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Statistics Graph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김중수 호(號)의 통화신용 정책 방향을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금융협의회에서 언급한 책 한권이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책은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이다. 

평소 "학자는 논문으로 말한다"는 소신을 밝혀온 김 총재는 공개 석상에서 '대중서'를 화제에 올린 적이 거의 없다. 그런 그가 지난 17일 시중 은행장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이 책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천재 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Kenneth S. Rogoff)'가 저술한 이 이 노작(魯斫)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다들 이번만은 다르다고 자신하지만, 경제학의 보편율은 이러한 방심을 결코 비켜가지 않는다는 것. 

'신경제의 도래'를 강조하던 미국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 '반면교사'이다. 앨런 그린스펀을 앞세운 민주당 정부는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 장기 호황이 이어지자, 이른바 신경제의 시대가 도래 했다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며 생산량을 안정화하는 법을 발견했다고 믿었지만, 파티는 끝났다. 

김 총재가 최근 시중 은행장들과 만나 이 책을 언급한 이유는 두 갈래로 보인다. 그가 총재 부임 후 강조해오던 지론은 '중앙은행 역할의 재정립'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목소리를 뒷받침할 논거들이 비교적 풍부하다.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온 '강력한 중앙은행'을 다룬 대목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중앙은행의 정책이 경제 호황기에는 완벽히 작동하는 듯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를 비롯한 대규모 경기 후퇴기에는 꼭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금융 위기를 경험한 66개 나라를 분석한 이 대학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우리가 아는 '상식의 룰'에 사로잡히지 말고, 사안을 동서고금, 수 백년에 걸쳐 폭넓은 시각에서 보라는 것이 그의 주문. 

김 총재도 기준 금리 정책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는 것이며, 한은 총재는 재임기간 이후에 평가받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특히 자신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역할의 변화를 엿볼 키워드로 '글로벌(global)' '마케터블(marketable)'이라는 두 단어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이중 글로벌의 뜻을 가늠할 대목이 이 책에 실려 있는 것. 

케네스 로고프가 강조한 '위기의 프로세스'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정책 당국자가 스스로를 과신하는 태도가 늘 위기의 발단으로. 위기를 위기로 여길 때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니라는 것이 김 총재의 지론이었다. '가계부채 망국론'이 주기적으로 고개를 들자, 이 책에 등장하는 풍부한 금융 위기의 사례를 빗대 그 가능성을 사실상 반박한 것이다. 

현 상황에 대입해 봐도, 그렇다. 가계 부채의 '경중(輕重)'을 저울질하는 정책당국의 판단에 '온도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정책당국들이 하나같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위기가 발발할 가능성은 적다는 그의 생각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학에서 위기관리를 가르친 그는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경험적으로 보면 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걸 막지 못하지 않았고,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위기가 됐다" 며 자신의 소신을 강조한 바 있다. 

하버드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가 저술한 이 저서는 66개 나라의 위기 발발 패턴을 연구한 노작(勞作)이다. 12세기 중국, 중세 유럽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무려 800년간에 걸친 금융 위기의 패턴 등 방대한 데이트를 근거로 삼아 금융 위기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하는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키워드가 '콜렛-헤이그'라면, '케네스 로고프'는 '김중수 호'의 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키워드'인 셈이다. 지금은 성균관대로 돌아간 김경수 한국은행 전 금융경제연구원장이 재임 시절 탐독할 정도로 한국은행 내에서도 골수팬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yunghwan@newsis.com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