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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통령을 만든다] 마케터·정치컨설턴트 대담



◇맥도널드가 아동복서 실패한 이유! 그걸 아는 사람이 이긴다◇

오 는 26일 대선 후보 등록을 신호탄으로 여야 간 선거전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절치부심 10년 무관의 세월을 보내다 재집권의 호기를 잡은 한나라당, 그리고 막판 뒤집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여권의 마지막 대회전이 관전포인트다. 올해 대통령 선거 또한 민간 분야의 각종 첨단 마케팅 기법이 맹위를 떨칠 가능성이 높다. 고려대 경영대학원 신병철 교수, 정치 컨설턴트 윤현 가교선거전략연구소장의 대담을 마련했다.

                                                                  
“특정 후보하면 떠오르는 메시지의 일관성을 결코 해치지 않으면서 전통적인 지지층에서 새로운 유권자 층으로 공략 범위를 넓혀가야 합니다. ”─신병철 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서울대생들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흥미롭게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을 40~60대와 같은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윤현 가교선거전락연구소장

▶마케터들은 소비자 심리 변화를 빨리 포착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뚜렷한 변화의 징후가 있습니까.

신병철: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만을 꼽는다면 단연 ‘불신(不信)’입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광고에 실린 기업의 메시지를 믿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에 신문에 실린 광고 내용을 혹시 한 줄이라도 기억하십니까. 주요 신문에 다국적 기업의 광고가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파워 블로거로 이름을 날리는 문성실 씨는 최근 컴퓨터 하드웨어 분야 다국적 기업의 광고모델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명사들이 다른 분야로 활동폭을 넓혀갈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바로 이러한 불신 탓이 큽니다.

▶필립스가 사용자 커뮤니티 구축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는 배경도 이 때문인가요.

신병철: 필립스 코리아는 네티즌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편이죠. 제품을 사용하는 회원들의 온라인 동아리 활동을 지원해주며 로열티도 높이고, 판매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거죠. 이 회사 광고를 주요 매체에서 본 기억이 아마도 드물 겁니다. 광고 메시지를 신뢰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속성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두루뭉실한 성격의 매체들은 앞으로 살아남기가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특성을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코드는 없을까요. 페이스팝콘은 지난해 창의력 컨설턴트의 등장을 예고했습니다.

신병철: 초등학교 남학생이 여자 아이를 괴롭히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정말 이 여자 어린이를 혐오하기 때문일까요.(웃음)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현상을 규정하는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겠죠. 연초나 연말이면 연례 행사처럼, 올해의 트렌드를 콕 집어 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트렌드는 표면 위에 둥둥 떠 있는 거품과 같은 것이라고 봅니다. 집착하기보다는 본질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가 흐르는 핵심 길목을 정확히 파악하면 본질을 꿰뚫을 수 있습니다.

▶요즘 원더걸스가 세대를 초월한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지 않습니까. 복고는 요즘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정서가 아닐까요

신병철: 중고시절, 혹은 유년기를 비롯해 누구에게나 소중했던 시간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때를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그르르 도는 순간이 있습니다. 복고는 세대를 초월한 코드입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복고는 주요 코드로 읽힙니다. 현상의 이면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묵직한 사회변화를 반영합니다.

▶빈부 격차 확대나 양극화 심화 때문은 아닐까요. 정치권에서도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박정희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인데요.

윤현: 지난 70년대로 눈을 돌려보세요. 당시에 비해 절대 빈곤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했습니다. 다만 상대적인 빈곤감이 커졌죠. 국민들의 삶의 수준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지만 삶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딜레마 탓이 아닐까요. 살림살이가 더 나아질수록 개혁이나 진보보다는 안정과 보수 지향의 사고가 득세하기 마련이 아니겠습니까. 한때 민주노총을 떠받치던 강성 노조로 유명하던 현대중공업의 근로자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10여 년 이상 무파업을 하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반적인 보수화 물결이 올해 선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대선이 코앞입니다.

윤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독주, 그리고 이회창 후보의 급부상도 이러한 사회분위기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겠죠.

▶선거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절대적인 열세를 뒤집을 비장의 카드는 없을까요.

윤현: 후보 단일화 카드도 빼놓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성사 여부는 회의적입니다. 설사 단일화에 성공한다고 해도 국민들에게 먹힐 수 있는 어젠다가 없는 한 선거 승리는 요원하다고 봅니다.

