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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내의 화려한 아케이드는 시인 보들레르를 만들었다. 파리의 화려한 색채와, 훗날 백화점으로 진화하는 도심의 상가인 ‘아케이드’의 풍경은 시인의 감수성을 일찌감치 결정했다.

central arcade
central arcade by campru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도시 하층민들의 비참한 삶의 현실은 화려한 도시 생활에 충실하던 이 젊은 시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인류 최초 ‘모던 보이’의 등장이자, ‘광장’보다 ‘밀실’을 선호하는 도심형 인간형의 출현이다.


#총독부 기사 이상은 ‘경성(서울)’의 모던 보이였다. 현란한 빛과 소리, 웃음이 뒤섞인 경성의 밤거리는 ‘무한 자유’의 무대였다.

일본의 식민 지배 현실은 그의 관심권 밖이었다. 건강 악화로 시골 성천에서 요양을 하면서도 늘 경성의 미쓰코시백화점과 카페를 떠올렸다. 경성의 소비문화의 세례를 받은 모던 보이 ‘이상’은 늘 제국의 중심지인 ‘동경행’을 꿈꾸었다.

Potential Shopping Queen?
Potential Shopping Queen? by Cougar-Studio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Profile / 하지현(43)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대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통쾌한 비즈니스 심리학》, 《당신의 속마음》, 《도시 심리학》을 발표한 베스트 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정신분석학회 편집이사이자 기획이사로 활동하고 있다.Profile / 하지현(43)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대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통쾌한 비즈니스 심리학》, 《당신의 속마음》, 《도시 심리학》을 발표한 베스트 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정신분석학회 편집이사이자 기획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도시는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다시 도시를 만든다. 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는 경제 현상 이면의 진실을 심리학의 프레임으로 분석하는 ‘스토리 텔러’이다.

히트상품·서비스의 이면에 감추어진 소비의 역사성에 주목한다. 심리학은 물론 사회학, 역사학의 경계를 질주한다.

혼마치(명동)에 있던 미쓰코시백화점은 시인 ‘이상’이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발산하는 욕망의 해방구였다.

하 교수는 미쓰코시에서 스타벅스가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배경을 읽어낸다.

커피 한잔을 마셔도 자신만의 ‘미각(味覺)’에 충실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 스타벅스는 현대의 ‘미쓰코시’다.

“스 타벅스에서는 주문에만 길게는 몇 분이 걸리지 않습니까. ‘아이스 화이트 초콜릿 모카’, ‘그란데’, ‘모카 푸라푸치노’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상품이 있는 데다, 다시 기호에 따라 휘핑크림을 얹어 자신의 입맛에 꼭 맞는 맞춤 커피를 제작할 수 있어요 .”

Starbucks coffee - Starbucks coffee...
Starbucks coffee - Starbucks coffee... by Man in a bowler hat (Epzibah)...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다방커피의 진화다.

하 교수는 히트상품에는 이러한 원리가 고스란히 작동한다고 진단한다. ‘남과 다른 나’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의 분출이다. 다방, 카페, 그리고 미쓰코시백화점을 예찬하던 ‘모던보이’ 이상은 세월의 간극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 는 글로벌 소비자들의 정체성을 엿보는 열쇠이다. 미국의 아메리칸 돌스(American dolls)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형을 꾸미고 싶은 소녀 고객들의 바람을 파고들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이 브랜드의 매장을 방문한 소녀들은 인형에게 옷을 사입히고, 헤어스타일도 바꿔준다.

Family's picture
Family's picture by MiriamBJDoll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영국의 ‘헤어스타일 닷컴(www.hairstyler.com)’도 머리모양이 늘 못마땅한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이 사이트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사진을 인터넷에 직접 올린 뒤 인기 연예인들의 머리 모양을 돌아가며 적용해 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헤어스타일을 프린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사이트와 제휴를 맺은 미용실에 프린트를 제출해 입맛대로 머리를 손질할 수 있는 종합솔루션을 제공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스타벅스가 매장이 급증하면서 위기를 맞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급격한 표준화는 이 브랜드의 비교우위를 허물었다. 휴대폰 영상통화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던 보이’들은 간섭받는 것을 견디지 못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 또한 매우 강하다. 하 교수는 정신과 상담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엿본다.

그는 군대생활을 견디지 못해 탈이 난 젊은 환자들의 실례를 든다. “고참들이 얼마나 괴롭혔으면 탈이 났을까 다들 동병상련의 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요즘 신병들은 구타나 폭언이 아니라, 단순한 집단생활을 견뎌내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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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rt by movimente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고, 취침을 해야 하는 군 생활이 그들에게는 트라우마인 셈이다. 실연의 상처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버리는 나약한 20대들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촛불집회도 젊은 세대의 달라진 정신 세계를 엿보는 창이다.


괴물을 만든 봉준호 감독이 만약 영화 <해운대>를 만들었다면 아마 일본의 핵실험으로 해일이 부산을 덮쳤다는 식으로 그리지 않았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이 영화는 분명 백전 백패하고 말았을 겁니다.


“개인의 경제적 선택조차 심리학의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이 요즘 소비자들이거든요. 촛불집회가 정치 투쟁으로 변질되자 그들은 전선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거죠.” 시민단체들은 기업으로 치면 소비자들을 전혀 알지 못하는 마케터였던 셈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복잡한 사회 ‘이론’ 따위에는 시큰둥하다. 재미도 필요조건일 뿐이다. 《넛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도 투자, 연금 등 실생활에 밀접한 문제에 대한 진단과 더불어 솔루션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하 교수의 분석이다. 하 교수는 <해운대> 성공의 이면에도 주목한다.


by bradburyjaso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괴물을 만든 봉준호 감독이 만약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아마 일본의 핵실험으로 해일이 부산을 덮쳤다는 식으로 그리지 않았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이 영화는 분명 백전백패하고 말았을 겁니다.”

운동권이면서도 개그맨인 이수근을 좋아할 수 있는 이들이 요즘 신세대들이다.
스토리가 마케팅 수단으로 부상하는 것도 바로 이지점이다.

일본에서 인기를 모은 광고의 한 장면을 보자. 연인에게 버림받은 젊은 여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실연의 아픔을 딛고 화장을 하는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가 조용히 응시한다.

마지막 장면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립스틱’. 브랜드 이름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따위는 안중에 없다.

The UnValentine :
The UnValentine : "Think of a day that describes Valentine's day and rhymes with cupid." by Jesse Drape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스토리는 소비자들을 제품이나 서비스에 묶어두는 공감의 증폭장치이다. 도시나 국가 브랜딩에서도 스토리 마케팅이 맹위를 떨치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보들레르·이상에 소비자 파악 열쇠
태양조차 가릴 정도로 화려한 ‘아케이드’ 상가에 반한 프랑스의 ‘보들레르’는 자신의 심미적 취향을 중시하던 ‘개인주의자’였다. 그러면서도 생계를 잇기 위해 자신의 원고를 사줄 출판사를 찾아야 하던 ‘근로자’였다.

하 교수는 도시라는 공간적 환경변수에서 자유로운 이들은 없다고 진단한다.
기생 ‘금홍이’와 성천에서 유희를 즐기던 이상은 총독부에서 기사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스타벅스’를 선호하면서도 봉지커피 또한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현실의 이면에는 이러한 삶의 조건들이 있다.

Spitalfields part VI
Spitalfields part VI by wili_hybrid 저작자 표시



대한민국의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또 다른 보들레르, 이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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