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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마케팅? 웃찾사에서 배워라

[이코노믹리뷰 2005-01-06 09:18]

정 통코미디<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이 요즘 장안의 화제다. 신인 연기자들을 앞세워 지난 12월 20~26일 주간시청률 조사(닐슨미디어리서치)에서 예능프로그램 1위(24.7%)에 오르며, <개그콘서트>가 지배하던 코미디계에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웃찾사가 ‘뜨면서’ 신인 개그맨 ‘리마리오’ 이상훈은 국내 유명 포털의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며, ‘그런거야’의 김형인도 밀려드는 인터뷰 요구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또 대학로에서도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손님을 끄는 극단들이 늘어나자, 급기야는 방송사측이 이들이 웃찾사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서는 촌극까지 빚어지고 있다. 한때 한 자릿수 시청률로 프로그램 존폐 위기에까지 내몰렸던 웃찾사가, 극적인 반전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심성민 SBS 프로듀서는 최근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청 시간대 변경(토요일 오후 5시→목요일 오후 11시), 선정적인 요소 배제, 뮤지컬 강화 등을 그 비결로 꼽은 바 있다. 특히 시청 시간대 변경은 직장인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시청률 제고에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성공 이면에는, 우수한 신인 개그맨들을 공급해온 연예기획사들의 역할이 주요했다는 게 중론이다.

주인공은 동숭동 대학로에 위치한 스마일매니아와 컬투엔터테인먼트. 웃찾사에 출연하는 개그맨의 70% 가량이, ‘멀대’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박승대 사장이 운영하는 스마일매니아에 소속돼 있다고 하니, 스마일매니아를 빼놓고는 웃찾사 인기 비결을 논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컬투엔터테인먼트도 베테랑 개그맨인 정찬우·김태균을 내세워 신인들이 중심이 된 무대에 안정감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 12월 29일 찾아간 스마일매니아 대학로 공연장은, 인력 양성 방식, 마케팅 , CEO의 철학 등 웃찾사 열풍의 비결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초등학생도 엄마 손잡고 오디션, 풍부한 인적 풀

지난 12월 29일 밤 8시, 스마일매니아가 운영하고 있는 박승대홀은 차가운 날씨에도 연기자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뜨거웠다.

신인 개그맨들이 열연 중인 120석 규모의 공연장에는, 관객 20여 명이 열띤 호응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박규선(19), 양세형(20) 등 준 프로급 개그맨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특히 박씨는 TV 광고에서 ‘북치기 박치기’라는 멘트로 유명해진 ‘후니훈’의 랩을 무색하게 하는 ‘비트박스’를 구사하는가 하면, 거구에도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며 객석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등 발군의 기량을 선보여 이채를 띠었다.

물론 공연 중 대사를 잊어 버려 당황하는 모습을 비추거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대사를 던져 관객들을 무안하게 하는 개그맨 지망생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흥미를 끈 것은 공연 자체보다는 공연이 끝난 후 열린 모임이었다. 한 시간 반 남짓 진행된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모두 돌아가자, 이들은 하나둘씩 무대로 모여 서로의 연기를 놓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무대가 넓어지다 보니 한 코너당 두세 명의 연기자만으로는 텅 빈 느낌이 강하다”, “공연의 질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분발해야 할 것 같다 ” “의상 소품에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얘기를 해라”. 이 날 모임에서 터져나온 다양한 의견들이다. 이러한 회의는 종종 새벽을 밝히며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 날 독특한 춤을 선보여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홍동명(21) 씨는 “연기자들은 모두 전국 각지에서 나름대로 능력을 인정받아 모여든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관객과의 최접점에서 자신의 기량을 테스트받는다 ”고 말했다.

오디션을 통과한 40여 명이 기량을 갈고 닦고 있는 가운데 엄마 손을 잡고 오는 초등학생이나, 제2의 유재석을 꿈꾸며 대학진학까지 포기한 고등학생들도 오디션에 응하며 인력 풀을 넓히고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박승대 사장은 한달에 1500만원의 식비를 지급하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박용원 팀장은 전했다.

치열한 경쟁, 교육시스템이 공연품질 높였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로 무대에서 꾸준히 호평을 받으며 고객의 검증을 견뎌낼 수 있어야 본무대인 웃찾사에 선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박승대 사장의 지도를 받으며 원고 내용이나 연기를 고쳐 나가는 것은 기본. 이번 주 목요일 시청자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웃찾사의 ‘화상고’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학교 ‘짱’들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이나 대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고발한다는 취지의 이 코너는, 대학로 무대에서 이미 열 달 이상 선을 보이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코너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시청률’이라는 최후의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는 게 스마일매니아 박용원 팀장의 설명이다.

예컨대, 이 날 공연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준 박규선 씨의 웃찾사 데뷔작 ‘목숨 걸고 과외하기’는, 방영 한 주만에 막을 내려야 했다고 한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예상 수준에 미치지 못하자 담당 PD가 작가와의 협의를 거쳐 서둘러 무대에서 퇴장시킨 것.

박씨는 “세상이 냉혹하며 프로로 자리잡지 않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 때 절감했다”면서 “대학 진학을 당분간 포기하고 소극장에서 기량을 닦고 있는 것도 이 때 경험이 한몫을 했다”고 말했다.

공연장 한켠에 붙어 있는 ‘웃찾사 시청률 30% 하면 된다! 우리는 꼭! 한다!’는 표어는 이러한 절박감을 보여 준다. 실제로 웃찾사 무대의 각 코너간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면 살아남기가 어렵다. 지난 10월 가을 개편때는 13개 코너 가운데 ‘그런거야’, ‘단무지 아카데미’등 3개 코너를 제외한 10개 코너를 폐지하기도 했다.

