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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금융선진화 ⑤베트남 경영 시동건 김승유호 "마지막에 웃는다"



【베트남 호치민=뉴시스】박영환 기자 = 푸른 아오자이의 나라 베트남 호치민은 동시대인들에게는 '추억의 도시'이다. 북베트남 군의 탱크가 노란색 '대통령궁'으로 진입하는 가운데 미군의 마지막 헬기가 탈출하는 장면은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지금도 선연하다. '도이모이'로 대변되는 베트남 개혁개방의 ‘실험장’은 오토바이, 승용차, 빌딩의 숲이다.

베트남 호치민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오후 3시, 시내 중심가의 '사이공 센터(saigon center)' 3층에 있는 하나은행의 호치민 사무실 창밖으로는 '고층 빌딩'들의 바다가 펼쳐진다. 오른편으로는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72층짜리 건물이 날렵한 외양을 자랑한다. 베트남의 국화를 본 따서 현대건설이 지었다.

대만계 자본이 지은 '선화(sunhwa)'빌딩은 여전히 공사중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대만, 말레이시아, 일본, 싱가포르는 베트남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대만이 직접 투자(FDI) 총액 기준으로 부동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그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이공 빌딩'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은 베트남의 오늘을 엿보는 '창(窓)'이다. 이 빌딩에 입주한 하나은행 호치민 사무실에는 홍성혁 사무소장과 베트남 현지인 비서인 '린' 두 사람이 근무를 한다. "Let's launch Hana Bank HCMC(호치민 시티) Branch. " 사무실 한편에 걸린 '화이트보드' 글귀는 군더더기가 없다.

베트남 금융당국은 아직 하나금융지주의 본토 상륙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부침(浮沈)'은 있어도, 해외공략에 실패는 없다던 이 금융 회사의 수뇌부들이 진한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아세안(ASEAN)의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 일찌감치 진출한 하나금융지주사는 베트남에 아직 깃발을 꼽지 못했다.

◇한차례 좌절...포기는 없다

"운이 따르질 않았어요. 하필이면 그 무렵 리먼 사태가 터졌거든요 " 홍 소장에게 '리먼 사태'는 속된 말로 '다된 밥에 코를 빠뜨린 격'이었다. 지난 2008년 9월 미국 리먼발 금융 위기의 불길은 베트남을 뒤흔들었다. 주가가 곤두박질하고, 해외 투자자들은 보따리를 챙겼다. 금융감독원도 국내은행들의 해외진출을 불허했다.

진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찌감치 행내에서 '베트남 연구회'를 만들어 이 나라의 역사는 물론, '도이모이'의 영향 등을 연구해온 그는 '눈물을 머금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정이 든 베트남인 비서 '린'과도 작별을 고해야 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그는 호치민으로 다시 돌아왔다.

홍 소장의 책상위에 놓인 '한국상공인협회' 전화번호부는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베트남 러시'의 풍향계이다. 이 전화번호 디렉토리에 등재된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의 수만 1800여개. 호치민 사무소는 베트남 경략(經略)의 꿈이 익어가는 '아지트'이다. 리먼 사태로 잠시 주춤하던 하나금융지주는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 수뇌부, ‘베트남’에 ‘올인’하다

"힘이 있는 분이라고 해서 흰머리를 검게 염색하고 왔으니 잘 좀 봐 주이소."

이 달 초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하노이에 있는 베트남 중앙은행의 여성 국장을 방문해서 던진 발언이다. 과장 시절부터 탁월한 영업력으로 신한은행. 하나은행의 스카우트 전쟁에 휘말린 영업맨 출신인 김 행장은 말 그대로 동분서주하며 촌음(寸陰)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베트남 ADB총회기간 공무원들의 마음을 공략했다.

김 행장의 질박한 '호소'에 베트남 금융 당국자들도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는 것이 홍 소장의 전언이다. 그는 금융 당국의 과·차장급 공무원들을 만나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덕담과 더불어 협조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수뇌부의 진정성을 느끼기에 충분했을 것"이라는 게 홍 소장의 전언이다.

