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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삼성 출신 영입인사들은 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나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6-27 10:54 | 최종수정 2007-06-27 20:39




이명환 대표가 밝히는 ‘재계 시스템 경영 무엇이 문제인가’

“오너가 시시콜콜 훈수 두면
초일류 인재도 복지부동하게 되지”

이명환 전 동부그룹 부회장은 시스템 경영의 전도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삼성, 현대, 그리고 효성, 동부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을 두루 거친 국내 기업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의 부름을 받고 올해 초 경기도 중소기업종합지원 센터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철밥통으로 널리 알려진 공무원 세계에 직무 성과급제를 도입하는 등 부임 후 숨가쁜 변화를 이끌고 있는 그를 만나 최근 재계 일각에서 불고 있는 시스템 경영 무용론에 얽힌 그의 소회, 그리고 공무원 세계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변화의 바람 등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편집자주>


“안 된다고? 무슨 말이야, 한번 해보기나 했어?”(정주영) “문제가 뭐꼬, 그러면 우얄래”(이병철)" 한국 재계의 두 거목인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그리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은 외모만큼이나 사고방식, 용인술도 많이 달랐다. 이명환 경기도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대표이사.

그는 두 경영자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산 증인이다.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이의동에 위치한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대표이사실. 그는 기자의 방문 사실도 모른 채 무언가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책 출간에 대한 덕담을 건네자 기자에게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라며 사무실 의자를 권한다.

그리고는 책장으로 성큼성큼 이동한다. 리처드 스티어(Richard M. Steers)가 저술한 《한국산(Made In Korea)》. 그가 빼들고 온 책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을 조명한 원서이다. 시스템 경영의 요체를 논하는 자리. 정 명예회장의 자서전을 펼쳐드는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정 회장이 주베일 항만 공사에 저가로 입찰했을 때 다들 현대건설이 망한다고들 수군거렸지요. 하지만 그는 해상 보험조차 들지 않은 채 배를 이용해 대형 블록을 현지로 옮겨 대역사를 일구어 냈습니다. 그의 독창적 문제 해결의 발상에는 국내외 할 것 없이 모두들 혀를 내둘렀습니다 .”

당시 주베일 특수로 국내는 인플레를 염려할 정도였다고 한다. 달러가 쏟아져 들어오며 시중에 원화가 대폭 풀린 탓이다. 거대한 대형 폐유조선을 활용해 바닷물의 흐름을 차단하고 대역사를 이뤄낸 서산 간척지 사업도 비슷한 사례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명예회장은 탁월한 전략가였다.

손자는 기책(奇策)은 하수(下手)의 전유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신기묘산(神技妙算)의 방책으로 활로를 뚫었다. 항상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물이었다. 배수의 진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끈 전투의 신 ‘한신’에 비유할 수 있을까.

“현대그룹의 99%는 정 회장이 구축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그는 이른바 솔루션 프로바이더였습니다.”하지만 장단점은 동전의 양면이다. 정명예회장의 사후 현대그룹은 외환위기의 직격탄에 더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급속도로 무너진다. 한 사람의 탁월한 리더에 의존하는 인치 경영의 한계였다.

“정명예회장 같은 뛰어난 경영자는 결코 배워서 익힐 수 없는 타고난 감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그의 장점을 따라하기가 불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뛰어난 리더가 언제까지나 통찰력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사람이 가도 남는 것은 시스템이라는 설명.

이병철 회장, 뛰어난 인재 발탁 과감하게 권한 위임

“이병철 선대 회장은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 억양으로 ‘문제가 뭐꼬’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습니다. 경영자들이 소견을 밝히고 나면 ‘그러면 우얄래’라는 추궁이 바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딱 두 마디였다. 하지만 허점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그의 질문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이명환 대표의 회고담이다. 이병철 회장은 자신이 직접 창을 들고 전선을 돌파하기보다 뛰어난 인재들을 발탁해 권한을 위임했다. 순욱, 순유, 가후, 그리고 곽가를 비롯해 탁월한 인재들을 무리없이 이끈 조조에 비유되던 배경이다. 이건희 회장의 용인(用人)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직시절, 하루는 이건희 회장이 제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2차전지 부문이 일본에 뒤지는 이유를 묻고, 기술 열세를 만회할 방법을 묻더군요.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인재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의 국적은 물론 몸값과 더불어 현재의 소재지를 집요하게 물어보았습니다.”

수년 전 산업자원부 기자실을 찾았던 삼성그룹 계열사의 전직 고위인사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회고담이다. 현안을 묻고, 해결책을 구하는 선대 회장의 접근 방식은 2세대에 와서도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경영자들이 이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비슷하다.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몇 가지 질문으로 핵심을 따지고 들어가는 경영방식은 여전하다. 오너 가문에 전수되고 있는 대표적인 시스템 경영의 실례이다. 삼성그룹은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GE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시스템을 중시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시스템 경영을 바라보는 재계 일각의 분위기가 썩 우호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용론’마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성과 경영이라는 용어를 대신 쓰자는 주장도 일부 기업에서 들려온다. “시스템 경영을 이론에 치우친 ‘탁상공론’쯤으로 취급하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기자는 그에게 다소 껄끄러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아쉬움을 피력한다. “시스템 경영은 기업 경영의 뿌리에 해당합니다. 뿌리가 튼실해야 줄기가 뻗어나갈 수 있고, 과실도 얻을 수 있습니다. ”시스템과 성과를 무 자르듯이 둘로 나누고, 성과가 더 중요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무지의 방증이라는 것.

