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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의 김항주 UBS프린스 헤지 매니저


“돈에 대한 집착 버리고, 경험의 폭 넓혀라”

2010년 05월 11일 14시 36분조회수:0
미국 월가에 있는 헤지펀드사 ‘UBS프린스 헤지(Prince hedge)’의 김항주 매니저는 요즘 한국행을 준비 중이다. 5월 말 서울을 방문해 동문회에도 참석하고, 여의도 금융 시장의 기관투자자들도 만나볼 예정이다.

지 난 1994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뒤 종종 서울을 찾았지만, 이번 방문 길은 그로서도 감회가 남다르다.

요즘 대한민국의 기관투자자들은 국제 자금 시장의 ‘큰 손’으로 각광받고 있다. 모국을 바라보는 월스트리트의 시선에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블랙스톤, 맨 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헤지펀드들이 앞 다퉈 방문해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를 호소하고 있는 것. 김 매니저가 이번 방한 길에 오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금 유치가 주요 목적이다. 상전벽해의 변화다.

그가 유학길에 오르던 지난 1994년, 대한민국은 국제 금융 시장의 궁벽한 ‘변방’이었다.

문 민정부가 금융 시장의 빗장을 대거 푼 것도 금융시장 선진화 로드맵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불과 3년 후, 외환 위기의 후폭풍에 조흥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은 잇달아 무너져 내린다.

월가의 위세는 대단했다. 투자은행 출신인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중남미, 아시아 국가’들을 원격 통제하던 금융 자본주의의 전성기였다. 한국 정부도 경제 주권을 사실상 월가에 넘겨야 했다.

재작년 미국발 금융 위기는 이러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풍경화를 대폭 바꿔 놓았다.
김 매니저는 요즘 두 거인이 맞서고 있는 월스트리트의 삭막한 분위기를 실감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 개혁의 선봉장인 폴 볼커를 앞세워 상업·투자은행 기능의 분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재무부 장관 두 명을 배출한 골드만삭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김 매니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지인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파생상품 전문 트레이더다. 월가와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11년이 훌쩍 지났다.

월스트리트에 첫발을 내디딘 후 외환 전문 헤지펀드 QFS, 미국 최대 저축은행인 워싱턴 뮤추얼펀드 등을 두루 거친 그는 워싱턴 뮤추얼에서 모기지 채권을 기초로 한 파생금융 상품을 설계한 이 분야 전문가이다.

그는 이 파생상품의 파괴력을 당시만 해도 간파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금융 위기서 탐욕의 실체 절감해
“인간의 탐욕을 제어하지 못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태생적) 결함이 위기를 잉태했습니다. 자본주의는 누가 뭐래도 실패한 시스템입니다”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월스트리 트에서 잔뼈가 굵은 파생 금융상품 전문가의 답변치고는 학구적인 색채가 묻어난다.

월가에서 희로애락을 모두 맛본 김 매니저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수학한 그의 월스트리트 입문은 비교적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경제학자로 유명한 ‘샌포드 그로스먼(Sanford Grossman)’ 교수에게 외환 헤지펀드 QFS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은 것.

직원은 10명에 불과했지만, 3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는 이 회사는 그에게는 도약의 장이었다.

김 매니저는 샌포드 교수를 위시한 금융공학의 고수들과 같이 근무하면서 월가의 생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우연한 기회에 발을 들여놓은 월스트리트는 그가 뛰어노는 안마당이자, 값진 인생 경험을 알려준 배움의 장이었다.

냉 혹한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월가에서 그가 장수하고 있는 이면에는 ‘운’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트레이더로 활동한 지난 10년 간은 굵직한 사건들이 시장을 뒤흔든 격변의 시기였다.

그는 금융시장을 강타한 일련의 사건·사고를 보며 인간의 탐욕에 휘둘리는 시장의 본질을 깊숙이 깨달았다고 토로한다. 지난 2000년, 미국의 정보통신 버블의 붕괴가 깨달음의 발단이었다.

다 음 해에는 전대미문의 9·11 사태로 미국의 주식시장이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도 터졌다.

지난 2007년 모기지업체인 ‘컨츄리와이드(Countrywide)’의 파산은 1년 뒤 글로벌 금융 위기를 부른 신용 위기의 신호탄이었다.


“미 국에서는 이 시기를 전후해 대한민국 연간 예산의 20배 정도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3~4년 간 돌아다녔어요.”

김 매니저도 거품의 붕괴로 적지 않은 고통을 겪었다.
자신이 근무하던 워싱턴 뮤추얼도 부동산 거품 붕괴의 후폭풍을 비껴가지 못했다.

담보 대출 채권을 대거 사들인 뒤 여러 형태로 구조화해 기관투자가와 펀드매니저들에게 판매한 그도 사실 금융 위기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그래서일까. 월가의 생리를 잘 아는 김 매니저는 아직도 살얼음판을 건너듯 매사에 조심스럽다.

섣부른 낙관론도 경계한다. 재작년 이후 시장에 풀린 천문학적인 자금을 떠올려보면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

그리스발 금융쇼크에서 볼 수 있듯이, 글로벌 금융시장은 아직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하는 그는 요즘 고수익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5월 말 지인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는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배운 재테크의 노하우를 묻자 “돈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 고 답변했다.

세 계 경제 회복의 열쇠를 지닌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골드만삭스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은 물론, 미국에도 미래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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