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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전쟁 현장 뉴욕을 가다] 자원전쟁, 정치지형 바꾼다


기사입력
2008-05-09 00:39


◇대선 가도는 녹색물결…

◇환경공약이 승부 가르나

●마샤 아르노프 EDF 부회장-EDF는 공화당의 맥 캐인 대통령 후보, 그리고 민주당 경선을 치르고 있는 오바마와 힐러리 후보를 상대로 모두 환경 관련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나타니엘 코헨 교수-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미국에서 최초로 탄소배출상한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한몫을 단단히 했다.

                                                                   
미 국 정치권은 온통 녹색 물결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맥 캐인, 그리고 힐러리와 오바마 등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은 자신이 가장 친환경적인 후보임을 강조하며 표심(標心)을 공략하고 있다. 민주당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인 낸시 페로시는,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지난 1990년대 상하 양원을 장악한 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공화당의 전 하원의장 뉴트 깅그리치와 뉴스채널(CNN)에 함께 등장해 환경 문제에 대한 초당적 대처를 약속한 것.

환경 이슈는 미국에서 정치인의 상품성은 물론, 대선 판세를 좌우할 핵심 어젠더로 부상했다.

환 경 관련 비영리단체인 ‘EDF(Environmental Defense Fund)’의 부회장 ‘마샤 아르노프(Marcia Aronoff)’ 박사. 지난달 17일 뉴욕 맨하탄의 ‘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이 단체의 본부서 만난 그녀는 미 정치권의 이러한 변화를 ‘상전벽해(桑田碧海)’에 비유하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그리고 쓰나미 등 자연 재해를 목도한 미국인들의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으며, 정치인들은 이러한 정서를 파고들고 있다는 것. 또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변화는 온난화 문제에 대한 EDF의 시장 중심주의적(market-based) 접근법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진단도 덧붙였다.

그녀는 이어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상당수는, 오염 물질 발생에 따른 비용을 회사 손익 계산에 시범적으로 반영하는 등 캘리포니아에서 제한적으로 시행 중인 탄소배출상한제의 미국 전역 확대를 염두고 두고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DF는 지난 1967년 미국 남부 해안의 동식물 일부가 환경 오염으로 점차 사라지는 이상 현상을 목도한 과학자들이, 환경 문제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이다. 캘리포니아주의 탄소배출상한제를 이끌어내는 등 가장 성공적인 비영리 환경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Q‘페로시’와 ‘뉴트 깅그리치’가 CNN에 함께 등장해 대기 오염 방지에 초당적 대처를 강조했어요. 이례적인 일이 아닙니까.

정 치권에서도 환경오염의 폐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온실 가스 배출양이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과학자들이 대기를 조사한 뒤 내린 결론입니다. 지구가 감내할 수 있는 오염의 수준도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낮아졌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50년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합니다. 지속가능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요청되는 때라는 점을 정치 지도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Q오마바와 힐러리 등 대선 후보들도 이른바 ‘그린’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환경 이슈가 후보자들의 주요 어젠더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제 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드릴까요. EDF는 공화당의 맥 캐인 대통령 후보, 그리고 민주당 경선을 치르고 있는 오바마와 힐리러 후보를 상대로 모두 환경 관련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각자의 색깔이나 정체성에 따라 공약의 일부 내용에 변화를 주어 건네주었습니다. (웃음)

▶Q미국의 대선 후보들이 지구 온난화 이슈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거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은 무엇인가요.

쓰 나미를 비롯한 자연 재해들이 빈발하면서 피부로 이 문제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지구 온난화가 비단 텔레비전에서나 등장하는 이슈가 아니라는 점을 일상생활에서 점차 깨닫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앨 고어의 저서 <불편한 진실>도 한몫을 했습니다.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도 빼놓을 수 없네요.

뉴 올리안즈를 강타해 천문학적인 재산, 인명피해를 초래하자 온난화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 유권자들의 시선도 바뀐 겁니다. (이 부분은 인터뷰에 배석한 나타니엘 코헨(Nathaniel Keohane) 경제정책 담당관이 대신 설명했다.)

