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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보고 ‘동티모르’를 가다] 알프레도 피레스 천연자원부 장관 인터뷰
기사입력 2008-07-30 01:00 |최종수정2008-07-30 01:12


●“항만건설에서 원유개발까지 한국 기업 찾습니다”

알프레도 피레스(Alfredo Pires) 천연자원부 장관은 동티모르의 국부격인 ‘구스마오 총리’의 최측근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구스마오 총리를 보좌하며 동티모르 에너지 자원 개발의 ‘로드맵’을 그린 당사자이다. 세계 20위권의 막대한 에너지 자원 개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각국의 첨예한 관심사이다.

지난 15일 오후 6시, ‘인도네시아-동티모르’의 과거사 진상규명을 종결짓는 양국 정삼 회담 참석차 발리를 방문한 알프레도 장관을 시내의 한 호텔에서 전격 인터뷰했다. 우리나라의 ‘로고스 리소시스’의 주선으로 이뤄진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개발 참여를 당부했다.

■“한국 기업들은 도로, 공항, 항만을 비롯한 간접자본 건설이든지, 혹은 천연가스, 원유개발 분야가 됐든지 동티모르와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에너지 자원이 결코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익금을 재투자해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일이 장기 과제입니다.”

                                                              
▶Q동티모르 사람들과는 외모부터 확연히 구분이 되는데요. 혹시 귀화를 했습니까.

저에게는 포르투갈 사람의 피가 섞여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포르투갈 사람입니다.

▶Q구스마오의 ‘에너지 자원 보좌관’을 지내다 장관이 됐는데, 인도네시아 통치하에서 독립투쟁을 함께 한 인연이 있습니까.

유년기에 호주에 살다 지난 99년 동티모르에 건너와 구스마오를 보좌하며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동티모르는 매우 작은 나라입니다. 인재가 부족하다 보니 제게도 기회가 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웃음). 18세에 인권 정치에 (Human Right Politics)에 눈을 떴습니다.

▶Q에너지 산업은 각국의 첨예한 이해가 불꽃을 튀기는 영역이지 않습니까. 이 분야를 잘 알게 된 계기가 있나요.

(동티모르의 현실에 눈을 뜬 이래) 국제적인 역학 관계가, 오일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을 주목해 왔습니다.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했고, 외교(Diplomacy), 경영학 분야 학위도 지니고 있습니다. 오일 비즈니스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는 훈련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Q인도네시아가 어제 과거 인권유린행위를 조사한 보고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구원을 해소했으니 국가 개발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구스마오 총리는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어낸 ‘성장 모델’에 항상 주목하고 있습니다. (구스마오 총리와 60여 명의 국회의원들은 발리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서명식에 참가해 이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보았다. )

▶Q동티모르로 돌아가면 산적한 현안이 적지 않을텐데요. 당장 어떤 일부터 챙길 예정입니까.

구스마오 총리 집권 이후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천연 자원부를 역할에 따라 부문별로 쪼개는 업무를 한창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도 챙겨야 하고, 풀어가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Q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것은 아닌가요.

‘압박(Press)’을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석유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의 담당 공무원들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고통이겠죠. 동티모르의 경우 사람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점도 부담거리입니다. 에너지 자원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경제 성장의 기반을 닦는 일도 힘에 부칩니다.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부족합니다. 언어 문제도 시급히 풀어야 할 현안 중 하나입니다.

▶Q한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역량이 아니겠습니까.

석유가 결코 국가 관계를 규정하는 모든 것일 수는 없습니다. 한국은 지난 60년대 이후 고속 성장을 하면서 자국의 성장 모델의 우수성을 충분히 입증했습니다. 일찌감치 정부 주도의 발전 전략을 채택해 성공적인 산업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그 풍부한 경험을 배워야 겠죠.

▶Q매년 10억 달러에 달하는 에너지 이익금을 펀드에 쌓아 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디에 쓸 계획입니까.

에너지 자원이 결코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익금을 재투자해 자생적인 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일이 장기 과제입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도로, 항만, 공항 등) 인프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Q동티모르 경제가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고도 성장하기 위해 눈여겨 보는 분야가 있습니까.

동티모르는 천혜의 자연 경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연환경의 유지와 소득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을 수 있는 산업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관광 산업, 어업, 임업 등이 대안이 될 수 있겠죠.

