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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까르푸는 철수 직전 왜 신규점포를 인수했을까?

기사입력 2007-10-25 11:57 |최종수정2007-10-25 12:09
“바로 그 궁금증에 협상비법 있다”

‘ 지상병담(紙上兵談)’.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한다는 고사성어다. 병법 지식에 관해 타의추종을 불허했으나, 진나라와의 전투에서 패배해 40만 병사의 목숨을 고스란히 땅에 묻은 전국시대 조나라의 젊은 장수 조괄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금언이다. 실전 경험이 부족한 책상물림을 꼬집는 촌철살인의 표현이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장이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할 때도 일각의 시선이 꼭 그랬다. 공무원들은 미심쩍은 눈으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았다. 미국에서 잔뼈가 굵은 국제 변호사이자 글로벌 스탠더드의 신봉자. 선진국의 앞선 관행과 제도를 받아들여 막힌 ‘혈(穴)’을 뚫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지 난 2002년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정도 앞두고 있었으며 노무현-정몽준 연대로 여당이 재집권 희망의 불씨를 거세게 지펴가던 시기였다. 그는 산업자원부 장관이 유력시 됐으며 이 부처 공무원들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몽준 후보의 지지 철회는 그의 운명도 바꾸어 놓았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고, 다시 대선의 계절이다. 야당 유력 후보의 지지율은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으며 여당 후보 확정으로 선거 분위기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장은 이번에는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파고드는 대신 협상학 책을 손에 들었다.

정치상황은 관심 밖이다. 내로라하는 유명 기업인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 김신배 SK텔레콤 대표이사,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양귀애 대한전선 고문 등이 그의 제자들이다. 그가 협상학 책을 손에 든 배경은 안타까움의 발로에서라고 한다.

“OECD국가를 상대로 협상 콤플렉스 지수를 측정해보면 아마도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따지 않겠습니까. 한미FTA가 타결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늘 협상에서 끌려다니다 보니 주눅이 들어있습니다.” 그는 미국 변호사 시절 지켜본 국내의 한 철강기업 사례를 제시 했다.

중고 제철설비 매입에 나섰으나, 협상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노회한 상대 협상가들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것이 국내 일류기업의 현주소였다. 국내 기업인들치고 전국시대 6국의 합종을 이끌어내고 재상에 오른 종횡가 소진을 모르는 이들은 드물다. 하지만 그에 필적할 만한 역량의 소유자는 언감생심이다.

전 원장은 바로 세 치 혀로 춘추전국시대 군주들의 마음을 휘어 잡은 소진의 스승 귀곡자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협상만 잘 해도 수천만달러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최근 협상 교육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글로벌기업‘성동격서’전략 배워야

“ 미국 대학 중 협상 강좌가 없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하버드대에서도 협상 프로그램을 운영중입니다. ‘카라스(KARAS)’라는 미국의 협상 전문기관은 지난 35년간 무려 85만 명에게 협상학을 전수해 왔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소진이나 장의에 비견될 협상의 귀재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들은 협상의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글로벌 기업의 첨병 역할을 한다.

‘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을 치는 척 하면서 사실은 서쪽을 친다는 뜻이다. 적을 속이는 일은 병법의 기본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병법서인 손자병법의 저자 손자도 ‘병자는 궤도야(兵者 詭道也)’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지 않았던가.

글 로벌 기업들은 이 원칙에 충실하다. 지난 2006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프랑스에 본사를 둔 할인점 까르푸를 보자. 국내 토종 유통업체들에 밀리며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자 시장에서는 이 글로벌 기업이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곧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이 회사는 한국 시장에서 신규점포 인수에 나섰고 철수 관련 루머도 점차 수그러들었다. 이 한 수(手)는 극적인 반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는 것이 전 원장의 분석이다. “자사의 ‘배트나(BATNA: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를 최대한 개선하고 활용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였던 셈입니다.” 배트나란 협상 결렬 때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의 대안이다.

전원장의 분석은 이렇다. 무엇보다 막다른 골목에 몰려 헐값에 점포를 매각하고 떠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라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동시에 잠재적인 인수 협상 대상자인 신세계 등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렸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통하던 롯데마트가 신규 점포를 인수해 덩치가 커진 까르푸를 인수할 경우 이 회사(신세계)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냈던 것.

결국 인수전에는 신세계는 물론 이랜드까지 뛰어들었고 까르푸는 자칫하면 점포를 헐값 처분해야 했던 상황을 극적으로 뒤집는데 성공했다. 협상의 고수들이 어디 까르푸일까. 포드와 매각 협상 당시 70억달러를 호가하던 대우자동차를 단돈 4억달러에 인수한 GM, 그리고 하이닉스 매각협상에서 의도적으로 협상 초반에 불참하며 한국 측 담당자들을 애먹이던 마이크론의 애플턴 회장은 협상의 대가들이었다.

국내 기업들이 유독 협상 분야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협상을 과학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예술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탁구대 위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하고 불규칙한 공의 공방에도 원리와 법칙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셈입니다.”

천 재 종횡가 소진도 스승인 귀곡자 밑에서 3년 이상을 배웠으며, 또 현장에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하고 나서야 스승의 가르침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이 점을 간과한 채 그의 저력을 단지 천재성의 산물로만 파악하고 지레 겁을 먹고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전 원장은 최근 이러한 협상의 원칙을 정리한 《협상 카리스마》를 최근 선보였다. 협상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열 가지 원리를 정리했다. 삶의 현장에서 간단히 적용할 수 있는 원리는 없을까. 사내 연봉 협상부터 용돈 책정, 그리고 물건 구매까지, 삶은 협상의 연속이기도 하다.

그는 통념과는 달리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솔직하게 될 때 상대방이 가장 편하게 느끼게 되며 이런 편안함이 성공적인 협상의 디딤돌이 된다는 것. 마찬가지로 협상 상대방의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서는 결코 온화한 태도로만 일관할 필요도 없다. 화를 낼때 화를 내야한다는 것이 그의 경험칙이다.

◇전성철 원장이 말하는 협상의 10계명

1. 요구에 얽매이지 말고 욕구를 찾아라

2. 양쪽 모두를 위한 창조적 대안을 찾아라

3. 상대방의 숨겨진 욕구를 자극해라.

4. 상생의 협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라

5. 숫자에 앞서 객관적 기준을 정해라

6. 합리적 논거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라

7. 배트나를 최대한 개선하고 활용해라

8. 좋은 인간관계를 협상의 토대로 삼아라

9. 질문을 꺼려서는 최선의 결과는 요원하다

10. NPT를 활용해 준비하고 또 준비해라

전성철 / 변호사,연구인
출생 1949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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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도미, 미네소타대에서 MBA와 로스쿨을 마치고 맨해튼의 대형 로펌인 ‘리드&프리스트’에서 파트너로 일했다. 지난 2003년 IGM세계경영연구원을 설립해 운영중에 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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