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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사업 타당성 검토부터 자금지원까지

“중소기업 컨설팅, 효자가 따로 없네”


<중기 경영자가 귀기울여야 할 6가지 제언>

●짐 콜린스의 《굿 투 그레이트》 읽어라

●직원들 신문 본다고 나무라지 마라

●투자 타당성 검토는 컨설턴트와 하라

●회사가 지향해야 할 비전을 고민하라

●컨설팅을 지식경영의 계기로 활용하라

●기업 승계도 전략적 사고로 접근하라

제약 원료 수입 업체인 풍림무약. 지난 1974년 설립된 이 회사의 이정석(李政錫) 사장은 요즘 들어 고민이 많다. 제약 원료를 일본에서 들여와 국내 제약사에 공급하고 있는 이 회사는 이른바 ‘성장의 덫’에 걸려 있다. 원료 공급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원이지만, 지난 2002년부터 매출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기업을 먹여 살리는 핵심사업이 위축되는 징후가 뚜렷한데, 새로 진출한 신규 사업은 아직 신통치 않다. 건강식품 부문 신규 진출을 결정하고, 중소기업으로서는 규모가 제법 큰 연구소까지 세웠지만 이 분야 경험이 일천한 것이 부담거리다. 답답한 마음에 유명 컨설팅사의 자문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딜로이트컨설팅, 맥킨지, IBM글로벌서비스, 배인앤컴퍼니, 모니터그룹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전략 부문의 컨설팅 회사들은 중소기업 입장에서야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일 뿐이다. 소규모 컨설팅 회사에 도움을 요청하자니 왠지 미덥지 못하다. 사실,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 대부분은 이러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제어장치 시스템업체인 태진스메트의 최근수 사장은 지금도 지난 2003년초만 떠올리면 아찔해진다. 그는 당시 임금 인상폭을 놓고 사내 갈등이 비등하자 한때 회사를 폐업하는 방안까지 고민하다 주변의 만류로 이를 포기했다고 한다. 대신 직원 성과평가에 연동된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당시 이를 설계할 노하우가 절대 부족했다.

중소기업 형편에 외부의 인사 컨설팅 업체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기도 어려워 진퇴양난에 빠진 그는, 회사 내 인사 부문 직원들에게 자문을 구해보았으나 뾰족한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최고경영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중소기업 경영자 대부분이 처한 상황은 결코 간단치 않다. 적군에 둘러싸인 서초패왕 항우에 비유할 수 있을까. 대기업이야 세계적인 컨설팅 기관의 조언을 받고 위기에 대한 내성을 키웠지만,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아직도 허둥대다 병증을 악화시키기 십상이다.

경영 환경은 나날이 팍팍해져만 가는 데, 난국을 헤칠‘장자방’은 눈을 씻고 찾으려야 찾기 어렵다.

핵심 사업 부문의 수익성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신규 사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애플에 MP3플레이어 시장의 패권을 내주며 위기에 봉착한 레인컴의 사례는 국내 중소기업의 총체적인 역량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 해외리서치 자료 제공 업체의 사장은 이와 관련해 “레인컴이 신규 사업에 대한 리서치 자료를 최근 문의한 적이 있다”며 “한때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던 기업조차 위기를 맞고 나서야 뒤늦게 허둥대는 모습에 적지 않게 놀랐다”고 털어 놓은 바 있다.

은행 컨설팅 서비스 “어~ 쓸만한데”


사실, 성장은 국내 중소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의 화두다. 하지만 지난 1990년대 부지런히 유망 기업을 사들여 성장의 지렛대로 삼아온 글로벌 기업들조차 이제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연구개발의 생산성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월간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최근호(9월)의 표지 주제가 ‘당신의 사업을 키우기(Growing your business)’라는 점은 고민의 현주소를 가늠하게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럴진데,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처한 상황이야 더 말해 무엇할까. 이러한 틈새를 파고 든 것이 바로 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상 컨설팅 서비스다. 중소기업 컨설팅의 깃발을 맨 처음 든 곳은 기업은행. 전임 김종창 행장이 기업인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지난 2003년 컨설팅센터를 열었다.

우리은행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이후 대기업을 대상으로 ‘재무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중소기업 전담 컨설팅을 실시하기는 기업은행이 처음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기업은행에 이어 신한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산업은행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다소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은행들이 추격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올 들어 컨설팅 서비스를 받는 중소 업체들이 연말까지 40여 개에 달할 전망인데, 이는 지난 2003년에 비해 무려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라고 김광수 기업은행 컨설팅센터 선임 컨설턴트는 밝혔다.

