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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 출신 자산운용 전문가 김두용 대표

“시화공단서 가치투자 정수 배웠죠”

2010년 04월 20일 13시 36분조회수:567

“투자 대상 기업을 집요하게 파고들다 보니 경쟁사의 산업 스파이로 몰린 적도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김두용(31) 머스트 투자자문(Must Investment Advisory) 대표는 구수한 ‘된장 뚝배기’를 떠올리게 한다. 서울대 공과대 시절 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의 말투에서는 한 분야만 파고든 마니아의 풍모가 묻어난다.

가치 투자의 세계에는 왕도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남들보다 현장을 단 한 걸음이라도 더 뛰어다니며 투자 대상 기업의 정보를 캐내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내재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렴한 종목은 그래야 스스로를 드러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대표가 모집한 자금 규모는 300억 원. 최근 1년 수익률은 74.8%에 달한다.

지난 7년 6개월 간 평균 수익률이 38.6%. 김 대표는 서프라임 사태가 터진 재작년에도 수익률 1.9%를 유지했다.

이립(而立)의 나이를 갓 넘긴 그가 놀라운 성과를 내는 배경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가치 투자 철학을 빼놓을 수 없다.

김 대표에게는 고집스러움이 묻어난다. 증권사를 비롯한 판매 채널과의 제휴도 금기 사항이다. 고객들을 직접 만나봐야 투자 성향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김 대표는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상품도 받지 않는다.

고객의 계좌를 하나씩 직접 운용한다는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물론 랩어카운트의 불합리한 수수료 체계도 감안한 포석이다.

김 대표는 해외 출장길에 아내에게 줄 고가의 명품 가방을 구입했는데, 같은 상품이 국내에서 반값에 팔리면 고객의 로열티를 유지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서울대 공대 시절 투자의 세계에 입문한 김 대표는 늘 이런 식이다. 그의 복장이나 발언에서는 세련미를 엿보기가 힘들다.

개인 투자자들이 머리맡에 항상 두고 읽을 ‘추천 양서’를 묻자 기업체 ‘사보(社報)’를 꼽는다. 사보만큼 생생한 투자 정보가 넘치는 자료가 또 있느냐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분석한 투자 대상 기업의 수만 500여 개. 그는 “늘 발품을 팔고 다니는 데 투자 대가들이 쓴 책을 읽을 시간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투자자문사는 금융업이나 서비스업이 아니라 제조업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 바로 이런 깨달음이 부의 길로 가는 첫 단추다.

“서울대 공대나 경영대 출신이라고 해서 투자 회사인 골드만삭스만 지원하지 말고, 땀 냄새나는 중소기업 현장도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바로 중소기업에 투자 성공의 노하우가 있어요.”

김 대표의 이러한 가치 투자 철학의 이면에는 공단에서 일하던 대학 시절의 경험이 있다. 힘들지만 가장 보람 있는 시절이었다.


“서울대 공대나 경영대 출신이라고 해서 투자 회사인 골드만삭스만 지원하지 말고, 땀 냄새 나는 중소기업 현장도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바로 중소기업에 투자 성공의 노하우가 있어요. 투자자문업은 금융업이 아니라 제조업입니다.”


톱다운 방식 투자는 매력 없어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경기도 시화공단의 풍경은 지금도 정겹다. 시큼한 땀 냄새가 아직도 그의 코 끝을 감도는 듯하다.

김 대표가 병역 특례로 복무한 시화공단 공장의 근무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을 만난 것도 그 시절이었다. 한국에 온 사연도 대부분 절절했다.

공단 시절은 김 대표에게는 성장의 자양분이었다. 그는 당시 서울대 공대 출신이라는 ‘훈장’을 떼었다.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서울대를 자퇴했을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고백이다.

“공단 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알았어요. 항상 일등에 집착하는 인생을 살다보니 정작 소중한 것을 잃고 있다는 아쉬움이 커졌습니다.”

김 대표는 이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바람을 현실에 옮길 수단이 바로 가치투자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장인정신이 가치투자의 첫걸음이다. 김 대표가 ‘톱다운(Top-Down)’ 방식의 투자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거시 지표를 살핀 뒤 수혜 산업과 종목 등을 단계적으로 선별하는 톱다운 방식으로는 경쟁 상대를 압도하는 수익률을 내기가 힘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단기 투자도 배격한다. 김 대표는 6개월 후 결혼하는 딸의 결혼자금을 맡기고 싶다며 회사를 방문한 투자자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가치 투자의 기본 원칙을 모르는 이 잠재 고객을 돌려보냈다. 가치투자의 정석에 충실한 그는 브릭스 등 신흥 시장에 투자할 의향도 아직은 전혀 없다고 한다.

귀금속, 물, 농산물 등 대안 상품으로 투자의 범위를 넓혀갈 의사도 없다. 가치주가 차고 넘치는 국내 시장을 외면하고 굳이 잘 알지도 못하는 브라질에 눈을 돌릴 이유가 있냐는 것이 그의 반문이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는 가치 투자에 얽힌 오해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적이다.

“가치 투자는 결코 훌륭한 기업을 사는 행위가 아닙니다.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 주가가 싼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가치 투자의 정수입니다.”

그는 워렌 버핏이 포스코 주식을 구입한 것은 이 기업의 주가가 당시 내재 가치에 비해 저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 대표가 분석한 가치 투자의 요체는 저렴한 주식의 매입이다.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는 에이블씨엔씨, 국일제지, 진양산업, TJ미디어 등. 그는 물론 가치 투자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인정한다.

재무제표, 공시 등 관련 정보를 요모조모 헤아려서 주가가 내재 가치에 비해 저렴한 투자 대상을 발굴해도, 뜻하지 않은 변수가 불거질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김 대표가 현금 비중을 항상 10~30%이상 보유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건설 현장에서 삶의 활력 얻어
요즘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는 부자 고객들의 발길이 꼬리를 문다. 은행 금리나, 최근 증시 흐름을 떠올려보면 그들이 몰리는 배경을 가늠할 수 있다. 자금 운용 규모를 늘리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한 법인 고객은 운용자금을 3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늘렸다.

지난 2003년 이래 단 한 차례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적이 없는 것이 자랑거리다. 고객 계좌를 개별 관리하는 그는 손실을 기록 중인 고객도 아직 단 한 명도 없다고 덧붙였다.

요즘 조선시대의 금광 개발 열기를 조명한 <황금광 시대>를 탐독 중인 김 대표는 아이디어가 바닥을 드러낼 때면 늘 건설 현장으로 달려간다.

김 대표는 이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흘리는 땀방울의 의미를 가슴에 새긴다. 그러면 가슴 속에서 삶의 의지가 새록새록 솟아난다며 웃음을 짓는다.

대학 시절 이미 투자 고수로 이름을 날린 그는 가치 투자로 이미 먹고 살 만한 돈은 벌었다고 털어놓는다. ‘머스트(Must)’라는 브랜드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투자자가 되고 싶다는 그는 지금도 시화공단 시절을 소중하게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박영환 기자 bl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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