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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왕의 남자' 김태효 靑기획관, 사의 표명 배경은

기사등록 일시 [2012-07-05 16:25:37] 최종수정 일시 [2012-07-05 16:31:19]
한·일 정보협정 졸속처리 책임지고 '자발적'사퇴…수용될 듯
MB서울시장 재임때부터 인연, 정부 대북·외교안보정책 주도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한국의 미어세이머‘로 통하던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졸속처리 사태의 유탄을 맞고 스러졌다. 정부가 공들여 추진해온 정보보호 협정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난기류에 휩싸이면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에 처한 김 기획관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공식 브리핑을 통해 김태효 대외전략 기획관이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김태효 기획관이 ‘자발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김태효 기획관의 사의 표명은 '의표'를 찌르는 것이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가 정보보호 협정 밀실추진의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이어서 몇몇 실무자를 인책하는 것만으로는 식물 정권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는 했다.

하지만 그는 이 대통령의 '장자방'으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던데다, 현 정부 외교안보정책에 남긴 족적 또한 뚜렷했던 '왕의 남자'였다. 현 정부 대북정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비핵·개방화 3000’도 따지고 보면 그의 학문적 소양의 산물이었다. 결국, 이 대통령으로서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길을 택한 것이다.

정보보호 협정 밀실처리 논란으로 옮겨붙은 잔불이 자칫하다 정권의 서까래를 송두리째 태워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사의를 표명한 김태효 기획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인연은 깊다.

‘구조적 현실주의 정치학’의 요람인 미국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기획관은 강력한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대북 공세를 주창해왔다. 그가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프레임은 명료했다. 영원한 적도 없으며,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것이었다. 각국은 2차 대전이후 국제연합을 창설하는 등 이상주의적 면모를 갖추고 있지만, 배타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이상을 포기할 수 있는 두 얼굴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논리였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속성을 무시하고 북한을 포용의 대상으로만 바라봄으로써, 북한에 이용만 당하는 실기를 저질렀다는 것이 그의 기본 인식이었다. ‘힘의 균형(채찍)’, ‘협력의 제도화(당근)’ 중 후자에 일방적인 쏠림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햇볕정책’을 순진한 접근으로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일정보보호 협정을 추진한 것도 이러한 접근의 산물이었다. 김태효 기획관은 ‘한미일 삼각 동맹’을 중시했다. 이른바 휴민트(대북 인적자원)에 강한 우리나라와, 대북 감청 장비에 강한 일본이 대북 관련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중국의 부상으로 급류를 타는 동북아시아 정세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었다.

국제사회에서 이미 24개 나라와 군사 정보보호 협정을 체결한 우리나라가 이러한 실익을 외면하고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 안보·군사협력의 벽을 쌓는 것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 지를 되물었던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결국 대통령의 강력한 신뢰를 바탕으로 독주를 거듭하던 그의 일방주의가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남북 관계를 경색국면으로 몰고 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유연성을 강조하면서도 사실상 ‘당근’보다는 ‘채찍’의 힘을 더 신뢰하던 현 정부의 태생적 한계가 김 기획관의 구조적 현실주의식 접근의 한계이자, 스승인 ‘미어 세이머’ 시카고대 교수의 한계라는 것이다. 그의 독주를 바라보는 청와대내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이번 한일 협정 밀실 처리 파문에도 불구, 이 대통령이 과감히 그를 인책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바탕으로 집권에 성공한 이 대통령이 사실상 임기를 6개월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대북 강공책의 상징인 김 기획관을 이번 실수로 인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흘러나왔다.

민간 기업의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취임초 외교안보 부문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을 받던 이 대통령에게 외교안보정책의 이론적 자양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온 주인공이 바로 그였다. 실제로, 그는 올해 초 청와대 직제 개편을 통해 신설된 대외전략 기획관으로 승진하며 ‘왕의 남자’임을 입증한 바 있다.

대외전략기획관 직제 신설이 김 기획관을 위한 '위인설관(爲人設官)'이란 비판도 꼬리를 물었다.

김 기획관은 한일 정보보호협정 밀실처리 파문이 확산되면서 언론과의 접촉도 피하는 등 한동안 자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교수 시절 발표한 논문에서 친일색채의 문구를 발췌해 십자 포화를 퍼붓는 등 전방위적인 공세를 취하자 결국 견디지 못하고 인사권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김 기획관의 사의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김 기획관의 사의 표명과 별도로, 민정수석실 주도로 정보보호협정 졸속처리의 경위를 조사중이다. 청와대는 이르면 2~3일 중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김태효 기획관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때인 2004년부터 외교통상부외교안보연구원 교수로, 외교안보분야에 대한 조언을 해왔다. 이후 성균관대 교수를 거쳐 2007년 대선 때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관련 조언자 역할을 했다.

2008년 대통령직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상임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으로 입성한 청와대내 최장수 참모였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시카고대 정치학과에서 미어 세이머 교수 밑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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