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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자본주의 ‘아프리카’의 매력

“하루 빵 5만 덩이 파는 ‘인스코’가 달려온다”



2010년 06월 08일 11시 45분
아프리카는 비즈니스 모델의 시험무대…생산 거점으로도 각광


‘사파리 (Safari) 자본주의가 달려온다.’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이 창궐하고, 군사 쿠데타가 빈발하는 등 한때 저주받은 땅 취급을 받던 아프리카가 성장에 부심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목마름을 씻어줄 ‘신 엘도라도’로 각광받고 있다. 6월 11일 개막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은 아프리카 세기의 도래를 알리는 화려한 ‘팡파르’이다. 유럽 대륙 진출의 생산 거점이자, 브릭스(BRIC·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어깨를 나란히 할 거대 소비시장,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실험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을 이번 남아공 월드컵 개막과 더불어 집중 조명해 보았다. <편집자 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 고유의 정취에 유럽의 풍요로움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국제도시이다. 아프리카라기보다는 유럽의 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잘 정돈된 고급 빌라, 그리고 다양한 별장은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이 나라의 프리토리아에서는 24시간 은행에 접속할 수 있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공항, 그리고 첨단 은행 시스템 등은 오히려 한국에 비해서 더 낫다는 평가다.

아 프리카 대륙이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남아공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지난 2000년 이후 연평균 5% 가깝게 성장하면서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을 비롯한 브릭스 국가들의 뒤를 이을 ‘신흥 시장’이자 ‘생산 거점’ 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대륙의 경제 규모(GDP 기준)는 세계 10위권(맥킨지). 지난 2008년 현재, 아프리카 대륙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 500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2002~2009년, 이 나라의 실질 국내 총생산 성장률은 5%에 육박하며 같은 기간 러시아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후천성 면역결핍증 창궐로 저주받은 땅 취급을 받던 아프리카의 화려한 부활이다.
그 선두주자는 이집트, 모로코, 남아공, 튀니지 등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이른바 ‘F4’국가들이다.


아프리카, ‘정정 불안’ 악순환 끊어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을 지닌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투자하기에 안전한 나라입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사유재산을 국유화하는 일 따위는 없으며, 시장 경제의 원칙을 중시합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떠날 수도 있습니다.”

스테파너스 스쿠만 전 대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도약하고 있는 배경으로 정치적 안정을 꼽는다.

아프리카의 선발 주자들이 국영 기업을 민영화하고, 법인세를 낮추는 등 투자 환경을 개선해 나가며 다가올 아프리카의 세기에 대비하는 원동력이다. 그 선두주자가 바로 나이지리아.

이 국가는 지난 1999~2006년, 국영 기업 116개의 정부 지분을 매각했다. 모로코와 이집트도 주요 무역 상대국들과 자유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무분별한 지출도 억제했다. 긴축 재정으로 인플레이션율도 1990년대 연간 22% 수준에서 2000년대 8%대로 줄였다.

이들은 또 항만과 다리를 비롯한 인프라, 교육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성장 잠재력 확충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지난 2003년 이후, 고공비행을 해온 국제 유가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군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한 것도 치솟는 유가로 국가 재정이 탄탄해진 덕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나이지리아·남아공을 비롯한 자원 부국들은 중국을 비롯한 시장의 큰 손들을 상대로 파격적인 조건으로 에너지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에너지 자원 보유국들을 향한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각국의 ‘러브콜’이 뜨거워지며 항만·도로·비행장 등 인프라를 헐값에 지어주는 기업들도 꼬리를 문다.

아프리카의 시장 환경이 개선되고,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유치도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주 요 국가들은 연평균 5%이상 고속 성장하면서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을 비롯한 브릭스 국가들의 뒤를 이을 유망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을 유럽연합(EU)처럼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상정할 경우 이 대륙의 경제 규모(GDP기준)는 세계 10위권에 달한다는 것이 맥킨지의 분석이다.



아프리카에서 성장 해법 찾다
시 장 공략의 선두 주자는 소비재, 정보통신 업체들. 아일랜드의 맥주업체 ‘기네스’는 자국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를 아프리카시장의 고속 성장으로 만회하고 있다. 유니레버, 네슬레 또한 아프리카를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아프리카는 소비 시장을 넘어 생산 거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로열티가 높으면서도, 임금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낮은 근로자나 고급 인력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

빅블루 IBM은 기업 고객들을 위한 콜센터를 수 년 전 이 나라의 수도인 요하네스버그에 만들었다.