은행 수뇌부들이 직접 나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절박함'도 한몫을 하고 있다. 경쟁사들은 베트남 경략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비나, 신한베트남 등 '좌우익(左右翼)'을 앞세워 베트남 공기업은 물론, 카드사업 등 소매금융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후발 주자인 KB금융지주도 내달 호치민에서 은행지점 개점식을 열고 베트남 현지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대개 지점 승인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은 2년 정도. 서류 제출에서 승인까지 이 정도가 걸리지만, 느긋하게 앉아서 기다릴 여유 따위는 없다는 것이 홍 소장의 전언이다. 그는 이 기한을 올해 안으로 단축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베트남 금융당국이 올해 안으로 지점 승인을 해준다면 바로 기업 고객들을 유치할 겁니다. 하나은행과 거래를 하는 기업고객 중에는 타은행과 거래하는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시작은 늦었지만 마지막도 그러리라는 법은 없어요."

홍 소장은 매주 주말에 골프장에 나간다. 호치민, 동나이 등에 입주한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라운딩을 하며 정보도 교환하고, 편의도 제공한다. 관광지 예약, 골프장 부킹을 비롯해 민원성 요청들도 줄을 잇는다. 위로는 행장부터, 현지 소장까지 일치단결해 지점 승인에 총력전을 벌이는 것은 베트남의 미래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베트남의 미래 '다이아몬드'서 보라

지 난 10일 오후 6시, 베트남 호치민 중심가에 있는 '다이아몬드 백화점(Diamond Department)'. 포스코 건설이 짓고, 롯데백화점이 위탁 운영하는 이 백화점은 베트남 사회의 미래를 엿보는 창(窓)이다. 1층에 있는 화장품 매장에서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점원들이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같은 건물 10층 영화 상영관 바로 옆에 있는 '오락 코너'에서는 젊은 아빠가 오락에 몰두하고 있는 두 자녀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푸른 색 조명으로 물든 볼링장에서는 베트남 여성이 핀을 향해 구르는 볼링공을 응시하고 있다.

한 식당 '예가(禮家)'에도 베트남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베트남 대졸 신입사원들이 은행에 입사해 받는 급여는 월 400~500달러 정도. 우리 돈으로 40만~50만원 수준이지만, 가족 단위의 쇼핑 문화는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홍 소장이 '미래'를 보라고 주문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해외 직접 투자가 하노이, 호치민은 물론 인접 도시로 확대되는 것도 이러한 기류를 보여주는 풍향계이다.

베 트남 정부는 '호치민' '하노이' 양대 도시를 거점으로 주변 지역으로 개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유전지대인 붕타우(Vung Tau), 동나이(Dong Nai), 베트남 제3의 도시이자 항구도시인 하이펑(Hai Phong), 빈둥(BinDuong), 다낭(Da Nang), 칸호아(Khanh Hoa) 등은 미래의 '하노이'이자 '호치민'이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것도 흘려보내기 힘든 큰 강점이다. 중국의 턱밑에 있는 '베트남'을 대중국 견제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미국의 베트남 투자는 올 들어 봇물처럼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 타임즈(Vietman Times)에 따르면, 2011년 4월 현재, 미국의 베트남 직접 투자 순위는 홍콩을 앞서는 7위에 해당한다.

◇베트남에서 세계경영의 시동을 걸다

중국, 캄보디아와 국경선을 마주하고 있는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경략의 거점이기도 하다. 베트남의 경우, 자식을 향한 국민들의 교육열이 무척 높은 편이고, 국민들의 자존심도 매우 강한 나라여서 "시련은 있어도 실패나 좌절을 없을 것으로 본다"는 게 홍 소장의 분석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잠시 흔들리기는 했어도, 외국인투자가 다시 늘고 주가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잠재력을 감안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혼란스러울 때는 사람들을 보라"는 것이 그의 주문이다.

소 설가 박범신은 백색의 아오자이를 입은 채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가는 베트남 여성들이 마치 거대한 학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2011년 5월 10일, 베트남 호치민 거리에는 아오자이를 입고 오토바이에 몸을 맡긴 채 내달리는 여성들은 없다.

베 트남 공산당이 쏘아올린 '도이모이'의 폭죽은 베트남을 실용주의 사고가 강한 나라로 바꾸어 놓았다. 그 물결에 동참해 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무대로 비상하고 싶다는 것이 하나금융지주 베트남 호치민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홍 소장의 바람이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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