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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보고 ‘동티모르’를 가다] 동티모르서 뛰는 한국인-제이슨 리 로고스 리소시스 사장



●“브로커 취급하던 사람들이 이젠 민간외교관 추켜 세워”

                                                              
■“가스공사 담당자를 찾아가 동티모르의 가스 자원 얘기를 꺼내니 담당직원은 대뜸 브로커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동티모르 현지법인 직원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이 확정됐어요. 이 직원은 선거를 통해 정계에 발을 들여 놓은 후 지금은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중국이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퍼붓다 보니 민간 기업으로 대응해 나가는 데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해줬으면 합니다.”

                                                              
“세 계적인 휴양지 발리에 와서도 몸 한번 바닷물에 담글 여유조차 없었어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군요…” 제이슨 리(41) 로고스 리소시스 사장은 발리 인터콘티낸탈 호텔 앞을 흐르는 바닷물을 바라보며 아쉬움 섞인 한 마디를 ‘툭’뱉듯이 던졌다. 벌써 4년째다.

숨가쁘게 달려왔다. 가족이 있는 미국과 한국, 그리고 동티모르 3개 나라를 시계추처럼 오가며 사업성공에 ‘올인’을 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말들도 많았다. 얘기도 제대로 들어보지 않고 대뜸 사기꾼 취급을 하는 사람들의 의심 섞인 눈초리가 제이슨 사장을 더 힘들게 했다.

가슴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가스공사 담당자를 찾아가 동티모르의 가스 자원 얘기를 꺼내니 대뜸 브로커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그 직원은 이 나라가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신생 국가라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었습니다. 동티모르가 호주에 속한 섬이라고 잘못 알고 있더군요.”

자원개발의 첨병인 한국가스공사가 이 정도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사실 이름 한 번 들어보지 못한 회사에서 온 30대 남자가 가스전 참여 문제를 언급하니 뜨악한 표정을 짓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현지에 가서 장관을 만나게 해주겠다’, ‘한국 지경부 장관의 동티모르 방문을 주선했다’는 감언이설을 앞세워 기업인들의 등을 치는 브로커들은 지금도 적지 않다. ‘제이슨’이라는 이름에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가스공사가 국내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해상 가스전 개발에 나섰다. 오는 2012년 경부터 국내에 이 물량을 들여와 가스 수급에 여유있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설업체 CEO 중에는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들도 부쩍 늘어났다.

최근에는 우주엔지니어링 박경진 부사장, 동일 기술공사의 송기동 사장과 함께 동티모르로 날아갔다. 그리고 이 나라 항만청을 비롯한 담당 부서의 국장들을 상대로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을 알리는 가교역할을 톡톡해 해냈다. 동티모르 현지에서 ‘EPC(East Petroleum Corporation)’를 세우고 보르네오 섬 출신의 여직원도 채용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동티모르 현지에서 공사를 담당할 수 있는 시공사 설립도 준비 중이다. 수도인 딜리(Dili) 외곽의 리키사에 원유 저장 탱크 시설이 들어설 부지도 매입했다.

처음 출발할 당시를 다시 떠올려 보면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식의 변화인 셈이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승승장구를 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 전화 중계기 업체인 고구려 멀티미디어통신을 설립했다. 쓰라린 패배를 맛본 것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다. 지나치게 앞서간 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이다. 그는 자신이 말 그대로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하는 ‘백면서생(白面書生)’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은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배운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뼈아프게 배웠다. 인터넷 전화라는 아이디어는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었다.

24세에 일찌감치 백년가약을 올린 그는, 벌써 친구처럼 행동하는 14살짜리 아들이 있다. 고구려 멀티미디어통신에서 ‘토마스 계’ 현 회장과 만난 이후 오랜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도 행운이다.

동티모르에 뛰어들 게 된 데는 동반자인 ‘토마스 계’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로고스 리소시스와 동티모르 현지법인인 EPC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지경이다.

제이슨 사장은 요즘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고 있다 .‘업스트림(자원개발)’과 ‘다운스트림(유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포석. 에너지 비즈니스의 가치사슬을 철저히 분석한 결과이다. 원유 저장 설비를 짓기 위한 부지를 이미 확보한 데 이어, 복합 항만 공사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올인 원 비즈니스 모델 ‘구축中’

전략 연료 비축을 위한 연료 저장소, 해상광구 지원 사업인 복합항만사업, 무역·물류 사업이 이러한 전략을 지탱하는 세 축이다(박스기사 참조). 시공사 설립 절차에도 나섰다. 한국에서 증자를 통해 ‘실탄’도 확보했다.

저장 탱크부터 지으라는 전문가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 탱크 4개를 새로 만들어 연간 10만여 ㎘의 디젤과 가솔린을 판매할 예정이다. “딜리에 전기를 공급하는 코모로 발전소에 연료를 독점적으로 공급,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석유공급 및 가격안정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복잡 해 보이지만, 두 마리 토끼를 좇는 논리는 명확하다. 상품(석유)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유통망(저장탱크)도 운영해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겠다는 포석이다. 그리고 동티모르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에서도 우위에 서겠다는 복안이다.

