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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전쟁 현장 뉴욕을 가다] 환경 경영 펼치는 IBM



◇경영과 환경은 하나… 통합적 사고가 야생노루 키웠다◇

빅 블루 IBM은 지난 1분기 이른바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발명왕 에디슨이 창업한 ‘제너럴일렉트릭(GE)’이 같은 기간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증시의 급락을 초래한 직후여서, 지난 1990년 초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은 바 있는 이 회사의 선전이 새삼 뜨거운 조명을 받았다. IBM의 ‘지속 가능 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14일, 뉴욕 소머스에 위치한 글로벌 기업 IBM 소프트웨어 부문의 그린경영 현장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 회사의 여성 전략가 ‘캐더린 프레이즈’ 부회장을 만나 온난화, 유가 급등을 비롯한 지구촌 위기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는 그녀의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지 난 14일 오전 10시 20분, 뉴욕 맨하탄 34번가의 기차역인 ‘그랜드 센트럴’. 광활한 미국 대륙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암트랙’(Amtrack)에 탑승했다. 그리고 30분 가량을 이동하니 ‘퍼디스(Purdys)’ 역이 나온다. 한적한 시골 역사로 뉴욕 중심가와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10여 분 가량을 차로 이동하니 탁 트인 평지에, 피라미드형 외형을 지닌 회사 건물이 기자를 반긴다. “이곳은 야생 동물들을 평소에도 쉽게 볼 수 있는 친환경 지역입니다. 노루는 물론, 야생 오리가 뛰어노는 곳이죠. 때로는 검은 야생 곰이 자동차 앞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중국계 미국인인 홍보 담당자 ‘마크 구안(Mark Guan)’이 너스레를 떤다. 건물 주변에는 동물들이 오고 갈 수 있는 도로는 물론, 서식지인 울창한 숲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겨울철 눈이 내리면 수북이 쌓이는 눈 속에 파묻혀 오도 가도 못하는 동물들을 꺼내주는 일이 종종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야생 동물 군락 지역인 ‘소머스(Somers)’에 입지한 이 글로벌 기업은 야생 상태의 유지를 전제로 주정부의 건물허가를 받았다고. 부인이 대여점에서 빌린 씨디를 두 번씩이나 볼 정도로 한국 드라마 대장금의 열혈 팬이라는 그는 일행을 IBM의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직원 30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는 이 회사의 건물은 중국인 디자이너의 작품. 이산화탄소배출량을 최소한으로 줄인 이른바 ‘그린 빌딩’이다. 식당으로 이동하는 복도 창밖으로 보이는 잔디밭에 야생 오리 한 마리가 건물 안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야생 오리는 냄새가 너무 지독한 게 흠입니다.” 부인이 역시 한국인이라는 홍보담당자 ‘제임스 슐스(James Sciales)’의 ‘조크’. 수년 전 한국에서 한 달 정도 파견 근무를 한 경험이 있다는 그는,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플러싱’에 자주가 숯불갈비를 즐기며, 한국어 강좌도 꾸준히 듣고 있다고 한다.

월마트, 맥도널드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지구 온난화 추세에 대응해 이산화탄소 절감 등 친 환경 경영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이날 방문한 IBM 소프트웨어 부문은, 입지부터 직원들과 야생 동물들이 공존하는 친환경 지역에 자리잡고 있었다.

통합적 사고로 ‘성장동력’ 확보

같은 날 오후 1시, IBM 소프트웨어 부문의 수장인 ‘캐더린 프레이즈(Catherine Frase )’ 부회장의 사무실. 홍보 담당자인 마크 구안(Marc Guan)보다 부회장의 집무실이 훨씬 비좁은 점이 인상적이다. IBM의 수장인 팔미사노 회장에게 직보를 하는 그녀는 ‘전략’을 담당하는 최고위급 인사이다.

팔미사노 회장이 있는 본사는 뉴욕 ‘아몽크(Armonk)’에 위치해 있다. “당신이 IBM그룹의 전략을 담당하는 ‘손자(중국의 병법가)’같은 인물”이냐는 질문에 “(자신은) 그룹 전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캐더린프레이즈 부회장은 격의가 없었고 허심탄회했다.

“(그녀는) 인사, 마케팅, 영업을 비롯한 특정 분야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룹의 전략이나 비전을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는 최고책임자”라는 것이 구안의 설명이다. 비좁아 보이는 사무실 책상 위에는 서류가 수북이 쌓여 있었으며, 책장에는 전략서들이 몇 권 꼽혀 있었다.

“유 가급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으로 기업 경영 환경의 불투명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IBM도 이번에 부실 채권으로 손실을 본 금융회사들이 주요 고객사이기도 합니다. 어떤 식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습니까”

지난 1분기 실적상승세가 꺾인 글로벌 기업 GE의 사례가 첫 질문의 방향을 정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후폭풍으로 금융권 고객사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모범답안이다. 에디슨이 창업한 제너럴일렉트릭(GE)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미국은 물론 아시아 증시가 급락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겪고 난 직후였다. 하지만 IBM은 이날 오후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해당하는 실적으로 지속적인 성장 역량을 입증했다.

