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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사로 활동하는 배우 윤동환


“종교에서 영성 리더십 배워라”

2010년 07월 20일 15시 21분
불교는 한국인의 무의식을 엿보는 창…명상으로 큰 가르침 궁구해야



배 우 윤동환은 방송사 공채 탤런트 중 단연 선두주자였다. 윤씨가 ‘억새풀’ ‘에덴의 동쪽’에서 보여준 연기는 호평을 받았다. 그런 그는 잘 나가던 시절 홀연히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윤씨는 인도에서 명상법을 익혔다. 마음을 다스리고, 삿된 생각을 제어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젊은 시절 ‘선불교’에 심취했다. 명상은 마음 속 번다함을 다스리고 ‘평정심’을 회복하는 수행의 통로였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반야(큰 가르침)를 궁구하는 장이다. 소니가 선을 보인 워크맨은 이 괴짜 경영자의 명상 속에서 ‘아이팟’으로 진화하고, 아이팟은 다시 스마트폰인 아이폰으로 바뀌었다.

그는 일필휘지로 화선지에 ‘난’을 치고, 다시 ‘소나무’를 그리는 동양화의 고수 격이다. 난은 소나무가 되고, 소나무는 다시 학으로 변하며 동시대인들을 사로잡는다.

배우 윤동환(43)은 상상력의 마술사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게 하는 연기자다. 연기자에서 수행자, 다시 대학 강사를 거쳐 다큐멘타리 감독을 준비 중이다.

지난 10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면세점 인근 빌딩. 윤동환은 스쿠터를 타고 인터뷰 장소에 나왔다.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새다. 올해 초 드라마 ‘추노’에서 청나라 장수 용골대로 분해 열연한 그는 요즘 휴식 중이다. 1주일에 두 차례 독서모임에도 나가고, 수업도 듣는다.


직관력 뛰어난 스티브 잡스 ‘선불교 신자’
윤동환은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90년대 초, 방송사 공채 탤런트 시험에 합력한 그는 입사 동기들 중 단연 선두주자였다.

윤씨가 ‘억새풀’ ‘젊음의 태양’에서 분한 냉철하면서도 고뇌하는 등장인물들이 그로서는 도약의 발판이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괴로워하는 인텔리겐차나, 지적 노동자의 역할이 잘 어울린다는 평가였다.

윤씨는 방송사 전속배우로 가장 잘 나가던 시절, 홀연히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인도로 떠났다.

인 도는 마음을 다스리고, 삿된 생각을 제어하는 방법을 터득한 수행의 도량이다. 미국의 리드대학교를 중퇴하고 아타리사에 입사한 스티브 잡스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스티브 잡스도 인도 출장길에 이 나라의 매력에 빠져든다.

배우 윤동환도 인도에 사로잡혔다. 그는 시청자들의 뇌리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리고 지난 2005년, 여름. 고구려의 건국을 조명한 한 공중파 방송의 인기 드라마인 ‘주몽’에 출연한 한 남자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나라 태수 양정으로 분한 이 배우는 가늘고 긴 눈매가 담백하다. 입 속에서 우물거리는 듯 하는 그의 발화법은 한동안 잊혀져 있던 남자 배우의 귀환을 알렸다. 주몽은 배우 윤동환이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온 뒤 찍은 드라마였다.

데뷔 초부터 잘 나가던 아이돌 스타인 그의 악역 신고는 성공적이었다. 놀라운 변신이다.

“세 상살이가 드라마가 아니냐”고 되묻는 배우 윤동환의 부단 없는 ‘도전’도 급물살을 탄다. 서울대에서 종교학 강의를 맡은 윤동환씨는 지난해 연극배우 김수영, 이승주와 함께 국내 최초의 인문학 특강 퍼포먼스 그룹 나비다(Navidad)를 결성해 화제를 불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인 그는 다큐멘터리도 찍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전국적으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강동구의 기초의원으로 출마한다. 비록 낙선했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 서울대 출신 연예인의 도전은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드라마나 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해야만 꼭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인생 자체가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연긴데요 뭘….”

배우 윤씨의 얼굴에서는 불과 수개월 전 경험한 낙선에 대한 아쉬움은 좀처럼 엿볼 수 없었다. 선거도 퍼포먼스의 일환이 아니냐는 것이 그의 반문이다.


독서모임에서 불교 경전 연구
윤 씨는 데뷔 시절 자신을 구속하던 ‘엘리트 의식’을 상당부분 벗어던진 듯 했다. 한 공중파 방송에서 올해 방영돼 높은 인기를 모은 드라마 ‘추노’에서 자신이 분한 청나라 장수 용골대를 화제에 올리며 나이가 드니 악역만 들어온다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윤씨는 어렸을 때부터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형제, 자매를 비롯해 수재들이 즐비한 파평 윤씨 집안의 걱정거리였다고 고백한다.

‘다 업보죠. 업보입니다….’ 알듯 모를 듯 한 말이다. 파평 윤씨는 조선 명종대 당파 싸움을 주도한 문정왕후의 후손들이기도 하다.

오랜 방랑의 세월을 뒤로 하고 다시 돌아온 그는 인터뷰 도중 불교 용어를 자주 입에 올렸다.

요즘도 자신의 선거를 도와주던 운동원들과 만나 불교 경전을 비롯한 책들을 읽은 뒤 토론한다고. 반야심경, 천수경, 금강경을 비롯한 불가 경전들이 줄줄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 는 한국인들을 이해하는 프레임이 바로 불교라고 강조한다. 불교는 한국인의 의식 깊숙한 곳을 엿보는 창이다. 윤씨는 전자·통신·소프트웨어를 비롯한 글로벌 산업계를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는 스티브 잡스도 선불교 신자라고 덧붙인다.

이 괴짜 경영자의 독창성은 동양적 가르침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서울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하고, 대학생들을 상대로 종교학 강의를 한 강사 탤런트다운 분석이다. 자유로운 발상을 불허하는 모든 금기를 허무는 것이 변화의 첫 단추다.


한국 CEO들, 종교에서 영성 리더십 배워야
“사실, 성경에도 윤회 관련 내용이 등장한다는 점을 아는 기독교도들은 별로 없습니다. 이러한 편협함이 상대방의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를 부르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영성 리더십의 소유자들은 경험의 영역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고객에 충실하라’는 마케팅 정석에 시큰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객의 기호를 철저히 조사해 신제품에 반영해도 막상 제품이 출시될 시점에는 그들이 다시 바뀌어 있을 것이라는 게 스티브 잡스의 지론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제행무상’의 원리다. 경험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불교는 기업인들의 귀감이다.

윤씨는 인터뷰에서 사고의 ‘자유로움’을 강조한다. 이 자유로움의 터전이 바로 명상이라는 것이 윤씨의 주장이다. 그가 인도, 스페인 등을 오가며 터득한 가르침이다.

한국의 경영자들이 종교에서 영성의 리더십을 배웠으면 한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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