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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LG CNS사장, 재기의 마술사

(커버 4) 쓸쓸한 퇴장...화려한 재기

유순신이 말하는 재기 방정식

"신재철을 보면 정답이 보인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직 장인들의 운명은 평탄치 않습니다. 승승장구하다가도 한번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오랜 칩거끝에 마지막에 웃는 역전의 용사들도 있기 마련이지요. 현대의 직장인들뿐일까요. 고전은 우리에게 "충신은 하사받은 마차가 헐기도 전에 내쳐지고, 애첩은 미모가 시들자마자 버림을 받는다"는 메시지를 오래전부터 전해왔지요.

신재철 LG CNS사장은 이런 맥락에서볼때 이례적인 존재입니다. 납품비리로 무관의 생활을 무려 2년이다 했으나, LG CNS의 사장으로 지난해 화려하게 복귀했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신사장의 복귀에 돋보기를 들이댄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 기사와 관련해서는, 당사자인 신재철 사장의 반론이 있었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그는 잡 인터뷰에 응한 적이 없다고 말했는 데, 물론 잘못된 부분은 전적으로 기자의 책임입니다. )

" 급작스럽게 물러나셔야 했는 데, 억울하지는 않으셨어요. 납품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결국 문제를 일으킨 것 아니겠습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부하 직원들이 저지른 실수 또한 내 책임입니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 헤드헌팅 업체인 유앤파트너스(YOU&PARTNERS)의 유순신 사장.

지난 13일 삼성동에 위치한 이 회사 집무실에서 만난 유 사장은 지난 2005년 한 구직자와 나눈 대화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60세를 바라보고 있던 이 전직 최고경영자는ꡐ납품 비리ꡑ라는 유탄을 맞고 뜻하지 않게 옷을 벗어야 했다. 검찰 수사는 그의 명성을 허물어 버렸다.

자 신의 명성에 일대 오점을 남긴 사건. 이 경우 누구라도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대개는 책임을 부하 직원들에게 돌리면서 전 직장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나가기 마련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비리 기업인이라는 낙인이 한번 찍히면 재기는 영 어려워진다.

하 지만 그는 자신의 책임을 오히려 순순히 시인했다.ꡒ설사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더라도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역시 가장 강력한 무기는 ꡐ진실ꡑ이라는 평범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진리를 새삼 재확인 하게 됐습니다. ꡓ

당 시 이 구직 인터뷰에 응했던 전직 최고 경영자가 바로 신재철 현 LG CNS사장이다. 한국IBM의 최고 경영자로 7년간 근무하며 이 회사를 탄탄한 토대위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컴퓨터를 납품하며 담당 직원들이 발주처에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며, 그는 시련의 시간을 감내해야 했다.

2년여의 실직자 생활을 거쳐야 했다. 이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의 한국 자회사에서 CEO로만 10년 가까이 근무했던 신 사장은 지난 2004년부터 야인 생활을 했다. 그에게는 납품 비리 기업인이라는 ꡐ꼬리표ꡑ도 늘 따라다녔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대개 선택하는 길은 크게 두 갈래이다.

분 노를 속으로 삭이면서 외부 행사나 모임 등에 발길을 뚝 끊고 두문불출하는 것이 그 하나다. 체면을 중시하는 국내 기업인들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거나, 직장에서 좌천될 경우 지인들과의 연락을 끊고 여러 모임에도 일절 나오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악의 자충수이다.

자칫하면 외부 인맥의 도움을 스스로 차단하고, 본인도 자신감을 잃고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유 사장은 지적한다. 하지만 신재철 LG CNS 사장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는 쉬는 동안에도 적극적으로 모임에 참석했다. 또 아내와 유럽여행을 하며 격무에 지친 몸을 돌보았다.

