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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로 마케팅을 말하다-신상원 아모레퍼시픽 컨설턴트

2009년 08월 24일 17시 24분조회수:182
“지미추가 오바마 사로잡은 이유
종교학자 엘리아데에 물어보세요”



굽이 높은 명품 숙녀화 한 켤레가 화려한 조명 속에서 요염한 자태를 드러낸다. 한 켤레에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는 숙녀화 브랜드인 ‘지미추’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을 사로잡았다.

jimmy choo shoe sketch
jimmy choo shoe sketch by KyleF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유명 연예인들을 비롯한 명사들이 이 컬트 브랜드의 추종자들이다. 할리 데이비슨을 무색하게 할 정도이다. ‘지미추’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눈길에서는 황홀함이 읽힌다.

신상원 아모레퍼시픽 컨설턴트는 명품을 바라보는 여성 소비자들의 눈길과 표정에서 하얀 손수건을 머리에 쓰고 예배를 올리는 크리스챤을 떠올린다.

St Bridget's church
St Bridget's church by mudpig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매장 조명은 교회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햇빛에 비유할 수 있다. 고급 진열대는 성스러운 창, 십자가 등 교회의 상징격이다.

‘종교’와 ‘명품’은 어쩌면 쌍생아 인지도 모른다. 신상원 컨설턴트가 ‘미르체아 엘리아데’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미르체아 엘리아데’는 루마니아가 배출한 세계적인 사상가로 종교의 본질을 깊숙이 탐구한 인문학자이다.

Red Oracles in Trance !
Red Oracles in Trance ! by Anoop Negi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지난 1945년 《성과 속》을 발표한 ‘엘리아데’보다 ‘명품’이 각광 받는 이면의 진실을 더 정교하게 파고든 전문가는 없다고 신 컨설턴트는 단언한다.

발터 벤야민의 ‘미학자의 아우라’도 명품 이해의 지름길이다. 그는 종교학과 경영학의 행복한 만남을 시도한다.

서울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인 그는 그리이스·로마신화,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동서양 사람들의 의식세계를 지배하는 무의식을 엿본다.

Papa Freud, conflicted, with cigar
Papa Freud, conflicted, with cigar by Carla216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신 컨설턴트는 신데렐라 신화의 서사구조가 인류 보편의 사고를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그의 컨설팅은 이런 식이다.

신 화의 상징체계로 무의식을 유추해내고, 또 이러한 방법론을 기업문화 분석에도 적용한다. 마케팅 부문에서 요즘 ‘스토리텔링’이 각광 받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막장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양면성을 성공적으로 파고든 히트상품이다.

신화의 서사구조를 면밀히 분석하면 소비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코드가 보인다. 노키아도 아프리카를 비롯한 신흥시장 소비자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문화인류학자들을 활용한다.

Ruff N' Stuff
Ruff N' Stuff by Shavar Ros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이들은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소비자 니즈를 분석한 노키아 돌풍의 일등 공신이다. 지난 2003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한 그는 기업문화팀 소속이지만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별동대’이다.

서울대 운동권에서 활동하던 그는 인문학으로 한 사회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고백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사회의 작동 방식을 정교하게 진단하고, 변화의 원리를 제시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변화의 주요 동력은 민간 기업이다. 발상의 전환이다. “시민사회와 더불어 사는 기업, 환경과 공존하는 기업은 변화의 전령사입니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사회를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원군입니다.”


기업에도 임직원들을 규율하는 집단 무의식이 있다. 하지만 무의식의 세계를 엿보는 일에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프로이트는 꿈으로 무의식을 파악했다. 그리고 개인의 의식세계를 여러 층위로 쪼개 사고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기업문화를 분석하는 데도 비슷한 ‘프로세스’를 적용한다는 것이 신 컨설턴트의 설명이다.


현장에서 고객들을 직접 만나는 직원들은 지쳐 있었고, 상당수가 이 직업이 천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신 연구원이 제시한 처방전이 바로 요정을 뜻하는 ‘아리엘’이었다. 현장 판매 직원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토테미즘적 장치였다.



