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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현대카드에서 배우는 동·서양 퓨전경영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7-19 14:15 | 최종수정 2007-07-19 14:48


버나드 반 버닉 현대캐피탈 부사장의 ‘동·서양 퓨전경영’
스피드의 현대+시스템 GE
퓨전경영으로 상생의 길 열었다

“현대 경영자들의 의사 결정이나 실행의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바 닷물을 폐유조선으로 가로막아 간척지를 조성하던 불굴의 경영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타고난 직관의 소유자이자, 야성적 리더십의 화신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성장형 리더’라고 할까. 그는 닦고 조이기보다 새로운 사업기회를 적극 찾아 나섰으며, 난관은 기책으로 돌파했다.

발명왕 에디슨이 창업한 글로벌 기업 GE. 포천 500대 기업 리스트에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는 초우량 기업이다. 경영자의 감(感)보다는 냉철한 분석과 데이터를 중시하는 시스템 경영의 선봉장이기도 하다. 합리성을 중시하는 가장 미국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창업자의 유전자부터 상이한 한미 대표 기업의 상생(相生) 실험이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과학적 관리기법, 톡톡 튀는 마케팅, 그리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삼중주로 시장 판도를 뒤흔들며 퓨전 경영의 깃발을 힘차게 흔들고 있다.

현대카드와 현대 캐피탈을 주요 무대로 시스템과 속도경영의 화려한 이중주를 변주하고 있다.

버나드 반 버닉 현대캐피탈 부사장을 지난 11일 오후 이 회사 여의도 본사에서 만났다. GE측 영입인사인 그는 맥킨지를 거쳐 지난 97년 이 글로벌 기업에 입사했으며, 2004년부터 현대캐피탈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 그룹의 계열사로, GE가 각각 4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이름에는 반(VAN)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눈에 띕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영어단어 ‘프롬(From)’에 해당합니다. 이 단어 뒤에는 대개 지명이 따라옵니다. 제 이름을 예로 들자면 버닉 지방에서 온 버나드라는 것이지요. 버닉은 네덜란드의 한 지명입니다. 제 선조들의 출신지를 알 수 있지요.

3년 전 한국에 처음 오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맥킨지 출신인 루 거스너 같은 경영자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닌가요.

루 거스너(Louis Gerstner)라니요. IBM의 전 회장 말입니까. 그렇게 유명한 경영자와 저를 비교해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웃음 ), 부임 사실을 알게 된 뒤 느낀 생각이라… 글쎄요. 가슴이 뛰었다고 할까요. 또 세상에 이런 인연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맥킨지 서울 사무소에서 지난 96년 근무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97년 GE로 옮긴 뒤 다시 한국을 찾게 됐으니 인연은 인연인가 봅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강점으로 흔히 톡톡 튀는 마케팅을 꼽습니다. 당신이 보는 양사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세계적인 브랜드 마케팅(global top-level brand marketing), 그리고 정보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인 경영이 성공의 두 수레바퀴입니다. 너무 추상적인가요.(웃음) 신용카드 발급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인 린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린 시스템은 도요타의 유연 생산 시스템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발급시간을 얼마나 줄였나요.

30% 이상 단축시켰습니다. 고객이 카드를 신청하는 순간부터 받을 때까지, 약 9일이 걸렸지만 지금은 6일로 줄였습니다.

카드 심사를 엄격히 하면서도 불필요한 절차를 간소화 했습니다. 심사를 일단 통과 하면 카드를 반나절 안에 발급하고 있습니다.

GE는 포천 500대 기업 목록에 한 차례도 빠지지 않은 거의 유일한 기업입니다. 현대카드에 무엇을 전수했습니까?

소비자 분석능력입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접근방식입니다. 신상품을 발굴,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조달과 재무분야에서도 비용절감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습니다. 재무제표상의 자산도 늘려 나가려고 합니다. 양사의 강점이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는 셈입니다. 강점의 융합이라고 할까요( blending of several strengths).

GE가 지난 2005년 도입한 정교한 시장조사 기법도 성공의 주춧돌이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케팅이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고객들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겠죠.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을 알 수 없다고 했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 (GE의)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소비자의 속마음을 어떻게 해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들은 그들의 바람이나 원망을 좀처럼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GE가 시장 조사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방식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고객들을 상대로 한 조사요원들의 질문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지금 사용 중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친구나 동료 등에게 추천할 것인지를 묻습니다.