은행원들이 제공하는 컨설팅 서비스에 코웃음을 치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은 물론 나름의 비교우위 덕분이다. 우선, 컨설턴트들의 역량이 초창기에 비해 대폭 업그레이드 됐다. 공인회계사 자격증 보유자부터 딜로이트컨설팅의 전략담당 출신까지, 컨설턴트들의 약력도 화려하다.

컨설팅에 소요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도 호감을 사는 또 다른 요인이다. 대개 5주간에 걸쳐 조직문화, 비전, 인력 구성 진단부터 신규사업 진출의 투자 타당성 검토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중소업체들을 대상으로 현지 시장조사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컨설팅 후 일년 동안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강점은 은행권의 컨설팅 서비스 비용이 유명 컨설팅 회사들의 10~20%에 불과한 그야말로 ‘실비 수준’이라는 점이다.

물론 은행이 컨설팅 서비스에 나선 것은 기업 여신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고객사의 사정을 손금 보듯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매력이다. 은행으로서는 고객의 로열티도 큰 폭으로 강화하고, 매출도 올릴 수 있는 말 그대로 ‘꿩 먹고 알 먹는’ 서비스인 셈인데, 이러한 서비스가 과연 중소기업 경영에는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기업 비전 깊숙이 고민해볼 수 있어


“당장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수배로 올릴 수 있는 특효약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체질을 강화시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기업은행 김광수 선임 컨설턴트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감(感)’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실수를 예방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주력 사업 부문과 여러모로 다른 분야에 즉흥적으로 뛰어들었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으며 때늦은 후회를 하는 중소기업 경영자가 적지 않은데, 컨설턴트들은 경영자들의 일탈을 사전에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투자실패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반도체 및 LCD 검사 업체 파이컴을 보자.

이 회사는 기업은행 컨설팅팀에 SOS를 보냈고, 컨설턴트 4명이 제시한 처방전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하며 200억원대에 불과하던 매출 규모가 올해는 9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컨설팅 서비스는 물론 신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청계천에 물을 흘려보내는 특수 파이프를 제조하는 현대특수강은 부채비율이 무려 1500%였지만, 20억원 가량의 투자를 받아 이를 200%로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소기업 대상 컨설팅의 가장 큰 효과는, 최고경영자들이 지식경영의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평소 일상적인 업무에 치이다 보니, 회사가 나아갈 장기 전략 방향에 대해 고민해볼 시간이 부족하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컨설팅을 계기로 회사의 비전이나 조직 구조, 최신 경영 조류 등을 전문가들과 논의하며 편견이나 아집 등을 허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인들의 컨설팅 만족도는 꾀 높은 편이다. 컨설팅을 받은 중소기업 경영자가 모임에서 다른 경영자에게 서비스를 추천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 레이저기기 제조업체인 루트로닉의 황해령 사장이 대표적이다. 아직까지 금융권의 중소기업 전담 컨설팅 서비스는 손익 분기점을 맞추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성장 기반 확보와 체질강화라는 점에서 이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며 중소기업 성장의 밀알을 뿌리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는 “금융권의 중소기업 컨설팅은 은행도 본격적으로 지식산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컨설팅 품질에서 아직까지 다소 아쉬움은 있지만 꺾기 등 후진적인 관행을 탈피하고 의미있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컨설팅이 떠오른다

기업승계전략 컨설턴트에게 물어봐

기업은행 컨설팅센터는 기업 승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5만개 중소기업의 표본을 조사한 결과, 작년 8월 현재 1만182개 기업(6.9%)을 이끌고 있는 최고 경영자가 60세 이상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컨설팅 서비스를 고민한 결과다.

담당 컨설턴트는 모두 두 명인데, 기업 전략과 절세 부문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라는 설명이다. 김광수 컨설턴트는 국내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고령 CEO의 비중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최고경영자의 자녀들에게 회사를 잡음없이 적은 비용으로 물려주는 방식을 조언하는 승계전략이 앞으로 금융권 컨설팅 서비스에서도 더욱 중요한 위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INTERVIEW| 중소기업 이런 점 고쳐라 기업은행 컨설팅센터 한철규 차장

“불황 때 사람부터 자르면 성장기반은 언제 마련하나”

“한 기업의 운명이 갈릴 수 있는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스트레스가 가장 심한 직종이 컨설턴트라는 점을 절감하곤 합니다.” 한철규 기업은행 컨설팅 센터차장은 컨설턴트 4년차의 소회를 속사포처럼 쏘아댔다. 장모에게 사람이 변했다는 질타를 받을 때는 솔직히 섭섭하기도 하다고.