▶오는 26일 대선 후보 등록과 더불어 보수·진보 양측의 이른바 마케팅 대전도 불붙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십니까.

윤현: 올해 대선에서 이벤트 마케팅이 잘 먹혀들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기타로 상록수를 연주하는 장면을 담은 광고는 지지자들의 가슴에 불을 붙이는 데 성공했지요. 가수 싸이가 부른 챔피언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여야 선거캠프들이 이미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캠프별 역량에도 뚜렷한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지난 대선과는 여러모로 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 민주당 버락 오바마의 ‘오바마 걸’이나, 힐러리의 ‘힐러리 걸’에 비해 국내 대선주자 동영상이 처진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김빠진 맥주에 비유하는 이들도 있습니다만.

신병철: 우리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정당한 노력의 산물에 대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생각들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걸에 비해 우리 대선주자들의 UCC 품질이 떨어지는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권자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문화상품을 만들 역량의 소유자들은 많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기타 치는 대통령’은 초보적인 작품에 불과했다고 봅니다.

▶클린턴 행정부는 지난 96년 대선을 앞두고 민간기업 ‘클래리타스’에 유권자 분석을 맡겼습니다. 혹시 요즘 정치권에서 유권자 분석을 의뢰하는 분들은 없나요.

신병철: 왜 없겠습니까. (웃음)

▶속마음을 꽁꽁 숨기려고 하는 유권자들을 솔직하게 만드는 비법은 없을까요. GE의 ‘NPS(순추천 고객지수)’도 한 방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신병철: 현대카드에서 소비자 기호 파악에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조사 기법인데, 아마도 정치권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테크닉일 수 도 있겠죠. NPS가 국내 시장에서 먹혀드는 이유도 국내 소비자들의 독특한 성향 덕분입니다. 친구나 오피니언 리더들의 추천을 신뢰하는 거지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 이러한 성향이 더욱 강한 편입니다.

▶지난 대선에서는 인터넷이 선거 판도를 좌우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신병철: 인터넷은 효율적인 마케팅 도구입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취미나 기호 등이 비슷한 이들과 끼리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커뮤니티 또한 더욱 강화해 나갑니다. 폐쇄적 속성이 강한 소비자의 성향을 먼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한 배경입니다. 취미·나이·종교·좋아하는 스포츠나 전자제품 등 기준은 다양합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소비자를 분류하고, 이들이 자주 가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집중 공략하는 일도 온라인 공략의 한 방식이 될 겁니다. 정보의 길목을 지킨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번 선거의 승부처는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20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젊은층의 보수화가 선거 판도를 뒤흔들 여지는 없을까요.

윤현: 서울대생들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흥미롭게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40∼60대 보수층과는 다르지요. 취업난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배낭여행을 자주하며 어느 세대보다 해외문화의 세례를 많이 받았습니다. 지난 199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초기,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관망하던 부동층과 유사하다고 할까요.

▶여야 모두, 젊은 세대 공략이 선거 승리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보수층 후보들의 경우 자칫하다 두 마리 토끼를 놓칠 위험도 있어 보입니다.

신병철: 브랜드 확장의 리스크는 분명 있습니다. 아동복 시장에 진출했다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맥도널드가 대표적 실례입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대하는 일이 결코 간단치 않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브랜드 확장이 불가능한 일은 또 아닙니다. 멀리 볼 것도 없습니다. 국내 재벌기업들은 모기업과 핵심 가치사슬을 공유하지 않고 있는 다른 분야로 활발히 진출했지만 선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삼성이 대표적입니다.

▶맥도널드가 아동복 시장 공략에 실패한 사실은, 신규 시장 공략의 어려움을 가늠하게 합니다. 정치 영역에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신병철: 맥도널드는 아동복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고객 기반이 있었습니다. 맥도널드 매장에 가보세요.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 아이들을 상대로 옷을 팔겠다는 아이디어는 괜찮은 편이었죠. 다만, 이 아동복 브랜드의 품질에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요. 정치 분야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의 일관성을 결코 해치지 않으면서 전통적인 지지층에서 새로운 유권자 층으로 공략 범위를 넓혀가야 합니다. 브랜드 확장의 성공 방정식입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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