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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지금 디트로이트에선 무슨 일이…현지 컨설턴트에게 듣는 숨가쁜 미 자동차시장



●“현대차, 메인스트림 브랜드 부상”

‘조그 디트머(Joerg Dittmer)’ 프로스트 앤 설리번 애널리스트는 주말이면 혼다의 ‘CR-V’를 몰고 가족들과 캠핑을 떠난다. 이 모델은 차체가 넉넉한 데다, 연비도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미국의 경쟁 차종들을 압도한다는 것이 그의 평가이다.

디트머 연구원의 발언은 자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는 미 자동차업계의 현실을 한눈에 가늠하게 한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의 자동차 담당 수석 컨설턴트인 조그 디트머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금융위기의 후폭풍에 휩싸인 미 자동차 업계의 숨가쁜 변화와 국내 완성차 업체의 대응 방안 등을 집중 질의했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은 성장전략 전문컨설팅회사로, 세계 32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Q 오바마 행정부가 미 자동차업계의 300억달러 자금 지원 요청을 받아들일까요.

정부가 디트로이트 자동차업체들을 끝까지 외면하기는 힘들 겁니다. 종래에는 자금 지원을 하겠죠.

▶Q 자금 지원을 속단하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미국민의 여론이 싸늘합니다만.

이 회사들이 망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단 한 개 회사만 망해도 전후방 산업(upstream and downstream)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겁니다. 경기침체로 비틀거리는 미국경제가 이런 충격을 견딜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Q 현금을 긴급 수혈받지 못한다면 자동차 ‘빅3’는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요.

포드자동차 정도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포드는 이미 정부에 자금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있어요. 다만 한 가지 조건을 첨부했습니다. GM이 무너질 경우 돈을 빌려달라는 얘기였습니다.

▶Q 포드를 제외한 GM이나 크라이슬러는 살아남기가 어려울 거란 뜻입니까.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Chrysler)는 즉각적인 현금 지원(cash infusion)을 받지 못할 경우 내년 중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의 올해 성적표를 보세요. 그리고 빅 3란 표현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냥 ‘디트로이트 3’라고 부르는 편이 적절합니다.

▶Q 잘나가던 미 자동차업계가 왜 이 모양이 된 거죠.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지고,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으로 전이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급랭했습니다. 설사 차를 사려고 해도 ‘할부금융’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신용도가 정말 뛰어난 고객들만이 할부금융을 이용할 수 있을 뿐이죠.

▶Q 혹시 어떤 차를 운전하고 있습니까.

혼다자동차의 CR-V를 몰고 있습니다. 캠핑을 자주 가는 편이예요. 연비도 좋고,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혼다 시빅을 운전하다 CR-V로 차를 바꾸었습니다. 다음에도 혼다자동차를 기꺼이 살 의향이 있습니다.

▶Q GM의 몰락은 더 충격적입니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에 비유되지 않았습니까.

이 회사는 공장이 일단 너무 많습니다. 딜러들도 그렇고, 브랜드는 잡화상을 떠올리게 할 정도입니다. 브랜드의 개별 모델들도 색깔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이 회사 브랜드의 다른 모델과 경쟁하는 이른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valization)’이 심각한 편입니다. 대형 모델에 편중돼 있으며, 소형 모델이 드문 것도 한계입니다.

▶Q 올 들어 유가가 치솟고, 금융위기의 뇌관도 터졌습니다. 운이 나쁜 건 아닐까요.

유가가 치솟은 것이 치명적이었어요. 소비자들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소비 목록에서 지워버렸습니다. 이 차가 필요한 이들도 좀 더 작은 제품을 선호했습니다. 경기침체가 그들을 뒤흔들어 시장을 위축시켰죠.

▶Q 잭 트라우트는 미 업계가 지나치게 많은 모델로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한다고 비판해 왔어요.

소비자 기호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도 디트로이트 3는 매우 떨어지는 편입니다. 생산 인프라(manufacturing infra)가 유연하지가 못해요. 연비가 뛰어나고 좀 더 작은 자동차 생산에 무관심했던 것이 또 다른 패착입니다.

