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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 GE코리아 사장, 금융위기 이후 GE를 말하다

“밀라노 상인의 광장경영 배우겠다”

2009년 06월 23일 10시 05분조회수:237
발명왕 에디슨이 창업한 미 GE는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에서 한 번도 탈락하지 않은 유일한 기업이다.

덩지 큰 복합기업이면서도 벤처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민첩함이 비교우위의 한축이다. 메가 트렌드를 읽고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는 노하우도 발군이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는 이 거인의 명성을 뒤흔들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소매금융사업의 발목을 잡으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채권 등급이 하락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그로부터 10개월. 이 글로벌기업은 다시 한번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GE식 경영의 대명사로 불린 ‘소통 방식’을 되돌아 봄은 물론 포트폴리오를 닦고 조이며 ‘비상(飛上)’의 채비를 마쳤다. 황수 GE코리아 사장을 지난 9일 연세대에서 만났다.


Q GE를 흔히 ‘대기업이지만 구멍가게 같은 회사’라고들 합니다. 덩지가 크면서도 효율성이 높다는 뜻인가요.
한국 기업들은 보통 비서 한 명이 사장 한 명을 보좌합니다. 미 GE는 사장실 비서 한 명이 사장을 포함한 임원 8명의 업무를 처리합니다.

카이로의 구멍가게
카이로의 구멍가게 by 아기곰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지난 2001년, (제가) 두 눈으로 직접 본 상황입니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의 진수였던 셈이죠.(웃음)


Q 다들 시간 관리의 고수들인가 봅니다. 이멜트 회장도 바쁜 와중에 신문·잡지 25종을 본다고 들었습니다.
이멜트 회장은 프록터앤갬블(P&G)을 거쳐 GE에 합류한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회사가) 지난 2003년 이후 매년 (GDP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성장을 해온 것도 이러한 노력 덕분이겠죠.

Al Gore, Jeff Immelt, and Tom Friedman 0276
Al Gore, Jeff Immelt, and Tom Friedman 0276 by World Resources Institute Staff 저작자 표시



(이멜트 회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할 당시에도 호텔방에 ‘스테퍼’와 ‘런닝머신’을 설치한 뒤, 운동을 하며 신문을 읽었다는 후문이다.)


Q 하지만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초우량 기업이라는 명성에 흠이 갔습니다. 주가가 급락하고 채권등급이 하락하지 않았습니까.
한동안 지인들을 만나면 회사(GE) 주식을 사라고 권했습니다. 그룹의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졌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26 Ben Franklins
26 Ben Franklins by toastiest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현재는 주당 13달러 수준으로 올랐습니다만, 한때는 불과 6달러밖에 안 됐습니다. 당시 주식을 샀던 사람들은 돈을 벌었을 것입니다.


Q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파를 조기수습하는 데 성공했다는 말씀인가요. 미 언론의 평가는 다른 것 같습니다.
미 언론의 보도 내용은 사실 부정확한 대목이 많습니다. 오래된 데이터를 근거로 기사를 작성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일부 언론은 GE가 장난을 친 게 아니냐는 의혹(분식)까지 제기했어요. 이멜트 회장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재무제표를 검증하도록 해 이러한 의혹을 씻어냈죠.

Jurne, Enron
Jurne, Enron by Heart of Oak 저작자 표시




Q 월드컴이나 엔론 사태의 학습 효과 탓이 아니겠습니까.
기업의 덩지가 커질수록 고속성장을 유지하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이멜트 회장은 부임 직후 9·11사태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괄목상대의 실적을 올려왔어요.


Q 문제의 근본 원인은 모기지 부문의 엄청난 손실 탓이 아닌가요. 왜 조기에 철수하지 못했습니까.
꼼꼼하게 위험 요인을 주시해 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조짐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GE파이낸스가 활동하는) 금융업 자체에 거품이 잔뜩 끼어 있었는데, 그걸 알지 못했던 겁니다.


Q 위기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GE의 장기가 아니었습니까. 이번에는 위기에 휩쓸려버렸습니다.
(사 내에서도) 위기론자들은 있었습니다. 문제는 소수의견으로 치부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흘려버린 것입니다. 저만 해도 2007년에 싱가포르에서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당시에 세계 경제 위기론을 경고했습니다.

SEPPUKU SAM, THE WILD MAN OF OLD JAPAN -- or, How to KILL YOURSELF (After Losing a Game of Tic-Tac-Toe) 切腹
SEPPUKU SAM, THE WILD MAN OF OLD JAPAN -- or, How to KILL YOURSELF (After Losing a Game of Tic-Tac-Toe) 切腹 by Okinawa Soba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하지만 (저도) 이러한 경고를 귓등으로 흘려보냈습니다. 논리를 풀어가는 방식이 매우 흥미롭기는 했지만, 주류의 견해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Q 타운홀 미팅이나 워크아웃으로 유명한 글로벌기업에서 이러한 병목현상이 빚어진 배경은 무엇인가요.
경영진들이 모여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근본 원인을 심도 있게 논의했습니다.

Tehran Flickies Gathering, All of Us
Tehran Flickies Gathering, All of Us by Hamed Saber 저작자 표시



(회사의) 의견 수렴방식이 아직도 (집단지성으로 대변되는) 시대 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회사는 근본적인 ‘변화’를 거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 내에서도) 위기론자들은 있었습니다. 문제는 소수의견으로 치부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흘려버린 것입니다. 아직도 (집단지성으로 대변되는) 시대 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회사는 근본적인 ‘변화’를 거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Q 항공기 엔진에서 원전설비까지 만드는 복합기업이 금융에까지 손을 댄 것이 결국 발병이 나게 된 근본원인은 아닐까요.
자동차 회사들이 할부금융사를 세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제품의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편이죠. 에디슨은 전구를 만들었지만, 보급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전력산업에 추후 진출한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Q 한국 재벌기업 비판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문어발식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인가요.
시너지 효과를 꾀할 수 있는 인접 부문으로 꾸준히 활동영역을 넓혀온 것이 GE의 방식입니다. 이멜트 회장은 재임 중 600억달러어치를 매각하고, 800억달러어치를 다시 사들였습니다.