이 글로벌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통합적인 시야에서 개별 부문을 조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루 거스너 전 회장이 강조한 ‘서비스’가 바로 이런 것이며, 현 회장인 팔미사노 또한 이러한 철학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서비스 부문 매출은 이미 하드웨어를 훌쩍 넘어섰다.

이른바 미래의 ‘캐쉬 카우’로 불리는 ‘클린 기술(clean technology)’ 분야 진출도 이러한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난 2006년 미국의 에너지성과 손을 잡고 진출한 ‘스마트 그리드(Smart-grid)’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실례이다.

일 반 가정의 에너지 절감 장비 개발이 주요 과제인데, 에너지 소비량을 ‘달러’로 표시하는 기능이 특징이다. 물론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 회사는 실시간 데이터를 추적하고,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장비,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 난 2007년 출범한 사업 단위인 ‘빅 그린 이노베이션(Big Green Innovation)’도 비슷한 사례다. ‘수퍼 컴퓨터’ 기술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을 괴롭히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월마트의 공급망(서플라이 체인 )운용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 저감 프로젝트를 돕고 있다. 같은 해 5월에는 10억 달러 짜리 친환경 프로젝트를 선보였는데, 데이터 센터의 디자인을 재구축해 전력 사용량을 최대 40% 절감하는 내용이다. 실리콘 웨이퍼 재생 관련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주 로 민간 기업들의 환경 관련 고충을 해결하는 서비스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IBM은 기차나, 버스, 고속도로, 항공기 운항 관련 정보를 탑승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실시간 정보를 통해 탑승자들의 정체구역 진입을 예방한다. 이산화탄소배출량을 큰 폭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일반 가정이나 농가의 물 소비를 최대 50% 이하로 줄이는 ‘물관리 기술’도 개발 중이다.

캐더린 부회장은 “이 회사의 연구조직이 허드슨 강에 센서를 설치하고, 물의 흐름과 강도 등이 이 강에 사는 어류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귀뜸하기도. IBM 전략 변화의 토양은 메가 트렌드의 변화이다.

미국 대선에서 후보들 간 그린 경쟁에 불이 붙고 월마트, 맥도널드, 쉘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이산화탄소저감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BM은 이른바 ‘그린 서비스’를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것. 시장 공략의 무기는 ‘통합’이다.

그룹 전체의 전략가들이 깃발을 치켜들면, 하드웨어, 컨설팅, 소프트웨어 사업 단위의 핵심 역량을 하나로 결합해 경쟁 우위를 창출한다. 같은 사안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업 부문과의 전략적 협조도 혁신의 핵심이다.

“테크니션들보다는 컨설팅 부문과 상시적으로 협력하는 편입니다. 소비자들의 눈에서 제품을 바라볼 줄 알기 때문입니다.” 컨설팅 부문은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부문이 어디로 가야할 지를 보여준다고. 캐더린 프레이즈 부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사가 지난 2004년 이후 인수 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독 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기업에 일부 지분투자하거나, 아예 사들여서 기업 성장의 수단은 물론, 문화가 서로 다른 기업의 이노베이션 역량을 조직에 전파하기 위한 것입니다.”

IBM그룹도 지난 2002년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를 인수해 서비스 역량을 대폭 강화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IBM은 경쟁우위를 담보할 글로벌 조직의 형태도 지역별로 가장 적합한 업무를 맡기는 이른바 ‘통합기업 (Globally Intergrated Enterprise)’의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

박재홍 이대교수는 “한국기업들은 기업 전체의 통합자적 시각에서 판단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디자인과 마케팅, 그리고 지속 가능 경영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하나로 아우르는 통합적인 사고가 경영자들에게 어느 때보다 요청된다”고 말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자원전 쟁의 시대 최적의 조직은

‘통합기업’ or ‘허브기업’ 논란 점화

“한국 의 정유회사에서 발생한 사고가 글로벌 시장의 디젤 수급상황을 뒤흔들어놓고 있습니다. 북경에서 펄렁이는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서는 폭풍을 일으키고, 다시 북경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BNP파리바 애널리스트인 토마스 벤츠가 칠레에 대한 에쓰오일의 디젤 공급 중단을 거론하며 던진 발언이다.

경영환경의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유가, 곡물가가 치솟고, 글로벌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BM 의 GIE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지역별로 가장 적합한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 특징. 마케팅, 판매, 회계 등을 모두 담당하는 다국적 기업 조직 형태를 지양한다. 중복 업무를 줄여 조직 운영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반면 예언자로 불리는 프라할라드 미시간 경영대 교수는 수평조직을 선호한다.

그는 20개의 국가가 세계 경제 활동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에 거점을 두고 시장을 파고드는 편이 시장 확대에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나 유럽기업의 전략가들은 개도국의 가치 창출 역량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신흥시장 맞춤형 조직을 구축하라고 조언한다.

이 른바 IBM의 통합 기업 모델은 신흥시장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고위험 시대에 리스크를 10여 개의 지역에 분산할 수 있는 이른바 게이트웨이-허브 모델이 이상적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SK,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해외 시장으로 활발하게 활동의 보폭을 넓혀가면서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문화, 형태에 부심하고 있다.

대 체에너지 비즈니스 모델의 부상, 유가 급등 등으로 경영 환경이 어느 때보다 불투명해지면서 달라진 환경에 가장 적합한 조직 형태를 둘러싼 논란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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