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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동락하던 日동문들 선거혁명 이끌어”

하토야마 총리 ‘幕後 해결사’ 윤성준 동아시아 고문

2009년 09월 28일 16시 42분

조슈·사쓰마번의 하급무사들이 천황과 연대해 에도막부를 전복한 일대 사건. 민주당의 8.30 선거 압승은 일본 역사의 물줄기를 돌린 ‘메이지 유신’에 흔히 비유된다.

자민당은 지난 2005년 우정민영화 이슈로 거둔 '대승'을 고스란히 헌납했고, 이 현대판 막부 정권의 ‘장기집권’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윤성준 하토야먀 총리 사무실 동아시아 고문은 한일 정치무대의 막후 해결사이다. 그는 메이지 유신의 재평가를 주문한다.

이 ‘왕정복고’로 국민 총동원 체제를 구축한 일본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군국주의'를 향해 폭주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윤성준 동북아 고문의 진단은 하토야마호의 첨예한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남북한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공존공영’은 하토야마 ‘우애론(Fraternity)’의 핵심이다.

혈혈단신으로 소련에 건너가 담판을 짓던 할아버지의 피는 60여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너머 그 손자(하토야마)에게도 면면히 흐른다.

재일 한국인의 참정권 부여에 전향적이며, 이웃나라들과의 ‘우애’를 강조하는 신정권의 등장은 격세지감을 실감케 한다.

한 국 정부가 하토야마호의 성공을 도와야 한다고 윤 고문이 강조하는 배경이다. 일본의 명문 ‘히토쓰바시’를 나와 한일 정치 무대의 막후(幕後) 해결사 역할을 해온 윤성준 고문은 일본에서 한반도를 향해 부는 거대한 바람의 실체를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히토쓰바시대학에서 한일학생회의를 창설하고, 초대위원장을 지냈다.




일본 정치권의 권력 교체를 절감하십니까. 민주당 의원들의 방한이 부쩍 늘어난 것 같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잇달아 곧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한일 관계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해 봅니다. 권력 교체를 절감하는 ‘때’라…글쎄요.(웃음)

‘간 나오토’ 부총리가 수장인 국가전략국은 정권 교체 후 가장 각광 받는 조직입니다. 총리 직속의 이 조직은 관료 위주의 행정구조 타파와 예산 낭비 척결을 밀고 나갈 임무를 맡고 있어요. 요즘 국가전략국에 배치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종종 받습니다.


하토야마 사무실 소속의 동아시아 담당 고문을 맡았어요. 총리가 뭐라고 하시던가요.
무엇을 해줬으면 좋겠느냐고 묻더군요. 동북아 고문을 말씀드렸습니다. 중국 유학을 다녀온 경험이 있거든요. 집주소를 물어보았는데, 얼마 후 친서를 보내왔습니다.

평소 일본인들이 잘 쓰지 않는 구체적인 표현도 눈에 띄고…그냥 의례적인 인사는 아니었어요. 편지가 감동적이었습니다. 하토야마 총리는 늘 그런 식입니다.


하토야마 총리는 언제 처음 만났습니까. 할아버지가 자민당을 창당한 거물급 정치인인데요.
지난 2005년 11월에 한일수교 40주년 행사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일본 극단인 ‘다카라즈카’가 서울에서 공연을 크게 했습니다.

자민당에서도 의원단이 오고, 민주당에서도 5명이 왔어요. (야당의) 얼굴 격인 ‘하토야마’ 간사장도 왔습니다. 당시 몇몇 의원이 이명박 시장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했습니다.


‘다카라즈카’라면 여자 배우들이 ‘남장’을 하고 나와, 뮤지컬을 공연하는 그 극단 말인가요.
‘남자는 도쿄대’로 보내고, ‘여자는 다카라즈카’로 보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유명한 극단입니다. 일본 문화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서양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각색해 공연하는데, ‘베르사유의 장미’가 대표적입니다. 이 극단 출신 현역 국회의원들만 10여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총리 부인이 바로 ‘다카라즈카’ 출신이지요.


하토야마 총리의 ‘첫 인상’은 어떤 편이었습니까. 여 배우와 결혼할 정도라면 자유분방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4년 이상 그를 알고 지냈습니다만,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걸 본적이 없습니다.