그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부단히 닦고 조이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는 끊임없는 메가트렌드 분석의 산물입니다.


Q 이번 위기에서 또 무엇을 교훈으로 얻었습니까.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What subprime crisis?  Affordable houses are everywhere.
What subprime crisis? Affordable houses are everywhere. by woodleywonderworks 저작자 표시



(그룹 내에서는) 금융 부문에서 버는 5달러를 제조업에서 버는 1달러와 같은 수준으로 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굴뚝산업 부문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게 된 거죠.


Q 소매금융은 어떻게 처리할 계획입니까.
기업금융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리테일(retail, 소매)’ 분야는 정리하는 수순으로 가게 될 겁니다.

He did.  You can.
He did. You can. by Umpqua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GE는 지난해 일본 소비자금융 서비스업체인 GE컨슈머파이낸스를 일본 중형 대부업체인 신세이은행에 5800억엔(약 5조4240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바 있다.)


Q 회사 전략의 밑그림에 큰 변화는 없습니까. 나이키 정도 되는 회사를 매년 늘려 나간다는 목표치가 지금도 유효합니까.
국내 총생산 성장률도 경제위기의 여파로 위축되지 않았습니까.

GDP 두 배 이상의 성장을 꾀한다는 기본 전략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환경(Ecomagination)’과 ‘건강(Healthymagina-tion)’ 분야를 양대 엔진으로 삼아 고성장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Q 헬씨메지네이션(healthymagination)은 어떤 변화를 염두에 둔 전략인가요. 건강과 상상력의 합성어인 듯합니다.
GM이 최근 파산신청을 하지 않았습니까. GM 문제의 핵심이 바로 퇴직자 의료비용입니다.

2020년이 되면 5명 중 한 명이 65세 노인일 정도로 노령층 비중이 높아질 겁니다. 의료비용에 대한 회사의 보상이 가장 큰 문제로 부상한 배경입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파고들 전략이 ‘헬씨메지네이션’입니다.

General Electric
General Electric by MatthewBradley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Q 복합기업이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보십니까
GE항공기 엔진 부문은 왜 ‘컨버전스’인지, ‘통섭’인지를 보여줍니다. 비행기 엔진에 고장이 생기면 항공기는 대개 사흘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Media & Platform Convergence
Media & Platform Convergence by Gary Haye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엔진을 뜯어내 이상이 생긴 부품을 확인하고 교체하는 데 이 정도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Q 한국 재벌은 대부분 복합기업의 형태를 갖춘 곳들이 많습니다. 사업 부문이나 계열사 간 시너지를 살릴 수 있다면 상당한 강점이 될 수 있겠군요.
항공기 엔진 부문은 의료기기 사업부의 기술을 받아들였습니다. 인체에 소형 카메라를 집어넣어 이상 부위를 파악하는 기술 덕분에 수리 시간을 사흘에서 단 하루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엔진에 소형 카메라를 투입해 이상 부위를 확인한 뒤 바로 수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Q SK그룹이 최근 폴리실리콘시장 진출 방침을 밝혔어요. 한국 기업들의 환경 분야 진출이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이 분야에서 적당한 흉내만 내는 기업들을 ‘그린 워시(Green Wash)’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한국 기업들 중에는 그린 워시가 여전히 많은 편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도 가능하면 독자행보를 하려고 합니다.


금융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룹 내에서는) 금융 부문에서 버는 5달러를 제조업에서 버는 1달러와 같은 수준으로 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Q 오바마 행정부는 녹색성장을 미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경제위기를 탈출하는 양수겸장의 카드로 여기는 듯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이러한 변화를 파고들 준비가 돼 있을까요.
탄소연료는 인류가 아직도 250년 정도를 쓸 수 있는 양이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방식으로 태워서는 오염배출이 많아 인류가 생존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ecomagination windmill birdsnest stadium
ecomagination windmill birdsnest stadium by kafka4prez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미국도 그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기업들은 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경사업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어요. 21세기의 1년은 19, 20세기와는 속도가 다릅니다.


Q 한국 기업들도 폐쇄성을 버려야 지구촌의 위기에서 성장의 과실을 딸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이탈리아 밀라노는 상인들이 매일 거리로 나옵니다. 그리고 자기와 상관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들은 거기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구했습니다. 세계적인 패션도시로 부상한 데는 이러한 무형의 노하우도 한몫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Q 한국의 방송·콘텐츠시장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까. 이 분야에서 뚜렷한 진전이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Q 이번 경제위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예상합니까. 당장 경기회복 시기를 둘러싼 논란도 점입가경입니다.
이멜트 회장이 만난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은 희망적인 메시지들을 전했습니다. 물론 GE의 공식적인 경기 전망은 아닙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지금처럼 계속 어렵고 또 악화된다면 모두가 죽는다는 점입니다.


Q 잭 웰치와 제프리 이멜트 두 명의 최고경영자를 모두 겪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잭 웰치 전임 회장은 운이 따르는 경영자였습니다. 1980년대 들어 금융 부문이 급성장했으며, 인수합병으로 성장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반면 이멜트 회장은 고난 속에서 괄목상대의 실적을 올려온 경영자입니다. 이멜트 회장은 부임한 지 이틀 만에 9·11사태를 겪더니 작년에는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번 위기도 잘 수습할 것입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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