 그는 반문한다. 집권 초 대통령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신기루가 사라지는 순간 돌변해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뒤흔드는 것도 바로 이러한 집단 쏠림 현상의 또 다른 형태이다. 람스타드는 현 정부의 입지를 위축시키는 변수들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고 진단한다.

SWOT분석은 현 정부가 직면한 상황의 바로미터이다. 지도자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집단 정서’, ‘경제적 박탈감’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그리고 이명박 정부를 잇달아 뒤흔들고 있는 ‘위협(Threat)’이다. ‘천시(天時)’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글로벌경제에 무겁게 드리워진 먹구름이 족쇄다. 민간경영자로 잔뼈가 굵어온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강점(Strength)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 현 정부는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한국경제가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람스타드는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경제호를 떠받치던 ‘수출’과 ‘내수’의 쌍발엔진이 동력을 잃어 배가 표류하고 있는데, 선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냐고 그는 반문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해 명성을 떨치고 있는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이번 경기침체가 오는 201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1년은 이방인에게 적지 않은 혼란의 시기인 듯했다. 정부와 국민 모두 여전히 이념적 대립의 틀에 갇혀 있으며, 민주주의 사회이면서도 대통령을 왕으로 여기는 봉건사회의 잔재가 남아 있는 사회. 람스타드는 한국 사회를 향한 본질적 통찰에 방점을 맞췄다.

■루퍼트 머독, 기자들에 간섭 안 해 그는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일련의 정책에 대해서는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방송법 개정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일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미국에 민영이 아닌 방송사가 있냐”며 재벌이나 언론 재벌의 지분 소유 제한을 푸는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세계적인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은 〈월스트리트저널〉의 모기업인 다우존스를 지난해 50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람스타드 지국장은 그러나 “(방송사의 주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질문지를 쓰는데 윗선의 간섭을 받거나 하는 일은 결코 없다”며 사주의 지면 제작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루퍼트 머독이 지배하는 미디어가 최선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이밖에 북미 간 긴장 고조로 점증하는 ‘3월 위기설’과 관련해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위기발발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북미 간 대립이, 한반도의 정치적 지형을 뒤흔들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 밖에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더욱 강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교육열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바이올린, 영어 등을 배우는 한국 어린이들의 나이가 다섯 살 정도에 불과하다며 한국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에 놀라움을 피력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적자생존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했다. 한국 부모들의 이상 교육열에 독설을 쏟아냈던 파이필드(Fifield) 〈파이낸셜타임즈(FT)〉 전 한국특파원과는 대조적이다.

람스타드 지국장은 현 정부에 대한 총평은 가급적 피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기조는 파악할 수는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시장 중시 정책은 인정하지만, 현 정부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최악인 점이 성공적 정책 집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요 골자이다.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지사도 요즘 이명박 대통령 출범 1주년 관련 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까.”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막바지 람스타드 지국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시간 구분에 따라 대통령의 공과를 따져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미국 언론은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조명하는 기사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질보다는 형식을 중시하는 허례에 대한 질타로도 읽혔다.

2008/12/22 - [로컬(Local) VIEW/로컬 엑스퍼트 VIEW] - (로컬엑스퍼트)역학자, MB와 대운하를 말하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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