단 한 차례도 찡그리는 모습을 못 봤어요. 한번도 떠들썩하거나 그런 적이 없습니다. 회담이 성사되면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로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하토야마 총리가 다섯 차례 방한했는데, 매번 그림자처럼 동행했습니다. 그를 사로잡은 비결이 있나요.
사로잡았다기보다 제가 감동을 받은 거죠. 하토야마는 지난 2006년 동서대 강의 차 한국에 와 이수현 씨 묘소를 참배했어요.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한국인 청년 말입니다. 이 씨의 묘비가 부산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간 거죠. 이 대통령을 예방하러 갈 때도 국산 승합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 예방도 ‘막후 접촉’의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능력을 높이 산 건 아닙니까.
당시 이치무라 의원이 ‘전략적 한일의원 연맹’ 소속 의원들의 대통령 예방을 부탁했어요.

청 와대를 비롯한 요로에 알아보니 하토야마 간사장이 방한한다면 가능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죠. 이치무라 의원에게 바로 한국 정부의 의중을 전달했습니다. 처음 부탁이 올 때만 해도 야당의 간사장이어서 예방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대표가 되셨고 정권 교체 가능성도 높아져 갔죠.


야당 당수가 대통령을 독대하는 것은 외교상으로 드문 일이 아닙니까. 우여곡절도 많았다면서요.
일본 총선을 앞둔 5월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가 선거 자금 문제로 사퇴했어요. 한국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지 않았습니까.

서거 당일 오다치 민주당 의원이 전화를 걸어왔어요. 오전 8시30분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는 하토야마 대표의 방한에 문제가 없는지를 타진했습니다.


거물급 정치인들이 한번 회동하기가 그렇게 힘든 거군요. 일본은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일본은 ‘막후 정치’의 나라입니다. 흔히 ‘네마와시’라고 합니다. 물밑에서 다 합의가 되면 (당사자들은) 만나서 박수 치고 헤어지는 겁니다.


모리 전 총리가 김윤환 의원 사망 5주기에 보낸 화환도 ‘윤 고문의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모리 총리가 김윤환 의원에게 화환을 보낸 일은 당시에도 정가의 화제였습니다.

일 본의 대정치가가 사망한 지 5년이 지난 한국의 정치인을 위해서 ‘꽃’을 보냈는데, 국내 언론에 이 미담을 다룬 기사가 실리면서 알려지게 된 거죠. 당시 모리 총리가 이 기사를 보고 매우 좋아했어요. 저는 하토야마 총리를 만나기 전에 자민당 일도
도와드렸거든요.


손뼉도 서로 마주쳐야 박수가 나지 않습니까. 일본 정계에 탄탄한 인맥을 구축한 비결은 무엇인가요.
이 치무라 고우치로 국회의원과 히토쓰바시(동경상대) 시절 ‘웅변부’를 만들었어요. 대학 시절 술도 마시고 때로는 싸움도 하면서 사귄 일본인 친구들이 자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 많이 진출했어요. 한국에서 6명이 한달 가량 전국토를 순례한 적도 있습니다.

하토야마의 정책보좌관 출신인 82학번 오다치 참의원도 친한 친구입니다.


젊은 시절 의기투합한 일본인 친구들이 선거혁명에 공헌했어요. 일본 국민들이 왜 하토야마를 선택했다고 봅니까.
일본 근로자 상당수가 파견 근무자입니다. 젊은이들도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그들은 꿈이 없습니다. 계층 간 이동도 막혀 있어요.

전쟁이 일어나면 좋겠다는 이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자민당은 국민에게 삶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민주당이 일본 사회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요. 수권 능력에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민주당 정권이 등장해도 ‘잠정 정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었죠. 수권 정당의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런 표현을 안 합니다. 자민당이 150석 아래면 영원히 야당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120석도 채 되지 않습니다. 민주당만 308석입니다.


‘아베’나 ‘아소타로’ 전 총리도 집권 초 상당한 기대를 모았습니다만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나카소네는 고이즈미 때 이미 (자민당의)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진단했어요. 문예춘추 내용의 일부입니다.

그들은 유효기간이 지난 자민당의 수명을 인공호흡기로 연장한 정권이었어요. 고이즈미는 우정민영화의 깃발을 들고 등장했지요. 자민당을 깨부셔서 개혁하겠다고 했지만 빈부 격차만 더 커지고 말았습니다.


나카소네가 그런 얘기를 했다니 놀라울 뿐이네요. 대처, 레이건과 삼각동맹을 형성한 보수세력의 원조 격이 아닌가요.
정치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여야를 떠나 정말 대단합니다. 나카소네 전 총리도 그렇겠지요.

