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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칼라일, 어학시장 판도까지 바꾸나
[이코노믹리뷰 2006-10-12 08:42] ('칼라일'. 여러분은 이 단어에서 무엇을 떠올리시나요. 전세계를 무대로 투자활동을 하는 사모펀드죠. 부시가문과 빈 라덴가문의 악연이 얽혀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칼라일이 학원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는 데, 우리나라의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가 이 사모펀드와 깊숙한 관계를 지닌 어학체인이라고 하네요.

국내의 월스트리트 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던 미국의 글로벌 학원 기업을 칼라일이 전격 인수하면서 이 학원 체인에는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톡톡튀는 홍보, 경영진의 물갈이 등은 아마도 빙산의 일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칼라일적인 것은 무엇일까요. 이 기사에서 한번 가늠해보시죠.

 
 
자회사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 앞세워 공략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의 마케팅 전략>·관행 깨야 산다… 경영진을 엔지니어로 물갈이
·재테크·마술·요가 강좌도 ‘영어’로
·길거리 마케팅 등 중국 성공사례 한국에 적용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 최대 주주로 있는 미국의 한 글로벌 교육기업이 한국 내 자회사를 앞세워 올 들어 국내 프리미엄 어학 시장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어 그 배경과 더불어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2002년 설립된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 코리아.

미국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의 국내 자회사인데, 지난 4월 한국계 미식축구 선수 하인즈 워드의 방문에 맞춰 미식축구 유니폼을 입은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한 퍼포먼스를 펼치는가 하면, 다니엘 헤니 등 국내 유명 연예인의 특강을 추진하는 등 튀는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주말이면 대학로나 홍대, 신촌을 비롯한 다중 장소에서 떠들썩한 마케팅을 진행해온 국내 소비재 기업들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인데, 주로 지하철역에서 전단을 나눠주거나 신문에 소규모 광고를 내는 등 홍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국내 학원가의 관행을 깨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0억여 원에 불과했으나, 공세적 마케팅을 바탕으로 올해 예상 매출이 전년 대비 무려 7배 증가한 140억여 원에 달할 것으로 회사측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아직까지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있지 못하지만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불과 1년 동안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특히 논술, 고시 등 국내 교육 시장에 대한 일부 외국계 펀드의‘입질’이 최근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난 2002년 한미은행 인수로 재미를 본 칼라일이 이 회사를 지렛대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교육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본사(월스트리트)에서 자회사 경영진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다. 매달 뉴스레터를 통해 각국의 마케팅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배노제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 코리아 비즈니스 마케팅 본부장의 설명이다. 칼라일은 작년 3월 미 월스트리트를 인수해 마케팅본부를 확대하는 등 조직 쇄신에 나서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국내에서도 그대로 감지되고 있다.

우선, 한국 자회사의 경영진이 학원 경험이 전무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대폭 물갈이 된 점을 눈여겨 볼 만하다. 이 회사 서주석 사장이 대표적 사례.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등을 거쳤지만 학원사업에 뛰어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배노제 비즈니스 마케팅 본부장도 시스템관리 업체인 LG CNS 출신이고, 영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다른 이사들도 외국계 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 출신들이다.

국내 교육 관련 기업들이 지금까지 학원 출신을 선호해온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발탁 인사인 셈이다. 국내 학원가에서 잔뼈가 굵은 전임 사장이 보수적 경영으로 일관하다 YBM 시사와 파고다의 양강 구도를 깰 카드를 제시하지 못하자, 기존 사고와 관행에 물들지 않은 인력을 수혈한 것.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들이 회사에 몰고 온 변화는 뚜렷하다.

지난 5월 여의도 증권가에서 펼쳐진 영어 강좌 알리기 퍼포먼스를 보자. 이날 이 회사 여의도 센터의 직원들과 강사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증권가를 돌며 직장인들에게 영어로 인사하고 말을 건네는 길거리 마케팅을 했다.

이밖에 주요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게재하고, 대형서점인 반디앤루니스에 학원 강좌 내용을 알리는 홍보 부스를 설치하는 등 시장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연예인 마케팅도 눈에 띈다. 배노제 본부장은 “데니스 오와 다니엘 헤니를 비롯해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고,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연예인을 특강 강사로 초빙하려다 몸값이 맞지 않아 결렬된 적이 있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내년에 다시 한번 유명 연예인들의 특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가, 재테크, 마술 특강 등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는데, 영어가 유창한 연예인들을 이 강좌에 초빙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 회사는 막강한 자금력, 정보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교육 관련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통 큰 행보를 펼치고 있다.

칼라일이 본사를 인수한 후 달라졌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파고다와 시사영어학원 등 국내 교육 시장의 강자들은 지금까지 이러한 움직임을 ‘찻잔 속의 바람’이라며 애써 무시해 왔다.

하지만 변화의 기운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파고다는 올들어 강남 센터에 학원생들이 오직 영어로만 대화하는 카페를 열었는데, 월스트리트의 프로그램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987년 설립된 칼라일그룹은 막강한 정·재계 인맥을 무기로 방산 부문 투자에서 막대한 수익률을 기록해왔으나, 동서냉전 붕괴 이후 방산 투자 일변도의 관행에서 벗어나 벤처투자부문을 만들고 될성 부른 사업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교육 기업 인수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칼라일에 인수된 미 월스트리트 본사의 신임 마케팅 본부장이 아시아 지역 체인의 마케팅 담당자들을 싱가포르로 불러 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 등 아시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이미지 설문 결과를 발표하는 등 전통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배노제 본부장은 “반디앤루니스 내 홍보부스 설치도 학원 수강생의 절반 이상을 길거리 부스에서 확보하고 있는 중국의 성공 사례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칼라일 인수 후 마케팅 사례 공유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들을 더욱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은행 지분 투자로 국내에서 무려 7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긴 전력이 있는 칼라일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한국 교육시장 왜 눈독 들이나

넘치는 돈, 뜨거운 교육열 노린다

LG그룹에서 분가한 LS그룹의 주력 회사 LS전선.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이 회사가 보유중인 현금만 무려 1조 50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신규사업 발굴이나 연구개발에 동원할 수 있는 든든한 실탄인 셈인데, 이는 역설적으로 돈은 넘쳐나는데, 투자처를 찾기 못하는 고민을 반영한다.

다른 기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외국계 교육관련 기업 관계자는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가 만나자고 연락을 해와 한 번 본 적이 있는 데 학원 실적, 대주주 등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봐 학원사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관심을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고 기자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부심하고 있는 기업들은 비단 국내 대기업들 뿐만은 아니다. 해외 펀드들도 유망 투자처 발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초 미 비즈니스위크는 미국 내 사모펀드 붐을 소재로 한 표지기사(Going Private)를 다룬 적이 있지만 이러한 사모펀드 붐도 미국 금리 인상, 경쟁 심화 등 대외 여건의 악화로 점차 시들고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의 진단이다.

일부 외국계 펀드들이 국내 교육관련 시장에 뜨거운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기훈 메가스터디 영어부문 대표 강사는 “조기 유학을 위해 한 해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만 천문학적인 규모”라며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해 블루오션을 공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외국계 펀드들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템플턴 펀드의 신흥시장 투자 담당자가 최근 엘림에듀를 방문한 소식이 전해지며,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5일 한 때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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