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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8-24 13:06 | 최종수정 2007-08-24 13:15


〈비즈니스 2.0〉 혁신적 아이디어 29가지 사례 소개

조직론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인 경영학자가 우리나라 정부출연기관을 극찬하고 나서 화제다. 주인공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교수. 지난 2003년 참여정부가 출연한 뉴패러다임센터(NPC)를 세계화 시대 정부정책의 방향전환을 보여주는 모범적 사례로 꼽은 것. 경영난에 봉착한 기업들을 상대로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처방전을 제시, 위기탈출과 고용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점을 중시했다.

삼성그룹이 해외의 경제 매체에 실리는 일은 종종 있었으나 참여정부의 혁신사례가 조명을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비즈니스 2.0〉은 최근호에서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 29가지를 꼽았는데, 뉴패러다임센터의 사례가 19위에 선정됐다. <편집자주>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미국의 유명 경영대학원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조직론 부문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하지만 주류 학자들과는 달리 노동조합 예찬론자이다. 조합은 안정적인 일터를 제공해 직원들의 이직률을 줄인다는 논리다.

노동조합은 뛰어난 인재들을 불러들이고 또 현 직장에 묶어두며 생산성을 높이는 즉효약이다. 그가 ‘스칸디나비안 모델’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스웨덴· 노르웨이·핀란드를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기업들은 경영 환경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근로자들의 임금도 높고, 노동조합 활동도 활발하다.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에서도 한걸음 비껴서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며 이러한 열세를 단숨에 넘어섰다. 노키아, 에릭슨, 볼보 등은 하나같이 세계적인 기업들이다. 경쟁 우위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결국 인적 자본의 질이라는 게 제프리 페퍼의 판단이다.

물론 어느 나라건 조합 지도부는 때론 정치적이며,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판매하는 부도덕한 행태도 서슴지 않는 최악의 사례도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이러한 폐해 못지않게 사측의 전횡을 방지하고, 근로자들의 직업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그 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가 지난 2003년 설립된 우리나라의 뉴패러다임센터(NPC:New Paradime Center)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페퍼 교수는 미국식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한다. 미국도 클린턴 행정부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신흥시장으로 대거 옮기면서 실업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으나, 전직 교육이라는 처방만으로는 효율적인 대처를 할 수 없었다고 그는 지적한다.

새로운 직장을 구한 근로자들이 전 직장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경우도 드물었다. 참여정부의 뉴패러다임센터 설립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한국노동연구원과 손잡고 이 센터를 열었다. 주로 중국기업들의 저가 제품 공세에 밀려 설자리를 잃고 있던 중소기업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인간경영의 노하우와 더불어 경영 진단, 그리고 직원 교육, 신뢰구축의 노하우를 전수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 센터는 현재까지 170여 개 기업들을 상대로 이러한 컨설팅을 제공했는데, 대부분 재정난에 봉착한 업체들이다.

제프리 페퍼 교수는 이 센터의 컨설팅 결과에 주목한다.

직원을 자산으로 봐야 생산성 쑥쑥

고객사들은 매출이 평균 7% 정도, 이윤율은 무려 26% 가량이 증가했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60% 이상 대폭 개선됐다. 작업 공정의 개선을 통해 현장사고 발생률도 현저하게 줄었다. 경영난에 봉착했던 기업들이 회생한 비결은 무엇일까. 혁신센터 측은 컨설팅을 신청한 기업들에게 직원 교육 시간을 두 배로 늘리고, 특히 학습 프로그램을 강화하라는 처방전을 제시했다. 이후 노사간에 신뢰가 강해졌으며, 업무 만족도도 과거에 비해 더욱 높아졌다. 노사관계 개선은 고객의 만족도 증가라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냈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400병상 규모의 굿모닝병원이 대표적 실례이다. 혁신센터는 병원 직원들을 상대로 간호기술, 스트레스 다스리는 법, 외국어·컴퓨터 교육을 늘리라는 처방을 제시했다. 근무 시간도 줄였다. 이 병원은 더 이상 빈 병상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경영 여건이 호전됐다.

직원들의 생산성도 높아졌으며, 병원 고객들을 대하는 태도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페퍼 교수는 굿모닝병원의 사례를 들며 미국의 노동 정책이 중요한 점을 잊고 있다고 일침을 가한다. 무엇보다 직원들을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바라볼 때 생산성도 높아지고, 고객과의 관계도 개선된다는 점이다.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이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한국 정부의 정책은 기업들을 상대로 특정 산업 진출을 독려하거나 자본을 특정 분야에 몰아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도 지난 1990년대 혁신센터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로버트 라이시 노동부 장관은 조야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 이 프로그램 운영을 중간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근로자 교육은 정부의 몫이 아니라 기업들이 담당해야 할 책임이라는 미국 정치 지도자들의 통념도 이 프로그램의 실패에 한몫을 했다. 예산 삭감은 치명타였다.

그는 현재 미국을 이끌어 가는 정치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경영자들이 인적자원을 중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은 여전히 근로자 교육은 기업의 책임일 뿐이라는 선입견이 있다는 것. 이러한 접근방식은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제프리 페퍼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해 혁신센터담당자들과 인터뷰를 한 뒤 이러한 사례를 미국에서 발표했다.

《혁신적 아이디어 살펴보니》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도 실렸네!”

무엇보다 나이지리아에서 모기장을 보급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경영대학원생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한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의 인턴으로 근무하며 말라리아로 한 해 백만여 명이 사망하면서도 모기장 사용을 꺼리는 이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돌린 노하우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나이지리아 사람들의 기호를 파악해 지역별로 색깔이 다른 모기장을 보급했으며, 또 주요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에 모기장을 협찬해 모기장을 꺼리던 사람들의 취향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사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와인 업체인 스톰호엑(Stormhoek)이다. 이 회사는 블로그로 자사의 와인을 홍보하고, 100여명의 유명 블로거들을 상대로 와인을 무료로 나누어주는 등 이른바 블로그 마케팅을 통해 판매를 불과 1년 만에 5만 병에서 30만 병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 전기 자동차 더시티(The City)를 개발한 노르웨이의 싱크(Think), 지난 90년대 최악의 내전을 겪었으나 지금은 아프리카의 비즈니스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르완다의 사례도 주목을 끈다. 소비자와의 정서적인 교감을 중시하는 삼성전자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부문 사장의 사례도 실렸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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