패전의 아픔을 딛고 일본을 세계 최고 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주역이 바로 일본 국민들입니다. 그들이 희망을 잃고 표류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자민당 정치인들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겠군요. 관료들은 늘 개혁의 걸림돌이 아니었습니까.
민주당 각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단히 학구적인 분들이 많습니다. 자민당 정책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조목조목 지적해온 전문가들이 장관이나 차관 및 정무관을 맡았어요. 정치인들이 관료조직을 대거 장악했습니다.

통합·조율 기능도 대폭 강화해 나갈 겁니다. 의사결정은 사무차관 회의에서 이뤄졌는데, 이제는 정치가들의 몫 입니다. 관료들이 써준 내용만 읽는 대독 장관, 부장관은 더 이상 없을 겁니다.


중소기업 법인세를 큰 폭으로 줄이면서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없애고, 보육비를 늘리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포퓰리즘’이 아닌가요.
그 부분은 정말 대단한 오해입니다.

일본의 한 해 예산이 207조엔 정도입니다. 고속도로 무료 통행을 비롯해 민주당 공약을 다 포함시켜도 지출 규모는 연 16조8000억엔 정도면 가능합니다. 당장 시급한 예산부터 집행해 나갈 겁니다.

불요불급한 공공 지출을 줄여나가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요. 초기지만 거의 전쟁을 치르듯 하고 있어요.


공공 지출을 대폭 줄인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텐데요. 더욱이 지금은 경제위기 국면이 아닙니까.
‘군마현’은 최근까지 수상을 지낸 후쿠다 부자를 비롯해 나카소네 야스히로, 오부치까지 자민당 거물 정치인들이 지배해온 강력한 지역구입니다.

(자민당 정부는) 지금까지 이 지역에 '얀바댐'을 건설하며 엄청난 돈을 투입해 왔습니다. 민주당은 댐 건설을 중지시켰습니다. 거의 70% 정도가 완성됐지만 중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토야마 집권이 한반도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대북한 수교에서 위기 돌파의 동력을 찾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아베 전 총리는 북한 제제를 옹호했습니다.

그게 외교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외교는 가치관이 다른 나라와 대화를 나누는 행위라는 게 하토야마의 기본 철학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 입장을 중시하시는 듯 합니다.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큰 틀 안에서 복합적인 것을 풀어나갈 것으로 봅니다.


‘우애론’의 연장선상인가요.
하토야마는 일본의 시사월간지인 지 9월호에 기고한 ‘나의 정치철학’에서 자신의 지향점을 분명히 했어요.

자유와 평등이 중요한 가치이지만 원리주의에 빠지면 참화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둘 사이의 균형을 도모하는 이념이 바로 우애라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외교정책도 이런 철학이 밑바탕입니다.


원리주의에 빠지면 참화로 이어진다는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하토야마 총리가 최근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비서가 죽은 사람 명의로 헌금을 한 게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만, 세법 위반은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토야마 총리가 취임 3시간 만에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다는 점입니다. 하토야마는 소통을 늘 중시하는 정치인입니다.


오자와가 북한을 곧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듭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될까요.
한국민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일본인들은 납북자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봅니다. 피부에 와닿기로는 핵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 한이 송환한)일본인 납북자의 유골이 DNA 감식결과 가짜로 밝혀졌을 때 그 박탈감이 얼마나 컸는지 잘 모를 겁니다. 오자와의 평양 방문도 여러 시나리오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는 상황이거든요. 결국 미국, 한국과의 공조속에서 북일 대화가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이 명박 정부는 하토야마호의 본질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가 가급적 독도나 신사참배 문제를 이슈화하지 않기 바랍니다. 일본 정치권에는 안보파, 개헌파 등 강경파들이 꽤 있습니다. 자칫 이들의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북일 수교 이후 일 건설업체들이 대거 평양에 진출해 시장 선점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요.
새로운 얘기는 아닙니다.


미일 양측이 대북관계 정상화의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소외될 가능성은 없습니까.
일본은 ‘네마와시’를 중시합니다. 그게 일본 정치입니다. 일본이 한국 정부를 따돌리고, 북한과 수교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토야마 총리는 늘 우애의 정신을 역설해 왔습니다. 오자와 이치로가 150~160석에 달하는 그룹이 있어도 당분간 하토야마 총리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본에서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한반도를 향해 불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독도나 신사참배 문제 등 민감한 문제를 가급적 건드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일본 정치권에는 안보파, 개헌파 등 강경파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정계 개편에 성공하면 자칫 일본이 국가주의로 다시 치달을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하토야마호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해요.

좌파 정권으로 규정한 것부터 그렇습니다. 민주당 정권을 길게 봐야 합니다. 물론 자민당도 지켜봐야 합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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