업계와의 인연의 끈도 놓지 않았다. 강남에 조그만 사무실을 내고 업계 후배들을 상대로 컨설팅을 자청했다. 조급하게 복귀를 서두르지도 않았다. 유 순신 사장은 그에게 여러 차례 현업 복귀를 권했으나, 그는 이러한 제안을 고사했다. 아직까지 때가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변하는 정보통신업계에서 무려 2년간 야인 생활을 했지만, 업계에서는 그를 잊지 않았다. 그는 재작년 LG CNS의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재기 성공 방정식 몸에 익혀라

그 는 성공적인 재기의 교과서이자 전범(典範)이다.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흔하지 않은 사례다. 한때(女帝) 여제 소리를 듣던 휴렛 팩커드의 칼리 피오리나나, 애플컴퓨터의 존 스컬리 등은 실적 부진에 더해 파워 게임에서 밀려 현직에서 물러난 뒤 아직까지도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들은 분식회계를 주도한 엔론의 전직 경영자들과는 달리, 도덕성면에서 질타를 받은 적도 없고, 한때 시장에서도 촉망받는 경영자들이었으나, 한번 낙마하고 나니 재기가 쉽지 않았다. 시장은 냉혹하다. 한번 실패한 경영자에게 러브콜을 보내기에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ꡒ 칼리 피오리나는 주주나 동종업계에 실패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혁신적인 기업이 아니라면, 재계보다는 정치권에서 그녀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ꡓ 유 사장의 분석이다. 하물며 납품 비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인물을 뽑으려고 할까.

신 사장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무엇보다, 그는 마음을 다스리는 방식을 잘 깨닫고 있었다.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고,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대표적 실례이다. 유 사장은 그와 대비되는 국내 5대 그룹 출신의 한 전직 최고 경영자를 반면교사의 사례로 들었다.

이 전직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후임자로 7~8세나 어린ꡐ새파란ꡑ인사가 내정이 되자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는 잡 인터뷰에서 이 그룹이 위치해 있는 여의도 방향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다 보면 과거에 얽매이고 생산적이지 못한 일에 감정을 소모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 는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의 임직원들과도 만나지 않았으며, 사적인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자학을 하거나, 전 직장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것은 금물이다.ꡒ30년 동안 경력을 쌓았는데 얼마나 고마운 회삽니까.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같이 협력할 수 있는 회사로 가고 싶습니다.ꡓ

유 사장은 그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객관적인 상황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재기에 성공하는 해외 경영자들은 결코 자괴감에 빠지지 않았으며, 때로는 자신을 축출한 인사에 대해서도 과감히 먼저 손을 내밀 줄 알았다. 씨티그룹의 제이미 디몬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유 사장은, 자신을 내친 회사에 분노를 표출하는 전직 CEO와 인터뷰를 하면서 역설적으로 폭넓은 시야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쉬는 동안 건강을 추스르는 한편, 인문서적을 읽고 사회공헌활동에도 나서 보라고 조언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숲속에 있다보면 숲이 보이지 않는다.

세 상 돌아가는 일에도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부지런히 사람들과 교유하며 세상 흐름을 파악하는 한편, 자신이 활동했던 업계와의 끈도 놓지 말아야 한다. 분노를 느끼거나 자괴감에 빠져 있기에는 세상 변화가 너무 빠르다. 무엇보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기도 하다.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 나가야 한다. 유 사장이 구직자들에게 주변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널리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ꡒ기회는 항상 옵니다. 가정일도 적극적으로 돕는 한편, 조직생활에 매여 있다보니 소원했던 사람들도 부지런히 만나세요. 그리고 앞으로 20년 동안은 무엇을 할 것인지 포부를 밝히세요. ꡓ

무 엇보다, 꾸준한 ꡐ평판(reputation)관리ꡑ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평판은 자신의 경력이자 직장 생활의 성적표이다. 업무 능력이 뛰어나도, 직장에서 같이 일하기 어려운 인력으로 낙인이 찍히면 불이익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조직 내 간부 사원은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부하직원들의 평가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후배 직원들은 자신의 조직 로열티에 대한 윗선의 평가를 꾸준히 신경 써야 한다고 그녀는 지적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신 사장의 이러한 위기 탈출의 방정식이 세계적인 경영 월간지인 《하버드비즈니스 리뷰》가 최근호(The Tests of A Leader)에서 밝힌 재기에 성공한 유명 경영자들의 여러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고수들은 국적을 막론하고 하나로 통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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