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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동양사상으로 경영을 논하는 이대 박재흥 교수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8-08 20:15 | 최종수정 2007-08-08 20:27


“식스시그마 만으론 한계… 논어에서 통합 정신 배워야”

“한국적 품질을 탐구하다 한국인의 의식구조가 유교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습니다. 기본적인 정신이나 사고방식을 소홀히 하면서 지엽적인 기법이나 제도에 매달려서는 품질 경영의 진정한 효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한때는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다. 동아시아 최대의 문명을 이룩한 중화 민족이 문약에 빠져 서구의 ‘오랑캐’들에게 수모를 당한 것도 그들의 눈에는 모두 시대착오적인 사상 탓이었다. 최강의 군대를 앞세워 거친 대륙을 내달리며 주변 민족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던 패권국가.

그러나 양이에 강토를 내주고 백성은 아편에 절었으며 성리학자들, 그리고 철인 군주들은 서양의 무지막지한 무력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어디 청나라뿐일까. 소중화를 자처하며 세계의 변화에 애써 눈을 감던 고루한 조선의 유학자들. 그리고 그들의 폐쇄성은 이 학문의 한계로 받아들여졌다.

유학은 한동안 금단의 학문이었다. 공자도, 맹자도, 그리고 한유도 봉건 제후들의 경제적 이해를 앞장서서 변호하던 의사 지식인이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공산당 지도자들은 자치통감을 숙독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공자를 비판했다. 유학은 하지만 꿈틀꿈틀 되살아나고 있다.

카이스트 박사가 왜 공자를…

중국 지도자들은 기회만 있으면 공자의 어록을 들먹인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지난해 6월 유교연구중심이란 연구소를 세웠다.

멀리 볼 것 없이, 우리나라 출판 가에서도 공자·맹자의 사상을 재조명한 교양서·학술서 출간이 봇물을 이룬다. 사실 후진타오·강택민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이야말로 현대의 학문에 더해 유가의 수기치인의 원리를 몸에 익힌 현대판 철인 군주들이 아니던가.

그 위세가 맹렬하다 보니 욱일승천의 중국 경제, 그리고 유가 부활의 방정식을 경계하는 시선도 고개를 든다. 하지만 유학은 그 자체로 삶의 지혜는 물론, 치열한 경쟁을 헤쳐 나갈 경영의 지혜를 담고 있는 인류의 보물창고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바로 이화여대 박재흥 경영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요즘 유학, 특히 공자의 사상에 흠뻑 빠져있다.

평생을 중국대륙을 떠돌며 인(仁)의 정신을 설파하던 유학의 조종. 서울 공대에서 자원 공학을, 그리고 카이스트에서 경영 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을 지낸 그가 공자에 몰두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30여 년간 품질 경영의 요체를 탐구하다 품질 경영 활동이 성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정서와 제도에 맞는 이론을 확립해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의 의식 구조가 무엇보다 유교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습니다.”

국내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식스 시그마가 붐이다.

철강회사인 포스코도, 공기업인 한전도 식스시그마로 무장을 하고 생산 현장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식스시그마는 모토롤라·GE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도입해 놀라운 성과를 거둔 품질 관리 기법의 대명사로 통한다.

공정능력지수(Capability of Process·Cp)라는 이름으로 오래 전부터 사용돼 왔으며, 미국계 컨설팅회사들이 미국 제품의 품질저하문제와 아시아 지역의 금융위기를 틈타서 전세계적으로 전파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귤화위지(橘化爲枳)’라고 했다.

통합적 관점서 조직 전체를 바라봐야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지만, 한계는 없을까.

그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풍토를 서로 비교한다. 일본은 지난 50년대 미국의 품질경영 기법을 들여다 불과 10여년만에 자기 것으로 소화해 세계적인 품질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가 대표적인 실례이다.

“일본은 불교와 유교를 심학(心學)으로 통합, 자본주의 체제에까지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빼놓고서는 일본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서구의 방법론에 일본의 정신을 적용한 대표적 동도서기의 사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일관성이나 한국적인 색깔이 없는점이 한계다.

그러다 보니 구슬을 모아놓고도 꿰지를 못한다. 품질 관리도 설계 품질·제조 품질 등 권역별로 잘게 분야를 나누고 각 부문의 입장에서 바라볼 뿐 기업 전체의 통합자적 시각에서 판단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단위 부품의 품질이나 생산성은 이제 해볼만하다는 자신감도 있지만 통합적인 관점에서 이를 조율하는 시스템이 늘 취약하다.

“기본적인 정신이나 사고 방식을 소홀히 하면서 지엽적인 기법이나 제도에 매달려서는 품질경영의 진정한 효과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조직 전체를 통합의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품질 관리라는 용어가 품질 경영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이러한 각성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품질경영의 외연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제품 생산에만 적용되는 품질관리가 아니라 디자인과 마케팅, 그리고 지속가능경영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하나로 아우르는 종합적인 사고가 경영자들에게 요청되는 배경이다.

“품질을 만드는 일은 고객을 만족시키고 지구의 환경을 살리는 차원 높은 것이 되어야 합니다.” 동양 사상은 이러한 깨달음의 자양분이기도 하다.

그는 유교의 모든 덕목은 천지와 인간을 통합적인 존재로 보는 우주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패자 진 문공부터 미국의 머크사의 사례까지 동서고금의 역사를 종횡으로 오간다. 해박한 지식을 가늠하게 한다.

서구적 가치만이 지고의 선은 아니며 동양에서 가장 서구화된 나라인 싱가폴의 번영은 동양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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