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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세상 모든 투자의 정석은 가치 투자”

2010년 05월 18일 14시 36분조회수:513
내 수 일등 기업들 하반기 다시 기지개… 시장 주도하는 ‘증시 7공주’ 모두 처분해


벤자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는 그의 자본론이며, 오마하의 선인 ‘워런 버핏’은 이 남자의 멘토다. 이채원 한국 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가치 투자의 정석에 충실한 투자 고수다.

버핏 발 ‘올해의 편지’는 실전 투자의 ‘바이블’이며,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Intelligent Investment>는 투자의 보편원리를 다룬 ‘경서(經書)’다.

그의 수익률 목표는 ‘금리 플러스 알파’ 수준. ‘매크로(Macro)’는 가급적 잊고 싶다는 것이 이 부사장의 바람이다. “주가 지수를 몇 차례 예측한 적이 있는데, 되돌아보면 그 전망들이 대부분 빗나갔어요. 열 번 정도 예측을 하면 여덟 번은 틀리는 것 같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측한 미국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선망의 대상이다. 미국 경제의 조기 회복을 내다본 ‘바톤 빅스’도 그렇다. 이 부사장은 자신에게는 그런 재능이 없는 것 같다며 계면쩍은 웃음을 짓는다.

우직하게 재무제표나 현금 흐름을 분석하고, 내재가치에 비해 싼 종목을 추려 차익을 실현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느냐고 반문한다.

지난 12일 오후 3시 30분, 여의도에 있는 이 회사 사무실은 한산하다. 대부분 국내 기업 탐방이나, 해외 경쟁사들의 동향 파악에 나섰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한 자리에 모이기가 힘들다 보니 회의도 가급적 하지 않는 편이다. 그에게 기업 탐방은 옥석 구분의 첫 단추다.

투 자 열풍이 부는 대학 사회도 단골 방문 대상이다. “한 대학의 가치투자 발표 모임에 참석했는데, 사례 발표에 나선 대학생이 분석 기업의 내재 가치(underlying value)를 원 단위까지 제시하더라구요.” 이 학생의 분석 도구가 바로 ‘현금 흐름 할인(DCF. Discounted Cashflow)’ 기법.

젊은 가치 투자자들은 유행에 민감하다. 가치 투자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다. 이채원 부사장은 아쉬움도 피력한다. 투자 대상 기업은 ‘과거(안정가치)’ ‘현재(수익가치)’ ‘미래(성장가치)’를 골고루 헤아려야 비로소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화려함’보다 ‘우직함’을 추구하라는 조언이다. 현장을 발로 뛰는 임직원들의 굵은 땀방울만이 투자 성공의 지름길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접근’은 패배의 ‘보증수표’다.


안정·수익·성장 가치 골고루 헤아려야
1990년 2월, 세기의 대결이 펼쳐진 도쿄. 챔피언인 마이크 타이슨이 무명의 더글러스에게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허망하게 패한다.

타이슨은 챔피언이 된 후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었고, 도전자인 제임스 더글라스는 은퇴를 앞둔 퇴물 취급을 받고 있었다.

필리핀 복싱 영웅 ‘파퀴아오’도 데뷔 초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런 그가 오스카 델라 호야를 일방적으로 무너뜨린 것은 경천동지할 사건이었다. 물론 동시대의 최강자인 메이웨더와 일전을 앞두고 있는 파퀴아오가 앞으로도 승승장구할지는 미지수다.

호적수에게 패한 뒤 내리막길을 걷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왕년의 강자가 오늘도 잘하리라는 법이 없다. 현재 ‘선전’을 하는 기업이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채원 부사장의 이러한 통찰이 녹아 있는 가치 투자의 ‘정수(淨水)’가 안정·수익·성장 가치를 융합한 ‘섬 오브 파츠(sum of parts)’다. 워런 버핏의 창조적인 계승이다.
이러한 투자 철학의 옥동자가 바로 ‘10년 가치 투자 펀드’다.

주가수익배율이 10배 이하면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을 늘리고, 이미 많이 오른 테마주들은 비중을 줄이고 있다. 요즘 잘 나간다는 이른바 ‘증시 7공주’들은 단 한 주도 남기지 않고 모두 처분했다.

이 펀드의 환매 제한 기간은 무려 3년. “다들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했어요. 시장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데 이 정도 환매 제한을 용인할 투자자들이 과연 있겠냐는 것이 핵심이었죠”

그가 선호하는 종목들은 ‘코카콜라(음료)’나 ‘허쉬(초콜렛)’처럼 본업이 탄탄한 기업들이다. 본업을 거점으로 인접 영역을 활발히 파고드는 기업들은 금상첨화(錦上添花)다. ‘한 우물을 파라’는 버핏의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할까.

이 부사장의 답변은 확고했다. 월트디즈니가 가상사설망(MVNO) 시장에서 망신을 당하고도 버틸 수 있는 저력도 탄탄한 본업 덕분이다. 아동복 시장에서 참패한 맥도널드가 흔들리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주가 수익 배율이 10배 이하인 기업에 주목
이 부사장은 한 눈에 보기에도 흰 머리가 부쩍 늘었다. 지난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 위기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할퀴고 지나가며, 가치 투자 펀드에도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수난은 꼬리를 문다.

정부는 서민 경제 안정 차원에서 내수 시장 일등 기업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과징금 부과 등 압박의 수위를 전방위적으로 높였다. 이 부사장이 주로 투자하는 종목들이다. 투자자들도 가치주보다는 테마주에 주목했다.

그는 “살림살이가 궁핍할수록 환상에 매달리기 마련”이라고 진단한다. 금융 위기 이후, 대한민국의 주식시장은 ‘영화관’이었다. 지난 1929년 대공황의 공포에 사로잡힌 미국인들에게도 영화관은 현실을 잊는 도피처였다. 하지만 환상에서 깨어나면 공과금 걱정을 하는 것이 세상사다.

이 부사장이 가치주의 득세를 내다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알뜰 쇼핑에 나서는 실속파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위기 경보가 해소되면 내수 기업들의 수익성도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롯데제과, 대상그룹 등은 동시다발적 가격 인상에 나섰다.

그는 요즘 시가 총액 대비 수익창출 능력이 뛰어난 회사들에 주목한다. 테마주도 개의치 않는다. PER(주가수익배율)이 10배 이하면 편입 비중을 늘리고, 이미 많이 오른 테마주들은 비중을 줄이고 있다.

요즘 잘 나간다는 이른바 ‘증시 7공주’들은 한 주도 남기지 않고 처분했다.
용 대운의 <군림천하>는 그의 단골 피로 회복제다. 아직도 매년 한 권씩이 추가되는 20여 권 짜리 이 무협 소설을 그는 늘 첫 권부터 다시 읽는다. 특유의 보수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상의 모든 투자는 가치 투자”라는 그의 바람은 일본, 유럽, 미국의 가치주에 투자하는 글로벌 10년 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다. 오늘도 직원들을 해외에 보내고, IT 종목에만 투자하고도 버핏에 버금가는 수익을 올린 존 네프 등을 연구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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