괴짜 경영자로 널리 알려진 제프 베조스가 운영하는 아마존도 수 년 전 수도 케이프타운(Cape Town)에 소프트웨어 개발센터를 설립했다.

콜센터도 또 다른 유망 분야.
콜센터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인도와 달리, 이 분야에서 근무하는 인력의 로열티가 높은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아프리카행 열차에 몸을 싣고 있는 형국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을 겨냥한 아프리카 기업들의 맞춤형 서비스도 증가 추세라는 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머천트(Merchant)’ 는 자국 시장에 관심이 높은 미디어 기업이나 정보통신 업체들을 겨냥해 콜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innovaton)의 창구로도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다. 저소득층 공략 이론의 실험장이 바로 아프리카다.


괴 짜 경영자로 널리 알려진 제프 베조스가 운영하는 아마존도 수 년 전 수도 케이프타운(Cape Town)에 소프트웨어 개발센터를 설립했다. 콜센터도 또 다른 유망 분야. 콜센터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인도와 달리, 이 분야에서 근무하는 인력의 이직률이 매우 낮은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저소득층 겨냥한 비즈니스 모델 메카
피라미드 이론으로 대변되는 저소득층 시장 공략 모델로 주목을 받는 기업이 바로 짐바브웨의 ‘인스코(Innscor)’다.

지 난 1980년대 치킨 체인(Chicken inn) 사업으로 미국의 외식업체인 KFC를 자국에서 몰아낸 이 회사의 자회사(Bakers Inn)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매장 밖에는 아침부터 빵을 사려는 아프리카의 저소득층들이 긴 행렬을 이룬다.

자동차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응용한 이 회사의 공장에서는 하루에 빵 5만여 개가 생산된다.

하얀 유니폼을 착용한 채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좌우로 늘어선 이 회사 근로자들이 밀가루를 반죽한 뒤 효소를 넣고 만드는 빵은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갓 구운 빵을 저가에 판매하면서도, 빵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높였다.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는 인스코는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로도 유명하다.

달러 확보 차원에서 관광업에도 뛰어들었던 이 회사는 자국 정부의 규제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악어 사육 사업을 시작하는 등 서바이벌 대전에 나선다.

짐바브웨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악어 고기, 가죽 등을 판매하며 장비 수입 등에 소요되는 달러를 확보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지난 2006년,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율이 무려 500%에 달했다는 것.

남아공을 제외한 아프리카 100대 기업 중 11개가 잠바브웨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 대상이다.

아프리카의 최빈국 짐바브웨가 반짝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 기업들을 배출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한국기업, 시장 진출 ‘탐색전 수준’
오는 11일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은 아프리카 세기의 도래를 알리는 ‘제례’이다. 한국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도 꼬리를 문다.

최근 화장품 업체들도 현지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이오렐리가 남아공 현지에 숍을 오픈했으며, 소망화장품, 미샤 등도 현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노키아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프리카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해 문화인류학자들을 시장조사에 활용하며 미국·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후진타오, 원자바오를 비롯한 국가의 최고위 지도층들이 직접 나서 ‘에너지 확보, 자국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동반 추진하는 중국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정상들을 자국에 대거 초빙해 극진히 대우하는 등 꾸준히 이 지역에 공을 들여왔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량은 지난 2000년 100억 달러 수준에서 2006년 55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1970년대, 당시 자원 민족주의의 깃발을 높이든 중동 국가들의 원유 가격 인상으로 덩달아 돈방석에 앉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훗날 유가 급락의 후폭풍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두바이를 비롯한 일부 산유국들이 빚더미 위에 앉아 올 들어 금융시장을 뒤흔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아프리카가 잠재력이 풍부한 시장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이 낮고, 구매력이 높은 중산층의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5억 명에 달하는 근로 인구가 있다(맥킨지). 오는 2040년경, 이들은 10억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게 맥킨지의 분석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아프리카 시장 공략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집트, 모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니지를 비롯해 이 지역 선도국들이 정보통신, 금융을 비롯한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활발히 확대하고 있는 것도 주목을 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오는 2040년경, 전 세계 젊은이 5명 중 1명이 이 지역(아프리카) 출신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전체 근로자 수에서도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아프리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주문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를 비행기에 비유해 볼까요. 한동안 활주로에 멈춰 서 있었던 이 비행기가 이제는 대지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습니다.”(스테파너스 스쿠만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사).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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