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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Topic |미 대선, 제 2의 ‘칼 로브’ 나요 나!

기사입력 2008-09-11 07:00


◇민주당 악셀로드-공화당 슈미트 물밑 대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오바마와 그의 선거 참모인 데이비드 악셀로드는 그들의 아버지가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공통점이 있다.”

                                                            
선거 승리나 성공한 마케팅에는 항상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다. 소비자, 그리고 유권자들의 감성을 파고드는 정교한 이야기는 캠페인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이다. 지난 1992년 11월, 미국인들은 저녁 시간대에 방송 전파를 탄 한 정치 광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옆집 청년을 떠올리게 하는 수더분한 이미지의 40대 백인 남성은 자신을 아칸소의 시골 마을 ‘홉(Hope. 희망)’에서 온 평범한 미국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불우했던 자신의 가족사와 더불어 결손가정에서 자란 유년기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배경’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미국은)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가난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도 보이스카우트의 일원으로 워싱턴에 가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고, 파트타임을 통해 법률 대학원에도 진학했습니다.” 

당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라크 전쟁에 회의적인 시선을 던지던 미국인들은 참신한 이미지의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서 한때 자신들을 벅차게 했으나 지금은 희미해진 꿈을 보았다. 

물론 빌 클린턴이라는 정치 신인을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 자리에 등극시킨 것은 바로 딕 모리스를 비롯한 그의 참모들이었다. 텔레비전 광고는 물론 공적인 발언 하나하나를 가다듬어 미국인의 가슴속에 그를 케네디와 같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정치 지도자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16여 년 후, 40대의 한 ‘흑인’ 남성이 ‘아메리칸 드림’을 강조하며 또 다시 미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는 미 정가에 신선한 바람몰이를 하며 매케인 후보와 치열한 대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양 턱에 (펀치가 작렬하는)강력한 충격을 느꼈어요. 그리고 (땅바닥에 쓰러져서는) 소에토로(양아버지)의 땀에 젖은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뉴스위크 인터뷰 中) 인도네시아인 의붓아버지와 사이에 있었던 일화는 그의 평범하지 않은 성장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하버드대 입학허가가 나오자 그의 케냐인 아버지는, 장학금이 보장되는 다른 대학을 마다하고 하버드로 떠났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이 나라로 갔던 오바마는 어머니의 결혼생활이 파경을 맞자 다시 미국 하와이로 돌아와 할아버지의 품에서 자라게 된다.

민주당의 선거 참모들은 이번에도 돌풍의 숨은 주역이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뒤흔들 수 있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양산하며 선거 초반의 분위기를 단연 오바마 후보에게 유리하게 가져가고 있는 일등공신이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군장성 출신인 매케인 후보와 달리, 자신의 힘만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버락 오바마의 눈물겨운 휴먼 스토리는 미국 유수의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그의 지지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유권자의 정서를 예리하게 파고들며 선거전을 주도하는 인물이 신문 기자 출신의 ‘데이비드 악셀로드(David Axelrod)’이다. 그는 역대 최악의 정부로 통하는 부시행정부에 대한 미국인들의 ‘실망감’을 파고들면서 선거 초기 판세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고 있는 일등공신이다. 

악셀로드는 조지 부시의 장자방이었던 ‘칼 로브’에 비견되곤 하는데, 후보자의 성장 배경, 품성을 비롯한 개인적인 특성에 기초한 선거 캠페인을 조직하는 데 무엇보다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의 불우한 성장 배경을 늘 강조하며 ‘기회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의 재건을 호소하는 오바마 선거 전략은 그의 이러한 특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카코 트리뷴’지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지난 80년대 말 정치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자신이 파트너로 있는 ‘AKP&D’에서 AT&T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을 담당하며 민간의 첨단 마케팅 기법을 몸에 익힌것이 그의 강점이다.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스토리 마케팅’을 앞세워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계층인 흑인과 블루칼라는 물론 공화당의 텃밭인 화이트 칼라 계층의 일부까지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마셜 맥루한의 테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선거 전략에 실천하고 있는 인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데이비드 악셀로드는 항상 자신이 주도하는 선거 캠페인을 이슈가 아니라, 인물 구도 중심으로 끌고 가는 경향이 강하다, 그에게는 ‘후보가 곧 메시지’인 셈이다.” 

하버드대 출신의 ‘제롬 코시’가 자신의 저서 에서 밝힌 대목이다.악셀로드는 자신이 직접 선거운동을 펼친 지난 2006년 메사추세츠주 데발 패트릭(Deval Patrick)의 선거전에서 오바마 필승 전략의 영감을 얻고 있다고 코시는 강조한다.

세세한 통계 수치를 중시하는 공화당 부시대통령의 선거 참모 ‘칼 로브’와는 달리, 유권자의 감성을 파고드는 인물 마케팅에 주력하는 편이다.일각에서 그를 선거의 큰 국면을 결정하는 전략가라기 보다 이미지 메이커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유복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심리학자인 아버지가 자살을 한 아픈 기억을 지닌 그는, 역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가 있으며 흑인 케네디를 자처하는 오바마와 가족사부터 정치성향까지, 적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오마바 바람이 불면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의 하나로 부상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강력한 경쟁자의 반격에 직면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부통령 지명을 신호탄으로 공화당 진영이 실지 회복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기 때문이다. 악셀로드와 치열한 지략 싸움을 펼치고 있는 매케인 진영의 선거 참모가 바로 ‘스티브 슈미트(Steve Schmidt)’이다. 

미국에서 가장 환경 규제가 강력한 캘리포니아 지역의 주지사인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선거 운동 참모로 활약한 바 있는 그는 골수 공화당원으로 지난 2006년 매케인 진영에 합류했다. ‘슈미트 병장’이 그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별명이다.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가운데 지지율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힐 수 있는 데는 그의 활약상을 빼놓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올해 37세인 그는 매케인의 연설문 작성자인 ‘마크 살터(Mark Salter)’와 막판 뒤집기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부통령인 페일린 카드는 슈미트를 비롯한 매케인의 선거 캠프에서 제시한 회심의 카드다. “버락 오바마는 실질보다는 말이 앞서는(Bundle of Hype) 인물이다. 그가 힐러리 로담 클린턴에 비해 상대하기가 더욱 수월한 후보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티브 슈미트가 타임지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내용인데, 알래스카 주지사 출신의 페일린을 영입한 배경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페일린은 오바마에 태생적인 거부감을 지닌 백인 블루 칼라 계층, 그리고 오바마에 호감을 느끼는 공화당 지지 계층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양수겸장의 묘수라는 분석이다. 민주당과 정책적인 공통분모가 적지 않았던 매케인이 최근 강성 기조로 돌아선 데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기반을 장악하기 위한 참모들의 조언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이다. 

미국 대선은 앞으로 텔레비전 토론 등 후보의 인물 검증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본격적인 정책 대결 국면 양상으로 전환되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매케인 측이 외교 분야에 문외한으로 평가받는 오바마 측의 약점을 집중 파고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악셀로드와 슈미트등 포스트 칼 로브를 꿈꾸는 두 책사의 물밑대결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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