그는 성적이 오르지 않는 수험생들에 빗대 현안을 설명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재능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십중팔구 공부를 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딴 짓을 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의 말에 십분 양보한다 해도 삼성 출신 인사들을 영입한 기업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삼성 영입 인사, 왜 뚜렷한 성과 못 내나

“잘 나가는 기업일수록 오너 회장의 주변에 그를 능가하는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하지만 중견 기업은 대부분 오너가 그룹에서 가장 뛰어난 역량의 소유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주변 사람을 대부분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훈수를 두고, 간섭하는 일이 잦습니다.”

성공의 기억은 스스로를 과거에 붙들어 맨다. 기업의 덩치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외부 인재 영입이 늘어도 간섭의 유혹은 쉽게 떨쳐 버리기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시시콜콜 개입할 때 구성원들은 복지부동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경험칙이다. 초일류 기업에서 영입된 인재들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다.

그래서일까.
이병철 선대 회장은 삼고초려를 마다 않고 자신에게 쓴 소리를 아낌없이 해줄 수 있는 인물들을 영입했다. 경영자가 독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인 셈이다. 홍진기 중앙일보 전 회장, 신현확 전 국무총리 등은 이 회장에게 고언을 아끼지 않은 이들이다.


지난 1966년 사카린 밀수 파동으로 그룹이 흔들리는 홍역을 치른 뒤 그는 한때 정계입문을 고민했으며, 당시 야당의 거목이던 유진산 씨를 찾아가 의견을 구했던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경청(敬聽)이라는 유훈을 후계자에게 남긴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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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쉬운 일은 아니지요.”

이명환 대표이사가 툭 털어놓은 말이다. 수십여 개의 계열사를 이끄는 거대그룹의 총수. 눈부신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전술적인 성공이 전략적 실패를 보완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단언이다.

그룹을 이끌어 가는 선장은 멀리, 또 정확히 장래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엔론, 월드콤, 탄산음료로 미국시장을 공략하던 버진그룹까지, 경영자들의 전략적 오류의 사례는 얼마나 많은가. 엔론과 월드콤은 문을 닫았으며,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자신의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동양의 고전에 자주 등장하는 역사적 사례도 결코 드물지 않다. 서초 패왕 항우는 진나라를 무너뜨리고 천하의 패권을 쥐었지만, 결정적 패착을 두는 바람에 종래에는 목숨마저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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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경영 첫걸음은 공정한 성과 측정


요즘 경기도 중소기업종합지원 센터 3층에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어링포인트의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센터 소속 공무원들에게 적용할 성과급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공무원 업무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공무원 성과기준을 디자인할 강력한 원군이다.

시스템 경영의 첫걸음은 공정한 성과측정이다. “지금까지는 구두 한 켤레를 닦아도 5년 근무자에게는 3000원을, 3년 근무자는 2000원, 신입에는 1000원을 각각 지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장기근무자에게는 나태함을, 연차가 적은 공무원에게는 박탈감을 안겨줄 개연성이 큽니다.”

그가 공무원 성과 평가의 전면 개편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각론은 복잡하지만, 핵심은 앞으로는 근무 연한과 관계없이 구두 한 켤레를 닦으면 1000원을 일괄 지급하겠다는 것. 고참 공무원들은 숙련도를 발휘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어야 더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거꾸로 후배 공무원들도 업무 처리 역량이 뛰어나면 더 많은 급여를 챙길 수 있다. 장기적으로 기본급과 성과급의 비중을 50대50으로 늘려나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같은 직무를 담당해도 급여가 많게는 세 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게 이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충격을 감안해 성과급 20%, 기본급 80%로 시작할 계획이다. 늘 그렇듯, 개혁에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불안한 눈으로 그의 실험을 지켜보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세상 물정 모르는 민간 기업인 출신이 공무원 조직을 헤집어 놓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일각에서 터져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이 대목을 설명하며 때로는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또 큰 손동작을 취하며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 가슴속 고민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들이다. 하지만 사람이 바뀌어도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굴러갈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취임 일성 만큼은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가 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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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시스템 사고 엿보니



질문 던지면 3~4가지 즉답



시스템 경영의 전도사로 통하는 이명환 대표는 제일모직, 제일합성, 삼성항공, 삼성비서실, 삼성코닝, 삼성SDS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이후 현대, 효성, 동부 등에서 시스템 경영 노하우를 중견 기업에 전파하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한몫 했다. 그래서일까.

지난 20일 경기도 이의동 센터에서 만난 그는 답변 방식부터 독창적이었다. “중소기업 센터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성장 지원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 것입니까” 기자가 던지는 질의에 대해 망설임 없이 족족 2∼3개의 답변을 내놓는다.

중소기업 종합지원 센터의 역할을 묻자 바로 창업지원, 성장지원, 역량 지원이라고 세 개의 답안을 내놓는 식이다. 개별 답변도 다시 몇 개의 범주로 나눈 뒤 설명을 덧붙였다. 답변 방식에서도 삼성 특유의 기업문화, 그리고 오랫동안 담금질한 시스템적 사고를 엿볼 수 있었다.

현안을 진단하고, 처방을 이끌어내는 고유의 솔루션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그는 최근 일곱권 짜리 정설 시스템 경영을 발표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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