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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준비 없는 통일 결과는 ‘파멸'

[이코노믹리뷰 2005-07-06 08:39](북미 관계가 급진전될 조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핵문제로 꽉 막혔던 두 나라의 관계 개선 노력이 북핵을 둘러싼 협상 진전으로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양국의 관계 개선은 지지부진하던 북한과 일본의 수교 협상으로 이어지겠죠.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이고, 이러한 평화무드는 대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겁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한에 통일을 향한 열망이 달아올랐 듯이, 남북관계 개선은 다른 모든 어젠더를 밀어낼 정도로 메가톤급 파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뿌립니다.
좀 더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득실을 따져보고, 특히 사회주의 국가에서 성장한 북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성을 바꾸어 나갈 방안을 지금부터 고민해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자 그들의 주장을 한번  평가해 보시죠. )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통일정책연구팀 지음/랜덤하우스중앙/304쪽/1만5000원

1989 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그곳에 모인 수많은 독일 국민들, 밤하늘을 수놓은 축포와 화려한 불꽃놀이, 그리고 큰 해머를 휘둘러 장벽을 부수는 젊은이들….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부러운 시선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봤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 비슷한 이유로 분단된 독일이어서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약 16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 또한 6·15 남북공동선언,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대북 인도적 지원 등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일궈 냈다. 북핵 문제를 포함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남과 북은 전보다 훨씬 가까워졌고, 같은 민족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 이면에 불안의 그림자도 존재한다. 사회주의 체제에 길들여진 사람들과 과연 같이 살 수 있을까, 통일 이후 경제는 어떠할까 등이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잘될 것이다’라는 막연한 감정을 갖고 있다. 얼마 전 신문에 난 통일 초기 비용으로만 무려 50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데도 말이다.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랜덤하우스중앙)는 우리의 이러한 막연한 감정에 찬물을 끼얹는 책이다. 도발적인 제목처럼 이 책은 우리의 감성과 기대를 여지없이 뭉개는 말로 시작된다.

“남과 북은 한 민족이 아니다!”

저자들은 사실 언어와 외모를 빼고 나면, 남북한은 같은 민족이라고 볼 수 없으며 전혀 다른 가치와 문화, 사상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반세기 동안의 분단과 서로 다른 체제 아래서의 경험은 이미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의 선을 넘어 어마어마한 장벽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족 개념에 기반한 감상적 통일론과 경제 교류는 출발점부터 잘못 됐으며,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통일은 곧 자멸로 직행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의 주장은 구체적인 사례에 기반하고 있다. 바로 서독과 동독의 통일의 결과이다. 통일 전 독일 경제는 한때 세계 2위의 국가경쟁력과 3만7000 달러에 육박하는 1인당 GNP를 자랑했다. 그러나 2002년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15위, 1인당 GNP는 2만200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고 말았다.

“통일 이후 1990년대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OECD의 평균 성장률 2.2%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동독을 돌보느라 경기부양 능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한다. 그렇다고 앞으로 개선될 희망이 보이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말 그대로다. 독일 통일은 실패한 것이다. 14년 동안 무려 1조2500억유로(매년 체코 공화국의 1년 예산보다 많은 돈을 14년간 줄기차게 쏟아 부었다)를 쏟아 부었고, 앞으로도 엄청난 비용이 더 필요하지만, 오늘날 독일에게 남은 것은 구동독인들의 서독 정부에 대한 더 많은 복지 요구와 폭증하는 불평불만, 그리고 추락하는 경제이다.

어디에서 이런 실패가 불거진 것일까? 엄청난 비용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사회주의 국가 국민들의 인성에 있었다. 사회화 과정 속에서 동독의 국가와 사회, 단체들은 국민 개개인에게 각종 사회 보장을 제공하면서도, 주민들을 체제에 순응시키기 위해 공포와 위협을 주로 사용했다. 개인은 공포와 위협에 순응하면서 국가가 베푸는 시혜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이런 체제하의 인간은 정신적 미성숙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국가에 대한 의존성이 심화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의식과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도전정신을 전혀 키우지 않는다.

실제로 통일 독일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동독인들은 적응하지 못했다. 이들의 불만은 점차 사회 문제화되고 국가경쟁력은 나날이 급락해갔다. 구동독인들이 갖는 불만과 좌절, 소수자 공격 같은 퇴행적 병리현상은 감정정체, 즉 시장경제에서 낙오된 원인을 자신들의 노력과 책임 부족으로 보지 않고, 서독인들의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탈북자들의 국내 정착 실패’에서도 볼 수 있다. 남한 사회에 도무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북한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구동독인보다 북한 사람들이 ‘권위주의적 천진난만함’과 ‘감정정체’가 더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더군다나 통일 이전 서독 경제력보다 낮은 한국 경제는 통일 후의 경제를 버티기에는 역부족이다. 통일 당시 서독과 동독과의 소득 격차(3:1)도 우리(15:1)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마디로, 우리는 통일을 담보할 경제적 역량을 갖추지 못했으며, 더 심각한 문제, 즉 사회적 갈등과 부적응을 해결할 어떤 역량도 갖추어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250만명의 평양 인구를 제외하면 나머지 2000만명의 인구가 기아선상에서 헤매고 있다. 통일 시 북한 주민 2000만 명을 우리가 어떻게 먹여 살릴 수 있을까? 결국 저자들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남북한이 뭉치면 함께 죽는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저자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북한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이다. 동구권 국가들의 체제 전환을 보자. 시장경제의 필요성을 스스로 절감하지 못하고 타력에 의해 마지못해 시장개혁에 나선 알바니아, 불가리아는 극심한 국가 위기에 봉착한 반면, 스스로 필요에 의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적응해 나간 헝가리, 폴란드 등의 국가는 긍정적인 회복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저자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은 북한에 대한 무조건 지원이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의 부정적인 인성과 문화가 다음 세대에 복제되는 것을 저지하면서 북한의 경제 개혁이 후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반이 탄탄하게 닦인 상태에서, 통일을 해야 자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일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민족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버리고 현재 살고 있는 남북한 주민의 경제·정치·문화·심리적 격차와 괴리를 인정하자는 실사구시적인 이 책의 주장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남북이 가까워지는 만큼, 이론적·접근을 통한 실체적 통일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자멸을 막고, 실패한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는 길이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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