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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로벌 통합기업으로 간다”


루 거스너 IBM회장이 지난 93년 부임해 처음으로 한 조치는 무엇일까. 바로 사내 경영위원회(MC)를 해체한 조치였다. 분야별 최고 실권자들이 머리를 맞대 의사 결정의 리스크를 줄이자는 창설 의도는 훌륭했으나, 늘 그렇듯 기구 성격의 변화가 문제였다. 실력자들이 물밑 조율을 끝내고 합의만 하는 기구로 전락했던 것.

그는 회사 분할방안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온 투자은행 직원들도 모두 회사에서 내보낸다. 자사의 가장 큰 강점은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회사의 규모와 더불어, 서로 이질적인 분야를 조율해 고객사들에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라는 흔들리지 않은 믿음을 반영한 조치였다.

제프리 이멜트 GE회장도 비슷하다. 그는 잭 웰치 시절 비대해진 GE파이낸스를 분할했다. 평소 규모야말로 성장의 주춧돌이라는 자신의 지론을 뒤엎는 조치로 해석됐다. 파이낸스가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다보니 통제가 어렵다는 현실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로스차일드는 설명한다.

두 사람 모두 겉으로는 분권을 강조했으나, 실상 권력 누수를 막고 개혁의 고삐를 죄는 수순을 밟아나갔던 것. 권한의 집중은 이들 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위기상황 덕분에 가능했다. IBM은 그룹의 캐시카우이던 메인 프레임의 수익이 뚝뚝 떨어져 가던 상황이었으며, 제프리 이멜트는 취임한 지 불과 나흘만에 9.11사태가 터져 전세계경제가 급랭했다. 삼성그룹도 비슷한 맥락이다.


반도체 부문의 수익률 급락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고나면 발표되는 인사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1일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박종우 사장을 삼성테크윈의 디지털 카메라 사업부문장으로 겸직 발령했다. 삼성테크윈은 조직을 주력인 카메라 사업부문과 정밀기계로 나눴다.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에 있는 개발부문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으로 옮겼다.

또 이에 앞서 삼성SDI의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장에 삼성전자 기술총괄인 김재욱 사장을 임명했다. 삼성전자 사장들이 삼성테크윈과 삼성SDI의 핵심 사업을 총괄 지휘하게 된 것. 황창규 반도체 총괄사장이 담당해왔던 메모리 사업부장직도 조수인 부사장에게 일임한 바 있다.

삼성이 지향해나갈 지점은 어디일까. IBM의 샘 팔미사노 회장은 자사를 세계 유일의 GIC로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통합된 기업(Globally Intergrated Company)의 약자이다. 각 지역 거점별로 가장 잘하는 분야를 담당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지역별 자회사들이 마케팅부터 판매, 생산 등을 담당하던 다국적 기업(multinational company)은 역사의 유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프리 이멜트 GE회장도 11개 사업부문간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양쪽 모두 강력한 통제가 조직운영에 필수적인 구도인 셈이다. 박재흥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는 “조직 전체를 통합의 시스템으로 보는 동양적 사고방식이야말로 경쟁우위의 원천”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의 통합바람의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의 움직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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