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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김’ 유라시아그룹 애널리스트


Lone Star State by Definitive H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론스타가 한국서 고전한 건 정치 리스크 무시했기 때문”

2009년 07월 27일 19시 25분
‘정치는 늘 경제를 압도한다.’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의 한국담당 애널리스트인 ‘아브라함 김(Abraham Kim)’박사의 진단이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러시아 등 신흥시장뿐만이 아니다. 독일,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정치논리로 해외 자본을 차별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시아·중남미에서 유럽·아프리카까지, 해외시장 공략의 깃발을 높이 치켜든 한국 기업들은 정치 리스크를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처방전이다.

세계적인 정치컨설팅 그룹인 유라시아그룹의 한국 담당 애널리스트인 아브라함 김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Q. ‘마이클 포터’는 경영환경을 분석할 수 있는 유용한 잣대를 제시했어요. 그의 이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까.

포터의 이론에는 정치적 변수에 대한 고려는 빠져 있습니다. 대채제의 존재, 잠재적인 시장 진입자, 공급자나 수요자의 협상력 등이 기업 경쟁력 판단의 준거입니다.

그의 이론은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경쟁력을 평가할 수는 있어도 한 나라의 정치 리스크를 분석할 수는 없어요.


Q. 영국 정치인들은 늘 유럽 대륙의 정치 향배에 부심하지 않았습니까. 영국인들은 정치 리스크에 무척 민감한 듯합니다.

영국은 유럽 대륙에 패자가 등장해 교역을 봉쇄할 리스크에 늘 주목했습니다. 나폴레옹이 등장하자 스페인에 군대를 파견해 반군들을 지원한 것도 프랑스의 대륙지배를 뒤흔들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정치는 때로 경제를 압도합니다. 유라시아 그룹은 정치 리스크에 늘 주목합니다.


Q. 경영학을 전공했습니까.

정치학(Political science)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Q. 지금은 경제가 정치를 선도하는 시대가 아닌가요. 한국에서도 재벌기업의 힘은 무척 셉니다.

지난 1998년 러시아의 채무불이행(Default) 사태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더 이상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의사결정자들, 투자자들, 리스크 매니저들은 정치 변수를 늘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대개 경제학이나 금융(Finance) 분야 전공자들입니다.


Q. 정치권의 작동 방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리스크도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건가요.

미국과 유럽의 경제학자들은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낮게 봤어요. 러시아 정부가 루블화 폭락, 신인도 하락을 무릅쓰고 채무불이행을선언할 수 없을 것으로 본 거죠. 하지만 러시아는 과감히 ‘디폴트’를 선언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의 러시아 경제 분석이 유효하지않았습니다.


Q. ‘메리웨더’가 설립한 헤지펀드도 러시아 디폴트의 후폭풍으로 파산하지 않았습니까. 전설적 트레이더의 예상은 왜 적중하지 못했습니까.

경제 전문가들은 한 가지를 놓쳤습니다. 러시아 정치 엘리트들이 이 나라 화폐 루블화의 가치하락(Devaluation)에서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던 겁니다.

경제학자들은 수요·공급의 원리, 산업분석 등은 정통했지만, 러시아 정치의 복잡한 작동 방식을 몰랐습니다.


독일은 해외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s, SWFs)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어요. 선진국들조차 정치적 고려에 따라 교묘히 규제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Q. 경제 전문가들이 러시아 정치 엘리트들의 복잡한 전략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한다는 겁니까.

정치 엘리트들은 경제 전문가들과는 셈법이 다르지요. 지난 1998년 러시아의 정치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Politiclal goal)를 시장보다 더 중시했습니다.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면 (부패한) 러시아 관료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죠.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Tango Sepia
Tango Sepia by Pedro J Pacheco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Q.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는 정치 리스크를 파악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 건가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정치위기가 어떤 식으로 다른 분야로 전이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정치 리스크가 비록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지만 펠리페 2세의 디폴트 선언과 20세기 러시아 혁명은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Q. 역사에 정치 리스크 관리의 해답이 있다는 건가요.
국가의 채무불이행 선언이 근대 이후의 현상은 아닙니다. 세계 최강의 아마다(Armada) 함대를 이끌던 스페인의 펠리페 2세 또한 디폴트를 선언한 적이 있습니다.

16세기의 월스트리트 격인 제노아의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군대를 운용하던 그는 부채를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어요. 이 시기를 전후해 크고 작은 일련의 사건들이 발발했죠. 10년 전 러시아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Lone Star State

Q. 유라시아그룹 이안 브레머 회장은 이러한 정치적 사건들을 ‘팻 테일(Fat Tail)’이라고 명명하지 않았습니까.
일단 발발하면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불러오지만,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사건이 팻 테일입니다.

러시아의 채무디폴트가 대표적 실례입니다. 지난 16세기 현재의 멕시코인 아즈텍을 침입한 스페인의 군인 코르테즈 또한 당시 아즈텍인들에게는 ‘팻 테일’을 불러일으킨 ‘흉수’였죠.


