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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리더를 맹신하지 말라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6-18 09:27


팔로워십, 리더를 만드는 힘
신인철 지음
한스미디어 / 1만2000원

이 책은 리더십이란 수많은 팔로워들에 유지되고 성장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리더만 뛰어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란 기대에 일침을 가한다.


한 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가 패권을 다투던 초한전쟁. 최후 승리는 유방의 몫이었지만 중국 야사에 의하면 유방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높지 않다. 미천한 건달 출신에 인물이면 인물, 재주면 재주 모두 항우보다 변변치 못하다는 것이다. 시황제의 아방궁과 미녀들을 보고 넋이 나가 침을 질질 흘리는 그를 부하들이 억지로 군영으로 돌아오게 한 일화는 그의 됨됨이와 그릇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하지만 유방은 태산을 뽑을 기개를 가진 천하무적의 맹장에다 귀족 출신이고 풍모도 영웅다웠던 항우를 일방적으로 몰아 완벽하게 이겼다. 왜 항우는 이런 얼치기 유방에게 처참한 패배를 당했던 걸까.

야사든 정사든 사가들이 대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결국 하나로 관통되는 유방의 성공 비결은 포용력과 자율성에 있었다. 유방은 부하들의 말을 잘 따랐고, 부하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자신의 재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다. 반면 항우는 스스로 잘나 유방처럼 그러하질 못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이렇듯 리더와 팔로워들의 조화와 협력은 위대한 성공을 일궈냈다. 징기즈칸의 세계정복,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 광개토왕의 영토확장 등이 그러했다. 이런 점에서 리더란 ‘함께 이룬 위대한 성공’의 상징적 대표일 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위대한 성공을 우리는 위대한 리더로만 환원하는 경향이 짙다. 그것은 스스로 지식이 얕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위대한 리더가 있다면 위대한 팔로워도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

《팔로워십, 리더를 만드는 힘》(한스미디어)은 리더십이란 수많은 팔로워들에 의해 유지되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팔로워십의 진정한 의미와 팔로워십의 종류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그것이 어떻게 기업과 조직에 반영되고 실천될 수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리더 맹신’, 즉 리더만 뛰어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란 기대에 일침을 가한다.

리더 맹신주의가 옳다면, 어떤 사회나 조직이든 올바른 리더 하나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리더만 갈아 끼우면 된다. 하지만 사회나 조직에서 발생하는 수백 가지 문제점의 유일한 처방이 ‘리더 교체’라고 한다면, 사람의 몸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병의 근원을 '감기' 하나라는 전제 하에, 어떤 병이든 ‘감기 처방전’을 내리는 것과 같다.

리더 맹신주의자들의 기대와 달리 리더십은 생각만큼 힘이 세지 않다. 저명한 조직관리 및 리더십 학자인 카네기멜론스쿨의 켈리 교수에 따르면 “조직의 성공에 있어서 리더가 기여하는 것은 많아야 20% 정도이고 그 나머지 80%는 팔로워들의 기여”라고 한다.

빙산은 20%만 수면 위로 보이고, 나머지 80%가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 수면 위 20%는 수면 아래 80%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20%의 빙산에만 관심을 쏟는 것은 문제다. 이것은 눈에 잘 띈다는 이유만으로 리더들에게 모든 책임을 묻고, 리더에게만 목을 매는 오류를 범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80%의 팔로워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팔로워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건 아니다. 리더와 팔로워는 칼로 자르듯 명확히 구분되는 별개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리더이면서 동시에 팔로워인 유기적 조직 속에서 살고 있다.

“진정한 팔로워는 리더에게 모든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자신이 속한 조직, 그가 조직에서 수행해야 할 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리더의 일방적인 지시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때로는 리더의 부족한 곳을 보완해 주며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는 것이다. … 팔로워는 리더의 또 다른 이름, 팔로워십 또는 리더십의 또 다른 이름으로 인식하는 것이 현명하다.”

세종대왕은 리더는 1명이 아니라 다수이며, 리더이자 팔로워인 구성원들이 서로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협력해야 함을 몸소 실천하여 창업보다 어렵다는 수성(守城)을 이뤄냈다.

중국의 제도를 본받아 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결정해야 한다는 참찬 벼슬 김점의 주장에 대해 세종은 ‘임금이 자잘하고 사소한 일에까지 관여하여 신하의 할 일까지 하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단언했다.

이러한 세종의 파트너십 개념이 낳은 집현전은 국가가 운영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마다 세종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였다. 세종과 집현전 학사의 관계는 주종관계라기보다는 진정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권한위임형의 리더십’과 ‘보완의 팔로워십’이 긴밀하게 상호작용했던 관계였던 것이다.

반대로 팔로워의 역할이 없는 조직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엔론이 대표적이다. 엔론의 창립자인 케네스 레이 회장은 카리스마적인 경영을 펼쳤고 그를 거쳐간 수많은 임원들은 그저 ‘Yes맨’일 뿐이었다. 똑똑하고 능력 있지만 부정과 잘못된 의사결정에 그들은 ‘침묵의 팔로워’ 역할만 수행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역사상 최대규모의 파산을 만든 주인공들이 되었다.

70년대 말 VCR 녹화방식을 두고 소니의 베타 방식과 마쓰시타의 VHS 방식이 벌인 치열한 경쟁에서 기술력이 한 수 아래였던 마쓰시타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소니가 ‘기술력만 믿고 리더로서의 위치’에만 몰두한 반면, 마쓰시타는 상대적 이익을 제시하며 상대기업을 존중하고 도와줄 것은 도와주고 이끌어 줄 것은 이끌어주는 ‘팔로워로서의 가치 창조’에 힘썼기 때문이다.

혼자 잘 나서 성공하는 리더가 존재하지 않듯, 혼자 못나 실패하는 리더도 없다. 모든 성공과 실패는 리더와 팔로워들의 파트너십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는 리더 맹신, 리더십 과잉의 시대에 산다.

“이건 모두 ○○○ 때문이야.” 얼마 전까지 인터넷 댓글에서 유행했던 말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 요즘 대통령 예비 후보들의 말이다. 모두 우리의 리더십 맹신에 대한 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것을 알아야 한다. 팔로워 수준이 높아야 리더 수준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말은 결국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거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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