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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창투-韓 벤처 적이야 동지야

[이코노믹리뷰 2005-07-08 08:57](자프코라는 이름을 처음들은 것은 1년 7개월전입니다.한 일본계 투자사가 돈줄이 말라버린 국내 벤처기업들의 수호천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회사는 마케팅 지원은 물론 가치 창출팀까지 파견하면서 자사가 투자한 회사의 수익극대화에 나선다고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회사의 핵심 정보가 속속들이 일본계 회사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고, 또 훗날 결별하게 될 국내의 현 고객사를 겨누는 비수가 될지 모른다는 가설이었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외국반도체 업체의 하이닉스 실사 과정에서 핵심적인 정보들이 유출되면서 수년전 한국정부가 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던 전례가 있었습니다.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시 이 기사탓에 자프코의 한국내 투자를 이끌던 한국인 경영진들이, 기자에게 '무책임한 기사 한줄이 자프코의 한국내 활동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하소연을 해 한동안 곤란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개인적으로 미안하기는 하지만, 최종 판단이야 독자들의 몫이지 않겠습니까.




국 내 벤처 캐피털 업계를 거쳐 지난 2003년 ‘소프트런’에 전격 합류한 김원호 부사장. 활달한 성격의 그는 올해 초만 해도 남모를 고민에 빠져 있었다. 소프트런은 국내 시장 점유율 90%, 공공 부문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보안 패치(Patch) 관리 분야의 일등 기업. 직원들의 컴퓨터에 깔린 운영체제(OS)를 간단한 조작만으로 일괄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이 회사 제품은, 편의성은 물론 비용 면에서도 비교 우위가 있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의 고민은 협소한 국내 시장규모 탓이 컸다.

지난해 매출이 35억원에 영업이익은 불과 8억원 정도. 시장 수위 업체라는 평가를 무색하게 하는 수치다. 특히 수 년 전 윤태식 패스21 사장을 비롯한 벤처 사기꾼들이 물을 흐려놓으며 시들시들해진 보안 시장은, 올 들어서도 경기 침체 속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며 그의 고민을 깊게 했다. 김 부사장이 일본 시장 공략에 눈을 돌린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호기롭게 출사표(出師表)를 던지기에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은 녹록치 않았다. 시장 상황이나 유사 제품 정보 모두 턱없이 부족했던 그의 고민을 일거에 해소해 준 업체는 일본 최대의 벤처캐피털인 자프코(JAFCO)였다.

전 세계적으로 3000여 개 회사에 3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으며, 중국·이스라엘·인도 등 세계 각국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이 회사의 투자 제의를 받아들이며 그는 고민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었다. 자프코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의 한 기업과 제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김 부사장은, 요즘 일본 시장 공략에 여념이 없다.

모바일 게임업체인 ‘이쓰리넷’의 전근열 투자담당 이사. 학원 원장 출신의 벤처CEO로 널리 알려진 이 회사 성영숙 사장과 더불어 기업 설명회 참석차 호주를 방문하고 돌아온 그는, 지난달 22~23일 이틀 동안 일본의 창업투자사들과 서울에서 투자 협상을 벌였다.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 진흥원이 주최한 이 투자설명회에는 이쓰리넷을 비롯해 국내 20여 개 업체가, 일본에서는 5개 창투사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일본 현지의 창업투자사들을 국내에 불러 일대일 투자 설명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K컨설팅, 아이비에스 증권, 그리고 히카리통신캐피털 등 3개 업체가 이쓰리넷이 제출한 투자 제안서에 관심을 표시해 왔으며, 특히 히카리통신은 지난달 말 메일을 통해 하반기 실적을 지켜본 뒤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는 방침을 전달해 왔다.

하반기에 매출이 집중되는 모바일 게임 분야의 특성을 감안한 데 따른 것.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투자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그는, 일본 업체들은 투자에 상당히 보수적이지만 일단 결정을 내리면 지원을 아끼지 않아 (투자 확정 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벤처 캐피털이 돈 가뭄에 고통을 받고 있는 국내 벤처 업체들에 한 줄기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아시아는 물론 미주 지역에 거미줄처럼 퍼진 자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벤처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이른바 ‘수호천사’의 역할을 하고 있어 ‘자본의 국적’을 무색케 하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사가 일본 최대의 벤처캐피털인 자프코. 지난 2000년 한국 시장에 자회사를 설립한 이 회사는 올 들어 모두 5개 기업, 2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장 진출 후 투자한 기업만 모두 22개.

특히 중소기업청과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르면 오는 10월 중으로 500억원 규모의 글로벌스타 3호 펀드를 출범할 예정이어서 이 회사의 국내 시장 영향력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손정의씨가 운영하는 소프트뱅크의 투자 펀드인 소트프뱅크벤처스와 일본 5대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자익(JAIC)도 ‘싹수있는’ 벤처 옥석 가리기 작업에 한창이다.

일본계 벤처캐피털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둥지를 튼 것은 지난 1999년 이후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정부’가 벤처 기업 육성에 나서며 벤처 붐이 조성되자, 새로운 수익원인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것. 이들은 한국 내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그리고 어플리케이션 분야의 기업에 상당한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 김유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연구원의 설명이다.

국내 벤처기업 입장에서도 투자기간이 길고, 해외진출 과정에서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본 벤처캐피털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단기간에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데 급급한 국내 벤처 캐피털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평가. 올들어 투자 펀드 조성이나 일본계 벤처 캐피털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한-일 협력, 부작용은 없나

투자 상담에 나선 국내 실무자들은 일본계 벤처캐피털의 지원 업체 선정 기준이 예상보다 훨씬 엄격하다며 고개를 흔든다.

특히 자프코는 한국 자회사에서 투자 결정을 내려도 일본 본사에서 만장일치로 승인하지 않으면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투자 업체 관리도 엄격하다.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 활동을 지원하는 가치창출(VA ; Value Added) 팀은 물론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부서도 따로 있을 정도. 기업의 내재 가치를 키워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표지웅(35) 자프코코리아 부사장은 “투자 대상 기업에 분기는 물론 매달 경영 실적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본 벤처캐피털과 국내 업체가 언제나 상생(相生)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03년 말 자프코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던 카메라폰 모듈 생산업체 씨티전자를 보자.

이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한 자프코측은 이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매각해 단기간에 적지 않은 차익을 올렸지만, (씨티전자의) 일본 공략은 기대에 못미쳤다. 자동 초점 기술을 채택한 이 회사의 메가픽셀급 카메라폰 모듈은 일본시장 진출 초기 주목을 끌었지만, 현지 기업들이 곧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이른바 ‘자프코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술이나 시장 동향 유출에 대한 우려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하이닉스반도체 실사 과정에서 핵심 기업 정보가 마이크론 측에 대거 빠져나갔듯, 국내 벤처부문 관련 정보도 일본계 벤처캐피털을 통해 경쟁업체인 일본 업체에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벤처 기업과 일본 벤처캐피털의 지분투자 협력 관계가 완료되면, 양자가 언제든지 잠재적인 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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