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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레이 호튼 석좌교수에게 사회책임 경영을 묻다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6-21 11:27


“한국기업 사회공헌은 PR에 불과
도요타·GE 발상 전환 본받아야”

‘전략과 사회(Strategy & Society)’. 다이아몬드 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마이클 포터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가 올해 초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의 제목이다. 이윤추구와 사회공헌활동을 무 자르듯이 둘로 나누는 기업들의 관성에 경종을 울린 노작이다.

레이 호튼(Ray Horton)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포터교수의 이러한 전략적 사회공헌론의 지적재산권자 격이다. 한국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이미지 개선을 노리는 홍보 활동에 그쳐 왔다는 박한 평가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연세대 소셜엔터프라이즈센터 개원 행사 참석차 우리나라를 방문한 레이 호튼 교수를 지난 14일 오전 이 대학 상남경영원에서 만나보았다. 그는 기업의 사회책임(CSR), 사회책임투자(SRI)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편집자 주>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생소한 감이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는 공익재단을 뜻하는 것인가요.

자선단체든 아니면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든, 정교한 비즈니스 노하우를 통해 이윤추구와 사회공헌활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조직들은 모두 사회적 기업의 범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체의 성격에 따라 이 두 가지 활동을 따로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민간기업은 영리 추구를, 자선단체는 사회적 공익의 추구를 각각 담당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두 부문이 하나로 융합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 추세입니다.

요즘 한국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사회공헌활동이 유행입니다. 임직원들이 불우이웃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대기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까.

한국 기업들의 활동은 사회공헌활동이라기보다는 ‘홍보(PR)활동’에 가깝다고 봅니다. (이윤추구와 사회공헌활동을 이분법적으로 파악하는 국내 기업들의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more..SD3제이슨 퍽스 사장 인터뷰 참조

사회적 기업의 사례를 좀 들어 주시겠습니까. 매우 독특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 제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제자가 있는데, 그는 감옥에서 출소한 재소자 출신들을 기용해 재활을 돕고 있습니다. 물론 돈도 벌고 있습니다. (웃음) 또 경영대학원 출신의 또 다른 제자는 필라델피아, 그리고 펜실베이니아에서 환경 폐기물 재생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들이 지금 이 사업을 통해 얼마나 큰돈을 벌고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웃음) 회사명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주세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본질은 이윤추구라는 발언을 남겼습니다. 돈을 벌면서 좋은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본질이 돈을 버는 쪽에 더 가깝다고 보았습니다.(그는 ‘기업의 활동은 이윤추구(Business of business is business)’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시대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가 활동하던 때와 지금은 여러 모로 정황이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명한 학자들이 아직도 밀턴 프리드먼의 견해를 지지할지는 의문입니다. 사회공헌활동은 되돌릴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대세입니다.

사회적 기업들이 실제로 세를 불리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학계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는 단계는 아닌가요.

이렇게 설명을 해보면 어떨까요. 유명 경영 월간지인 〈패스트컴퍼니〉는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상을 주고 있지 않습니까. 비슷한 성격의 상만 미국 전역에서 수백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관련 활동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입니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성장동력 확보에 부심 중인 글로벌 기업인에도 통찰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공익재단, 혹은 민간기업을 막론하고 정교한 비즈니스 툴을 도입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기업들이 미국에서는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상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의 정신은 물론 이들의 독특한 비즈니스 기법, 비즈니스 모델을 널리 전파하는 데도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가르치고 있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학생들의 호응은 어떤 편입니까. 미국 경제계를 이끌어나갈 주역들인데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생들의 30% 이상이 사회공헌 관련 클럽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관련 기업에서 인턴십을 거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도 이들의 요구사항을 커리큘럼에 즉각 반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효율을 중시하는 세계화의 맹주격인 나라입니다. 사회기류가 공공선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두 가지를 들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2001년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한 에너지 기업 엔론의 회계 부정 사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의 에너지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 장부를 조작한 사실을 알게 된 미국인들이 받게 된 충격을 떠올려보세요. 미국 사회 변화의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또 다른 주요 변수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지구 온난화입니다. (제프리 가튼 예일경영대 교수는 9·11사태, 엔론의 회계 부정이 기업 만능 풍조를 바꾸어 놓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여론의 물줄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 계기를 전략적 변곡점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사회적 기업들은 과거와는 달라진 환경속에서 사회공헌과 이윤창출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보게 됐습니다.


more..2001년에 일어난 굵직한 일들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위기에서 새로운 이윤창출 기회를 엿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서울의 대기 오염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 기업을 상상해보세요. 그야말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지구촌의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사업 기회를 포착한다는 것은 이러한 뜻입니다. ‘발상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환경위기를 성장동력 확보라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활용한 글로벌 기업들, 어떤 곳들이 있을까요.

에코메지네이션이라는 신성장전략을 가동 중인 GE를 보세요.

에코메지네이션은 환경 분야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지난 2005년 발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전략이었습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은 제프리 이멜트 회장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 내년 중 상을 시상할 계획입니다.

도요타의 친환경 하이브리드 제품인 프리우스(Prius)도 물론 훌륭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more..하버드비즈니스 관련 내용 참조



지구촌 위기의 또 다른 축은 빈곤의 확산입니다. 빈곤 해소에서 뛰어난 성과를 자랑하는 기업의 사례도 궁금합니다.

통신 회사인 ‘로샨 텔레콤(Roshan Telecom)’의 사례를 들고 싶습니다. 중동 지역의 자선사업재단인 ‘아가칸’ 이 회사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민의 가난을 구제하는 데 혁혁한 업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무하마드 유누스가 운영하는 파키스탄의 그라민은행도 비슷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한국의 사업 환경은 미국과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과연 한국에서도 사회적 기업들이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을까요.

한미 양국의 기업인들은 서로 다를 수도 있습니다. 사업 환경도 차이가 있겠지요.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지구촌의 위기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성장 기반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이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한국 기업인들도 장기적으로 미국과 비슷한 길을 가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업의 장기적 이익추구와 사회공헌활동이 결코 서로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겠죠.(우리나라에서는 아크투자자문의 이철영 회장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신조류를 국내에 앞장서서 소개해온 주인공입니다. )

사회공헌활동이나, 사회적 기업이라는 새로운 조류가 결국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공산은 없을까요.

한 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결코 상아탑에서 기업으로 전파된 이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인들이 먼저 그 변화를 깨닫고 실천에 앞장서 왔습니다. 이들의 움직임이 이후 다른 기업에도 빠른 속도로 확산돼 나갔습니다.

경영대학원을 비롯한 학계는 현장에서 불고 있는 기업인들의 이러한 자생적인 움직임을 교과서에 담아낸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은 결코 공허한 이론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주요 대학에 사회적 기업 센터가 최근 설립됐습니다.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요.

제가 담당하고 있는 주요 업무 중의 하나가 바로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펀딩을 받는 일입니다. 그들을 상대로 이 돈을 결코 헛되이 쓰지 않겠다는 점을 늘 강조합니다. 사회공헌활동이 바로 돈을 버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영향력이 크고, 앞선 경영기법을 지닌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사회적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주요 변수라고 봅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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