Q.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는 나라는 대개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후진국들이 아닌가요.

미국이나 일본, EU 등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에 비해) 정치적으로 안정된 지역입니다. 하지만 이들 나라의 정치 부문 역시 때로는 경제를 좌우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중국의 석유회사인 시눅(CNOOC)은 미국의 유노컬(Unocal)을 인수하려다 실패했습니다.


Q. 독일이 최근 전략적 중요성이 큰 일부 기업들에 대한 해외 투자를 막고 나선 것도 대표적이지요.

독일은 해외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s, SWFs)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어요. 선진국들조차 정치적 고려에 따라 교묘히 규제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Q. 한반도는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는 대표적인 지역이 아닐까요. 남북관계 경색으로 개성공단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다시 무력시위에 나섰고, 개성공단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에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합니다(Pyongyang wants to be recognized as a nuclear power).

하지만 미국은 북한을 비핵지대로 만드는 과업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Q. 한국 기업들은 최악의 사태에도 대비해야 하는 걸까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개연성은 극히 낮다고 봅니다. 하지만 북한과 국제사회의 긴장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겠죠.

북한은 후계체제를 준비하는 민감한 시기입니다. 미국의 선박 나포 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도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북한과 국제사회의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Q. 개성공단에 입주한 민간기업 경영자들은 지금 공단을 떠나야 할 때인가요.

개성공단은 현재로서는 그 상징성이 경제적 가치를 앞섭니다. 만약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북한은 ‘경화(Hard currency)’의 보급원을 하나 잃겠죠.

긴장 국면이 지속된다면 개성의 매력은 더욱더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개성으로들어가는길
개성으로들어가는길 by pcamp 저작자 표시



Q. 북한 미사일 실험의 후폭풍을 잘 파악하고 있는데, 한반도 관련 정보를 어디에서 얻습니까.

한국의 미디어 관련 보도를 다 챙깁니다. 그리고 국제 금융기관 보고서, 투자은행 보고서, 싱크탱크 보고서도 빼놓지 않죠.

그리고 생생한 정보와 더불어 통찰력을 제시하는 한국 내 네트워크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정보소스를 통해 한국의 정치, 그리고 경제 상황에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Q. 이안 브레머는 자신의 신저에서 한국의 외환은행 매각건을 또 다른 팻 테일의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이 은행 매각이 정치행위에 해당한다는 뜻인가요.

‘거리에 피가 흥건할 때 (주식을) 사라’고 하지 않습니까. 투자 대가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으는 대목입니다. 2003년 8월, 미 댈러스에 있는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을 한국에서 포착했습니다.

바로 외환은행입니다. 론스타 인수 후 외환은행은 다시 수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좋아지자 이 사모펀드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론스타가 벨기에에 있는 자회사를 통해 세금을 합법적으로 내지 않자 한국 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론스타 건은 외국 기업이 해외에서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을 잘 보여 줍니다. 이러한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Q. 론스타의 국민은행 매각 시도가 세금 문제로 무산된 사태를 지적하는 건가요.

론스타가 벨기에에 있는 자회사를 통해 세금을 합법적으로 내지 않자 한국 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론스타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었지만 정부와 규제당국은 전방위적으로 이 거래를 조사했고, 결국 매각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론스타 건은 외국 기업이 해외에서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을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TX Rest Area Information Desk detail
TX Rest Area Information Desk detail by Norby 저작자 표시비영리




Q. 글로벌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정치 리스크에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까요.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국면에서 투자은행들은 무력하기만 했습니다. 그들은 아주 정교한 리스크 평가 시스템을 운용했습니다만, 문제는 이 시스템을 지나치게 과신했다는 점입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의 표현대로,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나 유가 상승 등에 주목한 투자은행들이 금융시스템 내부의 문제로 무기력하게 무너졌습니다.


Q. 유라시아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컨설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민간기업은 물론 미국 정부를 상대로 글로벌 트렌드의 이면을 분석하고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조언하고 있습니다.


Q. 시나리오 플래닝의 대가인 피터 슈워츠가 이끄는 모니터 그룹이 이 분야 선도기업이 아닌가요.

모니터 그룹 소속 컨설턴트들은 주로 ‘프로세스(Process)’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특정 분야의 주제(Subject matter)를 깊숙이 이해하는 전문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반면 유라시아그룹의 컨설턴트들은 특정 지역이나 역학에 대한 전문지식이 풍부합니다. 오랜 경험의 산물이죠. 프로세스는 물론 콘텐츠를 꿰고 있습니다.


Q. 유라시아그룹 회장인 이안 브레머는 맥킨지 쿼터리에 자주 글을 기고하는 이 분야 권위자입니다. 그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이안 브레머는 최근 《Fat Tail》을 발표했습니다. 전작인 《제이커브(J-Curve)》도 일독을 추천합니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매사에 집요하게 의심하는 태도를 유지하면 마지막에는 미혹이 사라질 것이다.” 한국 경영자들이 이 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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