▶Q미 정치권의 풍향계가 달라지고 있다는 징후는 뚜렷합니다. 획기적인 돌파구가 나올 수 있을까요.

문 제는 이러한 운동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입니다. 풍력이나 태양열 에너지 개발 움직임이 활발해졌다가도 고유가가 해소되고 나면 다시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췄습니다. 모두들 잊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면 다시 주요 어젠더에 올랐다 또 잊혀지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습니다. 워싱턴(정치)이 이 문제를 주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EDF가 시장 주도의 접근 방식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Q미래학자인 피터 슈워츠도 비슷한 우려를 피력한 바 있습니다. EDF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가요.

워싱턴(정치)이 아니라 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탄소배출에 상한을 두는 제도(cap on carbon emission)가 대안입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주지사로 있는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일찌감치 이 정책을 채택해 시행하며 다른 주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Q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미국에서 최초로 탄소배출상한법안을 통과시키는 데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고 들었습니다.

EDF의 자매 단체격인 EDAF(Environmental Defense Action Fund)가 이 법안의 통과에 톡톡히 한몫을 했습니다. 소속 회원들은 주지사를 만나 끊임없이 그 당위성을 설명했습니다.

▶Q유럽에서는 이미 탄소배출권거래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의 비효율성을 꼬집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탄소배출권거래제(cap and trade regime)를 둘러싼 대표적 편견입니다. 지난 2006년 발표된 MIT의 자료를 인용해 볼까요. 유럽은 같은 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입니다.

▶Q탄소배출량을 제한할 경우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입니다.

탄 소배출권제도에 찬성하는 이들은 생각이 다릅니다. 이 제도가 새로운 일자리를 대거 창출할 수 있으며, 미국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도 큰 폭으로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기술 진보의 주춧돌은 바로 혁신이며, 미국 경제 성장에서 기술이 공헌하는 비중이 거의 절반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Q탄소배출권상한제도가 기업들의 체질을 바꿀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요.

법 으로 탄소배출량 상한을 두어야, 관련 공정이나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니겠습니까. 인센티브라는 게 바로 이런 것입니다. 이 분야 벤처기업들이 대체 에너지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유인책도 될 수 있겠지요. 또 이들을 인수하거나, 교류하면서 대기업들도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세계 각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는 미국 산업에 새로운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어줄 원천이기도 합니다. 미국 기업들이 이 분야를 소홀히 한다면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경제 강국의 대열에서 영영 뒤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Q캘리포니아가 이 제도를 시행중입니다만, 이 문제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반응은 어떤 편인가요.

벌써 작년 봄이군요. 제너럴일렉트릭(GE), 알코아, 캐터필러, 듀크 에너지 등은 탄소배출 규제를 전국단위로 확산할 것을 미 연방정부에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불과 수개월 후 포천 500대 기업들 상당수가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했습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빅3, 쉘이 모두 포함됐습니다.

▶Q미국을 휩쓸고 있는 친환경 바람이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개연성은 없을까요. 피터 슈워츠의 말대로 여론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닌가요.

구 글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이미 탄소배출권 한도를 염두에 두고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어요. 구글은 이른바 ‘쉐도우 프라이스(shadow price)’를 통해 탄소배출을 비용 항목으로 잡고 있어요. 미국의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은 이미 ‘탄소배출상한(carbon cap)’ 제도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Q혁신적인 기업들이 탄소배출상한제도를 염두에 두고 움직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데 이터 센터의 입지를 선정할 때도 탄소배출 비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비용 항목에 빠져 있던 부분입니다.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관련 법규를 통해 모든 기업들이 부담하게 될 개연성이 크다는 방증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Q지구 온난화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글로벌 기업으로는 또 어떤 곳이 있읍니까.

제 너럴일렉트릭 같은 기업이 아닐까요. 지구촌의 위기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포착하는 데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상상력(imagination)’과 ‘생태(ecology)’라는 두 단어를 결합한 에코메지네이션이라는 신성장전략이 바로 이러한 움직임을 잘 보여주는 단어입니다.