▶Q 겨울이 왔는데 가을 옷을 아직도 팔고 있는 격이군요.

제품 구성(product mix)이 고객들의 기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요. 디트로이트 3 제품과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 사이에서 미스매치(mismatch)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죠.

▶Q 하지만 GM이나 포드는 글로벌 전지기지에서 소형차를 생산하고 있지 않습니까.

포드나 GM은 유럽이나 남미, 아시아 등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크라이슬러는 소형차 확보를 위해 닛산과 제휴를 준비하고 있어요. 문제는 실행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제품을 들여와도 미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합니다.

▶Q 전술적 성공이 전략 실패를 만회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전략이 애초에 잘못된 건 아닐까요.

논의의 대상을 GM으로 좁혀보죠. 이 회사는 지난 수년간 시장점유율 증대라는 목표에 매달려 왔습니다. 하지만 GM은 몸집을 줄여야 했어요. 시장점유율 향상과 리스트럭처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다 모두 놓쳐버린 셈이라고 할까요.

▶Q GM은 밥 루츠 같은 열정적 경영자들이 포진하고 있어요. 왜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합니까.

공룡기업들의 회생(turning around)을 도모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 수 있습니다. 신 모델을 개발해서 시장에 선보이기까지 때로는 수년이 걸리기도 하며, 심지어 유럽에서 출시된 모델을 미국에 들여오는 데도 그 정도가 소요됩니다. 딜러십을 박탈하는 것도 양자간 의무조항 탓에 고비용을 초래합니다. 이런 모든 변수들이 극적인 변화를 가로막습니다.

▶Q GM 경영자들에 대해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닌가요.

공룡기업을 재편하는 일은 지속적인 노력, 그리고 뚜렷한 비전이 수반돼야 합니다. 하지만 경영자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 모든 일들을 처리하기 역부족일 때가 있는 법이거든요. 수십년간 구축된 보수적 사내문화, 사사건건 개혁에 저항하는 이들을 극복해야 합니다.

▶Q 크라이슬러를 살렸던 아이아코카 같은 리더가 미국에는 더 이상 없습니까.

가솔린 가격이 급락하면서 미국에서는 픽업 트럭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어요. 이 차종의 시장점유율(in terms of market share)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뛰어난 리더 못지않게 경제회복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그때까지 버틸 수 없을 것 같네요.

▶Q 미 자동차회사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뉴스위크〉의 제안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미국업체들은 여전히 미국 경자동차시장(light vehicle market)의 47%가량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그리고 11월의 통계치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는 데 전사적 전략을 맞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Q 포드, GM, 크라이슬러를 통합하면 군살을 대폭 덜 수 있지 않겠습니까.

통합 회사가 비슷한 모델, 그리고 딜러십을 정리한다면 어떨까요? 시장점유율은 큰 폭으로 떨어질 겁니다. 그런 방식의 기업 합병은 너무 많은 비용을 초래합니다. 미 자동차업체들이 이러한 비용을 짊어질 때는 아닙니다.

▶Q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디트로이트 3의 몰락에서 어떤 교훈을 배워야 할까요.

지나치게 많은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지름길이거든요. 그리고 판매 인센티브보다 (기술진보로 급변하고 있는) 판매망투자를 늘리라는 조언도 하고 싶군요. 자동차시장은 하루아침에 변합니다.

▶Q 미국의 경제위기는 한국의 현대차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습니까.

현대·기아차는 현 시장에 딱 맞는 제품라인을 보유하고 있어요. 평판도 과거에 비해 좋아졌습니다. 현대차는 주류(mainstream brand)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차를 처음 모는(entry-level) 이들이 구입하는 싸구려 자동차가 아닙니다.

▶Q 한국의 자동차업체들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자동차시장은 하루아침에 변합니다. 자만심은 극약입니다. 항상 유연해야 합니다. 하이브리드 포트폴리오도 강화해야 합니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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