해상에서 ‘천연가스’나 원유를 발굴해내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 상품을 정교한 마케팅과 결합시켜 내다팔 수 있는 유통망 확보는 더욱 시급하다.

“광 구 확보가 때로 신문 지상을 타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빛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많습니다. 천연 가스나 원유 자원을 확보해도 상품을 실어나를 파이프라인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월마트나 까르푸를 파고들지 못하는 제조업체는 무력하기만하다.

한 국 기업들은 분야별로 전문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다른 영역에 배타적이다.

동티모르 현지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그로서는 최적의 조합을 통해 이 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이른바 ‘대규모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역량은 이 회사의 가장 큰 강점 중의 하나다. 미국의 벡텔사도 자사의 비교우위를 대규모 프로젝트 관리로 꼽는다. 미국이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한 후 이라크 재건 사업을 이 업체에 맡긴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벡텔사가 이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는 미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정치권에도 꾸준히 공을 들여

“동 티모르 현지법인 직원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이 확정됐어요. 이 직원은 선거를 통해 정계에 발을 들여 놓은 후 지금은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정부 여당의 2인자 격입니다.” 제이슨 사장은 지금도 종종 그를 만난다.

한국과 동티모르 양국의 국교가 정상화되자 그는 한국 대사로 나가기를 희망했으나, 지역민들이 놓아주지 않아 이후 행보를 놓고 부심하고 있다고. 제이슨 사장은 동티모르 사람들이 참 순박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인간 관계에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은 여기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구스마오 총리도 대통령 시절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다. 유엔은 동티모르 국민들 사이에 영향력이 절대적인 그를 견제하기 위해 대통령과 총리 두 사람이 정국을 이끌어가는 이원 집정부제를 도입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정작 ‘실권’이 하나도 없었고, 총리가 모든 권한을 행사했다. “아마 실리만을 좇았다면 당시 구스마오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에게 접근하는 것이 적절했을 겁니다.” 하지만 권력을 쥔 반대편 지도자들은 부패에서 자유롭지 않았으며, 국민들보다 사익을 앞세웠다.

구 스마오는 지난해 선거에서 당을 깨고 야당을 결집해 집권에 성공한다. 그가 이 회사의 ‘토마스 계’ 회장을 공관으로 불러 세상 돌아가는 일을 허심탄회하게 물어보는 데는 이러한 사정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제이슨 사장의 중재로 동티코르를 방문한 박경진 우주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이 회사가 한국 정부가 담당해야 할 일을 동티모르에서 하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하고 있다”고 이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동티모르에서 활동하면서 아쉬움은 없을까.

“중국이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퍼붓다 보니 민간 기업으로 대응해 나가는 데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해줬으면 합니다.”

동 티모르 사태가 발발했을 때도 미국은 동티모르의 고유언어인 ‘태툼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들을 일제히 풀어서 현지 사정을 샅샅이 훑고 지나갔다는 것이 현지 직원의 전언이다. 강대국일수록 정보 전에 ‘사활’을 거는데, 한국은 동티모르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이기도 하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로고스 리소시스 동티모르 3대 사업●

▷퓨얼 터미널(Fuel Terminal) 사업

딜리 에서 20km 서편에 위치한 리키사(Liquisa). 로고스는 이곳에 3만여 평(11헥타르)의 부지를 확보했다.동티모르 석유유통 사업진출을 위한 선박접안시설을 갖춘 연료저장탱크(Fuel Terminal) 건설에 착수했다. 전략적 연료비축이 절실한 동티모르 정부의 요청에 의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시설이 완공될 경우, 수도 딜리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정부 코모로 발전소에 독점 공급, 모든 디젤수요를 충당할 예정이다.

▷복합항만(Supply Base)사업

동 티모르 해상광구는 석유탐사 계약자인 이탈리아 애니(ENI),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가 추진할 원유탐사 및 시추활동의 후방 지원 기지다. 항만시설, 플랫폼 작업장 그리고 기타 서비스시설을 갖추게 된다.

복합항만(Supply Base)은 석유탐사 및 생산(Exploration & Production)을 담당하는 기지로 연료, 물, 생필품, 각종 기자재 등 필요한 물품을 공급한다. 컨테이너 접안, 벌크선 접안, 항만시설을 포함해 플랫규모 작업장, 헬기착륙장 등과 같은 시설이 필요한 대규모 복합항만시설이다.

이 시설에는 다국적 석유개발업체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100여 개의 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동티모르 정부와 미화 1000만 달러와 사업부지를 출자했다. 50:50의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다.

▷항만 서비스,무역 및 물류사업

동티모르 정부조달 사업도 주목대상이다. 낙후된 물류사업에 진출, 단기간에 매출과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티모르 현지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물자조달에서 통관업무대행까지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동티모르 진출을 원하는 국내외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 서비스도 계획중이다.

물류사업은 동티모르 현지 외국인 기업 및 현지 호텔 등에서 필요로 한 각종 물자를 발주, 수입부터 통관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 대규모 주문을 통해 구매원가를 낮추고 적기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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