▶Q가야할 길은 멀지만 세계 20위권의 자원 부국이, 굳이 이런 분야로 눈을 돌릴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들이 에너지 자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부작용’이 불거지게 마련입니다. 근로의 가치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자원은 어디까지나 보조적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곤란합니다.

▶Q중동 국가들도 요즘 신성장 산업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두바이의 국가 개발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까.

‘콘크리트 정글’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놀라운 변화를 높이 평가하지만, 우리와는 길이 다르다고 봅니다. 동티모르 천혜의 자연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성장의 주춧돌이 될 수 있는 그런 분야가 안성맞춤이겠죠. 관광산업이 대표적입니다.

▶Q이 모든 개발 전략의 밑그림은 누가 그리나요.

구스마오 총리입니다. 큰 방향은 그가 정합니다.

▶Q구스마오 총리는 평생 무장투쟁을 해온 ‘투사’이지 않습니까. 그가 이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는 매우 뛰어난 전략가입니다. 인도네시아 철권 통치하에서 무장 투쟁을 펼치며 생사의 순간을 넘나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동티모르의 독립이라는 숙원을 이뤄내지 않았습니까.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구스마오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원은 항상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부족한 자원을 적절히 조합해 최대한의 성과를 낸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Q그는 어떤 스타일의 보스입니까.

종종 장관들이 청사 2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 올라갑니다. 그리고 부서 현안을 보고하고, 그의 결정을 기다립니다. 이 때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습니다. 바로 당신이 주무부서의 장관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담당자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타입의 보스입니다.

▶Q구스마오가 가리키는 석유 광구나 천연가스전 개발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가난을 탈피하는 것이 급선무입니까.

‘석유의 저주(The Curse of Oil)’를 피하는 일입니다. 동티모르사람들이 골고루 잘 살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Q에너지 자원 개발의 이득이 일부 계층에 쏠리는 ‘폐해’를 초기부터 적극 대처하겠다는 뜻인가요.

석유 부존량이 풍부하지만 국민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꽤 있습니다. 막대한 부가 오직 소수의 특권층에게 흘러들어가 절대 다수는 가난한데다, 주기적인 내전 발발로 전국민이 병화에 휩싸이는 나라들은 지금도 적지 않습니다. 석유자원이 화를 부르는 ‘마중물’의 역할을 한 거죠.

▶Q무엇이 이런 차이를 부른다고 보십니까.

리더십입니다.

▶Q동티모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또 어떤 곳이 있습니까.

중국, 그리고 말레이시아입니다. 세계적인 정유업체인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는 해상 광구에서 동티모르에 이르는 바닷길에 가스전을 설치하기 위한 ‘비주얼 맵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한국의 가스공사도 컨소시엄을 형성해 선라이즈 광구 개발에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까.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와 동티모르 자원개발의 주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스공사는 선라이즈 광구에서 생산된 가스를 사들일 예정입니다. (석유공사가 주도하는 이 컨소시엄에는 삼천리, STX에너지를 비롯한 국내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

▶Q중국정부는 동티모르 딜리에 대통령궁을 지어주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자원외교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략적 공조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중국이 동티모르에 청사를 지어주는 것도 동티모르의 입장에서는 ) 또 다른 형태의 전략적 제휴입니다.

동티모르 정부도 한국 노동부에 근로 인력의 교육을 위탁할 예정입니다. 가장 시급한 현안 중의 하나인 인력문제 해결의 첫걸음입니다.

▶Q한국에는 몇 차례나 다녀왔습니까.

두 번 다녀왔습니다. 현지 민간 기업들을 주로 만났습니다. 조만간 한국을 다시 방문할 계획인데,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볼 요량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가봐야 할 곳들이 많지만, 가급적이면 자제하고 있어요.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Q가져오고 싶은 것이 있던가요

한국인들입니다. 매우 공격적인 점이 항상 부럽습니다. 의욕이 넘치죠. 동티모르 사람들이 배워야 할 대목이라고 봅니다.

▶Q동티모르에 주목하는 한국 기업인들이 반드시 염두에 둬야할 사항은 무엇입니까.

동티모르는 우두커니 바라만 보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도로, 공항, 항만을 비롯한 간접자본 건설이든지, 혹은 천연가스, 원유개발 분야가 됐든지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동티모르 축구팀의 감독으로 활동하는 한국인의 사례도 인상깊게 보고 있습니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