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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SC제일銀 '연봉제갈등' 은행산업 뇌관될까
    기사등록 일시 [2011-06-01 16:30:06]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지난달 3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 앞 간이 천막. 이 회사 노동조합이 펼쳐 놓은 천막 앞에서 만난 김진우씨(가명)는 앳된 인상의 입사 5년차 직원이다. 그는 최근 한 지상파 방송의 전파를 타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나는 가수다'를 화제에 올리며 '말문'을 열었다.

일류 가수들이 진검승부를 하는 이 프로에 등장하는 참석자들은 가창력이 뛰어나고, 저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을 한다. 하지만 이들 중 한명은 반드시 고배를 마시며 '경쟁'에서 탈락하는 것이 숙명이 아니냐는 게 그의 반문이다. 그는 '성과연봉제'라는 게 바로 이 지상파 방송의 '가수 경연 시스템'과 유사하다"며 고개를 젓는다.

김씨는 은행 직원들이 저마다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 보험 상품을 팔아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기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직원 간 순위는 정해지게 마련이고, 꼴찌는 회사에서 '잘릴' 위험에 주눅들 수 밖에 없다는 것. 평가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시한다. 그는 "상권이 큰 대형 점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도"라고 지적한다.

김 씨의 올해 나이는 30대 초반. 성과연봉제 도입은 이 젊은 은행원에게도 '독이 든 성배'이다. 지난달 30일, 이 회사 노동조합의 하루짜리 총파업은 직원들의 이러한 위기감을 엿볼 수 있는 '창(窓)'이다. 그는 이 은행에 입사한 이후 '파업'에 참여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노조는 7년 만에 파업을 감행했다.


◇SC제일 노조 "성과연봉제 구조조정 신호탄"

SC제일은행 노사가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사측은 연봉제 도입이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자극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노동조합의 시각은 다르다. 성과 연봉제가 직원들을 방카슈랑스를 비롯한 금융상품 판매 경쟁으로 내모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후선발령제도' 또한 이러한 성과연봉제 시행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노조의 분석이다. 임직원들의 기여도를 평가해 연봉을 책정하되, 성과가 지지부진한 직원들은 후선발령을 낸 뒤 해고의 수순을 밟겠다는 게 사측의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사측은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정하지만 감정싸움의 골은 깊다.

이 영국계 금융그룹이 '투기자본'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은행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전산부문 투자에는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에 고액 배당을 하고, 부동산 자산을 잇달아 매각하고 있는 것이 사모펀드 행태와 다를 게 없다는 반문이다. 지점의 잇단 폐쇄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규진 전국금융산업 노동조합 SC제일은행 지부 부위원장은 "(연봉제를 도입하게 되면) 결국 은행에서 파는 보험 상품 등을 얼마나 판매했는지가 직원 몸값을 매기는 척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이런 압박은 직원들이 하루하루 느끼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SC제일은행이 성과주의 문화의 불모지대로 영원히 남을 수는 없으며, 근로자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경쟁을 벌이는 금융사들의 고충을 주목해달라는 게 사측의 요청이다. SC제일은행은 주요 경쟁사들에 비해 수익성을 비롯한 경영지표에서 뒤져있는데, 성과주의 처방으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 리처드 힐 행장 "성과주의는 성장의 원동력"

스탠다드차타드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의 비중이 90%가 넘는다. 영국에는 본사 하나만 덩그러니 있다. '두뇌'만 남기고 '손발'은 세계 각지로 흩어져 있는 형국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에서 성장의 해법을 찾은 이 회사의 자회사들은 '성과주의 문화'를 엿보는 창이다. 성과주의는 이 그룹 성장의 원천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자회사나 지점들은 정규직 직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점포도 대도시를 비롯한 일부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포진해있다. 소수정예에 비견할 수 있는데, 비용은 낮추고 생산성은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SC제일은행이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점포수는 400여개.

국내 경쟁사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이들 국가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많다. 정규직의 비중도 압도적이다. 리처드힐 SC제일은행장은 '과거와 결별',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다. '아이패드' 기기 하나로 은행장인 자신도 집무실 밖에서 업무 대부분을 처리하는 세상인데, 점포수에 집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를 되묻는 것. 잇단 점포 폐쇄가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항의에 대한 반론인 셈이다.

실제로, 간단한 기기로 은행 업무를 대부분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창구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국내 금융산업에도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맘앤팝 스토어 등 다양한 형태의 점포들에 대한 논의가 등장하는 배경이다.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거래, 스마트폰 앱 등 새로운 정보 기술의 등장은 은행 경영자들의 고민거리다.

오랜 금기를 깨고 연봉제 도입의 물꼬가 터진 마당에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회사측 의지는 도처에서 엿볼 수 있다. 회사 측은 사내 복지에도 이른바 '선택적 복지'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대학생 자녀학자금 지원 등에도 상한선을 두고 자격요건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노조를 상대로 전방위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연봉제 '은행권' 뒤흔들 판도라의 상장

문제는 SC제일은행 노사간에 형성된 전선이 은행권 전체로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금융산업노조의 입장에서 성과급제 도입은 '금단의 사과'이다. SC제일은행노사가 연봉제 도입에 합의할 경우, 연봉제 무풍지대인 은행권 전반에 미칠 파급 효과는 전방위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노조의 분석이다.

국내 시중은행 경영자들이 리처드 힐 행장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도 부담거리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점포는 고부가가치 컨설팅을 담당하는 쪽으로 운영하고, 상당수 직원들은 스마트 기기를 들고 현장에 나가 업무를 챙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장기적'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다.

성장에 목을 맨 은행 경영자들 입장에서는 연봉제 도입은 귀가 솔깃할 수 밖에 없는 '유인'이다.

성과연봉제 논의는 이러한 생산성 제고 논의의 '시발점'이자 '종착역'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노사 갈등은 금융권 전체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모하는 양상이다. 현정부 출범후 한동안 숨을 죽여 온 은행노조의 각종 요구에 불을 지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그림자가 옅어지고, 정부의 레임덕도 슬며시 찾아오면서 꽁꽁 묶어둔 욕구들이 분출하고 있는 것.

지난 2008년 9월 리먼사태이후 대폭 삭감된 은행권 신입사원들의 연봉을 되돌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금융지주사 회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업무추진비 전용 의혹을 제기한 노조의 성명서도 등장했다. SC제일은행의 성과 연봉제 도입 논란은 은행권을 뒤흔드는 '판도라의 상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SC제일은행 노사 양측은 아직도 2010년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성과제 논란에 발목이 잡힌 탓이다. 노조가 제시한 임금인상률은 2%. 양측은 중앙노동위원회에 3차례 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동조합은 2차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위원장이 영국본사를 방문해 1인 시위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011/08/19 - [로컬(Local) VIEW/로컬 인더스트리 VIEW] - 파업피로증 SC제일銀 노조, 복귀 카드 꺼낸 배경은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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