이 회사의 에너지 파이낸셜 서비스 사업 부문도 풍력, 태양열, 바이오매스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6억 3000만 달러 정도에 그쳤으나, 작년 현재 20억달러로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Q오스트리아의 ‘보이스 지멘스 하이드로’도 대체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 아닌가요. 우리나라에서 실험을 하고 있어 높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밀 물과 썰물 때 바닷물의 흐름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한국의 완도에 600메가와트급의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컴퓨터 기술이 괄목상대의 발전을 거듭하면서 바닷속 해류에 따라 터빈을 각각 맞춤 제작하면서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렸습니다. 완도지역의 조수 간만의 차이를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안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Q에너지 절감이나, 대체에너지 개발 분야의 벤처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에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전진 기지 역할도 하고 있죠.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대체에너지, 에너지 절감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블룸 에너지(Bloom Energy), 그리드 포인트(Grid-Point), 이노바라이트(Innovalight) 등이 대표적인 실례입니다.

▶Q이 분야에서도 아마존이나 구글, 혹은 옥션같은 글로벌 기업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

경쟁의 문법이 정보통신 분야와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초우량 기업 구글이 초창기에 250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 자금을 벤처 캐피털에서 수혈받았습니다. 양호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기 까지 투자시점부터 2년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하지만 대체에너지나 에너지 절감 분야는 구글의 10배에 달하는 투자자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호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5~7년 정도가 걸리며, 인재풀도 훨씬 협소한 편입니다.

▶Q.EDF는 ‘인센티브’를 통한 환경문제 해결을 주창해 왔습니다만, 시장 중심적 접근방식이 아마존의 난개발을 초래하는 등 충격을 안겨 주고 있지 않나요.

대 체 에너지 연료인 옥수수나 콩 값이 큰 폭으로 오르자, 농부들이 아마존에 농지를 닦아 이 작물들을 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도 역시 인센티브로 풀어야 한다고 봅니다. 시장 중심적(market-based) 접근 방식의 한계를 입증하는 사례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Q대안이 무엇인가요.

국제 사회가 브라질 정부를 상대로 아마존을 유지하는 대가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이 문제도 인센티브로 풀어갈 수밖에는 없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방안을 EDF가 참석하는 국제 회의에서 조만간 논의할 예정입니다.

▶Q유럽연합은 물론 개별 기업들도 온난화 저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지구촌의 온난화 저지 움직임의 성패를 좌우할 변수는 무엇일까요.

지 난해 7월자 이코노미스트의 내용을 소개해 드릴까요. 아직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가야할 길이 멀며, 그 성패를 좌우할 변수는 바로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초기에 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정부 정책입니다. 미국의 지도자들은 하루빨리 이 도전에 응전해야 합니다. 그 첫걸음은 바로 연방정부가 탄소배출의 상한선을 두는 것입니다.

▶Q미국 정부가 나서 탄소배출에 상한을 두어야만 그 파급효과가 일파만파 커질 수 있다는 뜻인가요

대체 에너지 개발에 나서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불안감은 이렇습니다. 세계 최고의 화학기업인 듀폰 그룹의 사례를 돌아볼까요.

최 고경영자인 채드 할리데이(Chad Holliday)는 미국의 많은 경영자들과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는 대체 연료인 합성 섬유소 에탄올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과학자들의 수를 두 배로 늘릴 계획입니다. 하지만 탄소배출 규제의 향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주주들을 상대로 연구개발 투자 증대를 설득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체 에너지 개발 분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야 하는 데 정부 정책의 흐름을 정확히 알아야만 투자관련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얘깁니다.

▶Q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탄소배출 국가로 부상했습니다. 중국을 제쳐두고 미국의 리더십만 촉구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중 국은 이미 10여 년 전 산성비의 원인인 다이옥사이드를 줄이기 위해 EDF소속인 경제학자 다니엘 두덱(Daniel Dudek)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과의 이러한 인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경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EDF가 탄소배출권거래제도를 최초로 제안하지 않았습니다. 환경정책의 그랜드 디자인만 담당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맥도널드가 대표적인 실례입니다. 치킨이나 햄버거 포장용지나 용기의 소재, 디자인을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의 조언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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