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Statistics Graph

Book Review |왕자는 없다, 개구리는 개구리일 뿐!
[이코노믹리뷰 2006-05-15 07:33] (초등학교 여 선생님은 요즘 가장 인기가 높은 신부감이라고 하지요. 제 주변에도 한다리 건너 알고 있던 선생님이 있었는데요. 몇년전 결혼을 했는 데, 배우자가 참 뜻밖의 분이었어요. 박사나 의사 등 썩 괜찮은 남편 후보감들을 마다하고, 제약회사 영업사원분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천생연분이란 따로 있나보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해피엔딩은 동화책에나 나오는 걸까요.  남편분이 그만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회사돈을 수억원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잦은 다툼을 벌이다 지금은 이혼소송중입니다.  좋은 신랑감들을 마다하고 택한 남자가 결국 나쁜 남자였던 셈입니다.
 
여자들은 왜 나쁜 남자에 끌리는 걸까요. 권춘오 편집장이 기고한 서평에서 그 단서를 찾아보시죠)
 

●《나쁜 남자 12종》
조지프 W. 락·배리 L. 던컨/
홍연미 지음/이채/2006년 4월/
256쪽/9,000원

나쁜 남자들만 득시글대는 세상, 여자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바로 이 책에 들어있다.
골치 아픈 남자들을 12가지 범주로 나누어
이들을 피하거나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인기 드라마 〈서울의 달〉(1994)을 기억하는가?

한방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제비 홍식(한석규)과 그의 꾀임에 속아 밭 팔아 서울로 상경한 촌놈 춘섭(최민식), 그리고 제비 홍식을 사랑하는 고졸 경리 출신 영숙(채시라). 홍식의 비참한 죽음으로 끝을 맺는 이 드라마가 당시 얼마나 인기를 끌었던지 한 언론사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설문조사를 했다.

‘당신이라는 홍식과 사귀겠는가 아니면 춘섭과 사귀겠는가?’

설문 결과는 수많은 뭇 남성들을 비분강개토록 만들었으니, 압도적으로 홍식을 선택한 여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왜 여성들은 제비에다 사기꾼인 홍식을 선택했을까? 아마도 여기에는 홍식 역을 맡은 한석규가 잘 생기고 세련된 이유도 있지만 - 최민식 씨, 죄송합니다 -, 홍식이 개과천선이 가능하다고 느껴지는 ‘나쁜 남자’였다는 데 더 큰 이유가 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대부분 여자들은 ‘나쁜 남자’에 은근한 매력을 느낀다. 소위 ‘나쁜 남자 콤플렉스’로 이는 요즘 인기 드라마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드라마 성공의 정석(定石)이다. 즉, 나쁜 남자와 그를 훈육(?) 시키는 착한 여자의 알콩달콩 이야기!

자, 그런데 된장과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현실에서는 어떨까?

나쁜 남자가 정말 왕자가 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현실에서는 아니다. 《나쁜 남자 12종》의 저자인 임상심리학자 조지프 W. 락과 베리 L. 던컨은 이 세상에는 결코 개선되지 않는 나쁜 남자들만 득시글대고 있다고 밝힌다.

40년에 이르는 임상 실험과 설문, 상담 결과이니 만큼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의 여지조차 없다. 이들의 결론에 따르면, 이렇다.

‘수많은 여성들이 개구리들에게 입을 맞추고는 제발 왕자로 변하기를 애타게 기다리지만, 왕자는 없다. 개구리는 개구리일뿐!’

그렇다면 이 세상의 여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바로 이 책의 저술 목적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바로 여성들이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골치 아픈 남자들을 12가지 범주로 나누어 그 본질을 조기에 파악하여 이들을 피하거나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피해야 할 남자들은 크게 네 범주로 나뉜다. 지배하려는 남자들(보스, 해결사, 척척박사, 트집쟁이), 거짓말하고 부정을 저지르는 남자들(탁월한 위장꾼, 카멜레온, 돈 주앙), 미성숙한 남자들(마마보이, 영원한 틴에이저, 오락가락 기회주의자), 마지막으로 감정적으로 덜떨어진 남자들(과묵남, 냉혈한)이 그것이다. 그리고 잡종(?)과 기타 특별 사례가 있다.

첫째, 지배하려는 남자들은 공통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 늘 주도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

스스로가 옳다고 느끼기 때문에 늘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가까워지거나 친밀해질 수 없으며(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는 지배권을 누릴 수 없을 지도 모르므로) 기쁨을 추구하기보다 자신의 불편함을 줄이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둘째, 거짓말하고 부정을 저지르는 남자들 중에는 매력적인 호남이 많다.

이들은 여자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을 아주 잘한다. 그래서 여자를 사귀는 재주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자신의 단점에 정직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남자들보다 훨씬 나아 보이고, 이런 이유로 처음에는 매력적이지만, 자신의 욕구가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미성숙한 남자들은 상대를 엄마 같은 역할로 떠밀어 놓는다.

성숙한 성인의 관계를 다룰 줄 모르기 때문에 중요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아예 관계 자체를 꺼리기도 하고, 장래 계획에도 아무 개념이 없다.

넷째, 감정적으로 덜떨어진 남자들, 즉 과묵하고 감정을 숨기는 남자들은 로맨스 소설의 근사한 주인공이기는커녕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깊은 감정을 나눌 만큼 감정적으로 진화하지 못한 미개한(未開漢)일 뿐이다.

그들 속에 심오한 것이 숨어 있으리라 가정하고, 그로 인해 겉으로 훤히 보이는 결점에도 눈을 감게 만들지만, 실상 그들 속에는 아무 것도 없다.

얼핏 보면, 누구나 네 범주 중 하나 혹은 그 이상과 겹칠 수 있다. 그렇다면 남자란 모두가 다 애스홀(asshole : 저자들이 부르는 나쁜 남자들의 총칭)인가? 그렇지 않다. 정상적인 남자와 해로운 종류를 구별할 때 주의할 점은 그가 보이는 양상이 전체적인 것인지 아니면 여러 단면 중 하나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컨대 그의 지배적인 모습을 일정 기간에 꼼꼼하게 관찰해야 한다. 또한 변화와 그 방향성도 정상과 문제투성이를 구별하는 지표가 된다.

즉 정상적인 남자는 자기가 변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때는 솔직히 인정하고 도움을 청한다. 반면 유해한 남자는 자기들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뿐더러, 처음 단계에서 그나마 견딜만 했던 행동이 갈수록 더 심해진다.

이 책은 ‘나쁜 남자 12종’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최고의 대처 방법은 조기 발견, 즉 예방이며, 만약 이 12종의 남자와 이미 모종의 관계가 진작 중이라면, 이들을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 예를 들어 스스로의 규칙을 만든다거나, 지배 받기를 거부한다거나 등의 구체적인 대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제목과 표지에서 풍기는 경쾌함과 달리 왜 상당수의 남자들이 ‘나쁜 남자’가 되는지를 유전자와 진화, 어린 시절의 훈련, 문화적 기대치, 여성의 문제 등의 생물학적·심리적 분석으로 해석하고 있어, 나쁜 남자의 근원과 본질에 대한 과학적 탐구까지 곁들이고 있다.

물론 이 책에 한국 남자들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거 외국 남자들 사례 아냐? 우리하곤 안 맞지!’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필자, 한국 남자지만 읽으면서 뜨끔한 구석이 솔직히 있었고, 왜 그런 말 있잖은가. ‘남잔 다 똑같아!’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