“작은 일도 흘려보내지 않고 꼼꼼히 따지고 드는 모습에 장모님이 가장 놀란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는 지난 2003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내 컨설팅센터가 출범했을 때 이곳에 합류했다. 하지만 컨설팅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사실 처음에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지금은 “뼛속까지 컨설턴트가 됐다”는 게 한 차장의 설명이다. 서점에 가도 과거 선호하던 에세이나 소설 등에는 눈길도 돌리지 않고 경영서를 꼼꼼히 읽어 본다고, 식당에서는 자리배치가 수익 극대화에 적절한지 여부 등을 반드시 따져본다. 바쁜 시간을 쪼개 컨설팅 부문 국가자격증인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빡빡하게 돌아가는 업무도 업무지만, 스스로의 역량을 꾸준히 끌어올려야 하는 점도 또 다른 부담거리라고.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에 누구보다 밝고,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보는 국내 중소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시스템 경영이 아니라, 최고경영자 한 사람에 의존하는 1인(人) 경영이다.

최고경영자가 특정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많다 보니, 부하 직원들의 역량을 신뢰하지 못한다. 또 대체적으로 판매처가 일부 고객사에 집중되어 있고,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력 제품과 완전히 동떨어진 상품을 만드는 비관련 다각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가 나쁘면 관성적으로 직원부터 해고하면서 성장의 기반을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것도 안타깝다.

중소기업 위기설에 대해서는 이렇게 진단했다. “세계 경제가 고성장을 거듭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봅니다. 유가를 비롯한 여러 지표들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대기업들이야 비상경영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등 이미 내성을 기르고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은 무척 취약합니다.”

그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좀더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권하는 4가지 ‘스텝’

“주변 제안에 솔깃하기 전에… ”

스텝 1. 방향 설정은 제대로 되어 있는가


많은 중소기업들이 하루하루의 일처리에 매여 있다 보니, 언감생심 장기 전략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유가 없다. 물론 최고경영자가 바쁜 시간을 쪼개 해외 유명 조사기관의 리포트를 구입해 숙독하며 장기 전략을 고민하는 휴맥스 같은 기업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예외적인 사례에 속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장기전략을 제대로 짜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고경영자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기업은 실패한다. 우수한 인력 고용, 창업자의 역할 규정, 정교한 보고 시스템 구축 등은 이에 비하면 오히려 지엽적인 문제이다.

스텝2. 충분한 이윤과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가

이러한 전략이 기업에 충분한 수익을 가져다 줄지 고민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하고 전망도 불투명한 사업 부문에 즉흥적으로 진출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하는 실수는 피해야 한다. 실제로, 기대 수익이 크지 않은 데도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에 뛰어들어 제품개발에 집착하는 우를 범하는 중소기업인들을 적지 않게 보았다는 것이 김광수 기업은행 컨설턴트의 지적이다.

특히 자사 제품이 비교우위(competitive edge)가 있는 지, 비교우위가 있다면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지, 또 이 정도 프리미엄이 기존의 고정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냉철하게 헤아려 봐야 한다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조언했다.

스텝 3. 장기 전략은 과연 지속가능한가(sustainable)

다음 단계에 고민해봐야 할 점은 무엇일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이 전략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효할 지에 대해 검토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속성의 문제는 특히 규제완화나 새로운 기술 등장에 따른 산업지형의 변화의 틈을 겨냥한 기술 부문의 기업들에 더욱 중요하다.

신기술을 반영한 제품으로 아직 구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경쟁 기업의 영토를 잠식해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이 사그라지고 경쟁기업들이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

스텝 4. 성장 목표치가 지나치게 공격적이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전략의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서로 다른 부문의 기업은 성장 속도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린 속도를 유지하게 되면 실패할 확률은 더 높아진다. 경쟁기업의 성장속도, 내부의 자금 조달 능력, 고객들의 로열티, 그리고 규모의 경제등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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