스타는 필요없다…‘경쟁력’이 유일 잣대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공고히 유지돼온 ‘공채와 비공채’, ‘선후배간 장벽’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이번 주 목요일 첫 방영되는 ‘화상고’는 스마일매니아 소속 박규선. 양세형 씨를 포함해 모두 4명이 한 팀을 구성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나머지 두 명이 SBS 공채지만 아직까지 한 차례도 웃찾사 무대를 밟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공채 출신으로 이미 웃찾사 무대를 한 차례 밟은 적이 있는 이들에 비해 한 걸음 뒤처져 있는 셈이다.

또 SBS 공채 7기 개그맨들로 구성된 아이패밀리(i-family) 가운데에도 아직 상품성을 입증하지 못한 개그맨들은, 공중파 방송 대신 케이블 방송에 출연하며 제 2의 리마리오나 김형인을 꿈꾸고 있다.

이들은 공채 내 경쟁은 물론 기획사 소속의 비공채 출신들과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쳐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타들에 의존하던 기존 관행의 장벽에도 빠른 속도로 균열이 생기고 있다.

박승대 스마일매니아 사장은 “요즘 시청자들은 코미디에 빨리 질린다”며 “신인 위주로 끌고 나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한다. 철저하게 자신의 기량을 검증한 연기자들 위주로 각 코너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웃찾사>에는 개그콘서트의 박준형, 옥동자, 정현돈 등 ‘롱런’하고 있는 ‘터줏대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과거 다른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면서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연기자들은 컬투 멤버 정도. 실제로 시청률이 떨어지면 스타 개그맨들도 가차없이 대열에서 탈락한다.

‘럭셔리 맨’ 코너의 주인공이자 과거 <개그콘서트>의 스타 개그맨인 강성범도 코너를 잠시 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휴식을 취하면서 아이디어를 재충전하라는 PD의 ‘명령’때문이다. 물론 스마일매니아 내부에서도 서열이나 기득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과거 흥행보증수표로 통하던‘스타마케팅’이 더 이상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시장 변화와 맞물려 있다.

특히 경쟁사 제품의 장점을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제품 동질화’가 눈부신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한몫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상일 LG경제연구원은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이러한 변화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기존 스타들에 금세 식상하고 점차 새로운 것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스타들이 과거에 비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얼리 어답터 레인보우계층 공략 성공

스마일매니아의 개그맨 지망생들은 저녁이면 모두 대학로를 찾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홍보에 직접 나선다. 주 타깃은 10~20대들로, 방송사의 시청률을 좌우하는 계층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적극 알리는 것은, 입소문을 퍼뜨리는 데 이들만큼 효율적인 대상도 없기 때문이다.

MP3, 아바타, 핸드폰 등 첨단상품 구매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은 트렌드세터(trend setter)이자, 가장 먼저 최신 상품을 소비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이다.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공연의 장점이 널리 퍼져나가면 방송국의 웃찾사 공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얘기다.

특히 대학로는 유명 극단 등이 많이 몰려 있어 이 곳을 찾는 10~20대들은 문화 상품에 대한 관심이 크다. 작년에 금단의 영역이던 현대사를 다뤄 선풍적인 인기를 끈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데도 이들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영화 홍보대행업체의 한 관계자는 “영화사는 시사회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들에게 동영상을 배포하고, 동영상은 금방 퍼져 나간다”며 “좋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관객몰이는 순식간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전문 용어로 ‘눈덩이 효과(snowballing effect)’라고 부른다. 특히 방송사 입장에서도 10~20대 소비자들은 시청률을 높여 광고 단가를 높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해 제일기획은 “10대들은 부모, 삼촌 등 소득원을 가진 다수의 주머니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들은 특히 가처분 소득이 커서 주요 타깃 계층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박승대홀, 컬트홀 등 대학로의 개그맨 지망생들은 상품의 생산자이자 젊은이의 거리 대학로에서 고객의 니즈(needs)를 정조준하는 마케터의 역할도 훌륭히 하고 있는 셈이다.

블로그 마케팅·지방 공연으로 팬 기반 늘려

“서른 동갑내기 커플입니다. 드디어 12월 27일이면 만난지 555일째 됩니다. 웃찾사를 가려고 열심히 공모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남자 친구에게 올해의 마지막 선물을 하고 싶습니다.” 최근 엠파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웃찾사 블로그’에 한 사용자가 올린 내용이다. 웃찾사는 작년 말 ‘내가 웃찾사 공연에 꼭 가야하는 이유’를 제출한 네티즌을 대상으로 공연관람권을 주는 행사를 벌였다.

물론 엠파스 블로그에는 수백개의 절절한(?) 사연의 글이 올라와 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반영했다.

블로그 마케팅은 갈수록 변덕이 심해지고 있는 소비자들을 팬으로 묶어두기 위한 도구인 셈이다. 스마일매니아 소속 아이패밀리(i-family) 멤버들이 올들어 전국 각지를 두루 다니며 공연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획사가 개그맨 지망생들을 소모품으로 남용하고 있으며 웃찾사의 인기도 곧 시들어 버릴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프로듀서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웃찾사의 신인들에게 더 이상 신인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면서 “(이 프로그램의 인기는) 반짝 인기에 불과하다”고 말해, 이러한 시각의 일단을 드러냈다.

하지만 <개그콘서트>가 올해 4월 공채 시험에 합격한 개그맨들을 프로그램 전면에 중용하고 있는 것은 웃찾사의 인력운용 방식, 마케팅 방식 등이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일 LG경제연구원은 “너무 빠른 속도로 많은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어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변화에 정조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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