아모레 ‘아리따움’에 토테미즘 접목
토요타자동차 임직원들은 헌신적이다. 퇴근길에 술잔을 기울이면서도 공정 개선방식을 논의하는 지식근로자들이 바로 이 회사의 자산이다.

nummi28 NUMMI Assembly Plant Tour, Fremont CA 2000
nummi28 NUMMI Assembly Plant Tour, Fremont CA 2000 by CanadaGood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경영진은 늘 높은 목표치를 제시하며, 각종 교육 프로그램으로 근로자들의 의식화를 유도한다. 그들은 개미처럼 일하면서도 행복하다.

토 요타 성공의 이면에는 막부시대 이래 상명하복식 문화에 익숙해진 일본인들이 있다. 하지만 불만에 가득 찬 근로자들이 ‘가이젠(改善)’의 기치를 들고 ‘업무 프로세스’를 닦고 조일 수 있을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유도해내는 기업문화는 토요타자동차 성장의 초석이다.


토요타 경영진은 일본 전통문화위에 자사 고유의 특성을 더해 세계 최고의 전사들을 만들어냈다. 반면 삼성이나 GE는 제국주의적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신 컨설턴트는 토요타에서 프랑스의 유명 사회학자 알튀세의 잔영을 읽는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 사회학자는 학교, 교회 등 이데올로기 도구에 주목했다. 이 이데올로기 도구들은 한 사회 구성원들을 ‘호명’하며 정체성을 부여하는 의식화 시스템이다.

토요타자동차는 세미나, 교육 등으로 자사 임직원들의 의식화를 유도한다. 토요타의 교육 조직들은 한 국가의 학교, 군대 등에 비유할 수 있다.

Conquerors
Conquerors by Gabo Morales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신 컨설턴트는 알튀세의 이론에 기업문화 구축의 실천적인 방법이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아리따움’에 이러한 사회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고 귀띔한다.

아리따움은 이 회사가 자체 구축한 화장품 유통망이다. “아리따움은 작년에 첫 출범한 화장품 프랜차이즈입니다.

그 전에는 소매점에 물건을 공급했는데, 직접 매장을 운영하며 물건을 팔기 시작했으니 비즈니스 모델의 급진적인 변화이지요.”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변해도 임직원들의 정체성과 문화는 과거에 머무르며 불협화음을 낼 수있다.

회사 측은 신 컨설턴트에게 매장직원 분석을 의뢰했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현장에서 고객들을 직접 만나는 직원들은 지쳐 있었고, 상당수가 이 직업이 천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신 컨설턴트가 제시한 처방전이 바로 요정을 뜻하는 ‘아리엘’이었다. 현장 판매 직원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토테미즘적 장치였다.

Summer totem
Summer totem by cuellar 저작자 표시비영리



그리고 1년여가 지났다. 아리따움 판매 직원들은 일하면서 감동의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고백했다. 이 회사에서 비전을 찾는 데 성공했다고도 털어놓았다. 신 컨설턴트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진단한다.

“저도 그런 얘기를 들으면 감동을 받습니다. 직원들의 달라진 태도를 보면서 ‘아, 내가 정말 일을 잘하고 있구나’ 하는 보람을 느꼈어요.”

프랑스에는 인류학, 종교학을 기업 경영에 접목한 ‘ACG’라는 회사가 있다.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퇴사를 유도하는 솔루션 제작이 주특기이다.

그는 쌍용차도 평소 이 솔루션을 적용했다면 노사 간 극렬한 대립·투쟁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 컨설턴트가 분석한 한국의 대표 기업문화는 어떤 유형일까. 삼성은 고도로 개방된 제국주의형 문화이다. 반면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 등은 뜻밖에도 ‘학자형’ 문화가 지배적이다.

그는 공무원 사회를 떠올려 보라고 주문한다. 응집력과 애사심이 있지만 개방성이 떨어지고 집단의 유지만을 염두에 둔다.

The Scholar
The Scholar by Renée Ann Wirick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기업가형에서 교류의 정도가 떨어지면 이러한 학자형으로 서서히 옮겨간다는 것이 신 컨설턴트의 진단이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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