또 개선점에 대한 의견도 구합니다. 고객들의 답변을 통해 ‘NPS(순추천 고객지수 : Net Promoter Score )’라는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이끌어 내고, 이를 기업 활동에 활용합니다.

조사 방식의 일대 전환을 꾀했다는 말이군요. 현대카드도 이 기법을 사용하고 있나요.

물론입니다. 현대카드도 NPS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6개월에 한 번씩 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GE도 1∼2년전부터 기존 소비자 조사 방식의 한계를 절감하고 전 계열사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시장 조사기법인 노벡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일 먼저 적용한 상품이 개인금융 상품입니다. (GE는 최고정보책임자인 게리 라이너를 NPS지표관리의 책임자로 임명, 고객과의 관계를 측정하고 있다. 고객 관계의 식스 시그마로 불린다. )

GE 출신들은 아무래도 경영자의 직관보다는 분석이나 데이터를 더욱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데이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는 않습니다.(Analytics helps tremendously) 의사 결정의 기본이지요. 소비자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면 브랜드에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겠습니까? 브랜드가 구축되어 있어도 데이터가 없다면 꾸준히 개선해 나갈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헨리 포드에서 정주영 명예회장까지, 타고 난 통찰력으로 거대 기업을 일으킨 경영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직관 또한 의사 결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겠죠. 중요한 것은 양자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일입니다. 리더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 과제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직관이라는 것도 시간을 두고 정보습득과 더불어 천천히 더 나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는 가장 한국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혹시 불합리한 관행은 없던가요.

무슨 말씀을요.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경영자들의 의사 결정이나 실행의 속도(speed of decison making and execution)는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GE의 경우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다 보면 실행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속도를 위해 문제를 덮어두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감추기보다는 서로 공유하고 논의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회사가 한국 시장에서 공조하며 좋은 성과를 내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역할 분담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내 임무는 회사의 성장을 돕는 것입니다. 성장은 주주 모두에게 이로운 일입니다. 양사는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으며, 출신이 어느 쪽이든 이 회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대 경영자들도 비슷한 입장이 아니겠습니까.

시장 강자들의 견제가 매우 거셉니다. 어떤 전략으로 뿌리칠 계획입니까.

신규 추진 과제를 다섯 개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모두 3∼5년 간 상당한 고객 성장을 불러올 잠재력이 있는 과제들입니다.

다섯 가지 이니셔티브를 통해 현 위치를 고수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는 다섯 가지 이니셔티브를 밝혀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대해서는 아직 공표된 사안이 아니라며 답변을 슬쩍 비켜갔다. )

한국 시장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한국GE도 든든한 원군이 아닌가요.

물론입니다. 실은 오늘 (11일) 오후에 황수 한국 GE 사장과 만날 예정입니다.(웃음) 한국뿐만이 아닙니다. 현대카드의 성공사례는 GE머니는 물론 전 세계 계열사들이 공유하고 있으며, 현대카드에도 GE의 성공사례를 접목하고 있습니다. 변화는 폭넓은 경험, 지식에서 싹이 트는 법이지요.

일을 하다보면 잘 풀리지 않는 시기가 있습니다. 이럴 때면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요.

독서를 합니다.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의 《불확실성의 시대》, 그리고 레바논인인 탈렙(taleb)이 저술한 《검은 백조(black swan)》는 뛰어난 책들입니다. 탈렙은 9,11사태, 쓰나미를 비롯한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인류사에 결정적변화를 불러온다는 점을 강조하죠.

우리는 정교한 모델을 통해 세상을 읽어내려고 하지만, 정작 세상의 주요 변화는 우연에 지배된다는 점을 설파합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 장관을 지낸 루빈의 책도 꼭 일독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소설책도 좋아합니다. 윌리엄 보잇이나 존 어빙 등이 저술한 소설을 한번 읽어보세요.

훗날 한국을 떠날 때 꼭 가져가고 싶은 것이 혹시 있습니까. 세 가지를 꼽아주시죠.

무엇보다 가족은 꼭 데려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웃음) 그리고 현대카드의 블랙카드도 가져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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