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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가게’에서 경제 성장동력 찾아라

[이코노믹리뷰 2005-05-28 10:57](하동관. 벌써 이곳을 다녀온지도 6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곰탕맛이 비할바 없이 훌륭하다는 지인의 추천을 들은 직후였습니다. 첫인상은 별로였습니다. 점포가 허름한 데다, 이곳으로 통하는 길이 마치 60년대 우리나라 소도시 뒷골목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지저분했기 때문입니다.

가게에서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지어 길게 늘어서 있는 데, 종업원이 손님들에게 대기표를 나눠 주더군요.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난민들이 대피해 있는 곳의 식사 풍경을 떠올렸다고 하면 지나칠까요. 천신만고(?)끝에 한편에 웅크리고 앉아 기다리니 두툼한 놋쇠그릇에 곰탕이 담겨 나왔습니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고 하는 데 혹시...'  당시 제가 느낀 솔직한 심경이었습니다만, 국물을 한술 떠 입속에 넣는 순간, 모든 의혹은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그 맛을 적절히 표현할 수 없는 점이 안타까울뿐이네요. 지난 1939년 문을 연 이 가게가 오랫동안 최고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한국최고의 가게>를 한번 손에 들어 보시죠.


한국 최고의 가게 |
김용범·이기창 지음/흐름출판

한국 현대정치사의 라이벌.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1971년 대선에서 여야 대통령 후보로 맞붙으며 질긴 악연(惡緣)을 맺은 이들은, 사상·성장 배경부터 판이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도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고 한다. 모두 토속 음식‘곰탕’으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하동관의 단골손님이었다는 것. 박정희 전대통령은 연초에 초도순시를 할 때면 늘 하동관에서 ‘곰탕’을 공수해 먹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하동관’을 찾을 때마다 종업원들에게 천원짜리 새 돈을 봉사료로 주며 격려했다고 하니, 두 사람 모두‘곰탕 마니아’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한국 최고의 가게》는 역대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은 하동관을 비롯해 우래옥, 종로양복점, 이명래 고약, 송림제화, 김스튜디오, 박인당, 단성사, 18번 완당집, 원조낙원떡집, 구하산방, 부여집, 양협토기, 송도삼업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포(老鋪) 16곳의 경쟁력의 비결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오늘날처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한 우물을 파고 들어가 지하 심층수를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역대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은 곰탕집 하동관으로 눈을 돌려 보자.

지난 1939년 현재의 자리에서 처음 문을 연 이곳의 식단은 단 한 가지, 곰탕 뿐이다. 여기에 찬도 달랑 깎두기 하나인 하동관에는, 그러나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원칙이 있다.

‘60년 전통 한우만을 고집합니다’는 표어에서 알 수 있듯이 국물 재료로 한우 암컷의 정육만을 사용하며, 오후 4시반이면 업무를 끝낸다. 물론 맛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다른 지역에 분점을 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하동관을 비롯한 노포들은 유럽기업의 장인정신만을 부러워하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한다”면서 “(이들을)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원점에서 찾는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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